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기 대한민국, 위기 넘어 미래로] 연금 개혁 더 미룰 수 없다
[편집자주] 대한민국에 대전환의 적기가 찾아왔다. 대한민국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의 긴 터널에서 빠져나오는 2023년에 경제성장률 '1%대'라는 '저성장' 늪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저성장이란 위기에 더해 진영·성별·세대·빈부의 갈등이 공고화되고 있는 가운데 대한민국을 '퀀텀 점프'시킬 원동력이 사라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메트로신문은 대한민국 사회를 뒤흔들 수 있는 세 가지 주제를 선정해 입법부와 행정부가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3회에 걸쳐 살펴볼 예정이다. "한국의 저출산·고령화는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현재, 생산가능인구 100명이 25명의 노인을 부양하면 되지만 2070년에는 생산가능인구 100명이 100명 이상의 노인을 부양해야 한다고 한다. 이런 인구 구조 때문에 공적연금의 지속 가능성이 위협받고 있다."(주호영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 주호영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25일 국회 연금특위 첫 회의에서 취임 일성으로 연금개혁의 필요성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대한민국 국민의 연금을 통한 노후소득 보장은 국민연금(1층)-퇴직연금(2층)-개인연금(3층)의 구조로 설계돼 있는데, '인구 절벽'으로 불리는 인구 위기로 연금 재정이 장기적으로 줄어들 것이 기정사실화하면서 수급자와 예비수급자를 위한 '제대로 된' 연금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인구 절벽 몰아넣는 저출생·고령화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것이 특징인 대한민국 인구 구성의 변화는 뚜렷하다.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2020년 3738만명 수준에서 2070년 1737만명으로, 2020년의 46.5%로 줄어들 전망이다. 합계출산율(가임기간 동안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지난 2018년부터 1명 수준이 깨졌고 4년 연속 줄어들어 2022년 3분기(7~9월) 합계출산율은 0.79명대다. 반면, 사회가 늙어가는 속도를 점점 빨라지고 있다. 통계청은 '2022년 고령자 통계'에서 한국의 고령자 비중이 올해 17.5%에서 2025년 20.6%, 2035년 30.1%, 2050년에 40%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저출생과 고령화 속도 모두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최고 수준이다. 특히,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2020년 기준 40.4%로 OECD 조사대상 37개국 중 가장 높았고, OECD 평균(14.3%)의 2.8배에 달해 재정안정화와 노후소득 보장 사이 고민을 더 하고 있다. ◆재정 고갈 우려에 연금 신뢰도 흔들 국회예산정책처(예정처)가 작성한 '2020년 국민연금 재정전망' 결과에 따르면 국민연금 적립금은 2055년에 소진되는 것으로 전망했다.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가 지난 2018년 발표한 제4차 국민연금 재정계산 장기재정전망결과에서는 적립금이 2041년까지 증가하다가 2042년부터 수지적자가 발생해 2057년에 소진된다고 내다봤다. 직역연금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예정처 분석에 따르면, 공무원연금은 2020년 재정수지 적자 2조1000억원에서 점점 적자 규모가 증가해 국고보조를 받고 있으며, 군인연금도 재정수지 적자가 지속될 전망이다. 사학연금은 2048년에 적립금이 소진될 예정이다. 공적연금 재정 고갈 우려가 나오다 보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공적 연금에 불신이 쌓이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리서치의 '여론 속의 여론'팀이 지난 7월 조사한 '국민연금에 대한 인식 및 향후 운영 방향'에 대한 조사에 따르면, 향후 국민연금 수급 연령이 됐을 때 연금을 받을 수 있을지 묻는 문항에 18세에서 29세는 57%가 '받을 수 없다'고 응답했고, 30대는 64%, 40대는 52%가 '받을 수 없다'고 응답했다. 반면, 50대는 23%, 60세 이상은 16%만 '받을 수 없다'고 응답했다. 국민연금 가입이 의무가 아니라면 가입할 것이냐는 물음에도 18세~29세 35%, 30대 55%, 40대 54%, 50대 35%, 60세 이상 17%가 '가입 의향 없다'고 답했다. ◆소득대체율·보험료율·수급연령 결국, 공적연금 개혁 논의는 국민연금의 재정안정성 강화와 노후소득 보장이란 두 가지 목표 사이 절충점을 찾는 과정이다. 이를 위해선 수급 연금액이 개인 생애 평균 소득의 몇 퍼센트(%)가 되는지 나타내는 '소득대체율', 보험 가입 금액에 대한 보험료의 비율인 '보험료율', 현 65세인 연금 수급 연령 조정 여부를 결정하는 문제에 부딪힌다. 국민연금 급여는 40%의 소득대체율로 설계됐다. 다만, 가입자가 국민연금을 40년 가입했을 때 평균 소득의 40%를 지급받는 것으로, 평균 연금액은 2022년 6월 기준 58만원이다. 그러나 실제 가입 기간이 평균 18.7년에 그쳐서 실질소득대체율은 22.4%에 그친다. 이에 적정 급여 수준 보장을 위해 소득대체율을 인상하자는 의견과, 재정 안정을 고려해 유지 또는 축소하자는 의견이 갈린다. 현행 소득의 9%인 보험료율도 인구 구조 변화 추세로 봤을 때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국민연금 보험료율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납부자들은 더 높은 소득대체율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현 65세인 연금 수급 연령도 낮추자는 논의보단 유지하거나 늦추자는 의견이 주류다. 과거보다 늘어난 수명과 늦어진 취업 연령 등 수급 연령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연금 납부자의 거센 저항을 설득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이처럼 국민연금 개혁에 관한 논의는 재정안정화와 노후소득보장이란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지 못하는 딜레마적 상황에 놓여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사회적 합의를 통한 국민연금제도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보험료율 인상, 연금수급개시 연령 상향, 소득대체율 인상 등 다양한 요인을 조합하는 시나리오를 구성하여 분석한 결과, 보험료율 인상 등 수입 증가 요인과 수급개시 연령 상향 등 지출 감소 요인의 종합적이고 지속적인 개선 노력이 있어야만 연금제도의 지속가능성 유지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절충점 찾아야" VS "근본적 개혁 위한 방향으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5일 국정과제점검회의에서 "이번 정부 말기나 다음 정부 초기에, 앞으로 수십 년간 지속할 수 있는 연금개혁의 완성판이 나오도록 지금부터 시동을 걸어야 한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해 7월 출범한 국회 연금특위는 국민의힘 6명, 더불어민주당 6명, 정의당 1명의 의원이 참여해 특위 운영기한인 4월 30일까지 활동 예정이다. 특위에서 활동하는 민간자문위원회는 12월 말에 공적연금 방향을 잡고 1월 말엔 연금개혁안을 만들어 특위에 제출해야한다. 이해관계자 기구가 복수의 연금개혁안을 논의하고 500명으로 구성될 국민의견수렴기구의 의견수렴을 거치게 된다. 내년 중 법안 통과가 목표다. 국회 연금특위 민간자문위원장인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는 <메트로신문>과의 통화에서 "재정안정화와 노후소득보장이 상충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적절한 균형점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 균형점을 찾아서 협의해 나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2018년 제4차 국민연금 재정계산 장기개정전망결과 발표 이후 제도 개선 방안이 국회에 제출된 적이 있고, 그 논의가 거의 5년 동안 이어져 오고 있다. 현재 공적 연금 제도 관련 문제점이나 각종 개선 방안은 나와 있는 상태"라며 "경제 상황을 고려해 어느 시점에서 점을 찍어야 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을 때, 국민들이 최대 다수가 원하는 방향으로 합의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재섭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는 본지와 통화에서 "지금 논의가 이뤄지는 연금 개혁은 '공적 연금' 개혁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공적연금 개혁을 한다고 했지, 국민연금 개혁을 한다고 말하지 않았다. 특수직역연금을 포함해서 틀을 새로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그런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국민연금 이야기가 조금 나오고 기초연금 이야기도 조금 나온다. 논의의 방향성이 근본적으로 잘못돼 있는 것으로 보이고 시간을 충분히 갖고 로드맵을 정확히 만든 후 국민을 이해시켜가며 개혁을 해야 한다"고 공적연금 전체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