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국내주식 목표비중 도달했나?…공매도 틈타 순매수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공매도 부분 재개와 동시에 순매수세를 보였다. 공매도 우려로 주가가 부진한 저평가 종목을 사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은 공매도 부분 재개가 시작된 5월 첫째주(5월 3~7일) 552억8300만원을 순매수했다. 지난해 12월 넷째주(399억원) 이후 7개월 만에 주간 단위 순매수세를 나타냈다. 연기금은 지난해 6월부터 국내주식을 매도해 왔다. 거래소가 연기금으로 분류하는 수급 주체는 연금, 기금, 공제회와 함께 국가, 지자체 등을 포함한다.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교직원공제회, 군인공제회, 행정공제회, 우정사업본부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중 국민연금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연기금, 실적개선주·경기민감주 담았다 이 기간 연기금은 경기민감주와 실적개선주를 사들였다. 특히 공매도 재개 후 상대적으로 주가 흐름이 부진했던 종목을 매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5월 첫째주 연기금 순매수 상위 1위 종목은 SK바이오사이언스였다. 325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이어 에쓰오일(310억원), 대한항공(246억원), HMM(236억원), LG디스플레이(221억원), SK이노베이션(205억원)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실제로 이들 기업은 모두 공매도 부분 재개가 시작된 첫날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였으나, 이후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경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인 아스트라제네카 위탁생산(CMO)으로 인해 영업이익 흑자 전환을 이룬 대표적인 실적개선주다. 또 올해 하반기 노바백스 백신 상업화와 자체 개발 코로나19 백신의 글로벌 임상 3상 진입도 예정돼 있다. 박병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위탁생산(CMO), 위탁개발생산(CDMO)에서만 매출 3000억원 이상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에쓰오일, 대한항공, HMM, LG디스플레이 등의 경기민감주도 경기회복 기대감에 순매수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국민연금, 국내주식 목표 비중 도달? 연기금이 국내주식 목표 비중에 도달해 당분간 매수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지난 2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이 1월 말(21.0%) 대비 0.15%포인트 하락한 20.85%라고 공시했다. 2월 한달간 연기금은 국내주식 6조5777억원을 팔아 치웠다. 2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전체 운용자산은 860조2740억원이다. 3월부터 지난 7일까지 연기금은 5조8844억원을 매도했는데, 단순 비교를 위해 전체 운용자산 규모가 변하지 않는다는 가정 아래 현재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은 14.01%로 추정된다. 지난 4월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는 국내주식 목표비중 이탈 허용범위를 1%포인트 확대해 비중 상한을 19.8%로 상향 조정했다.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이 목표비중에 도달해 매수세를 보여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국민연금은 5월 중 기금위를 열고 '2022~2026년 중기자산배분안'을 수립할 예정이다. 현재 국민연금은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국내주식 포트폴리오를 줄이고, 해외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1월에는 해외투자 확대를 위해 기금운용본부 조직 개편을 단행하기도 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급변하는 국내외 금융투자 환경 속에서 기금 적립금 1000조원, 해외 자산 500조원 고지를 앞두고 있다"며 "기금의 대체투자는 물론 증권 부문에서의 해외투자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