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업계, '고부가 소재 시장' 진출로 사업 다각화
화학업계의 신사업 투자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흔들리는 국제유가와 글로벌 경제 성장 등으로 이제는 '순수 화학' 사업만으로는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없게 되자 고부가가치 시장에서 미래 먹거리를 찾아가는 양상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SKC,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화학업체들이 고부가 가치 신소재 시장에 적극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SKC는 우리화인켐 광학소재 제조부문 인수 절차를 마무리하고 고부가 스페셜티 케미칼 소재 사업에 진출했다. 광학용 케미칼 소재는 광학용 폴리우레탄(PU) 소재를 만드는 데 필요한 핵심원료다. 앞서 SKC는 기존 PU 노하우를 바탕으로 연구개발을 거듭, 지난해 8월 광학용 PU 소재 상업화에 성공했다. 여기에 고부가 케미칼 XDI를 내재화하면서 사업 확장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XDI는 고굴절 모노머 '싸이올'과 함께 광학용 PU를 만드는 데 필요한 핵심 원료다. 지금까지는 기술 격차 때문에 글로벌 메이저 업체에서만 생산해왔다. 스마트폰 등 IT 기기 사용이 늘고 고령화 시대가 되면서 광학용 소재 시장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PU 소재는 블루라이트 차단렌즈, 편광 렌즈, 다초점 렌즈, 광변색 렌즈 등 기능성 렌즈나 시력 보정용 렌즈로 쓰이며 시장 규모는 6000억원 정도다. SKC 관계자는 "스페셜티 소재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있다"며 "고부가 PU 분야에서 지속적인 투자로 제4, 제5의 고부가 아이템을 발굴하고 특화된 제품 포트폴리오를 지속적으로 완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은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시장인 '차량 경량화'에 집중,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LG화학은 최근 중국 난징에 있는 배터리 공장에 1조2000억원의 증설 투자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LG화학은 한국 오창과 폴란드, 미국 홀랜드, 중국 난징 등 글로벌 4각 생산거점에서 2020년까지 110GWh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10조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다. 배터리·소재 등 비정유 사업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은 최근 국내 에너지·화학·배터리업계 최초로 CES에 참가해 전기차 배터리, LiBS(리튬이온배터리 분리막), FCW(플렉시블 커버 윈도) 등을 선보였다. 배터리사업의 경우 현재 헝가리, 중국, 미국 등에서 생산 설비 증설이 진행되고 있다. 오는 2022년 세 공장이 완공되면 국내 서산 공장을 포함해 총 30GWh의 배터리를 생산할 전망이다. 올해 폴더블폰 출시가 예정되면서 눈길을 끌고 있는 핵심 소재 '투명PI'도 고부가 소재로 꼽힌다. SK이노베이션은 자체 개발한 투명 PI 필름인 FCW를 이번 CES에서 공개, 최근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용 제품 개발을 완료하고 사업화 준비에 한창이다. 투명성을 가지면서도 수만 번 접었다 펴도 부러지거나 접은 자국이 남지 않아야 하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구현을 위해 특수 하드코팅(HC)기술과 지문, 오염방지 등을 위한 기능성 코팅 기술도 함께 개발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이동수단을 뛰어넘은 자동차와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등의 핵심 소재는 SK이노베이션이 미래 주력 사업으로 하는 배터리·LiBS·FCW"라며 "배터리·소재 사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