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느냐, 먹히느냐" 유통업계는 지금 M&A 전쟁중
장기불황으로 성장에 발목을 잡힌 유통업계가 M&A(인수합병)를 통해 해결책을 강구하고 있다. 자본이 든든한 롯데, 신세계 등의 거대 유통기업들은 공격적인 M&A를 통해 사업을 다각화하는 반면 AK, 이랜드 등은 계열사나 점포 등을 내놓으며 재정 안정화를 꾀하고 있다. 한편 사내 잉여금이 쌓여가는 현대백화점과 SK네트웍스는 올해 유통업계 M&A 큰 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b]◆제조업 못지않은 큰 손[/b]
지난해 10월 삼성SDI 화학 사업부문과 삼성정밀화학을 3조원에 인수하며 역대 최대 규모의 M&A를 감행한 롯데는 유통업계 M&A 큰손이기도 하다. 금융인 출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성향이 드러나는 듯 적극적 M&A를 펼친 롯데가 2010년부터 M&A에 쏟아 부은 돈은 7조6377억원에 달한다. 이는 국내 기업 중 가장 높은 금액이다. 최근 6년간 인수한 주요 유통 기업은 GS리테일 백화점·마트(1조3000억원), 하이마트(1조2480억원), 우리홈쇼핑(현 롯데홈쇼핑, 4667억원), 바이더웨이(2740억원), 필리핀 펩시(1184억원) 등이다. 지난해에는 호텔롯데가 KT렌탈(현 롯데렌터카)를 1조원에, 롯데인천타운은 인천 구월동 농수산물도매시장 부지와 건물을 3060억원에 인수했다. 올해 들어서는 해외 진출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지난달 19일에는 인도네시아 최대 그룹인 '살림그룹'과 합작법인을 통해 인도네시아 이커머스 진출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 롯데칠성음료는 필리핀, 미얀마에 이어 파키스탄 펩시콜라 인수를 검토 중이다. 신세계그룹은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15개의 기업을 사들였다. 인수자금에만 약 1조9000억원을 쏟아부었다. 주요 인수 내용을 보면 센트럴시티 지분 60%(1조532억원), 이마트슈퍼(2246억원), 서울고속터미널(2200억원), 에스엠(1222억원), 파라다이스면세점(1115억원), 신세계영랑호리조트(409억원), 하남유니온스퀘어(390억원) 등이다. 지난해에는 드림커머스를 110억원에 인수 본격적인 T커머스 시장에 뛰어들었다. 신세계푸드는 10월에만 세린식품(약 130억원)과 스무디킹(약 180억원) 두 개의 기업을 인수했다. 신세계는 올해 매물로 나온 광고기업 '제일기획'을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29일 열린 이마트 주주총회에서는 제일기획 인수를 앞두고 사업목적에 '광고업'을 추가한다는 안건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b]◆매각 통해 재무안정 꾀한다[/b]
반면 AK홀딩스, 이랜드그룹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점포, 계열사 매각에 나섰다. AK홀딩스는 종속회사인 AK S&D가 보유한 'AK플라자 분당점'과 서현동 주차장 건물 등을 4200억원에 지난해 12월 매각했다. 매매방식은 AK S&D가 매각 후 20년간 재 임차해 사용하는 '세일 앤드 리스백'(Sale & Lease back) 방식이다. AK분당점은 2014년 6500억원 매출의 AK그룹 백화점 매출 1위를 자랑하지만 늘어가는 부채비율을 줄이기 위해 매각조치 했다. 지난해 현대백화점 판교점 개장에 맞춰 리뉴얼까지 감행했지만 저조한 실적에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랜드그룹은 킴스클럽 뉴코아 강남점까지 매물로 내놨다. 지난해 11월 킴스클럽 매각을 발표한 이랜드는 지난달 18일 적격인수후보 3곳을 선정한 후 매각 대상에 강남점에 포함했다고 22일 추가로 발표했다. 박성경 이랜드 부회장은 1월 14일 상하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랜드 부채비율이 높다는 말이 있어서 킴스클럽으로 부채비율을 낮추려 한다"고 밝혔다. 다만 유통업계가 킴스클럽 매각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자 뉴코아 강남점을 포함, 판을 키우려 한다는 분석이다. 킴스클럽은 연매출 1조원 수준인 흑자사업으로 이랜드그룹이 운영중인 NC백화점, 뉴코아아울렛, 2001아울렛, 동아백화점 등 37개의 유통점포에 입점해 있는 하이퍼마켓이다. 뉴코아 강남점은 연매출 5000억원의 도심형 아울렛으로 지난해 11월 이랜드 그룹은 4개월간의 공사를 통해 뉴코아 강남점 그랜드오픈을 했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홈플러스의 매각에도 수많은 유통업체가 거론됐으나 사모펀드만 경쟁에 뛰어든 만큼 킴스클럽의 새 주인도 사모펀드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b]◆"좋은 물건 없나" M&A 신흥강자[/b]
올해 코웨이, 킴스클럽 등 굵직한 매물들이 나온 가운데 현대백화점그룹과 SK네트웍스가 새로운 M&A강자로 떠오를 전망이다. 지난해 유통업계 침체기임에도 양호한 성적을 보이며 현금보유량이 늘어난 현대백화점그룹은 인수 매물을 물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비전 2020'을 통해 2020년까지 그룹 매출 20조원, 경상이익 2조원을 달성하겠다고 선포한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올해 M&A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워커힐 면세점을 뺏긴 SK네트웍스도 매물 물색에 나섰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사내에서 끊임없이 인수 대상을 물색 중"이라며 "언제라도 좋은 매물이 나온다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이미 인수 자산은 준비된 상태며 수시로 체크 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