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기업發' 악재에 은행권 '몸살'
경남기업발(發) 악재에 금융권이 몸살을 앓고 있다. 기업 부실화로 부담해야 할 손실액이 1조원을 넘어선데다 각종 특혜 의혹도 난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성완종 전 회장이 이끌던 경남기업에 대한 은행권 익스포저(위험노출 채권액)는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 수출입·신한·산업은행 등 대출 1조원 넘어 보증 등 대출을 해준 금융기관은 모두 17곳으로 수출입은행이 5208억원, 신한은행 1761억원, 산업은행 611억원으로 집계됐다. 농협(521억원)과 수협(517억원), 국민(453억원), 우리(356억원), 광주(326억원), 기업(229억원), 대구은행(21억원) 등도 경남 기업에 지원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비은행권에서는 우리종금과 SBI저축은행, KT캐피탈이 각각 49억원, 45억원, 25억원을 대출해줬고 대우증권(190억원), 유안타증권(45억원) 등 증권사 2곳도 235억원을 빌려줬다. 서울보증보험(3148억원)과 무역보험공사(28억원)는 계약이행 보증 형태로 모두 3176억원을 지원했다. 상장폐지로 인한 손실도 750억원대에 달했다. 수출입은행(200억원)과 신한은행(132억원), 산업은행(109억원), 수협(62억원), 농협(56억원), 국민은행(50억원) 등 13개 금융기관은 지난 15일 상장폐지된 경남기업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들의 문제는 채권 회수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대손충당금을 쌓아둬도 법원의 판단에 따라 추가 손실 등이 발생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 ◆ 중소기업 대출 증가폭 최대…"부실우려도 상존" 금융CEO들의 특혜의혹도 도마 위에 올랐다. 경남기업을 구하기 위해 전방위적인 구명로비를 펼친 성 전 회장과 만난 사실이 있다는 점만으로도 '성완종 리스트'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실제 성 전 회장의 다이어리에는 지난 2013년 9월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임종룡 당시 농협금융 회장, 김용환 수출입은행장 등을 만난 것으로 기록돼 있다. 당시 성 전 회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 신분으로 경남기업은 3차 워크아웃을 신청하기 전이었다. 주채권은행인 신한은행 역시 부실 대출에 대한 검사를 받고 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신한금융지주와 신한은행에 대한 정기 종합검사에 착수했다. 종합검사는 2~3년 주기로 실시되는 검사로 업무 전반에 대한 경영 실태를 평가하게 된다. 한편 경남기업의 후폭풍이 거세지면서 '제2의 모뉴엘' 사태가 나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동부건설과 대한전선, 모뉴엘 등 3대 부실기업 악재로 모두 1조원의 손실을 냈던 은행권이 올해도 부실기업 문제로 발목이 잡혔다는 평가다. 특히 정부의 기술금융 장려 정책과 혁신성평가 도입 등의 영향으로 중소기업 대출이 단기간 급증하면서 부실대출과 '좀비기업' 양산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현재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은 522조2000억원으로 작년 말 보다 15조4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7년만에 가장 큰 규모의 증가폭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소기업 대출이 증가하는 점을 무조건 나쁘게 볼 수는 없다"며 "당연히 필요한 것이지만, 정부가 기술금융 장려 정책이나 지원실적에 따라 순위와 인센티브를 주면 은행권에서는 실적 압박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정부 눈치보기로 인한 급증은 대출기업의 선별 작업에도 당연히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