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역 분양아파트, "서울 비싼 전셋값 고맙다"
서울 아파트의 비싼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경기지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서울 전세가에 조금만 돈을 더 보태도 경기도에서는 집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분양 아파트의 경우 자금을 2~3년간 나눠 납부할 수 있어 기존 아파트에 비해 자금 부담이 덜해 찾는 사람이 느는 추세다. 그간 침체된 분양시장 탓에 속앓이를 해왔던 건설사들 사이에서는 "비싼 전셋값 덕분에 살았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과 인접한 경기지역에서 공급된 신규분양 사업장에 서울 거주민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대우건설이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지구에 분양한 '별내 푸르지오' 계약자 중 약 51%가 서울 거주민으로 알려졌다. 분양 관계자는 "전세금을 돈을 보태 분양을 받겠다는 사람들이 많다"며 "별내지구와 가까운 서울 노원구 수요자들이 급격히 늘었다"고 말했다. 실제, '별내 푸르지오' 3.3㎡당 분양가는 1037만원이다. 이에 반해 노원구 중계동 평균 전셋값은 70%에 이르는 3.3㎡당 750만원 수준이다. 이 회사가 같은 시기 경기도 하남시 미사강변도시에 공급한 '미사강변 푸르지오'도 상황은 비슷하다. 3순위까지 서울·인천에서 청약한 수요자가 996명으로 당해지역, 기타 경기지역 청약자 307명, 430명보다 2~3배가량 많은 것. 미사강변도시의 경우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울 강동구와 접해 있어 사실상 서울 생활권으로 볼 수 있다. 인근 부동산 대표는 "최근에는 지하철 5호선 연장까지 확정되며 심리적 거리가 더욱 줄어든 상태"라며 "문의전화 절반 이상이 서울 사람"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신규분양 단지뿐 아니라 미분양 단지도 서울의 비싼 전셋값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한화건설이 경기도 김포시 풍무5지구에서 분양한 '한화꿈에그린월드 유로메트로'는 최근 미분양 세대를 전세로 전환한 결과, 3일간 150여 가구의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계약자 중 40% 이상이 치솟는 전세가를 피해 서울에서 이주해 오겠다는 사람들"이었다며 "문의 역시 서울 거주자들이 주를 이뤘다"고 말했다. 롯데건설이 경기도 파주 운정신도시에 짓고 있는 '운정신도시 롯데캐슬'은 이미 분양에 들어간 지 2년이나 지난 단지임에도 최근 주말 내방객이 4배가량 증가했다.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기도 해 그 어느 때보다 잔여 물량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분양 관계자는 "계약자 중 20% 이상이 서대문구, 마포구, 심지어 송파구에 살고 있는 사람도 있다"며 "현재 진행 중인 금융 혜택이 큰 이유로 작용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근옥 부동산플래너 팀장은 "서울에 거주하던 세입자들이 주거비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보다 가격이 저렴한 경기지역으로 옮기고 있다"며 "전셋값 상승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번 기회에 교통이나 계약 조건이 좋은 아파트도 눈여겨볼 만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