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의원제 '운영의 묘' 살리나
더불어민주당 김은경혁신위원회가 당헌당규에 규정된 대의원제를 손 볼 것이란 예측에 힘이 실리면서, 당이 자칫 갈등의 뇌관을 건드릴 수 있는 문제를 어떻게 극복해나갈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정당에서 대의원은 전국대의원대회(전당대회) 등 총회에 참석해 의견을 개진하거나, 의결·선거권을 가진 대표자다. 민주당은 당의 최고의사결정기구로 '전국대의원대회'를 정기적으로 열고 있는데, 이 때 당헌의 개정이나 당 대표 선출에 대의원의 힘이 막강하게 작용한다. 민주당은 대의원-권리당원-일반당원 체계로 당원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권리당원부터 공직과 당직 선거에 참여할 자격이 주어진다. 민주당 당 대표 선거 투표 반영 비율은 대의원은 30%, 권리당원은 40%, 일반국민 25%, 당비를 안 내는 일반 당원 5%다. 원래 대의원 반영 비율은 45%였으나, 지난해 전당대회를 앞두고 반영 비중을 축소 조정했다. 대의원은 당 대표와 국회의원 등 당연직 대의원과 지역위원회 등에서 뽑는 선출직 대의원이 있다. 권리당원은 당직 선거 전 12개월 중 6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한 당원이다. 다만, 지난해 20대 대선에서 여야 대선 후보가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민주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도 열리면서, 권리당원의 숫자가 크게 늘었다. 현재 민주당의 대의원은 약 1만6000명, 권리당원은 120만명 정도로 알려져 있다. 당 대표 선거만 놓고 보면 대의원의 1표가 권리당원의 60표와 같다는 계산이 나온다. 비교적 당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대의원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전 대통령으로 상징되는 민주당 전통 지지세가 높은 반면, 최근에 당에 들어와 자격을 갖춘 권리당원은 이재명 대표에 대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 이 대표가 지난해 77.77%라는 역대 최고 득표율로 당 대표에 선출된 것도 권리당원의 전폭적인 지지 덕이라는 것이 지배적 시각이다. 친이재명계에선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규모의 차이에도 투표 반영 비율을 대의원에게 유리하게 해 놓아, 대의원이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되기 쉬운 구조라고 주장한다. 또한 최근 문제가 된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과 관련해서도 대의원 표 반영 비중이 크니, 돈 봉투가 공공연하게 오가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에 비해, 국민의힘은 당 대표 선거 시 당원이 1인 1표를 행사한다. 친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7일 오전 라디오 방송에 나와 대의원제 폐지 논란과 관련해 "돈봉투 사건에서 문제가 된 것이 전당대회에서 대의원들의 표가 너무나 권리당원보다 비율이 높기 때문이었다고 봐서 그런 부분들의 조정은 필요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말했다. 비이재명계는 수도권, 충청 일부, 호남에 치우친 지지도를 극복하고 전국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대의원제 유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돈 봉투는 개인적인 일탈이고 제도와는 연관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전날(6일) 기자간담회에서 "대의원제를 폐지한다는 것은 대의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에 반할 수 있다"며 "당이 전국정당을 꾀하면서 권리당원의 숫자가 부족한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 강원 같은 지역의 권리당원 수가 수도권과 충청 지역에 비하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선거법을 고쳐서 지역 편중 현상을 해소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정당이 그 목표를 버릴 수 없다"고 했다. 이어 "표의 등가성 문제는 권리당원이 늘어나는 것에 비례해서 대의원의 숫자를 늘리면 된다"고 말했다. '노인 폄하' 논란으로 권위를 잃었다는 평가를 받는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내놓는 최종안에 '대의원제 축소'를 담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비이재명계의 반발을 잠재우고 '운영의 묘'를 살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