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설계사의 눈물…"어디 다른 일자리 없나요?"
#. 15년 넘게 보험설계사로 근무해 온 변영숙(62·女)씨는 지난달 수당(월급)으로 120여 만원을 받았다. 월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금액에 변 씨는 최근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그는 "고객을 만나면 커피라도 한 잔 사야 하는데 수당이 작년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며 "10여 년 전 외환위기 때보다 계약 체결하기가 더 힘든 요즘, 어디 일할 자리 없냐며 아르바이트라도 뛰는 설계사들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경기 침체와 저금리 장기화가 지속되면서 보험업의 최전선을 지켜온 설계사들이 자의반 타의반 속속 회사를 떠나고 있다. 보험 영업이 예전 같지 않아 매달 손에 쥐는 급여가 변변찮은 탓이다. 텔레마케팅 채널(TM)·온라인 채널(CM)·방카슈랑스 등 점차 다양해지는 영업 채널도 설계사들의 설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대형보험사의 한 지점장은 "보험 영업 환경이 근래 들어 더욱 척박해졌다"며 "보험 시장이 포화상태이다 보니 신규 고객 유치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기존 고객 관리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설계사들이 그간 상품 영업에 있어 큰 역할을 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저비용 구조의 새로운 판매채널이 늘면서 회사 입장에서 유지·관리가 힘든 설계사 조직을 정리하고 있는 곳도 다수"라고 전했다. ◆24만명(99년)→12만명(15년)…절반 '뚝' 18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보험사에 소속된 전속설계사 수는 생명보험이 10만2148명, 손해보험이 8만1148명이다. 지난 2012년 말 기준 생명보험 11만6457명, 손해보험 9만5017명보다 각각 12.3%, 14.6% 줄어든 수치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지난 2010년대 초반부터 증가하던 전속설계사 수는 2012년 이후부터 다시 감소세"라고 전했다. 대형사의 전속설계사 수 감소세는 더욱 빠르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생명보험 '빅3'의 전속설계사가 전체 전속설계사 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11년 말 70.6%에서 지난해 말 64.0%까지 떨어졌다. 손해보험 '빅4'의 전속설계사도 지난 2011년 6월 말 73.6%를 기록한 이후 지난해 말 67.2%까지 감소했다. 생명보험협회에 등록된 설계사 수를 따지면 감소세는 더욱 뚜렷하다. 지난 1999년 24만1948명으로 집계된 바 있는 협회 등록 생명보험사 설계사 수는 지난해 말 12만7217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생명보험 시장에서 설계사가 보험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01년 60.3%에서 지난해 19.5%까지 확 줄었다"며 "판매채널이 다변화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설계사 수 감소+고령화+새로운 채널의 등장 '3중고' 설계사 조직의 고령화는 향후 대면 채널의 위기를 그대로 보여준다. 국내 보험사들은 현재 젊은 연령대 설계사 조직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생명보험설계사 중 20대와 30대 비중은 각각 지난 2007년 8.7%, 38.5%에서 지난해 5.6%, 20.3%로 줄었다. 반면 지난 2007년 12.0%에 그쳤던 50대 이상 설계사 비중은 지난해 말 29.0%로 2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60세 이상 설계사 비중도 2.2%에서 5.9%로 2배 넘게 뛰었다. 설계사 10명 중 3.5명이 50~60대 이상 장·노년층인 셈이다. 신입 설계사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보험업계 관계자는 "취업난에 젊은 친구들이 보험 영업을 해보겠다고 뛰어 들지만 1년도 채 못가는게 현실"이라며 "직장을 그만둔 40~50대 중·장년층이 신입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적지 않고 또 이들이 꾸준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설계사 수 감소와 고령화, 새로운 채널의 성장 등은 앞으로 국내 보험산업의 지형에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김석영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각 보험사는 온라인 채널 등 저비용의 새로운 판매 채널이 등장함에 따라 전속설계사의 활용 방법에 대해 새롭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전속설계사 채널은 교육비 등이 없는 온라인 채널 같은 저비용의 새로운 판매 채널과 경쟁하는데 어려움을 가질 수 있기에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속설계사 조직의 운영이 요구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인구 고령화로 고연령층이 새로운 고객으로 등장함에 따라 고객 눈높이에 맞춘 고연령 설계사 조직을 운영하거나, 재무설계·건강관리 같은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전속설계사 조직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