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엉터리 안전진단'…비리 공무원·안전공단직원 등 44명 기소
한국시설안전공단은 정밀안전진단 업무를 불법으로 재하청하고, 주요 시설물 발주처 공무원들은 뇌물을 받고, 안전진단 업체는 발주처의 퇴직 공무원인 이른바 '관피아'를 고용한 총체적 비리가 검찰 수사결과 드러났다. 9일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형사1부(최용석 부장검사)는 지난 6월부터 최근까지 국가 주요 시설물에 대한 안전점검과 정밀안전진단 용역 비리를 수사해 해수부·국토부 공무원, 한국시설안전공단 직원, 안전진단 업체 운영자, 무등록 하수급업자 등 23명을 구속 기소하고 2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의 중간 수사 결과, 용역 업체로 선정된 안전진단 업체들은 발주처의 관리·감독을 피하고 입찰 과정에서 유리한 정보를 얻으려 발주처 소속 공무원이나 직원에게 지속적으로 금품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국토교통부 서기관 전모(52)씨, 한국수력원자력 권모(44) 차장, 부산교통공사 박모(54) 과장, 해양수산부 사무관 김모(58)씨, 한국도로공사 전 처장 김모(56)씨와 이모(48) 팀장을 모두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이들이 한국건설품질연구원 등에서 챙긴 뇌물은 각자 1300만∼2100만원에 달했다. 특히 국토부 서기관 전씨는 안전 관련 법령 제·개정 때 안전진단 업체의 의견을 반영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현금 2000만원과 여행경비 등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또 서울메트로 장모(52) 차장은 진단 용역의 편의를 제공한 대가로 한국건설품질연구원장으로부터 고급승용차 구입대금 등 모두 7500만원을 챙긴 혐의(특가법상 뇌물)로 구속기소됐다. 발주처 공무원들뿐만 아니라 한국시설안전공단 직원들의 비리 관행도 무더기로 드러났다. 공단 직원들은 안전진단 업체 운영자와 공모해 정밀안전진단 업무를 불법으로 재하청을 주고 이를 숨기려고 관련 없는 직원을 채용해 정밀진단 업무를 수행한 것처럼 가장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진단 현장에서 일하지 않았음에도 직원의 일당을 거짓으로 청구해 챙겼다. 불법으로 각자 챙긴 금액이 2억원대에 달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한국시설안전공단 전 직원 변모(59·당시 부장)씨와 안전진단본부 소속 고모(48) 부장 등 4명을 사기와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또 이모(47) 차장 등 2명은 사기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안전진단 업체들은 공사 수주 금액의 55∼54% 수준에 불과한 저가로, 영세 무등록 업체들에 하청을 맡겼다. 안전 진단업에도 전형적인 '민·관유착' 내지 이른바 '관피아' 관행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수사 결과 밝혀졌다. 검찰은 안전진단업체 운영자와 무등록 하수급업자 등을 모두 사기 또는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했다. 고양지청 오인서 차장검사는 "이번 수사는 안전점검과 진단 관련 비리를 적발한 최초의 사례로, 관련 공무원과 업계 등의 행태에 비춰볼 때 국민 안전과 관련한 부정·불법 사례가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며 수사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