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구속영장 기각, 국민의힘 "납득 어려워" VS 민주 "사법정의 살아있다"
법원이 27일 새벽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구속 기로에 놓였던 이 대표는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됐다.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기각 사유로 "백현동 개발 사업의 경우, 공사의 사업 참여 배제 부분은 피의자의 지위, 관련 결재 문건, 관련자들의 진술 등을 종합할 때 피의자의 관여가 있었다고 볼만한 상당한 의심이 들긴 하나, 한편 이에 관한 직접 증거 자체는 부족한 현 시점에서 사실관계 내지 법리적 측면에서 반박하고 있는 피의자의 방어권이 배척될 정도에 이른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한 "대북송금의 경우, 핵심 관련자인 이화영의 진술을 비롯한 현재까지 관련 자료에 의할 때, 피의자의 인식이나 공모 여부, 관여 정도 등에 관하며 다품의 여지가 있다고 보인다"고 덧붙였다. 유 부장판사는 "위증교사 및 백현동 개발사업의 경우, 현재까지 확보된 인적, 물적 자료에 비추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대북송금의 경우, 이화영의 진술과 관련하여 피의자의 주변 인물에 의한 부적절한 개입을 의심할 만한 정황들이 있기는 하나, 피의자가 직접적으로 개입했다고 단정할 만한 자료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화영의 기존 수사기관 진술에 임의성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고 진술의 변화는 결국 진술 신빙성 여부의 판단 영역인 점, 별건 재판에 출석하고 있는 피의자의 상황 및 피의자가 정당의 현직 대표로서 공적 감시와 비판의 대상인 점 등을 감안할 때,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불구속 수사 원칙을 어길만한 사안은 아니라도 판단했다. 한편, 이날 심사는 9시간 16분만에 끝나 역대 두번째 최장 심사 기록을 남겼다. ◆ 구치소에서 나온 이 대표 구속영장이 기각 될 무렵,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 등 친이재명계 의원들은 이 대표가 대기하고 있는 서울구치소 앞에 진을 쳤다. 이 대표는 서울구치소를 나오면서 입장을 냈다. 이 대표는 "늦은 시간에 함께 해주신 많은 분들 그리고 아직 잠 못 이루고 이 장면을 지켜보고 계실 국민 여러분. 먼저 감사드린다"며 "역시 정치는 정치인들이 하는 것 같아도 국민이 하는 것이다. 인권의 최후 보루라는 사실을 명징하게 증명해 주신 사법부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운을 띄웠다. 또한 "그리고 정치는 언제나 국민의 삶을 챙기고 국가의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여·야, 정부 모두 잊지 말고 이제는 상대를 죽여 없애는 그런 전쟁이 아니라, 국민과 국가를 위해 누가 더 많은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지를 경쟁하는 진정한 의미의 정치로 되돌아가기를 바란다"며 "이제 모레면 즐거워해 마땅한 추석이지만, 국민들의 삶은, 우리의 경제·민생의 현황은 참으로 어렵기 그지없다. 정치가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이 나라 미래에 도움이 되는 존재가 되기를 정부여당에도, 정치권 모두에도 부탁드리면서, 다시 한번 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굳건하게 지켜주시고 현명한 판단을 해주신 사법부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카메라를 향해 허리를 숙였다. ◆ 격앙에 빠진 국민의힘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비상 의원총회를 열고 유감을 표명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구속영장 기각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흩어진 양심을 가까스로 모아서 바로 세운 정의가 맥없이 무너져 버렸다"면서 "양심 있는 의원들의 결단, 정치 심폐소생술로 어렵게 살려낸 정의가 김명수 체제가 만들어 놓은 편향적 사법부의 반국민적 반역사적 반헌법적 결정에 의해 질식당해 버리고 말았다"고 표현했다. 이어 "사안의 중대성과 명백한 증거인멸 혐의를 고려할 때 구속수사는 마땅한 일이었다. 사법부의 결정은 어지간하면 존중하고 싶지만 이건 도무지 존중할 수가 없다. 금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이번 일은 김명수 체제하에서 법치주의가 계속 유린당해 온 결과라고 판단된다. 법치의 비상사태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며 "이런 식으로 판단한다면 조폭의 두목이나 마피아의 보스는 영구히 처벌받지 않게 될 것이다. 범죄자들은 환호하고 힘 없고 백 없는 선량한 서민들만 구속당하는 사태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법원이 구속영장 기각 사유로 이렇게 황당한 설명을 한 것을 보면 그 판단이 순수하게 법리에 따른 결과가 아니라, 민주당과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압력에 굴복한 결과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면서 "비록 구속영장은 기각됐지만, 법원은 범죄사실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판단은 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기각이 곧 무죄가 아니라는 점, 그리고 마치 면죄부를 받은 것처럼 거짓 선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외 인사와 현직 국민의힘 소속 시장도 윤석열 대통령과 검찰에 조언을 던졌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윤석열 검찰과 국민의힘도 생각을 고쳐야 한다. 이재명만 때리는 정치로는 정부 여당이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음이 드러났다"면서 "그럼에도 계속 사생결단의 싸움에만 매달린다면 국민의 심판을 받는 쪽은 대통령과 여당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SNS를 통해 "지난 2년 동안 부패사건의 중심에 섰던 이재명대표 사건이 어젯밤 구속영장이 기각돼 불구속으로 결론이 났다"면서 "닭쫒던 개 지붕 쳐다보기이지만 국민의힘은 이제부터라도 이재명에만 매달리는 검찰 수사 정치는 버리고 여당다운 정책정당으로 거듭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안도의 한숨 민주당 제1야당 대표의 구속이라는 악재를 떨쳐낸 민주당은 안도의 한숨을 쉬는 분위기였다. 홍익표 신임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제가 취임과 동시에 아주 큰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다. 사실 새벽 4시 반 정도에 집에 도착해서 좀 쉬었는데 아침에 피곤하지가 않더라"면서 "전날 원내대표 당선됐을 때는 굉장히 무거운 느낌이었는데 당대표님의 기각 소식을 들으면서 무거운 짐이 반 이상은 사라졌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어 "역시 검찰의 무도한 행위에 대해서 사법부가 아직은 법적 정의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준 판단이었다고 생각을 한다. 오늘 최고위원회의 중에서 여러 차례 말씀 드렸지만 이번 일에 대해서 반드시 대통령께서는 사과를 해야 된다"면서 "그동안 정치를 무력화시키면서 검찰을 동원한 검찰 정치, 그리고 독선과 독주에 빠졌던 대통령께 다시 한번 말씀드리고 싶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정중히 사과하시고 그 책임을 물어 실무 총괄 책임이었던 법무부 장관에 대한 파면 조치를 즉각 취해줄 것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대통령과 정부여당, 특히 정부 측에 국회에 대한 태도의 변화를 요구한다. 이렇게 안하무인으로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를 무시했던 정부를 저는 본 적이 없다"면서 "최소한 전두환 정권조차도 형식적으로 존중하는 자세를 취했다. 대통령과 정부가 국회를 대하는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협치를 기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 태도를 바꾸는 시작으로 국회의 다수 의견으로 국무총리 해임안을 보낸 것에 대해 대통령이 존중을 표해 주시기 바란다. 그것이 여야 협치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원총회에서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은 입장문을 내고 "윤석열 대통령은 이재명 대표 표적수사와 무리한 구속 시도에 대해 사과해야한다. 또한 이번 수사를 사실상 지휘한 한동훈 장관을 즉각 파면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은 SNS에 글을 올려 "대선 경쟁자이자 야당 대표를 향한 영장실질심사 전까지 727일 동안 세 개의 청(서울중앙지검·수원지검·성남지청), 70여명의 검사가 376회 압수수색과 여섯 번의 소환조사를 벌인 결과가 구속영장 기각"이라고 지적했다. ◆ 기각은 중간 과정이라는 한동훈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이날 정부과천청사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나 구속영장 기각에 대해 "범죄 수사를 위한 중간과정일 뿐이다. 이번 결정은 내용은 죄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검찰이 그간 절차에 따라 공정히 수사해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검찰이 이 대표를 향해 무리한 수사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고 하자 "제가 체포동의안 설명 때도 말씀드렸듯이, 관련 사안으로 21명이 구속됐다. 무리한 수사라는 말에 동의하시는 국민들이 얼마나 계실지 모르겠다"고 했다. 수사 동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대해선 "범죄 수사는 진실을 밝혀서 책임질 만한 사람에게 책임지게 하는 것"이라며 "동력같은 것은 필요하지 않다. 시스템이 동력"이라고 말했다. 수사가 정치의 영역으로 들어와서 영장 결과가 바뀐 것 아니냐는 질문엔 "정치인이 범죄를 저지른다고 해서 사법이 정치가 되는 것은 아니고 그래서도 안 된다"며 "통상 사건에서도 중간에 영장이 기각되는 것 많이 보셨지 않나. 그런 점에서 흔들림 없이 수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