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증시, 중동 위기 속 금리인하 시기 지연…"변동성 장세 지속 전망"
미국 금리 인상 및 중동 지정학적 갈등에 대한 우려로 국내 증시가 요동치고 있다. 고환율, 고물가, 고금리 등 3고(高) 현상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당분간 변동성 장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15~19일) 코스피 지수는 전주 대비 3.35% 내린 2591.86에 마감했으며, 코스닥 지수는 2.15%(18.56포인트) 내린 841.91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내에서 금리 인상 가능성이 나온 데다 이란·이스라엘 간 전쟁으로 중동 긴장이 고조된 점이 국내 증시에 악재로 작용했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1400원까지 급등하는 등 강달러 기조가 지속되면서 그간 국내 증시에서 역대급 매수세를 보인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이탈을 촉발했다. 실제로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주 유가증권시장에서 주식 4410억원과 코스피 200 선물 2조9395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기관도 프로그램 매매를 포함해 1조1195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외국인과 기관은 지난 18일 하루를 제외하고 4거래일 모두 매도 우위를 보이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통화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폭된 상황에서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 ASML, TSMC의 실적 쇼크까지 가세하면서 이달 코스피는 7%나 떨어졌다"며 "미국과 유럽, 중국 등 해외 증시가 1~4% 하락한 것과 비교했을 때 우리 증시의 낙폭이 크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중동발 위기, 고환율, 금리인하 전망 후퇴 등 여러 악재가 해소되지 않고 있어 국내 증시의 조기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유승민 삼성증권 글로벌투자전략팀장은 "당분간 중동 지역의 불안정성은 한 단계 상승한 수준에서 유지될 것"이라며 "국제유가를 자극하고 금융시장의 위험 회피를 지속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가운데 시장의 관심은 이번주 발표되는 미국 물가지표와 주요 기업들의 실적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26일(이하 한국 시간 기준)엔 미국의 3월 개인소비지출 물가지수(PCE)가 발표될 예정이다. 미 연준은 금리를 결정할 때 PCE를 중요 지표로 참고한다. 3월 PCE는 전년 동기 대비 2.6%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 PCE 가격지수마저 시장 예상치를 웃돌게 된다면 시장에서는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제기될 수 있다. 이미 지난주 연준 인사들이 금리 인상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매파적 발언을 거론했기 때문이다. 이경민 연구원은 "3월 PCE 반등 폭이 제한적이면 3월 CPI의 충격은 진정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채권 금리와 달러화가 안정되면 탄력적인 반등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또 이번주에는 알파벳(구글), 메타(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등 미국 주요 빅테크 기업들과 SK하이닉스, LG전자,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의 1분기 실적 발표 등을 앞두고 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시장을 둘러싼 외부 요인들의 불확실성이 점증되는 상황에서 주식시장을 지탱하는 핵심 변수는 기업 실적"이라며 "투자자들이 기업 실적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적용할 가능성이 큰 만큼 옥석 가리기가 중요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원관희기자 wkh@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