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신용자 '대출' 늘고, 저신용자 '연체'늘고…빈부격차 확대
은행권 가계대출액과 연체율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부동산시장이 회복조짐을 보이면서 고소득·고신용자를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늘고, 저소득·저신용자를 중심으로 연체율이 증가하고 있어서다. 금융시장에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26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 ·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잔액은 지난 22일 기준 678조2162억원으로, 5월말(677조6122억원)보다 6040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기준금리 인상시기와 맞물리면서 감소했던 가계대출이 올해 5월 이후 두달째 증가한 것이다. ◆ 고소득·고신용자 중심 가계대출↑ 가계대출이 증가한 이유는 부동산시장 회복 기대감에 주택대출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 부동산통계정보시스템(R-ONE)에 따르면 지난 4월기준 전국의 아파트매매거래건수는 3만4965건으로 1년전(3만5679건)과 비슷했다. 반면 서울의 아파트매매거래건수는 같은 기간 1624건에서 2981건으로 83.5% 증가했다. 통상 매매 거래 후 주택대출을 실행하기까지는 2~3개월 걸린다. 4월 매매거래가 주택대출 수요를 늘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5대 시중은행의 주택관련 대출잔액은 지난 22일 기준 510조1596억원으로 5월 말과 비교해 4834억원 늘었다. 신용대출잔액도 109조7766억원으로 지난해 10월(1조9322억원) 이후 8개월만에 증가했다. 다만, 이들의 대부분은 고소득·고신용자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분할상환방식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평균 신용점수(KCB기준)는 KB국민은행 925점, 신한은행 915점, 하나은행 918점, 우리은행 923점 등이다. 지난해말 KB국민 916점, 신한은행 907점, 하나은행 909점, 우리은행 900점이었던것과 비교해도, 대출 상환능력이 충분한 고소득·고신용자에 쏠리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은 상대적으로 신용점수보단 담보물을 보는데, 지금까지 주담대로는 빌라, 다세대주택보단 아파트를 담보물로 잡는 경우가 많았고, 부동산 시장이 악화돼 지역보단 서울을 중심으로 공급된 비중이 많았다"며 "결과적으로 평균 신용점수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은 고소득·고신용자를 중심으로 주담대를 이용하는 비중이 늘고 있다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 저소득·저신용자 중심 연체율↑ 반면 저소득·저신용자를 중심으로는 연체율이 늘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의 새롭게 등록된 연체율은 5월말 기준 0.09%로 1년전(0.04%)과 비교해 2배 이상 증가했다. 5대은행의 신규 연체율은 지난해 상반기 내내 0.04%를 유지하다 지난해 8월 0.05%로 올라선 이후 꾸준히 상승했다. 신규연체가 급증하면서 은행들의 연체규모도 불어나고 있다.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5대 은행의 원화 대출 연체율은 0.33%로 1년 전(0.2%)보다 0.13%포인트 상승했다. 2021년 말 연체율(0.16%)과 비교하면 1년 5개월 만에 2배 넘게 오른 것이다. 5대 은행 연체율이 지난 2019~2021년 0.29%, 0.21%, 0.16% 등으로 꾸준한 하락세를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다만 연체율 증가는 주로 저소득·저신용자로부터 발생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늘어난 가계대출 연체채권은 저소득 또는 저신용이면서 3개 이상 기관에서 대출중인 취약차주로부터 발생한 것이다. 2022년 말 기준 취약차주는 전체 가계대출 차주수의 6.3%에 불과하지만, 신규 연체차주로는 58.8%를 차지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정책지원을 상대적으로 많이 받은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신규연체가 증가하고 있다"며 "취약계층이 더욱 취약해질 수 있는 시기인 만큼 필요에 따라 채무조정 및 개인 회생 파산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고정금리 대출비중 확대를 유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나유리기자 yul115@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