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가 현실로' 수도권 병원 감염 잇달아
수도권 지역 병원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번지며 의료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일 서울아산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던 9세 여아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며, 응급실과 일부 시설이 폐쇄되는 혼란이 벌어졌다. 전문가들은 병원 내 감염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수도권 병원 감염 잇달아 서울아산병원에 입원 중인 9살 환아가 전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이 어린이와 접촉했던 입원환자 43명이 코호트(동일집단) 격리에 들어갔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이날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서울아산병원에서 입원 환자 1명이 확진돼 역학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해당 확진자와 접촉한 의료진과 보호자는 자가격리 조치했고, 입원 중인 43명의 환자에 대해서는 동일집단 격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이 어린이는 지난달 25일 의정부성모병원을 방문한 데 이어 26일 서울아산병원 소아응급실에서 진료를 받고 이튿날 이 병원 소아병원에 입원했다. 입원 당일 실시한 코로나19 진단검사에서는 음성이 나왔지만, 집단감염이 발생한 의정부성모병원 내원력 때문에 지난달 31일 재검사를 한 결과 양성이 나왔다. 서울아산병원은 이날 9세 확진자와 접촉했거나 동선이 겹치는 의료진 52명과, 같은 병동에 있던 환아와 보호자 등 500여명이 진단검사에서 모두 '음성'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병원측은 500여명 가운데 9세 환아와 직접 접촉한 의료진 등 직원 52명에 대해서는 2주간 근무제한 조처를 내렸다. 또 전날부터 폐쇄 중인 병동과 소아응급실, 응급 MRI실, 혈관조영실에 대해서는 소독과 방역 조치를 모두 완료하고, 이른 시일 내에 운영을 재개할 방침이다. 아산병원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는 집단 감염이 일어난 의정부성모병원을 방문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날 기준 의정부성모병원에서는 총 6명이 코로나19 확진자로 추가 확인돼서 현재까지 총 13명의 확진자가 확인됐다. ◆"병원 내 확진자 계속될 것" 방대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서울·경기·인천에서 코로나 19 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은 총 1042명으로 1000명을 넘어섰다. 이날 수도권 신규 확진자는 52명으로 전체 신규 확진자 101명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는 대구·경북지역 신규 확진자 22명보다 2배 넘게 많은 수치다. 전문가들은 지역사회 전파가 확산되면 병원 내 추가 확진자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수도권 의료 공백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이대목동병원 천은미 호흡기내과 교수는 "지역사회 전파가 계속되고 외국에서 젊은 유학생들도 지속 유입되고 있다"며 "의정부성모병원과 빅5 병원 까지 뚫리고 있는 상황에서 더 많은 병원에서 환자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하면 확진자가 확인되는 병원이 더 많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수도권 의료 공백을 막으려면, 자가격리를 3주 까지 늘리고, 입국자를 한달이라도 막아야 한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천 교수는 "확진자 100명 중 1명은 3주 이상, 대변으로는 바이러스가 5주 까지 나온다는 논문도 있기 때문에 3주로 자가격리 기간을 늘려야 한다"며 "효과가 확실한 치료제가 나오는 7~8월까지 버티라면, 해외발 입국자를 앞으로 한달간이라도 막는 방역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방역당국 역시 병원감염에 대한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추가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본부장은 "호흡기 질환이나 발열증상이 없는 무증상이나 경증 상황에서 병원에 올 경우, 증상만 가지고 선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어떻게 주기적으로 검사나 의심환자들을 선별할지에 대해서는 좀 더 조사결과와 의료계의 의견을 취합해서 보완대책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세경기자 seilee@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