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선장 가장 먼저 탈출하고…병원서도 "난 승무원이예요"
"어떻게 이런 일이…" 16일 오전 전남 진도 해상에서 발생한 세월호 침몰 실종자 가족은 물론 온 국민이 분노와 슬픔에 빠졌다. 침몰한 배에 뛰어들어 자녀를 구하고 싶지만 인근 뭍에서 하염없이 구조 소식을 기다려야만 하는 부모의 절규에 함께 울었다. 승객은 버려두고 먼저 살겠다고 탈출한 선장, 사고 초기 현장 수습의 기초가 되는 탑승자 인원수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우왕좌왕한 정부대책반, 있으나 마나한 위기 대응 매뉴얼에 온 국민이 답답해 했다. 무엇보다 현재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고 있는 세월호 선장 이준석(60)씨의 행동에 치를 떨었다. 끝까지 배를 지키며 승객 안전을 책임져야 할 이 선장은 가장 먼저 배를 탈출한 뒤 병원으로 옮겨진 후에도 치료 도중 신분을 묻자 "나는 승무원이라 아는 것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탈출 후 젖은 지폐 여러 장을 말리는 등의 행동을 해 눈총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네티즌들은 이 선장이 가장 먼저 배를 탈출한 사실은 명백한 선원법 위반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선원법 10조(재선의무)에는 "선장은 화물을 싣거나 여객이 타기 시작할 때부터 화물을 모두 부리거나 여객이 다 내릴 때까지 선박을 떠나서는 안된다. 다만, 기상 이상 등 특히 선박을 떠나서는 아니 되는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선장이 자신의 직무를 대행할 사람을 직원 중에서 지정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명시돼 있다. 또 선박 위험시 조치를 다룬 11조에도 "선장은 선박에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에는 인명, 선박 및 화물을 구조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다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이 선장은 인명구조는커녕 가장 먼저 배를 탈출했다. 한 생존자는 "내가 가장 먼저 경비정으로 뛰어들어 구조됐다고 생각했는데, 경비정 구조원이 선장이 먼저 경비정에 탑승하고 있었다고 알려줬다"고 증언했다. 또 다른 생존자도 "구명정에 타 보니 선장과 기관사가 타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선장이 위험을 직감하고 탈출한 시각은 16일 오전 9시30분쯤이고 구조는 9시50분쯤 이뤄졌다. 하지만 정작 배 안에서는 오전 10시15분까지 "실내가 안전하니 움직이지 말라"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이 선장의 자격도 논란이다. 조사결과 그는 1급 항해사가 아닌 2급 항해사인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 선박직원법상 3000t급 이상 연안수역 여객선 선장은 2급 항해사 이상의 면허를 보유하도록 돼 있다. 2급 항해사 면허를 가진 이씨가 세월호 선장을 맡는 것이 위법은 아니지만 국내 최대 규모의 여객선 운항을 책임지는 자가 1급 항해사가 아닌 점에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해경은 사고 원인을 항로를 변경하는 지점('변침점')에서 뱃머리를 갑자기 돌려 급격한 변침으로 인한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오전 2차 소환된 이 선장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상, 선원법, 선박매몰죄 위반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한편 17일 오후 4시 현재 세월호 침몰 사망자는 9명으로 늘었다. 유전자 검사까지 거쳐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는 선사 직원 박지영(22·여) 씨, 안산 단원고 2학년 정차웅·권오천·임경빈 군, 인솔교사 최혜정(24) 씨 등 5명이다. 나머지 사망자는 단원고의 박성빈(18·여)·박영인(18·남) 학생, 교사 남윤철(35) 씨, 승무원 김기웅(28) 씨로 추정된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파악한 세월호 탑승자는 475명이며 이 가운데 179명이 구조됐으나 287명은 소재와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외국인 탑승자로는 필리핀 국적 카브라스 알렉산드리아(40·여)와 마니오 에마누엘(45·남), 러시아인 학생 세르코프(18·남), 조선족 한금희·이도남 씨 등이 확인됐다. 이 가운데 필리핀인 2명은 구조됐고, 나머지 3명은 생사가 확인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