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산업 결산] 빙하기 맞은 철강업계 내년엔 꽃 피우나
[메트로신문 양성운 기자] 올해 한국 철강업계는 전세계 주요 청강업체들의 공급과잉과 수요부진 여파로 혹독한 한 해를 보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한국 철강산업의 중심을 굳건히 잡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 침체와 수요산업의 부진, 중국산 철강의 공습 등으로 연속되는 위기상황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철강업계 전반에 걸쳐 경영난으로 인해 직원을 해고하고 파산을 신청하거나 공장을 매각하는 등 치열한 생존경쟁을 펼치고 있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 2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철강업계 맏형인 포스코(철강부문)는 국내·외 비핵심 자산 매각과 부실 계열사 구조조정 등 군살빼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2014년 3월부터 사무직 부서를 중심으로 인원 감축에 들어간 상태이다. 올해 3분기까지 해외그룹사 9개를 지분매각과 합병 등의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완료했다. 포스코는 오는 2017년까지 국내 계열사는 2분의 1, 해외 계열사는 3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예정이다. 총 89개사를 매각, 청산, 합병 등으로 구조조정할 계획이다. 다른 국내 철강업체들도 인원 감축, 계열사 정리, 공장 가동중단 등의 강도높은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다. 동국제강은 지난 1월 자회사 유니온스틸을 흡수합병했으며 4월에는 본사 사옥을 4200억원에 매각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에 힘쓰고 있다. 동국제강은 보유하고 있던 주식도 거의 팔았다. 지난 5월 포스코강판 주식 58만8000주를 102억8000만원에 매각한 데 이어 최근까지 포스코, JFE스틸홀딩스, 키스코홀딩스, 한국철강, 웅진홀딩스, KTB투자증권 등 보유한 상장사 주식을 전량 처분했다. 또 포항 후판2공장 폐쇄, 사파이어 잉곳 제조 업체 DK아즈텍 기업회생절차 신청 등 다방면에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특히 유니온스틸과 합병하면서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 1년 새 180여명의 직원을 줄였다. 전기로제철소 가동을 중단한 동부제철의 경우 산업은행 등 채권단을 중심으로 아예 회사 매각이 진행 중이다. 다른 기업에 매각되면 동부제철의 이름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포스코 추격 나선 현대제철 현대제철은 포스코나 동국제강 등 다른 철강회사와 대조적으로 공격적으로 사업확장에 나서고 있다.현대제철은 고부가가치 품목인 자동차강판, 특히 초고장력 강판 개발에 집중하며 포스코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현대차그룹과 현대중공업 등 범현대가가 든든히 버티고 있다. 현대제철은 현대차그룹이 최근 출시한 '제네시스 EQ900' 차체에 적용된 초고장력 강판을 생산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제철과의 협업을 통해 초고장력 강판 개발에 역량을 집중시킨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신형 제네시스, 2016년형 투싼, 스포티지 등에 현대제철의 초고장력 강판이 대거 적용됐다. 이는 올해 현대제철·현대하이스코 간의 합병으로 자동차 부문 수직계열화를 이뤘기에 가능하다. 물론 현재 국내 자동차강판 강자는 포스코(지난해 연간 850만톤 생산)다. 그러나 현대제철(500만톤 생산)은 현대차그룹이라는 안정적인 망을 구축하고 있어 생산과 개발에 집중할 수 있다. 현대제철은 자동차강판 사업을 주력으로 하면서 봉형강과 후판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며 사업 다각화에도 준비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내년까지 포항공장에 2800억원을 투자해 특수강 전용 제조설비를 설치하고 고부가제품인 형강과 특수강을 생산하기로 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초고장력 강판 비율을 2018년에 최대 62%까지 강화하기로 했다"며 "앞으로 수요가 늘어날 것에 대비해 자동차 강판 생산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계, 고부가제품으로 돌파구 세계 철강산업 위기가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국내 철강업체들은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반격에 나선다. 20일 블룸버그와 나이스신용평가 등에 따르면 글로벌 철강 경기는 중국산 저가 철강재의 공급과잉과 글로벌 경기 침체로 큰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특히 철강업의 경우 공급 과잉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또 조선과 건설, 자동차와 같은 주요 전방 산업이 부진해지면서 전반적인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 게다가 철광석이나 유연탄 등 원재료 가격이 낮아지면서 제품 가격 하락의 압력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국내 업체들은 고부가가치 제품을 강화하며 대응에 나선다. 포스코는 고부가가치 제품 또는 고급강으로 불리는 월드프리미엄(WP) 제품 확대에 나선다. WP 제품은 자동차강판, 전기장판, 고탄소강 등으로 일반강 제품보다 영업이익률이 훨씬 높다. 포스코는 WP 제품의 점유 비율을 올해 36%에서 2017년 50%, 2020년은 65%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동국제강은 내년 하반기까지 부산 공장에 총 250억원을 투자해 연산 10만톤의 컬러강판 생산라인을 증설할 계획이다. 동국제강의 컬러강판 생산능력은 기존 65만톤에서 75만톤으로 확대돼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입지를 확보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