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 피해자 일괄구제제도 도입…금융회사, 분쟁조정 중 소송 금지
앞으로 금융소비자 다수가 같거나 비슷한 유형의 피해를 당한 경우 일괄 구제해 주는 제도가 도입된다. 이와 함께 금융회사는 분쟁조정 중 일방적으로 소송을 제기할 수 없으며, 2000만원 이하 분쟁은 조정 결정을 의무적으로 받아들어야 한다. 금융소비자 권익제고 자문위원회는 19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개선안을 금융감독원장에게 권고했다. 금감원은 이를 전폭 수용한다는 방침이다. 최흥식 금감원장은 취임 이후 금융소비자 권익제고 자문위원회와 금융감독·검사 제재 프로세스 혁신 태스크포스, 인사·조직문화 혁신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금감원 혁신을 추진해 왔다. 인사·조직문화와 금융감독·검사 제재 혁신방안은 이미 마련됐고, 이번 권고안으로 최 원장 취임 100일 만에 모든 개선방안이 만들어졌다. 최 원장은 "자문위의 개선 권고안을 적극 수용해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이행해 나가겠다"며 "금융회사의 영업행위에 대한 감독·검사 조직과 인력을 대폭 강화해 소비자 피해를 유발하는 고질적인 위반행위와 불합리한 관행을 집중 검사하고 엄정하게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권고안은 무엇보다 사후 피해구제를 대폭 강화했다. 여러 명의 소비자에게 발생한 동일하거나 유사한 금융 피해를 구제하기 위해 '다수 피해자 일괄구제제도'가 도입된다. 분쟁조정 진행내용을 공시해 유사 피해를 당한 이들에게 추가 신청의 기회를 주고, 분쟁조정위원회에 일괄 상정해 구제하는 방식이다. 피해구제 기구로서 분쟁조정위원회의 역할도 강화한다. 2000만원 이하의 소액 분쟁의 경우 위원회 결정에 대해 금융회사가 수용토록 편면적 구속력을 부여한다. 편면적 구속력이란 조정 결정에 대해 투자자는 소 제기가 가능하지만 금융회사는 수용해야 하는 것을 말한다. 자문위원장을 맡은 권영준 경희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중장기적으로는 위원회에 중재 효력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분쟁조정 중 금융회사의 일방적 소송 제기는 금지한다. 그간 금융회사들은 소비자의 소송 대응력이 약한 점을 이용해 조정 중에 소송을 제기해 압박하는 일이 많았다. 보험회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수단으로 악용한 과도한 의료자문 행태도 개선한다. 보험사의 의료자문은 지난 2014년 5만4000건에서 2015년 6만6000건, 2016년 8만3000건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올해 상반기 자문 건수도 이미 4만9000건에 달하는 상황이다. 앞으로는 소비자가 제출한 진단서 등에 대해 객관적·전문화된 반증자료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의료자문 소견을 토대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거나 삭감할 수 없게 된다. 증권사 신용거래융자나 카드론의 이자율은 인하를 유도한다. 최근 5년간 기준금리는 낮아지고, 조달비용은 줄었지만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은 높은 상태로 유지돼 왔다. 이자율 산정과 관련해서는 모범규준을 마련하고, 공시를 강화할 방침이다. 카드론은 연체금리 체계를 개편해 이자부담을 줄일 계획이다. 소비자가 금융 거래시 주요 정보를 알 수 있는 방안도 추진된다. 금융거래 현황은 물론 본인의 대출금리가 어떻게 산출됐는지 가산·우대금리 내용도 제공한다. 이에 따라 소비자가 대출 신청 전에 본인의 대출 금액과 만기, 연간 원리금 상환예정액 정보를 조회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향후 신규대출이나 소득증감 등에 따른 총부채상환비율(DSR) 변동내역을 알 수 있도록 'DSR 시뮬레이션 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