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끝없는 추락…브레이크가 없다!
세계 경기 불황 지속으로 국내 화학업계 실적 악화 저유가 시대 배터리 시장 기대감 ↓…'엔저' 직격탄 세계적인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중국 경제까지 흔들리면서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이 '불황의 터널'에 갇혀 있다. 부타디엔 비중이 큰 LG화학과 금호석유화학 등은 가격 하락으로 고통을 겪고 있고, 삼성토탈은 파라자일렌(PX) 약세로 어려움이 가중됐다. 그동안 석유화학제품은 설비과잉 우려 속에서도 거대 소비시장인 중국이 모든 공급을 다 흡수하면서 수익을 누렸다. 그러나 이제 중국은 더 이상 무한 수요시장이 아니다. 자체 생산시설이 급팽창했고, 경기마저 나빠져 공급과잉에 자체 생산량을 조절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LG화학의 하락 속도는 너무 가파르다. 브레이크가 없는 끝없는 추락을 이어가고 있다. 2011년 58만원이 넘었던 주가는 3년 사이 40만원이 빠지며 지난 4일 18만원 선이 무너졌다. 최근 한달을 놓고 봐도 9월25일 27만2500원을 기록한 이후 9만원 가량이 빠졌다. 시가총액으로 따지면 한달새 무려 6조원 넘게 허공으로 날아간 셈이다. 이는 전체적인 석유화학업종의 불황이 영향을 미치기도 했지만, LG화학에 대한 기대감에 따른 반작용이 컸고 그만큼 불안감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석유를 전량 수입하는 우리나라는 유가에 민감하다. 석유파동을 겪을 때마다 우리는 대체 에너지를 찾았다. 정부차원에서 신재생에너지, 전기차, ESS(에너지저장장치) 등 연구와 투자를 독려했다. LG화학은 국내 전기차 배터리나 ESS 시장의 선두 주자다. 최근 GM과 볼보, 르노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에게 자사 전기차 배터리 공급을 확대하고 있고, 현대·기아차와도 손잡고 내년 출시될 쏘나타와 K5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에 자사 배터리를 탑재할 예정이다. 지난달 30일에는 중국 남경 신강 경제개발구에서 전기차 배터리 공장 기공식을 개최하고 중국 전기차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또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32MWh 규모의 ESS를 설치하고 가동에 들어갔다. 하지만 현재 세계 유가시장은 북미발 셰일가스 증가와 경기침체에 따른 원유 공급과잉 현상이 빚어지며 유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경기 침체가 이어지며 저유가 시대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고유가 시대에 투자 유망 업종이었던 신재생에너지, 전기차, ESS 시장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기름값이 싸기 때문에 초기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전기차나 신재생에너지에 투자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다. 실제로 LG화학은 지난달 20일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3분기 영업이익이 357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8%나 떨어졌고, 매출도 같은 기간 3.4% 후퇴한 5조6639억원에 그쳤다. 실적 발표 다음날 무려 3만2000원(14.16%)이 하락한 19만4000원에 장을 마쳤다. 이어 이틀 뒤인 23일 추가로 1만500원(5.41%)이 떨어진 18만3500원에 마감했다. 하락폭이 크자 지난달 27일 잠시 반등하기도 했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이번엔 '엔저'가 직격탄을 날렸다. 화학에서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부문은 정보전자소재, 2차 전지 소재 등이다. 이 분야 제품들은 엔저 효과를 힘입은 일본업체의 가격 공세에 경쟁강도가 심화될 수 밖에 없다. 결국 LG화학 주가는 3일 개장하자마자 가파르게 하락하며 1만원 넘게 떨어졌고, 4일 18만원선이 붕괴한 17만9000원에 장을 마쳤다. 5일 역시 5000원이 추가 하락하며 17만4000원에 마감했다. 메리츠종금증권 황유식 애널리스트는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가치가 떨어진 게 사실"이라며 "이미 계약한 2016년형 모델 수주 물량은 있지만, 추가 수주는 어려워 보인다. 중국과 2차전지 등 역점 사업의 부진도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