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천시의회 임춘원 운영위원장, “현장의 목소리를 제도로 완성하는 것이 정치”
조례는 시민이 도시를 바꾸는 정교한 수단이다. 그 안에 담긴 한 문장, 한 문단이 주민의 삶을 바꾼다. 임춘원 인천시의회 운영위원장은 '현장에서 시작해 제도로 완성하는 정치를 하겠다'는 철학으로 인천의 크고 작은 문제를 조례로 풀어왔다. 풀밭으로 방치된 도심의 공터, 야간이면 조용해지는 상권과 관광지, 체력이 약해지는 아이들 등 그가 눈을 돌린 곳은 늘 사람이 머무는 자리였다. 인천시의회 운영위원장 임춘원 의원은 10년 넘게 남동구를 중심으로 지역 정치를 해왔다. 임 의원은 "지역주민의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 할 수 있는 바 최선을 다하겠다"며 "의회 문은 언제나 열려 있으니 주민 누구든 찾아와 의견을 들려주면 좋겠다"고 말한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조례를 도구로 도시의 내일을 구상하는 그의 정치 철학을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 "인천은 밤에도 살아 있는 도시가 돼야 한다" 임춘원 의원이 대표 발의한 '야간관광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는 관광지로서 인천의 정체성을 되묻는 시도였다. 임 의원은 "세계 두 번째 규모의 공항을 갖춘 도시가 밤만 되면 텅 빈다면, 그건 도시가 아니라 통로일 뿐"이라며 "서울로 가는 길목이 아니라 인천에서 머무는 도시가 돼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월미도, 차이나타운, 송도, 상상플랫폼 같은 장소들이 단절돼 있기 때문에 하루를 온전히 인천에서 보낼 수 없다"며 "이를 연결하는 관광 동선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의원은 일본 요코하마의 붉은 벽돌 창고를 언급하며 "화려하지 않아도 맥락과 분위기가 있으면 관광객은 머무른다"고 설명했다. "야경, 거리 문화, 먹거리, 청년예술이 어우러지는 '밤의 인천'을 만들어야 한다"고 발의안의 목적을 밝혔다. - "학생부터 어르신까지, 체육은 권리다" 임 의원은 학생 체력 증진을 위한 조례도 발의했다. '학교운동부 육성·지원에 관한 조례'를 통해 방과 후 활동과 생활체육의 연계를 제도화했고, 직접 운동장 확보가 어려운 도시 구조 속에서는 옥상 정원을 체육시설로 전환하는 구상도 세웠다. 임 의원은 "엘리트 체육을 했던 학생들이 생활체육으로 넘어갈 수 있는 중간 단계가 필요하다"며 "늘봄 돌봄사업과 방과 후 체육 프로그램을 조례로 설계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옥상 체육시설에 대해 임 의원은 "일부 옥상에 대해 처음엔 파크골프장을 고민했지만 공을 띄워야 해서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더라"며 "지금은 그라운드골프장을 검토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체육공간이 부족한 도심에서 옥상을 최대한 활용해 학생과 주민이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을 늘리는 게 목표다"라고 덧붙였다. 임 의원은 인천시가 최근 강조하는 '맨발 걷기'에도 주목하고 있다. 그는 "건강을 위한 정책은 멀리 있는 게 아니다"라며 "생활권 안에서 걷고, 뛰고, 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 아시아드선수촌아파트 공터 "천 평이 그냥 풀밭인 게 제일 아깝다" 임춘원 위원장이 절박하게 추진 중인 현안 중 하나는 아시아드 선수촌 아파트 인근 교육·문화 부지의 활용이다. 임 의원은 "10년이 넘도록 각종 선거 때마다 도서관, 복합센터를 짓겠다는 공약이 나왔지만 현실은 제자리"라며 "공공예산이 어렵다면 민간과의 합작 방식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공공기관, 금융권 등 다양한 주체와 논의를 해왔으며 기부채납을 조건으로 한 수익시설 도입을 포함해 다양한 활용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전했다. 이어 "공간이 있다는 건 축복이다. 훌륭한 부지에 해법을 찾지 못했다고 골칫거리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며 "반드시 해법을 도출해 주민들께 혜택으로 돌려드리겠다"고 다짐했다. - "그린벨트, 재산권 행사 제한된 만큼 혜택도 고려해야" 임 의원은 장기간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에 묶여 있는 토지를 소유한 지역 주민들의 고충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는 데도 혜택은 전무하다"고 공감을 표했다. 이어 "도시가스도 들어오지 않는 곳이 많다"며 "인프라와 접근성 보장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 의원은 "현재 도시가스 진입로 확보, 생활편의시설 확충 등을 위한 정책적 접근 방안을 의회 차원에서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 "행정은 입법과 함께 움직여야 한다"… 의회 운영위원장의 역할 임춘원 위원장은 "조례는 단순히 집행부를 통제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행정과 시민을 이어주는 계약서 같은 것"이라고 의회의 역할을 정의했다. 운영위원장으로서의 목표를 "전국 최고의 지방의회가 되는 것"이라고 밝힌 임 위원장은 의회 구성원 모두가 서로 존중하고 신뢰를 바탕으로 함께하는 의정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갈등을 조정하는 것은 의회의 책임"이라며 "감정보다는 구조를, 정쟁보다는 설득을 택하며 책임 있는 리더십을 발휘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의회는 '감시와 견제'뿐 아니라 '지원과 조력'의 기능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 "결과만큼 다음을 위한 설계역시 중요하다" 제9대 인천광역시의회 운영위원장으로서 남은 임기는 1년이 채 안 되는 기간이다. 임 의원은 "정치는 결과만큼 설계 역시 중요하다"며 "이번 임기에 마무리하기 힘든 현안들은 밑그림을 잘 그려놓으려고 한다"고 뜻을 밝혔다. 이어 "밑그림을 잘 그려 놓은 뒤 기회가 주어진다면 결과까지 완성하고 싶다"고 의지를 전했다. 임춘원 의원은 인터뷰를 마치며 주민들에게 다음과 같이 인사를 전했다. "의회 문은 항상 열려 있습니다" "언제든 의견을 들려주십시오. 현장의 목소리를 제도로 만드는 게 저의 역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