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여는 사람들] 사고력교육 전문가 박주봉 CPS 교육연구소장…"사고력은 교육이 아니라 훈련"
"학습에서 가장 본질적인 부분은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역량과 태도를 갖추는 일이다." 박주봉 CPS교육연구소장은 스스로 사고할 줄 아는 아이는 어떤 문제든 이해하고 풀어낼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소장은 아이들이 홀로 공부할 때 필요한 요소나 방법, 학부모들이 도와줘야 할 내용들을 공유하기 위해 자신의 경험을 담은 '공부자립'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그는 "사고 균형은 머리의 기본 바탕에 대한 훈련이고, 과제집착력은 태도에 관한 훈련이며, 문제해결 프로세스는 기술에 관한 훈련이다"라면서 "우리는 사고력 교육이 아니라 사고력 훈련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사고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그렇게 행동으로 변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고력 키우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질문 이 책을 쓴 박 소장은 17년간 사고력교육전문가로 활동하며 초등 전문 사고력 프로그램을 개발한 CPS교육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그는 평소 창의력에 관심을 갖고 CPS교육연구소를 창업했다. 세계 퍼즐 연맹(WPC) 한국위원으로 활동하면서 한국창의퍼즐협회 이사장도 맡고 있는 그는 2006년에 처음으로 학습 역량 진단을 위한 CPS진단검사를 만들고 전국 백여 개의 교육기관에서 현재까지 2만명이 넘는 학생들의 성장을 지원해 왔다. 박 소장은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스스로 사고하는 역량이 높은 아이는 대체로 4가지 특성을 가진다고 분석했다. 첫째는 스스로 해보려고 한다는 것이다. 아이는 쉽게 부모나 선생님께 못 풀겠다고 들고 오지 않는다. 둘째는 문제를 허투루 보지 않는다. 꼼꼼하게 문제를 파악한다는 말이다. 셋째는 개념이든 문제이든 이면의 의미나 다른 것과의 관계성을 찾으려 한다. 그래서 간혹 학교나 참고서가 요구하는 표준적인 해결 방법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해결하기도 한다. 즉 새로운 해결 방법을 찾아내는 경우가 있다. 넷째는 긍정적이다. 틀려도 긴장하지 않고 다시 풀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는 "이런 변화가 일어나면 아이들은 공부를 잘한다"며 "변화가 오기까지 경험적 측면으로는 6개월에서 2년까지 걸린다. 거기까지 끌어올리느냐 못하느냐는 사고력 훈련의 목표이다. 경험으로 70% 정도는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사고력을 기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질문이라고 강조하면서 부모나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질문을 자주 해줘야 아이들도 질문 만드는 법을 배운다고 주장했다. 그는 "질문하고 난 후의 대응이 더 중요하다"며 "아이가 답변하는데 판단을 쉽게 내리지 말아야 한다. 대응한 상태로 들어주고, 그 말이 이해되지 않으면 다시 물어보고 계속 아이의 말에 대해 물어보면 된다. 그것이 사고력을 키우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식을 집어넣는 것이 요즘 교육의 현실이고, 질문을 하는 법, 질문을 만드는 법을 가르치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며 "질문은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다양해질 수 있다. 관점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하고, 문제의식은 관심과 호기심에서 나온다"고 덧붙였다. ◆교육환경에서 핵심은 독해력, 수학에서는 응용력 여전히 학습 시스템은 아이들로 하여금 의존적으로 만들고 있다. 교육의 목표를 아직도 더 많이 알도록 하는 것에 두고 있으니, 아이는 지식을 받아들이는 그릇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시대 환경의 급격한 변화는 교육의 목표를 새로 설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학습에서 가장 본질적인 부분은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역량과 태도를 갖추는 일이다. 박 소장은 이를 위해 문해력보다는 독해력이 우선시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지식은 이해와 분석과 통합이 핵심이다. 그래서 독해를 강조한 것"이라며 "공부하거나, 시험을 보거나, 연구 리포트를 내거나, 보고서를 내거나 또는 그 글이 길거나 짧거나 심지어 광고 문구까지도 이해, 분석의 과정은 필수이다. 시대가 변해도 어쨌든 독해가 핵심인 이유"라고 밝혔다. 또한 박 소장은 수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응용력으로 꼽았다. 학교에서 개념을 배우면 그것을 심화하고 응용하는 것이 스스로 하는 공부라는 것이다. 응용이 필요한 문제는 대개 수학적 개념이 복합적으로 포함되거나 사고 영역이 복합적으로 작동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해와 탐구가 자연스럽게 필요하게 된다. 박 소장은 "심화를 해 봐야 아이의 진짜 이해도를 알 수 있다. 그래야 처방이 나올 수 있다"면서 "실제로 공부가 좀 떨어진다고 판단하면 심화는 시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 비록 이해력이 떨어지더라도 심화까지 경험하게 해야 한다. 모든 아이들은 자기 수준에서 기본, 실력, 심화로 이어지는 일련의 단계를 모두 거치도록 해야 한다. 속도의 차이를 두고, 시간을 주면 조금씩 해결하는 경험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소장은 마지막으로 아이를 먼저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대부분 아이의 현재 상태와 상관없이 부모의 의지대로 교육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경우 아이와의 갈등은 피할 수 없어 아이와의 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사교육을 피할 수 없는 요즘 교육 환경에서 피할 수 없다면 어떻게 불필요한 것을 제거할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 소장은 "듣는 학습'이 아니라 '공부자립'을 돕는 학원을 선택해 줘야 한다"면서 "학원 등의 마케팅 수사보다는 부모 자신의 교육관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