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저금리 시대...대체투자펀드에 꽂힌 스마트머니
#. 자산가인 김모 씨(48·서울 마포구)의 은행 통장에 얼마 전 '300,000,000'이라는 숫자가 찍혔다. 수익률이 바닥인 주식형펀드를 해지하고 만기가 돌아온 정기예금을 찾아 3억원을 손에 쥔 것. 부동산 불패 신화에 대한 믿음이 큰 그는 지난해 중 순 수도권 대학가의 소형 아파트를 유심히 살폈다. 집값이 꿈틀거리자 투자에 나서기로 마음먹은 것. 하지만 김 씨가 원하는 매물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또 상투를 잡는 것 아닌가 걱정도 됐다. 그는 꿩대신 닭을 택했다.부동산 펀드에 투자를 한 것이다. 김 씨는 "은행에 묵히느니 간접자산에 투자하는게 장기적으로 득이 될 것이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 최근 적금을 타 어디에 투자할까 고민하던 회사원 이씨는 최근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모임을 통해 알게 된 지인이 사모펀드에 투자하면 짭짤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며 투자를 권유한 것. 최근 은행 예금 금리가 턱없이 낮은 데다 그렇다고 주식투자에도 자신이 없었던 그는 가진 돈 5000만원을 특별자산 펀드에 투자했다. 은행권 예금금리가 1%대에 머물자 똑독한 스마트머니가 대체투자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올해 안에 자산 규모도 1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대체투자는 주식, 채권 등 전통적인 투자 대상 외의 자산인 부동산, 사회간접자본(SOC), 사모펀드(PEF), 헤지펀드 등에 투자하는 것을 뜻한다. 전문가들은 저성장·저금리 상황이 지속될수록 전통적 투자자산과 상관관계가 낮은 대체투자 펀드가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높은 분산투자 효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사모 대체투자가 시장 주도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설정 원본 기준 96조1932억원이 부동산, 특별자산, PEF 등에 투자하는 대체투자(AI)펀드였다. 이는 국내 전체 펀드시장 479조7319억원 중 20.05%에 해당한다. 대체투자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미래에셋그룹이다.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는 저금리와 부채 급증을 이겨낼 방법은 글로벌 자산운용을 통한 수익률 증대에 있다. 미래에셋을 믿고 의지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겠다."(2015년 3월 임직원에게 보낸 글)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표현대로 그의 머릿속은 늘 고객과 글로벌 자산 배분으로 꽉 차 있다. 그는 다양한 대체투자에서 답을 찾고 있다. 국내보다 해외에 머무는 시간이 많은 것도 새로운 기회를 엿보려는 의도다. 미래에셋증권이 베트남 하노이의 '랜드마크72' 빌딩 인수에 4000억원을 투자한 것을 비롯해 최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하얏트 리젠시 와이키키 비치 리조트 앤드 스파(이하 하얏트 리젠시 와이키키)를 사들였고, 서울 서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에 투자한 것은 박 회장의 계획된 행보 중 하나다. "은행의 시대가 저물고 금융투자업계의 시대가 열렸다"고 주장하는 박 회장은 저금리·저성장 기조에선 꾸준하게 운용 수익을 챙길 수 있는 대체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론을 펼쳐 왔다. 사모시장을 통해 대체투자에 나서는 스마트머니도 부쩍 늘었다. 회사원 최 모씨(36)는 틈날 때마다 금융 신상품을 검색하는 '신상족'이다. 가끔 근무 시간에도 상사나 동료의 눈을 피해 증권사 지점이나 뉴스를 통해 투자처를 살핀다. 최 씨는 고민 끝에 끝에 증권사 영업점을 찾아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넣어둔 4000만원과 적금을 털어 1억원을 대체투자펀드에 투자하기로 했다. 그는 프라이빗뱅커(PB)에게 분산 차원에서 PEF와 부동산펀드를 5대 5로 설계해 달라고 했다. 최 씨는 "요즘처럼 불확실성이 큰 때에는 분산이 최고다"며 "지인들 중에 적잖은 사람들이 사모 대체투자펀드에 돈을 넣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사모펀드시장에서는 대체투자펀드가 91조8288억원(설정원본 기준)으로 전체 247조6117억원의 37.08%에 달한다. 유형별로는 지난 9월부터 한 달 반 동안 공·사모를 합쳐 부동산 펀드에 1조7491억원이 순유입됐다. 특별자산 펀드에는 6230억원이 들어왔다. PEF에서는 479억원 소폭 순유출이 발생했다. 하지만 금융투자협회에서 발표한 공·사모 합계 PEF 순자산은 전체 펀드시장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3조6000억원 수준에 불과해 의미가 크지 않다. 실제 국내 PEF 약정규모는 60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증권 장화탁 연구원은 "글로벌 펀드시장은 전통적 자산에서 부동산 등 대체자산으로 옮겨가고 있다"면서 "부동산, 실물자산에 대한 개인투자자의 접근 제고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대안투자형 펀드 전체 수익률은 연초 이후 4.12%(14일 기준)이다. 국내 주식형 -1.17%, 국내 채권형 2.00%를 훨씬 웃돈다. 원자재 관련 펀드가 11.52%로 가장 높다. 주가연계펀드(ELF)를 제외하면 공모형 중 KB북미생산유전고배당특별자산투자신탁(인프라-재간접형) A-E 클래스(해외특별자산, 41.65%), 한국투자KINDEX골드선물레버리지특별자산상장지수투자신탁(금-파생형)(합성 H)(해외특별자산, 30.87%), 삼성KODEX은선물특별자산상장지수투자신탁[은-파생형](원자재, 23.1%), 한국투자미국MLP특별자산자투자신탁(오일가스인프라-파생형)(A-e)(해외특별자산, 17.52%), 미래에셋TIGER금은선물특별자산상장지수투자신탁[금속-파생형](원자재, 17.13%), KB스타골드특별자산투자신탁(금-파생형)A(원자재, 16.76%), 미래에셋인덱스로골드특별자산자투자신탁(금-재간접형)종류C-e(원자재, 16.63%) 등이 비교적 성과가 좋다. ◆대체투자 전문가 영입 활발 대체투자 전문가들의 몸값도 뛰고 있다. 한화자산운용의 수장을 맡은 김용현 대표가 대표적인 대체투자 전문가다. 김 대표는 골드만삭스와 미국 사모투자펀드(PEF) 칼라일 등에서 활동한 후 2012년부터 한화생명 대체투자사업부를 이끌었다. 그 일환으로 한화자산은 위안화로 모집해 위안화로 운용하는 사모펀드운용사(PFM)를 국내 업계 처음 중국 현지에 단독으로 설립한다. 또 한화생명의 미국 뉴욕법인을 118억원에 인수키로 했다. 한화생명의 자산운용 조직을 한화자산운용으로 이전한다는 방침에 따른 것으로 뉴욕법인은 미국 등 선진국 채권과 대체자산 투자에 주력하게 된다. 이를 통해 한화자산운용은 기존 싱가포르 법인과 함께 총 세 곳의 글로벌 거점을 거느리게 됐다. 국내 주식 투자에 집중했던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지난 7월 이윤표 전 국민연금 운용전략실장을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이 대표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서 20조원 정도의 해외 대체투자를 총괄 지휘했던 대체투자 전문가다. 회사 측은 "그동안 주식과 채권 운용에 주력했지만 최근 대체투자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늘고 있다"며 "이 분야에 본격 진출하기 위해 최고 전문가인 이 대표를 영입했다"고 밝혔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앞서 지난 2월에는 항공기 펀드 전문가로 꼽히는 강케네스 상무(전 딜로이트컨설팅 상무)를 영입해 대체투자 본부를 새로 만드는 등 회사의 체질을 바꾸는 작업에 들어갔다 KTB투자증권도 이병철 대표이사 부회장, 최석종 대표이사 사장 등 대체투자에 뼈가 굵은 2명을 각자 대표로 선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