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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노의 푸드스토리] 민간인이 약과 먹으면 곤장 80대

지금은 무심코 먹는 음식이지만 그 속에는 상상할 수 없는 역사가 담겨있는 경우가 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간식이고 한과이며, 제사 때 빠지지 않는 약과가 그렇다. 조선시대에는 한 때 약과를 먹으려면 죽을 각오까지 해야 했다. 나라에서 민간인은 함부로 만들지 못하도록 법률로 금지했던 사치음식이기 때문이다. 지금 들으면 지나가던 강아지도 웃을 이야기지만 어쨌든 법조문에는 그렇게 적혀 있다. 정조가 법을 재정비하면서 경국대전과 속(續)대전의 빠진 부분을 보충하고 추가할 부분은 보태어 대전통편이라는 새로운 법령집을 내놓았다. 여기에 예전에는 없던 "민간인이 결혼식이나 장례식 때 유밀과를 사용하면 곤장 80대에 처한다"는 조항이 신설됐는데 유밀과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약과다. 물론 약과를 만들거나 먹다가 적발돼 곤장을 맞았다는 기록은 없으니 실제로 집행이 됐던 적은 없는 사문화 조항으로 보인다. 역사적으로 약과만큼 자주 제조금지 조치가 내려진 식품도 드물다. 최남선은 '조선상식문답'에서 약과는 대단한 사치품이어서 민간의 사용은 물론 국가 잔치나 제사 때도 사용을 금지한 적이 있다고 했다. 지금은 특별할 것 없는 아이들 간식이고 한과에 불과하지만 옛날 시각으로 보면 약과는 만만한 음식이 아니었다. 밀가루가 쌀보다 귀해서 '진가루'라고 불렸던 시절에 할머니들이 한 방울마저 아까워했던 참기름을 넣어 반죽한 후 벌꿀을 버무려 굳힌 것이 약과다. 이런 약과를 집집마다 관혼상제 때 필요로 했으니 만들어 놓으면 이곳저곳서 선물로 손을 벌렸다. 때문에 약과 만들다 국가재정과 개인 살림이 거덜 날 판국이었으니 아예 제조를 금지했던 것이다. /윤덕노 음식문화평론가

2013-02-27 17:24:06 메트로신문 기자
이선호의 베이스볼카페 : FA와 일본 진출의 함수관계

"올해부터 FA 시장에 거물급 선수들이 쏟아진다. 앞으로 몇 년간 스타급 선수가 일본으로 건너가는 일은 당분간 없을 것이다." 야쿠르트 시절 임창용의 에이전트를 맡았던 박유현씨의 예상이다. 박씨가 이같이 말하는 이유는 국내 FA 대우가 높아졌고, 일본 구단도 한국 선수에게 매력을 느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롯데에서 KIA로 FA 이적한 김주찬이 50억원을 받으면서 한국의 FA 몸값은 천정부지로 뛰어올랐다. 올해 시장에 나오는 삼성 소방수 오승환, 롯데 포수 강민호, SK 2루수 정근우, KIA 중견수 이용규의 기대치도 높아졌다. 하지만 일본 구단에서 이들이 받을 수 있는 금액은 한계가 있다. 박씨는 "일본은 처음부터 큰 돈을 주지 않는다. 오승환 정도만 1억5000만엔(약 17억원) 수준의 연봉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계약금 2년 연봉을 포함해 4억엔이다. 세금 25%를 적용하면 실제로는 2년 40억원 수준이다. 야수들은 연봉은 더욱 낮다. 그러나 오승환은 국내에서 4년 80억원급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에서 훨씬 많은 돈을 만질 수 있는 것이다. 한화 김태균과 KIA 이범호처럼 일단 일본으로 진출한 뒤 복귀해도 대박을 터트릴 수 있다는 전망도 있지만 이제는 일본 구단이 많은 돈을 주지 않는다. 역대 한국 선수들의 활약도가 그다지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씨는 "일본 구단들은 이제 한국 선수들에 대해 높은 평가를 내리지 않고 있다. 값싼 외국 용병을 데려와 키우는 추세다"고 말했다. 오릭스 이대호를 끝으로 일본 진출의 명맥이 끊길 것인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OSEN 야구전문기자

2013-02-25 14:33:30 김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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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호의 베이스볼카페 : 실력으로 '담배 소동' 잠재워라

'괴물' 류현진이 미국 글렌데일의 LA 다저스 스프링캠프에 합류한 첫 날 담배연기에 휩싸였다. 다저스의 담당기자가 기사를 통해 장거리 뛰기에서 거의 막차로 들어온 류현진에게 담배를 끊으라고 비꼰 것이었다. 미국 기자가 담배를 물고 늘어진 이유는 하나다. 6000만 달러가 넘은 돈이 들어간 동양투수에 대해 현지 미국기자들은 "그만큼 돈값을 하는지 지켜보자"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흡연이 화제로 떠오르자 류현진은 "내가 죄를 지었어요?"라며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앞으로 야구로 실력만 보여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자신감이었다. 미국으로 건너가 모든 것이 낯설고 어설픈데도 배짱하나는 타고 났다. 이번 담배 소동에서 짚고 넘어갈 대목이 있다. 우선 한국식 훈련과의 차이점이다. 한국의 장거리 뛰기는 천천히 속도를 내는 편이다. 그러나 이날 다저스의 러닝은 전력 질주였다. 한국식 훈련에 익숙한 류현진이 따라가지 못했던 것은 당연하다. 앞으로도 이런 차이는 계속 등장할 것이다. 두 번째는 미국 기자들은 비꼬기와 신랄한 비판을 서슴치 않는다는 점이다. 야유하는 관중들에게 손가락을 들었던 김병현이 이후 얼마나 고생을 했던지는 우리도 잘 안다. 6000만 달러 짜리 류현진이 감당할 몫이다. 마지막으로 준비성이다. 해외 진출이 성사된 선수는 이적 계약을 하느라 신경을 집중했고 각종 이별 행사도 많다. 겨울 훈련량이 부족할 수 밖에 없다. 미국은 스프링캠프는 살인적인 생존경쟁이 벌어진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몸을 완벽하게 만들어 참가해야 한다. 미국기자는 분명 이것이 거슬렸을 것이다. 해결책은 실력뿐이다. /이선호 OSEN 야구전문기자

2013-02-18 16:32:07 김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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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노의 푸드스토리] 한국은 가자미의 나라

우리나라의 옛 별명이 '가자미 나라'다. 한자로 접역인데 가자미가 많이 나오는 땅이라는 뜻이다. 사실 우리 식탁에는 알게 모르게 가자미가 많이 오르는데 구이와 조림, 찜은 물론이고 식해도 있고 미역국에도 가자미를 넣는다. 한국인이 가장 많이 먹는 생선회가 광어회인데 예전에는 가자미, 광어, 도다리를 딱히 구분하지 않고 모두 가자미라고 했으니 가자미의 나라가 굳이 틀린 표현이 아니다. 가자미눈은 한쪽으로 쏠려 흘겨보는 눈이니 가자미 나라라고 하면 무엇인가 마땅치 못한 이미지 같지만 사실은 반대다. 조상들은 우리 땅을 스스로 가자미의 나라라고 했고 정조 임금 역시 "우리나라는 접역으로 예의를 아는 곳"이라고 했다. 가자미를 자랑스럽게 여긴 이유는 비목어(比目魚)이기 때문이다. 가자미나 광어는 눈이 한쪽으로 쏠려있어 혼자서는 앞을 볼 수 없으니 반드시 두 마리가 짝을 이뤄야 헤엄을 칠 수 있다고 믿었다. 때문에 절대 헤어질 수 없는 친구나 연인, 부부의 두터운 정을 상징하는 물고기가 됐다. 전설에는 동서남북에 이런 동물이 각각 하나씩 있다. 동쪽에는 비목어가 있고 남쪽에는 비익조(比翼鳥)가 있는데 암수의 눈과 날개가 각각 하나씩이어서 짝을 짓지 못하면 날지 못한다. 서쪽의 비견수(比肩獸)는 다리가 한쪽이 짧기 때문에 암수가 서로 의지해야 걸을 수 있는데 맛있는 풀이 있으면 반드시 짝에게 먼저 먹이고 어느 곳이든 함께 다닌다고 했다. 북쪽의 비견민(比肩民)은 눈과 입이 하나씩 있어 번갈아 가며 먹고 앞을 보는 동물이다. 점심 혹은 저녁식사 때 가자미를 먹으며 사랑과 협력을 다짐해 보는 것도 좋겠다. /윤덕노 음식문화평론가

2013-01-30 17:35:39 전석준 기자
이선호의 베이스볼카페 : '갑'이 된 프로야구

2007년 굴지의 IT 통신기업 KT는 현대 유니콘스 인수 제의를 받았으나 거절했다. 현대는 2007시즌을 끝으로 공중분해 됐다. 대신 2008년 우리 히어로즈가 현대 선수들을 물려받아 창단했다. 센테니얼 임베스트먼트라는 정체불명의 기업이었지만 7구단 축소에 대한 공포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창단을 승인했다. 그로부터 불과 4년이 지난 2011년 프로야구의 인기를 바탕으로 NC 다이노스가 9구단으로 프로야구계에 뛰어들었다. 1년 뒤 KT는 부영과 뜨거운 경쟁 끝에 열 번째 심장이 되었다. 프로야구계의 신임을 얻기 위해 1000억 원이 넘는 베팅을 했다. 5년 전이면 100억 원이면 끝났을 것이다. 최근 KBO는 NC의 연고지 창원시에 강력한 압박을 하고 있다. 2016년까지 새로운 구장을 짓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연고권을 박탈하겠다는 경고였다. 지방재정이나 행정절차를 감안한다면 새로운 구장 건립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단순한 압박은 아니다. 원하는 지역이 나오면 NC의 연고지도 옮길 태세이다. 10구단 싸움에서 수원에 패한 전북이 또 다시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불과 5년 만에 프로야구의 환경이 뒤바뀐 것이다. 이제 프로야구는 을이 아닌 갑이 되었다. 한때 구단 인수를 애걸했던 프로야구가 아니다. 당당히 최신식 야구장을 짓지 않거나 과감한 투자를 하지 않으면 연고권을 없애버리겠다고 호언할 정도로 힘이 생겼다. 바로 국민적 인기를 등에 없었기 때문이다. KBO의 강공 드라이브는 10구단 체제를 확고하게 뿌리내리겠다는 의지일 것이다. 새로운 야구장 등 인프라를 확실히 갖춰 놓아야 '프로야구 르네상스'를 이끌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이미 광주와 대구는 새 야구장을 짓고 있으니 숙원이 풀리고 있다. 일본 프로야구는 매년 약 2500만 명의 관중을 동원한다. 한국은 아직 700만 관중에 불과하다. 10구단 체제와 인프라는 1000만 관중 동원의 초석이다. 좋은 시설이 아니면 관중 동원은 한계가 있다. 강력한 힘을 갖춘 프로야구가 출범 30년 만에 대도약기에 진입하고 있다. /이선호 OSEN 야구전문기자

2013-01-28 15:28:29 김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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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노의 푸드스토리] '음치 황제' 네로가 즐겨먹었던 부추

모임에서 멋지게 노래하고 싶으면 부추를 먹으면 좋겠다. 목소리가 꾀꼬리처럼 맑게 변할지도 모른다. 설마 부추 먹는다고 목소리가 고와질까 싶지만 고대 서양에서는 그렇게 믿었다. 로마황제 네로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증인이다. 폭군 네로황제는 자칭 시인이자 가수였다. 자신을 황제라기보다는 예술가로 여겼다고 하는데 주로 성악에 관심이 많았다. 그것도 혼자 즐기는 것이 아니라 팬들의 환호와 갈채에 목말라하며 대중적 인기를 갈구했다. 그러나 재능은 없었던 모양이다. 청중들이 지루해 했는데 황제의 권력과 재력으로 박수를 강요했다. 예컨대 자신의 콘서트에 귀족과 시민을 초청해 놓고 공연장 문을 걸어 잠가 도중에 빠져 나가지 못하도록 했다. 그럼에도 네로의 노래에 질려 몰래 도망치다 잡혀 벌을 받은 사람도 있었다. 네로의 형편없는 재능은 역사에도 기록돼 있다. 역사가 플리니우스는 '박물지'에 "황제 자신은 스스로를 뛰어난 음악적 재능의 소유자라고 생각했지만 목소리는 쉬었고 힘도 없다"고 적었다. 박물지를 보면 네로가 재능은 모자랐어도 나름 노력만큼은 열심히 했었던 것 같다. 부추가 목소리를 곱게 만들어 준다고 믿어 한 달에 한 번씩 부추와 올리브기름을 먹었고 공연날짜가 정해지면 목에 나쁜 음식은 피했는데 빵은 한 조각도 입에 대지 않았다고 한다. 부추가 목소리에 좋다는 믿음은 네로뿐만 아니라 그리스 로마에 널리 퍼졌던 속설이었다. 아리스토텔레스 역시 자고새 소리가 아름다운 것은 부추를 먹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노래 잘 부르고 싶으면 부추를 먹어보자. 그럼에도 박수갈채를 못 받는다면 네로처럼 재능이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윤덕노 음식문화평론가

2013-01-24 16:08:34 전석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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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노의 푸드스토리] 광해군 입맛 사로잡은 잡채

잡채는 한국인의 잔칫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음식이다. 아이의 돌 잔칫상에서부터 시작해 생일, 결혼, 환갑잔치 때도 빠짐없이 잡채를 준비했다. 잡채가 예전에는 그만큼 귀하고 좋은 음식이었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겠는데 조선 중기, 광해군 때는 더했던 모양이다. 당시 한양에는 권력층의 부정부패를 풍자하는 이런 노래가 유행했다. "처음에는 사삼 각로의 권력이 막강하더니 지금은 잡채 상서의 세력을 당할 자가 없구나." 사삼은 더덕이고, 잡채는 지금 먹는 잡채의 원형인데 광해군에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바쳐 출세한 한효순과 이충을 조롱한 노래다. 특히 이충은 명문 집안 출신도 아니고 능력도 없으면서 광해군의 입맛을 사로잡아 지금의 장관에 해당하는 호조판서 벼슬에까지 올라 세간의 빈축을 샀던 인물이다. 이충의 잡채가 얼마나 맛이 있었는지 광해군은 수라를 들 때마다 그의 집안에서 만들어 온 음식을 기다렸다가 수저를 들었을 정도였다고 한다. 광해군을 식탐에 빠지게 한 잡채의 맛이 궁금해지는데 요즘 우리가 먹는 당면 잡채와는 상당히 달랐던 모양이다. 지금처럼 당면은 넣지 않고 도라지, 오이, 숙주나물과 각종 버섯 등을 식초에다 버무려 무쳤는데 여기에 마른 해삼과 전복을 불려서 채쳐 넣었다고 한다. 잡다한 채소를 무쳐 만든 요리라는 뜻에서 이름이 잡채(雜菜)인데 재료로 봐서는 상당한 고급요리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요즘과 같은 당면 잡채가 널리 퍼지게 된 것은 20세기 초반이다. 당면이 널리 보급되면서 최고급 요리였던 잡채가 일반인도 먹을 수 있는 대중적인 잔치음식으로 진화한 것이다. 무심코 먹는 음식인 잡채에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역사가 담겨있다. /윤덕노 음식문화평론가

2013-01-16 18:43:13 전석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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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노의 푸드스토리] 국수 먹으면 왜 오래 살까?

국수를 먹으면 오래 산다고 한다. 국수 가락처럼 길고 오래 살라는 뜻에서 생긴 상징이고 미신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왜 이런 말이 생겼을까? 결론부터 말해 국수 먹으면 장수한다는 믿음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국수가 장수의 상징이 된 것은 7~8세기 무렵인 당나라 때다. 당나라 시인 유우석은 "젓가락을 들어 국수를 먹으며 하늘의 기린만큼 오래 살기를 기원하노라"라는 시를 남겼다. 한 시대 후인 송나라의 학자 주익도 "의각료잡기"라는 책에다 당나라 사람들은 생일날 국수를 먹는데 세상에서는 장수를 소원하며 먹는 음식이라서 장수면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당나라 사람들은 왜 하필 국수에다 오래 살게 해달라는 소원을 담아서 먹은 것일까? 이유는 국수 가락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국수 면발이 길기 때문에 오래 살게 해달라는 미신적 소망이 아니라 면발이 길어지게 된 과학적 이유 때문이다. 동양에서 밀가루 음식이 발달한 것은 한나라 때지만 국수 면발이 길어지기 시작한 시기는 당나라 때다. 이 무렵, 제분기술이 발달하면서 밀을 곱게 빻을 수 있게 됐고 밀가루 반죽이 고와지며 국수를 길게 뽑을 수 있게 됐다. 이렇게 만든 국수는 아무나 먹는 것이 아니라 귀족과 부자들만 먹을 수 있는 최고급 음식이었다. 그러니 지금과 달리 평소에 수수나 기장처럼 거친 음식을 주식으로 먹고 살았던 보통 사람들의 눈에는 밀가루를 곱게 갈아서 면발을 길게 뽑은 국수는 먹기만 해도 오래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영양과잉 시대인 지금과 달리 옛날에는 국수를 먹으면 오래 살 것이라고 믿었던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윤덕노 음식문화평론가

2013-01-09 18:19:36 전석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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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노의 푸드스토리] 귤은 부자 되는 과일

겨울철 가장 흔한 과일이 귤이다. 맛도 좋고 값도 싸니 모두 좋아하는데 너무 흔해서 귀한 과일인 줄 모른다. 한 세대 전까지만 해도 수입이 제한됐던 바나나가 값비싼 인기과일이었던 것처럼, 귤은 약 두 세대 전에는 최고급 과일이었다. 서울의 중산층도 일 년에 기껏 한두 번 맛볼 수 있었을 정도로 드문 과일이었는데 제주도에서만 적은 양이 열렸기 때문이다. 조선시대에는 제주도에서 올려 보낸 귤이 한양에 도착하면 도성이 시끌벅적해졌다. 벼슬 높은 양반집에서는 임금님이 내려 준 신기한 맛의 남국과일을 맛 볼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귤이 올라온 것을 기념해 해마다 과거시험까지 열렸기 때문이다. 황금빛 감귤이 도착한 것을 기념하는 과거이니 이름이 황감제(黃柑製)였는데 급제한 선비가 여럿 있지만 가장 유명한 이가 바로 다산 정약용이다. 귤이 그만큼 귀했으니 귤나무 몇 그루만 있으면 부자 소리를 들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제주도에서는 귤을 대학나무라고 했는데 귤나무 몇 그루면 자녀를 대학까지 졸업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귤은 예부터 후손을 위한 과일로 여겼다. '천 그루의 귤나무(柑橘千樹)'라는 고사성어가 있는데 자손에게 재물 대신 소중한 자산을 물려준다는 뜻이다. 중국 삼국시대 때 오나라의 단양 태수 이형이 '사기(史記)'에 "강릉에 귤나무 천 그루만 있으면 제후가 부럽지 않다"고 쓴 구절을 읽고 귤나무를 심어 자손을 부자로 만들었다는 내용에서 비롯된 고사다. 때문에 예전에는 새해 귤이나 유자를 먹으면 부자가 된다고 믿었다. 황금빛 과일을 먹으며 금옥만당(金玉滿堂), 집안에 재물이 가득차기를 소원했던 것이다. 새해 귤 많이 드시기를... /윤덕노 음식문화평론가

2013-01-02 16:25:49 전석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