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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용의 세계문학 파노라마] <12> 앙드레 말로의 '인간의 조건'(1933년)

[안치용의 세계문학 파노라마] <12> 앙드레 말로의 '인간의 조건'(1933년) 혁명이란 뜨거운 상황을 통해 포착한 인간 조건과 인간 존엄 소설 '인간의 조건'(La condition humaine)은 1927년 3월 21일 밤 10시 30분에 이야기가 시작한다. 르포와 유사한 기술방식을 취하면서 국공합작의 혁명군이 지방정부를 정복하고, 다시 장제스(蔣介石)의 국민당이 반혁명을 일으켜 공산주의자들을 몰살하는 과정을 그린, '4·12 상하이 쿠데타'라고 하는 특정한 시대의 역사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한국어로는 제목이 동일한 한나 아렌트의 정치철학 에세이집이 앙들레 말로(1901~1976년)의 이 소설 못지않게 유명하다. ◆'싯다르타'가 될 뻔한 '싯다르타'와 다른 소설 이 소설에서 다룬 인간의 조건은 예컨대 헤르만 헤세의 소설 '싯다르타' 처럼 흔히 짐작함 직한 포괄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인간의 조건을 다룬다기보다는 사회적이고 정치적이면서 동시에 구체적인 삶의 조건 안에서 인간이 자신의 조건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가 제시한 일종의 인간 조건 같은 것과 다르다. 상황 속 인간의 '존엄'과 '고뇌'와 연결지어 소설은 인간의 조건을 운위한다. 소설에서 인간의 조건을 직접 언급한 대목을 살펴보자. "인간이 단 하나밖에 안 가진 목숨을 어떤 사상을 위해서 버리다니 인류의 독특한 어리석음이라고 생각지 않으십니까?" 이 질문에 주인공 '기요'의 아버지이자 지식인으로 캐릭터가 설정된 '지조르'가 "그렇습니다. 인간으로서 조건을 견뎌내는 것은 아주 드문 일이겠죠"라고 대답하며 인간의 조건을 거론한다. 이어 그는 "인간이 이해를 뛰어넘어 기꺼이 목숨을 내던지려고 하는 모든 사상은 이 조건의 바탕을 인간의 존엄이라는 것 위에 놓고 그 올바름의 증명을 막연하게나마 지향하고 있다"라고 말한다. 여기에 해당하는 사상으로는 노예에게 그리스도, 시민에게 국가, 노동자에겐 코뮤니즘이 제시된다. 소설이 천착한 인간의 조건은 인간다움을 결정하는, 즉 이렇게 해야 인간이다라고 하는 그런 막연하지만 정체성이라고 할 것의 조건이라기보다는, '어떤' 인간이 되기 위해서 꼭 해야 할 의무의 의미로 쓰이는 듯하다. 의무를 조건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소설 속 문장으로는 "인간 세계에서 인간 이상의 것이 되고 싶어 하는 것입니다. (…) 인간의 조건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것입니다"가 가장 명시적으로 제목의 뜻을 진술한다. 그러려면 인간이 가진 한계의 목록을 내어놓아야 한다. 어떤 고양된 인간다움에 도달하는 과정 또는 결과를 보여주려면 무엇에서 벗어나야 하는지를 정의해야 한다. 그러나 한계만을 논하지는 않는다. '인간의 조건'은 'from'과 'to'를 혼용한다. 또한 문맥에 따라서는 인간 조건이라는 말을 긍정적으로도, 부정적으로도 볼 수 있다. 소설이 암시한 '정의'와 살짝 결이 다르게 인간의 조건은 인간이 존엄해지는 'to'의 의미로써 종종 사용된다. 존엄하기 위해서 인간은 고뇌해야 한다고 반복해서 이야기한다. "남의 목소리는 귀를 통해서 듣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파악하여 재단하고 정제할 수 있지만, 자기 목소리는 자기의 목구멍을 통해서 듣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판단하지 못한다. 그래서 자기의 목소리를 타인의 목소리 처럼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정제할 수 있는 고뇌를 통해서 자신의 존엄을 인정함으로써" 'to'의 의미로 인간 조건에 도달하게 된다. 여기까지라면 '인간의 조건'은 '싯타르타'와 비슷한 소설이 됐을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은 특정한 중국 역사의 시기에 국공합작과 반혁명이 일어나고 이 과정에서 흑과 백이라는 선택지가 주어졌을 때 사람들이 선택하는 양상을 보여준다. 극한에 몰린 인간이 어떻게 선택하는가, 경계에 있는 게 아니라 경계를 넘어섰을 때 그들이 존엄을 지키기 위해서 또는 존엄한 존재가 되기 위해서 어떻게 선택하는가를 보여준다. 보편적인 인간론을, 양자택일의 선택지밖에 없는 혁명이라는 구체적이고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선택해서 존엄을 성취하는지를 통해 보여준다. ◆'to'만 존재한다면 소설의 등장인물은 각각 하나의 전형이다. 앞서 언급한 '지조르'와 '기요' 외에 '첸', '카토프', '메이'가 주요 인물이다. 프랑스인 아버지(지조르)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낭만적인 지식인 혁명가 기요는 한자로 '청(淸)'이다. '청(淸)'이란 이름을 택한 데에, 또 중국 피가 섞이지 않은 혼혈을 중국 역사를 다룬 소설의 주인공으로 다룬 데에 아무 의미가 없지는 않을 것이다. 기요의 아내 메이는 독일인이고 카토프는 러시아인으로 직업혁명가이다. 국공내전은 세계혁명의 무대이자 인종과 무관한 보편적 인간 조건을 설정한다. 혁명가들에게 공통적으로 죽음이 주어지고, 기요뿐 아니라 모두가 죽을 때에 맑은 존엄의 양식을 취한다. 그들은 느닷없이, 망설임 없이 죽어버린다. 죽음에 도달하는 스토리텔링이 약하다고 판단할 법도 하다만, 소설이 다룬 사태의 죽음 성격이 그러하여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변론할 수 있지 않을까. 기요는 자기 몫의 청산가리를 주저 없이 털어먹어 자기 존엄을 확인한다. 의학도이기도 한 카토프는 주변 동지들에게 청산가리를 모두 나눠줘서 그들이 존엄한 방식의 죽음을 선택하도록 돕는다. 대신 자기에게 주어진 개 같은 죽음, 혹은 고통스런 결말을 기꺼이 감수한다. 죽음에서도 타인을 배려한다. 고통을 통한 존엄의 승화가 죽음의 장면에서 카토프를 통해 표현된다. 첸도 자살하는데, 장제스 암살을 기도하다가 실패하고 거사 현장에서 하반신이 날아간 상황에서 스스로 총을 자기 목구멍에 집어넣어 방아쇠를 당긴다. '인간의 조건'은 공산주의 이념에 애정을 가지고 접근한다. 공산주의가 다수의 인권과 존엄을 존중할 수 있는 보편적인 체제로 설정돼 있어, 흑과 백의 선택밖에 없을 때 많은 사람이 공산주의를 떠받들다가 스스로 그 이념을 위해서 죽어가는 형태를 취한다. 살아남은 인물은 메이와 지조르이다. 매력적인 꼰대 지식인으로 묘사된 은퇴한 대학교수 지조르는 처음부터 아편에 의지하면서 시대와의 불화를 견뎌낸다. 더불어 선지자다운 면모를 유지한다. 성서의 선지자들은 그들의 배면에 신이 있어서 선지자로서 삶을 버틸 힘을 얻었다. 반면 지조르와 같이 고뇌와 고독밖에 없는 격변기의 공산주의자 지식인에게는 그런 힘이 없었고 절대고독 앞에서 자신의 신념을 담대하게 선언하고 전하는 과정에서 스스로를 지켜내게 한 유일한 힘은 아편이었다. 필부와 다름없는 인간 조건으로 인간 조건을 넘어서 보편을 설파하는 역설이 지조르에게 나타난다. 지조르에게서 인간 조건에 관한 'from'과 'to'가 동시에 나타나는 변증법적 종합을 목격한다. 나약했지만 그런 방식으로 자기 목소리를 내려고 노력했고, 마지막에도 아들이라는 이념의 혈연, 자기 인생의 의미, 또는 인생의 동지가 죽어버린 상황에서 아들을 넘어서 전우의 시체를 넘어서 앞으로 나아가는 전사적인 이미지로 비약하지 않고, 또다시 아편에 의지해서 뒤에서 머물러버린다. 그런 결말이 나쁘지 않았다. 인간 조건이라는 게 항상 'to'만 있는 게 아니다. 'to'를 지향하지만 'from'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이중적인 존재로서 끝내 우리는 'from'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to'만 존재한다면 인간은 인간이 아니라 신이었을 것이다. 지조르라는 인물이 매력적인 이유는, 신플라톤주의 도식을 쓴다면 '일자(Hen)'를 향한 'to'라는 지향과 'from'이란 한계를 동시에 보여주기에, 보편적인 인간의 지향과 개별적인 한계, 그리고 인간 모두가 가진 성취와 좌절을 두루 성찰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노인과 여자 지조르와 관련해서 실천 방식의 다양성으로 그를 포용할 수 있을까 하는 다소 사변적인 토론이 가능하다. 끊임없이 아편에 의지하는, 즉 'from'의 인간 조건에 구속되어 있지만 또한 끊임없이 'to'라는 인간 조건을 이야기하는 유형의 지식인도 필요하다고 믿는다. 하지만 빨치산이 되거나 빨치산을 죽여야 하는 선택 외에 다른 선택이 없는 순간이라면 선택해야 한다. 성서 표현으로는 장사 지낼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죽은 자들끼리 장사 지내게 하고 갈 길 떠나야 하는 상황이다. 소설의 지조르 또한 장사 지낼 사람들에게 맡겨두고 떠나야 하였을까. 내가 지금보다 많이 어렸을 때 생각은 지조르가 한심한 늙은이라는 것이었다. 지금은, 비겁이 일상인 나이가 되어서인지 장사를 지내며 아편 정도를 피울 권리 비슷한 게 지조르에게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기울어진다. 그것 또한 인간 조건의 하나가 되어야 하지 않나. 메이라는 등장인물은 지금 관점에서는 마뜩잖은 캐릭터이지 싶다. 혁명가라는 성격이 주어졌지만 메이는 혁명가라기보다는 혁명가 아내의 모습을 노정한다. 같은 혁명가인 다른 주요 인물들이 장엄한 죽음을 맞이하지만 메이에게는 혁명가의 아내로 살아남아 상처를 극복하고 마치 순정만화 주인공 캔디처럼 의연하게 이겨내는 삶을 말로는 펼쳐놓는다. 메이가 유기적으로 전체 구조에 끼어있지 못한 채 계속 서걱거린다는 느낌을 받는 독자가 있을 것이다. 물론 메이의 생존을 이유로 해피엔딩 혹은 희망이라는 해석 또한 가능하고 존중되어야 한다. 아무튼 그 뜨거운 혁명의 시대는 가고, 지조르 또한 아편 속에 잦아들었을 텐데, 메이는 어떤 삶의 흔적을 남겼을까. 혹은 어떤 삶이 가능한 것으로 주어질 수 있었을까. /안치용·인문학자 겸 영화평론가(ESG연구소장)

2022-05-12 09:04:21 박승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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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덕의 냉정과 열정사이] 초심, 욕심, 의심

#. 초심(初心). 처음 부장(부서장)이란 직책을 맡았을 때다. 가장 가까웠던 형님은 초심을 잃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늘 겸손하라고 했다. 그렇게하면 실패하는 부서장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한 언론사의 부서장도 그럴진대, 회사의 임원이나 최고경영자(CEO)는 어떨까. 늘 미래를 준비하고 실천하는 자리다. 어떤 환경에서도 실적이란 부담감을 떨쳐내야 자리를 지킬 수 있다. 하물며 한 나라의 최고통수권자인 대통령은 어떠한가. 많은 권력과 함께 책임과 비판이 따른다. 부서장이나 CEO는 바꾸면 된다. 시기도 기간도 상관없다. 대통령은 다르다. 탄핵이나 불의의 사고 외에는 바꿀 수 없다. 아직까지 성공한 대통령이 떠오르지 않는다. '다시 대한민국! 새로운 국민의 나라'는 만들어질까. 5년간 초심을 유지해야 가능하다. 시작은 매끄럽지 않다. 장관 임명 등 출발부터 늦어지고 있다. 첫걸음이 진보와 보수 모두의 박수를 받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끝은 달라지길 바란다. 진영을 떠나 박수 받으며 떠날 수 있다면 절반의 성공이다. #. 욕심(慾心). 분수에 넘치게 탐내거나 누리고자 하는 마음이다. 제20대 대통령이 취임했다. 아직도 논공행상이 한창인 모양이다. 며칠전 저녁자리였다. 윤 대통령과 벗이라는 이유로 여기저기서 전화를 받는다고 했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욕심을 내는 것이다. 여기저기 기웃거린다. 인연이 있는 사람을 찾아 도와달라고 한다. 욕심이다. 제대로된 실력과 인품을 갖췄다면 그럴 필요없다. 미리 찾을 일이다. 지역과 학력을 떠나 오로지 전문가를 찾는다는 것이 새 정부다. 어설프게 줄을 대다간 오히려 역풍 맞는다. 명예마저 실추된다. 진심 정권 창출에 기여했다면 더 겸손해져야 한다. 그것이 새 정부의 성공을 돕는 것이다. 논공행상은 5년 내내 이뤄진다. 찾을 때까지 기다리는 인내가 필요하다. 주먹구구, 비전과 철학이 없는 인사는 정권의 실패로 가는 지름길이다. 욕심 있는 사람을 버리고, 전문가를 써야 한다. 일에 대한 욕심이 중요하다. #. 의심(疑心). 확실히 알 수 없어서 믿지 못하는 마음이다. 어떤 일에 확신이 없을 때 주로 생긴다. 삶은 선택과 결정의 연속이다. 인사도 마찬가지다. 누구를 등용하는냐에 따라 과정과 결과가 달라진다. 최근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은 엄중하다. 원화값과 주식이 떨어지고 물가와 금리는 오르고 있다. 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래서 경제는 원팀이 중요하다.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 인사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경제수석과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금융위원장, 금감원장의 손발이 맞아야 한다. 눈빛만 봐도 알아차릴 수 있는 호흡이 중요하다. 금융권은 제대로된 금융당국 수장을 원하고 있다. 금융위원장까지 윤곽이 나왔다. 마지막 퍼즐은 금감원장이다. 전 정권에선 최흥식 원장(11대)과 김기식 원장(12대), 윤석헌 원장(13대)을 거쳐 정은보 원장(14대)이 금감원을 맡았다. 3년 임기를 채운 사람은 윤 원장이 유일하다. 문제는 금융권의 불만이 많았다는 것. 검사와 제재가 3년 내내 이뤄졌다. 진행 중인 소송도 많다. 소비자보호와 내부통제미비를 명분으로 금융회사 CEO를 옥죄었다. 앞으로 달려가기도 바쁜데 발목이 잡혔다. 금감원의 건전성 종합검사가 진행됐지만 한 은행에선 수 백 억원대의 횡령사건이 일어났다.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CEO를 잡겠다는 감독당국이 돈을 빼돌린 직원을 못잡은 꼴이다. 새 정부의 첫 금감원장은 의심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와야 한다. 초심은 흔들리지 않아야 하고, 욕심은 버려야 한다. 그리고 의심은 사라져야 한다. /파이낸스&마켓부장 bluesky3@metroseoul.co.kr

2022-05-12 06:00:29 박승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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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준의 부동산수첩] 펜트하우스와 부동산 양극화

이수준 로이에아시아컨설턴트 대표 요즘 펜트하우스는 아파트나 주상복합 건물 최고층의 가장 넓은 부분을 차지하는 고급 주거공간을 말한다. 상징적인 의미와 차별화된 공간의 프리미엄이 붙어서 일반세대에 비해 단위면적 당 가격이 비싸고 최상층의 자산가들 중심으로 수요가 이루어진다. 재건축이 활발해지기 시작하는 최근 강남권의 몇몇 재건축 모임에서는 이 펜트하우스에 대한 찬반 논란도 있었다. 보통 재건축 단지에는 조합원의 종전 자산에 따른 무상 지분율(재건축 조합원이 추가비용 없이 받을 수 있는 면적)이 명확함에도 불구하고 한 뼘의 공간이라도 손해를 볼까 전전긍긍하게 마련이다. 더구나 최근 집값이 높은 만큼 추가분담금을 내더라도 더 큰 면적을 분양 받는 것이 이익이라고 보는 가운데, 다른 세대들의 동호수, 위치, 조망권도 매의 눈으로 감시하는 상황에서 지분율이 작거나 저층의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밖에 없는 일반 입주자들의 눈에 펜트하우스는 질시의 대상이기도 하다. 심지어 펜트하우스는 일반 조합원들의 지분을 조금씩 희생해서 마련한다는 오해에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진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펜트하우스는 다른 조합원의 지분을 침범하지 않는다. 오히려 다수에게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선택일 수 있다. 가령 어느 아파트의 최상층에 3개의 일반 세대 대신 하나의 펜트하우스를 만든다면 그 가격은 당연히 일반세대 가격의 3배 이상이다. 즉 상대적으로 나머지 일반세대의 비용부담은 줄어든다는 뜻이다. 게다가 펜트하우스 단지라는 상징성에 나머지 세대들의 가치까지 올라가기 때문에 다수의 조합원들로서는 이래저래 손해 볼 일이 없다. 부동산 양극화는 오래전부터 국민정서를 좌우하는 화두였다. 가령 몇몇 언론에서 언급하는 극단적인 사례, 예를 들어 전남 고흥과 한남동 아파트의 가격 차이 등은 대개 감성에 치우친 내용이고 이를 거품붕괴의 논리로 비약할 수도 없다. 투자자의 입장에서 의미 있는 데이터는 따로 있다. 인접한 두 지역의 확연한 가격 차이, 혹은 거리가 있더라도 유사한 산업환경을 지닌 두 도시의 비교에 집중해야 한다. 최근 시장 과열로 인해 굳이 강남 3구가 아니더라도 서울시 내의 입지가 좋은 신축 아파트는 공급평당 1억원을 넘어서 전용평당 1억원을 바라보는 시대가 되었다. 불과 지척에 사는 서민들의 입장에서는 이따금씩 들리는 초고가 아파트의 소식에 흥이 깨지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부동산 양극화는 한편으로 펜트하우스와 비슷한 면이 있다. 도심 내에서의 양극화는 당장 주택 공급의 완충지 역할을 하기도 하며, 동시에 투자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 특히 인근 지역에서의 두드러지는 양극화는 동반성장을 위한 전 단계로 볼 수 있다. 해방 이후 부동산시장의 흐름을 보아도 부촌이 인근 다른 지역을 끌어올리는 경우가 많았지, 끌어내리는 경우는 없었다. 다시 말하면 뒤처진 지역일수록 기대수익은 오히려 높다. 현명한 투자자들은 장기적으로 이점을 바라본다. 불과 10여년전에 동작대로를 사이에 두고 불과 50여 미터 떨어진 방배동과 동작동, 사당동일대는 그야말로 인접한 양극화의 표본이었다. 각각 한쪽에는 까페골목이, 반대편에는 재래시장과 판잣촌이 있는 상태로 수십년을 보냈지만, 그후 두 지역의 눈높이는 맞춰지고 있다. 부동산을 상승시키는 원동력은 앞으로도 다양해질 것이고 상권도 역시 다양화하여 부촌과의 가격차이는 차츰 좁혀지게 되는 것이다. 부동산 양극화는 영원히 안고 가야 할 문제다. 막연한 허탈감은 스스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양극화가 아직 유지되는 시기가 투자의 기회일 수 있다. 부동산은 싼값에 사는 것보다 일찍 사는 것이 중요하다. /이수준 로이에아시아컨설턴트 대표

2022-05-11 09:28:07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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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철의 쉬운 경제] 저성장·물가불안 딜레마 탈출

한국경제는 재정적자 누적확대에 따른 유동성 확대로 (자산)인플레이션 압력이 크게 잠재된 데다 단기 부양대책에 치중하다보니 잠재성장률은 1%대로 추락했다. 생산 활동은 멈칫거리고 물가불안 현상이 심해져 해결 방향을 쉽사리 찾기 어려운 스태그플레이션 그림자가 한국경제 주변에 도사려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이 닥치면 일거리는 줄어들고 생산비용 금융비용이 커져 한계가계, 한계기업의 생존을 위협한다. 서둘러 물가를 잡으려다가는 경기침체를 더욱 가중시키고, 성급하게 경기를 부추기려다가는 물가불안을 증폭시키는 진퇴유곡에 빠지기 쉽다. 이 같은 국면에서 섣부른 대책을 펼쳐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게 하다가는 나라경제는 균형을 잃게 되어 혼란이 거듭된다. 물가를 포기하고 돈을 계속 풀다가는 화폐가치를 '폴란드 망명정부 지폐'처럼 타락시킨다. 반대로 경기침체를 아랑곳하지 않고 물가를 잡겠다고 금리를 계속 올리다가는 1970년대 말 미국의 스태그플레이션 사태처럼 역성장과 치솟는 실업률로 국민경제는 피폐해진다. 스태그플레이션이 닥치면 갈팡질팡하지 말고 '통화중립'을 펼치고 스태그플레이션의 원인들이 약화되기를 기다려야 한다. 예컨대, 원자재 공급교란을 금리를 올려 해결할 수 없다. 경제상황이 정상적일 때도 마찬가지지만, 비정상적 상황에서는 모든 경제활동의 연결고리가 되는 금리가 경기나 물가에 중립적이어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경기를 부추기지도 않고 물가를 자극하지도 않는 수준에서 금리가 결정되어야 경제순환을 순조롭게 이끌 수 있다. 중립금리(natural rate of interest)는 시장금리가 경제성장률에 물가상승률을 더한 수준에서 결정된다. 거시경제상황과 금융시장이 균형을 이루게 하는 적정 수준이다. 금리가 거시경제현상을 그대로 반영해야 주식시장도 내재가치를 제대로 반영하고 외환시장 또한 중장기 균형을 찾아가게 된다. 문제는 돈을 마음대로 찍어낼 수 있는 관리통화제도 아래서, 멀리 생각하지 못하고 괜한 생색을 내려는 정책당국자들에게 중립금리는 성에 차지 않는다. 각국이 화폐가치 안정을 추구한 사례는 매우 드물었다. 전후 독일연방은행과 1970년대 말 인플레이션투사(inflation fighter)의 상징이었던 폴 볼커(P. Volker) 시대의 미국, 1980년대 제로인플레이션(zero inflation)을 추구한 캐나다 호주 같은 몇 개국에 불과하였다. 화폐가지 안정보다 일시적 경기 진작에 주력하다가는 화폐가치 타락으로 열심히 일하기보다 돈뭉치 돈을 들고 다니며 투기를 일삼는 이들이 특별이익을 챙기게 된다. 경제는 무기력해지며 빈부격차는 확대될 수밖에 없다. 정책 관계자들이 물가와 환율과 관련하여 금리인상 발언을 경쟁적으로 하는데, 자칫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부추기고 가계와 기업의 경제심리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 지금은 금융부문이 거시경제상황과 균형을 이뤄 시장금리가 중립수준에서 형성될 수 있도록 신중한 메시지를 내는데 그쳐야 한다. 돈을 관리하는 중앙은행 책임자는 엉뚱한 방향으로 금융시장이 흐르지 않도록 '지옥문을 지키는 생각하는 사람'처럼 고뇌하고 또 고뇌해야 한다.

2022-05-10 10:30:40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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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성의 전원에 산다] 포스트 코로나와 마을 풍경

봄날, 마을이 분주해졌다. 우선 마을 회관에 노인들이 돌아왔다. 거리두기가 풀리면서 주민들의 왕래도 잦아진 것 같다. 아직 마을회합을 갖지는 않지만 분명 달라진 분위기는 역력하다. 이는 늦은 오후 노인정을 떠나는 할머니들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엿보이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밭에서도 품앗이하는 모습이 눈에 띤다. 작년 이맘때 코로나의 한복판에서 신음했던 걸 생각하면 달라진 게 확실하다. '뭐지 ? 이 이상한 기운은'. 요즘 곳곳에서 설명하기 어려운 공기가 감지된 것은 지난 산책길에서다. 마을 초입에 올해 새 이장과 총무가 연임됐음을 알리는 플래카드가 보였다. 플래카드가 걸리기 며칠 전, 문자로 찬반을 묻는 공지가 날라오더니 곧 연임 확정을 알려준 거다. 그리고 그 플래카드 밑에 또다른 현수막 두개가 내걸렸다. 마을 지원금과 관련, 사업 안건을 묻는 내용과 수목장(樹木葬) 설치 반대를 적은 현수막이다. 예전 같으면 그냥 지나쳤을 텐데…. 마을사업으로 수익사업, 마을 공원조성, 창고 건립 등 우선 순위를 정하자는 안건도 예전과 다른 모습이다. 수목장과 관련해선 아주 큰 충돌을 예감하게 만든다. 곧 한판 붙을 듯 하다. 몇해전 절골에 절이 세워졌다. 규모는 작으나 마당에 탑, 불상이 놓여지고 대웅전과 요사채 하나가 자리했다. 그리고는 그 절에서 '이후락별장' 앞 야산 1만여 평을 사들인 뒤 수목장터를 조성, 운영했다. 실제 얼마전 장의버스 한대가 마을로 들어오면서 주민과 충돌이 벌어졌다. 충돌 이후 절에서는 수목장사업을 확대해 나갔다. 이에 주민들은 마을이 장송곡에 휩싸일 것이라고 반대하는 입장이다. 결국 본격적인 싸움이 벌어지기 직전이다. 이 또한 마을에 불어닥친 새 기운이다. 또다른 기운은 잣나무골로 오르는 언덕길 수백평 짜리 밭 몇개가 주말농장으로 변신, 도시민들의 발길이 잦아진 것이다. 밭에서는 십여평 단위로 나뉘어진 구간마다 명패가 꽂히고 각 구간마다 상추, 아욱, 파 등 모종이 이뤄졌다. 주말 오전 땅을 분양받는 도시민들이 몰려 활기찬 동네 모습이라니. 주말농장은 우리마을에서 없었던 일이다. 주민들이 농협에 농장 운영을 신청하고, 농협이 도시민을 모아준 것이다. 100여개도 넘는 주말농장 구좌가 다 채워져 밭떼기는 명패가 가득하다. 딸기농장에서도 비닐하우스 바깥에 커다란 현수막을 내걸었다. 견학 및 체험활동 등을 알리는 현수막으로 벌써 여름을 부르는 듯 하다. 마을 곳곳에서 완연히 달라진 모습에 봄이 훌쩍 밀려나는 듯 싶을 지경이다. 잣나무골 아래 한낮에는 여름같은 기온이 느껴지기도 할 정도로 햇살도 뜨거워졌다. 한편에선 새 바람이 일어나고 다른 편에서는 충돌이 벌어지고. 예전과 다른 기운이 갑자기 용솟음친 듯 이미 마을은 분주하다. 그래서 코로나 이후 대반격이 시작됐다고나 할까. 마을사람과의 접촉 없이도 달라지는 느낌을 감지하기란 어렵지 않다. 그 중에서도 수목장과는 이미 전초전을 끝내고 대회전을 펼치기 직전이다. 몇해전 철탑싸움으로 홍역을 치룬 적 있는 마을사람들에게는 트라우마가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전혀 다른 상대와 부딪친다는게 여간 곤혹스럽지 않은 상황이다. 주말농장이나 딸기농장에 도시민들이 들어오는 것은 환영 일색이다. 두 곳은 모두 아이들의 체험을 콘텐츠로 삼고 있다. 반면 수목장은 정반대다. 코로나 이후 낯설면서도 다른 새바람 앞에 주민들은 더욱 분주한 삶과 마주치는 형국이다.

2022-05-10 09:32:08 이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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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헌 칼럼] 소상공인들을 위한 진정한 지원정책이 필요하다

코로나19 이후 소상공인들의 희망과 상생을 위한다고 지원한 경영 자금 지원 정책은 올해부터 증가하는 대출 이자 폭탄으로 오히려 생존이 불가능할 정도로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지난 정권들에서는 세계 어느 국가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막대한 지원과 각종 혜택이라는 당근으로 다양한 창업을 독려하였고 조장했다. 주요 국가별 창업 지원 제도를 점검한 결과, 우리나라 만큼 국가적으로 다양한 지원 제도를 시행하는 나라는 거의 없었다. 대부분 선진국에서는 기초교육과 함께 창업 분야별 전문가들(창업전문가 그룹은 관련 정부나 단체, 기관에서 전문성과 경력 점검을 통해 선발하며 실질적 멘토링을 통한 창업 도우미의 역할과 함께 관리의 권한을 준다)과 창업 실무를 협업하는 멘토링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고 있거나, 창업 시 일정한 기간 동안 여러 세제 혜택을 주거나 필요한 점포나 사무실, 설비, 기기, 장비 등을 저리로 대여해주는 제도 등을 시행하고 있다. 또, 일정한 펀딩을 조성하여 기업과 단체, 금융 캐피탈로부터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펀딩하며,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통해 스타트업 기업의 성장의 관리 체계를 꾸준히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정부에서 발표한 성공한 기업가의 창업 횟수는 평균 2.8회다. 성공을 거두기까지 보통 2번 넘게 실패를 경험했다는 것이다. 성공보다 실패를 통한 재기와 더불어 창업 경쟁 기반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독일에서는 오래 전부터 실패한 기업인에게 다시 기회를 주는 '세컨드 찬스' 제도를 만들어 활용한다. 실패를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실패의 원인을 찾아 새로운 도전에 대한 프로그램을 정부에서 제공하고 동반 성장하는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우리나라의 창업 지원 정책은 보통 국가 주도로 긴급 자금 지원을 하기 위한 행정 편의적 창업 지원이었다. 어줍지 않은 전문가들이 실시하는 강의를 일반적으로 이수해야만 자금이 지원되고 있다. 노무현 정부 들어서는 퍼주기식 부실한 정책으로 사회적 문제와 정부 지원금에 대한 국민적 모럴 헤저드가 나타났었다. 25년 이상 창업 지원과 각종 자금 지원 정책을 시행한 결과, 지금의 자영업이나 소상공의 환경, 지원 사업의 현장 만족도는 참담하다. 우리나라의 창업 정책은 창업 교육을 빙자한 실적 늘리기에 급급했다. 교육은 정말 중요하지만 인원으로만 결과를 보고하고 만족하는 교육 시스템이 문제였다. 다양한 창업교육과 이수시간, 교육을 받아야만 지원되는 창업 자금 지원체계가 실적 위주의 교육을 양산하고 있다. 대부분의 교육이 시간 때우기 식으로 운영되고, 강사의 자질 또한 전문성을 고려하지 않았다. 전문적 소양을 갖추지 못한 창업 전문가들이 작성한 컨설팅 보고서와 현장 방문 횟수를 컨설팅 실적이라 치부하는 자영업 컨설팅 프로그램 등 숫자로만 표기하는 창업 지원 제도와 평가 방식에 문제가 많다. 소상공인이나 창업자를 지원하는 기관과 단체, 정부부처가 산재되어 비슷한 교육과 컨설팅 등 전시 행정적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점도 지적하고 싶다. 한마디로 공무원 마인드의 변화가 필요하다. 철저한 철밥통 '갑'의 정신의 개조가 필요하다. 정중동이라는 고자세에 대한 처절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 진정한 봉사를 위한 공무원상을 각인할 필요가 있다. 이제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다. 지금이라도 선진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 정책이 가동되길 희망해본다. -프랜차이즈M&A전문기업 한국창업경영연구소 이상헌 소장(컨설팅학 박사)-

2022-05-09 14:18:07 원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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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양기 돋우고 면역력 강화하는 '상황버섯'

[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양기 돋우고 면역력 강화하는 '상황버섯' 식물성 성분과 동물성 성분을 함께 가지고 있는 버섯은 그만큼 영양학적으로 빈틈이 없는 슈퍼푸드에 속한다. 특히 서구화된 식습관, 피로와 스트레스가 많은 일상 때문에 건강을 챙기기 쉽지 않은 현대인들에게 버섯은 "면역력 향상에 좋은 식품"이며 "항암, 항염, 항노화 등에 좋은 음식이자 약"이기도 하다. 다양한 버섯 중에서도 약용 버섯으로 잘 알려진 상황버섯은 체질적으로 허약하고 면역력이 저하되어 잦은 병치레를 하는 사람들에게 귀하게 대접받는 약재이기도 하다. 상황버섯은 밤나무, 참나무, 뽕나무 등 다양한 나무에서 열리는데 그중에서도 뽕나무에서 나는 상황버섯을 가장 좋은 약효를 지닌 것으로 취급한다. 상황버섯의 대표 작용으로 알려진 항암 효과는 버섯의 대표 성분이기도 한 베타글루칸 덕분이다. 상황버섯의 베타글루칸은 체내에 들어오면 면역 세포의 활성화에 기여한다. 면역 세포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우리 몸에 들어온 각종 독소와 오염 물질들을 제대로 방어하지 못한다. 현대인들은 특히 스트레스, 과로, 식습관의 불균형 등 다양한 원인으로 면역력 저하를 겪는데 이런 경우 상황버섯 같은 약용 버섯이 건강 관리에 도움이 된다 우수한 품질을 지닌 상황버섯은 자연에서 채취하기가 쉽지 않고 비싸서 귀하게 대접을 받는데 그만큼 면역 세포의 활성화를 도와 체내로 들어온 각종 독소와 오염 물질들의 배출을 촉진한다. 또한 다양한 염증 생성을 억제하며 면역력 강화를 통해 암을 비롯해서 다양한 질환의 예방에 효과가 있다. 상황버섯에는 각종 항산화 성분들도 들어 있어서 세포나 조직의 손상을 막아주고 빠른 치유를 돕는다. 그리고 혈액 순환을 개선하며 노화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보통 2년 이상이 된 것을 약재로 썼을 때 효과가 좋은데 유효 성분들이 물에 잘 우러나기 때문에 끓는 물에 잘 우려내서 그 물을 마시면 된다. 상황버섯은 양기를 돋우기 기력 회복에 효과가 있어서 극심한 피로와 체력 저하 등을 겪을 때도 도움이 된다.

2022-05-09 05:11:21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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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호의 시선] 윤석열 당선인의 '50조' 약속

"새 정부 출범 100일 동안 50조원을 투입해 정부의 영업 제한으로 인한 (소상공인)피해를 보상하겠다." 윤석열 당선인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해 11월 초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밝힌 내용이다. 이후 대선 과정에서 '50조'는 윤 후보자의 공약을 상징하는 숫자 중 하나가 됐다.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 기간 31조6000억원이나 되는 엄청난(?) 돈을 소상공인 등에 재난지원금 명목으로 지원했다. 그런데 이 돈은 1843만 곳이 나눠가졌다. 이는 누적 수치로, 중복 수령한 곳도 적지 않지만 단순 계산하면 1곳당 1회 평균 171만원이 돌아갔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총 7차례에 걸쳐 나눠주다보니 받는 사람의 기쁨은 반감될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와중에 한 대선 후보가 50조원을 갖고 소상공인들의 아픔을 어루만져주겠다고 나섰다. 그 후보는 당선인이 됐고 오는 10일이면 대한민국 대통령 자리에 오른다. 그 사이 '50조+α'는 '33.1조+α'로 둔갑했다. 약 17조원에 달하는 엄청난 돈이 후보자→당선인→대통령으로 지위가 바뀌는 2개월여 사이에 감쪽같이 사라졌다. 소상공인들은 "윤 당선인이 '50조'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한다"고 아우성이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배정된 예산의 지출구조를 조정해 만들 수 있는 돈이 최대 20조원 밖에 되질 않는다고 인수위에 전달한 상태다. 사실상 더 긁어모을 곳이 없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재정당국은 여기에 15개 기금의 기금운용계획 자체변경을 통해 2조원 정도를 더 융통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감안하더라도 윤 정부가 출범후 추진하게 될 추경에서 10조원 이상을 더해야 쪼그라든 33조원 정도라도 간신히 채울 수 있는 상황이다. 윤 당선인이 약속한 '50조'는 언감생신이다. 소상공인 관련 주무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로 오는 11일 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이영 의원은 윤 당선인의 '50조 공약'에 대해 물가탓으로 돌리며 "50조원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물가가 갑자기 급등해 돈을 많이 풀면 또 물가가 불안해지니 약속한 50조원을 다 나눠줄 수 없다는 이야기인 셈이다. 기가 찰 노릇이다. 대선을 준비하면서 윤 당선인이나 공당이 '50조'란 숫자를 그냥 던져봤을리 만무하다. 두 달후의 물가 수준도 예상하지 못하고 뱉었다면 기만이다. 어쩌면 윤 당선인이 약속한 '50조'는 당초부터 불가능했던 숫자일지 모른다. 코로나19로 꼬박 2년 넘게 방역조치의 희생양이 된 소상공인들은 '공약(空約)'에 또한번 아픔을 감내해야 할 수도 있다.

2022-05-08 10:34:21 김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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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웅규 변호사의 상속설계 제대LAW] 상속설계 위해 당신이 고려할 네 번째, 유류분

조웅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앞서 상속설계가 왜 필요하고 어떤 방식으로 준비하면 되는지 그리고 구체적인 상속설계를 위해 고려해야할 요소들에 대해 살펴봤다. 지금까지는 어떤 것을 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았다면, 이번에는 어떤 것을 하면 안되는지에 대해 알아보자. 유언은 법률에서 유언사항으로 정하고 있는 것만 할 수 있는 반면, 유언대용신탁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거의 대부분을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다. 유언대용신탁을 활용하면, 무제한에 가까운 자유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유류분은 다른 문제다. 우리 민법은 당신(피상속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남겨질 가족들(상속인)에게 법에서 정하고 있는 상속분의 2분의 1(직계비속 및 배우자) 내지 3분의 1(직계존속 및 형제자매)을 유류분으로 인정하고, 그 유류분에 부족이 생긴 때에는 부족한 한도에서 그 재산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즉, 당신이 두 자녀 중 첫째에게 모든 재산을 남기는 것으로 상속을 설계하더라도, 당신이 먼 곳으로 간 후 상속을 받지 못한 둘째가 첫째를 상대로 법에서 정하고 있는 상속분인 50%(당신이 상속에 관해 정하지 않을 경우 상속인들은 법률에서 정해둔 비율로 상속한다)의 2분의 1인 25%에 대해 유류분반환을 청구할 수 있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첫째는 이를 반환해야만 한다. 즉, 당신이 상속을 설계하더라도 남겨질 가족의 유류분을 침해하는 범위에서는 당신의 의도가 관철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이를 고려하지 않고 상속을 설계하면, 당신이 먼 곳으로 떠난 뒤에 남겨진 가족들 사이에서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경우 상속설계에서 배제된 둘째는 물론, 유류분반환청구를 당하는 첫째에게도 매우 힘든 일이 될 수밖에 없다. 이것은 당신이 바라는 상황이 아닐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속설계에서 유류분에 대한 고려가 반드시 필요하다. 최근 하급심 법원에서 유언대용신탁을 설정하면 일정한 경우 유류분반환청구의 대상이 아닐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이 선고됐다. 이를 두고 유언대용신탁을 설정하기만 하면, 유류분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위 판결에 대해서는 많은 비판이 있고, 판결문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앞으로도 같은 취지의 판결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기는 어렵다. 특히 당신이 먼 곳으로 가게 될 수십년 뒤에는 이 부분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확립돼 있을 가능성이 높은데, 해외의 사례나 학계의 동향 그리고 당시 위 판결이 선고된 구체적인 사정(필자가 위 하급심 판결에서 승소한 바로 그 소송대리인 중 한 명이다)을 고려하면, 유언대용신탁이 유류분을 해결해줄 것이라 믿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유언대용신탁을 하기만 하면 유류분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고 상속을 설계했는데, 정작 당신이 먼 곳으로 떠난 후에 유류분반환청구로 인해 첫째가 괴로워질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굳이 그 위험(필자는 이를 현실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구체적인 위험이라고 본다)을 감수할 필요는 없다. 너무 슬퍼할 필요는 없다. 결국 모두 사랑하는 가족이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이라도 더 많은 자산을 첫째에게 전하고 싶다면, 수익자연속신탁을 통해 보완하는 방법이 있다. 수익자연속신탁을 활용하면, 둘째에게 유류분이 침해되지 않을 정도인 25%의 가치에 상당하는 수익권을 주는 것으로 설계한 다음, 혹시라도 둘째가 수익급부를 받을 수 없는 사정이 발생하면 위 수익권을 다시 첫째에게 이전하는 것으로 설계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비록 시차가 있을 수는 있지만, 당신이 최초에 의도했던 상속설계에 조금이라도 더 부합하는 결론에 이를 수 있게 된다.

2022-05-08 09:15:32 이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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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베니스비엔날레, 여성·반전을 말하다

이탈리아에선 현재 127년의 역사를 지닌 세계적 미술축제인 제59회 베니스비엔날레가 진행 중이다. 지난달 23일 공식 개막해 11월까지 약 7개월간의 대장정을 이어간다. 2년마다 개최되는 국제미술전이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올해는 3년 만에 문을 열었다. 베니스비엔날레는 본전시와 각 국가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국가관 전시를 축으로 한다. 본전시의 올해 주제는 '꿈의 우유'(The Milk of Dreams)로, 영국의 초현실주의 작가인 레오노라 캐링턴의 그림책 제목에서 따왔다. 초현실적 현실에 대한 역설, 현실과 비현실이 착종된 새로운 창조를 뜻한다. 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는 과거 국영 조선소이자 무기고였던 아르세날레를 주 무대로 한다. 58개국 213명이 참가했다. 30대에서 17세기 독일의 삽화가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까지 고루 포진했다. 총감독은 세실리아 알레마니 뉴욕 하이라인 파크 예술총괄 큐레이터가 맡았다. 한국 작가로는 정금형과 이미래가 초대됐다. 국가관 전시는 베니스비엔날레에서만 볼 수 있다. 카스텔로 자르디니 공원에 모여 있는 나라별 공간을 비롯해 본전시가 열리는 아르세날레와 베니스 시내 곳곳에서 각국을 대표하는 작가들이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그 수만 총 81개국에 달한다. 이 중 한국관은 1995년 기존 화장실 터에 29번째 마지막 주자로 자르디니에 입성했다. 건축가 고(故) 김석철과 이탈리아 건축가 프랑코 만쿠조가 설계했다. 여느 국제 미술전과 마찬가지로 베니스비엔날레 또한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본전시 참여 작가 비율만 봐도 여성보단 남성 작가들이, 아시아나 라틴계보단 백인 작가들이 많았고, 줄을 서서 봐야 하는 인기 국가관들도 대개는 유럽과 미국관 등이었다. 실제 2017년엔 독일관, 2019년엔 벨기에관과 프랑스관, 리투아니아관 등이 관람객들의 주목을 받았다. 올해만 해도 언론들은 꼭 봐야 할 국가관으로 미국과 캐나다, 프랑스 등을 지목했다. 하지만 2022년 베니스비엔날레의 키워드는 '여성', '흑인'이다. 정준모 미술평론가는 최근 '경향신문'에 기고한 르포 제목을 아예 "남성 중심주의의 종말을 상상하다"라고 뽑았다. 그도 그럴 것이 비엔날레 작가 90%가 여성, 베니스비엔날레만의 특징인 황금사자상 수상의 영예도 여성작가들이 독차지했다. 국가관 부문은 영국관 대표작가 소냐 보이스가, 본전시 부문에선 미국 작가인 시몬 리가 받았다. 둘 다 흑인이다. 2007년 말리 출신의 사진가 말릭 시디베가 아프리카인으로는 최초로 황금사자상을 받았으나 흑인 여성작가가 두 개의 황금사자상을 동시에 거머쥔 건 처음이다. 평생공로상 역시 여성 작가인 독일의 카타리나 프리치와 칠레의 세실리아 비쿠냐에게 돌아갔다. 모두 광주비엔날레와 국립현대미술관에서의 전시 등 한국과 인연이 깊다. 예술에 있어 성별의 구분은 무의미하지만 여성의 실존성과 존엄, 정체성이 정당하게 가치 매김 되는 하나의 전환점일 수 있다는 점에서 여성 작가들의 선전은 눈여겨볼 만하다. 역사에서 소외되고 억눌렸던 여성의 삶이 비엔날레라는 권위를 통해 재편됐다는 사실도 흥미로운 지점이다. 한편 외신을 종합하면 관람객에게 특별함을 선사하고 있는 건 우크라이나 광장이다. 이곳엔 러시아 침공 이후 제작된 40명의 작가 작품이 들어섰다. 우크라이나 예술인들은 전쟁으로 인해 파빌리온 전시 참여가 불발됐고, 올해 초 성명문을 통해 연대와 지지를 호소한 바 있다. 러시아 예술인들도 우크라이나 침공이 부끄럽다며 국가관 참가를 포기했다. '반전'(反戰)이 베니스비엔날레를 관통하는 또 하나의 명사로 부각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들이다. 개막 초기엔 한국관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나선(Gyre)을 주제로 한 한국관 전시에는 설치예술가 김윤철이 참여했다. 그는 마치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볼 법한 대형 금속 조형물 5개를 설치해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시각적 놀라움'은 당대 인류가 처한 시대 징후를 다룬 작품에 후한 점수를 매기는 비엔날레의 흐름을 바꾸기엔 역부족이었던 듯싶다. 한 기자는 현장을 전한 보도에 "본전시 주제와 연결 짓기 쉽지 않아 보였고 문명의 성찰을 촉구하는 시대 흐름과도 이질적이었다."고 썼다. ■ 홍경한(미술평론가)

2022-05-03 10:37:04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