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시대에 가성비·대용량 제품에 지갑 연다
고물가 시대에 식비 부담이 늘면서 양 많고 가격이 저렴한 가성비 식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는 식품 소비(구매) 경험이 있는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2023 대용량 vs 소용량 식품 소비 관련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양이 많고 가격이 저렴한 '대용량 식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발표했다. 먼저, 전체 응답자 10명 중 9명(93.3%)이 평소 물건을 구매할 때 '가격'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보관이 쉽고(81.7%, 중복응답), 사용이 편리한 지 여부(79.7%)를 따져보는 경우가 많은 모습을 보였다. 식품을 구매할 때에도 가격 수준이 구매를 결정하는 요소로 평가되고 있었는데, 대체로 양이 많으면서 가격이 저렴한 '대용량 식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은 편이었다(62.2%). 식비는 기본적으로 월 평균 생활비에서 20~40%의 비중을 차지하는 편으로, 높아진 식품료만큼이나 식비 부담도 또한 상당 수준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의 대부분(86.8%)은 대용량 식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족도는 68.0%로 평가될 정도로 가성비 좋은 식품에 대한 인기는 매우 높은 수준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가족구성원이 많거나 기혼 응답자일수록 대용량 식품 구매 경험이 많았다. 대용량 식품을 구매하는 이유로는 용량 대비 가격이 저렴하고(64.6%), 원래 자주 이용하던 제품이며(31.2%), 오래 먹을 수 있다(24.8%)는 점을 꼽았다. 주로 이용해본 대용량 식품 종류는 유제품(76.0%, 중복응답), 냉동·냉장 식품(55.9%), 면류(52.1%)였으며 과자·간식류(41.6%)와 생수·커피류(39.1%)가 그 뒤를 이었다. 주식으로 자주 먹거나, 장기 보관이 가능한 식품 위주로 대용량 제품을 선택하는 태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기간이 긴 식품의 경우 저렴한 가격에 비해 양이 많은 대용량 식품을 선택하는 비중이 높아지는 한편, 채소·야채·과일처럼 신선도가 생명인 식품의 경우 가격이 조금 비싸도 낭비를 줄일 수 있는 소포장 식품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1인 가구의 경우 상대적으로 양이 적으면서 가격이 저렴한 '소포장 식품'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여성(남성 69.0%, 여성 75.4%)과 1인 가구(1인 가구 77.4%, 2-3인 가구 75.1%, 4인 이상 66.5%)일수록 소용량 식품 구매 경험이 좀 더 많았다. 소용량 구매의 필요성을 느끼는 식품 종류는 채소(36.7%)나 과일류(29.6%), 수산 식품류(23.2%), 축산 식품류(21.9%) 등이 있었다. 이는 가성비가 좋을지라도 식품을 남겨 버리는 것보다는 낭비 없이 먹을 만큼만 먹는 것이 더 합리적인 선택이라 여기는 것으로 해석된다. 식품업계는 이러한 추세를 반영해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으로 오뚜기는 기존 컵누들 소컵보다 중량을 1.6배 늘린 '컵누들 큰컵'을 출시했다. 기존 소컵 1개는 다소 부족하고 2개는 부담이 됐던 소비자가 식사 대용으로 가볍고 든든하게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오븐 치킨으로 유명한 굽네는 '오리지널' 및 '고추바사삭'의 양을 1.5마리로 증량한 곱빼기 메뉴를 출시해 한달여만에 15만개 판매고를 올렸다. 한 마리는 아쉽고 두 마리는 부담이었던 소비자들의 니즈를 정확히 파고든 것이다. SPC 배스킨라빈스도 기존 레귤러 사이즈 음료 2잔을 합친 분량의 가성비 라인업 제품인 '31온스(917ml)' 대용량 블라스트 2종과 커피 1종을 선보인다. 합리적 소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아이스 음료를 대용량으로 즐길 수 있도록 기획했다. 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맛의 제품을 선보이기 보다 기존 제품에서 양만 늘린 가성비 제품이 등장하고 있다"며 "경기 불황과 고물가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해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