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가 사람들]카카오의 금융업진출로 그려보는 미래 금융은?
식사 후 휴대폰을 꺼내 동료에게 식대를 전송하고, 주식을 사고팔며 별다른 인증 없이도 간단한 클릭만으로 천송이코드를 살 수 있는 시대. 정보기술과 결합된 금융은 4000만 스마트폰 이용객과 IT 기술을 기반으로 출구없는 성장을 하고 있다. 이미 미국의 페이팔이나 중국의 알리페이 같은 간편결제 서비스는 글로벌 IT기업을 등에 업고 지급 결제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국내 IT기업 중에서는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가 송금과 결제를 할 수 있는 일명 '카톡뱅크'와 '카카오 간편결제'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있다. 송금, 지급결제, 자산관리, 대출중개 등 다양한 영역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IT기업이 전통금융업의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른 셈이다. 지난 14일 메트로 신문과 만난 김종현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최근 금융소비자들의 니즈와 IT회사들의 경쟁전략을 감안할 때, 비금융업종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는 새로운 금융 비즈니스 모델의 성장 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비금융회사들은 IT를 중심으로 기존 금융기관들이 간과한 틈새시장을 포착해 공략함으로써 새로운 금융수요를 창출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IT회사가 보유한 인프라 등을 통해 기존 금융회사가 갖지 못한 새로운 경쟁력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의 예상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머니마켓펀드(MMF)를 판매한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는 지난 3월말 현재 800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했고, 약 5000억 위안(67조6000억 원)의 자금을 수신하는데 성공했다.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대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알리파이낸스도 B2B 사이트에 축적된 기업의 거래정보 등을 활용해 신용대출을 한 결과, 부실채권 비율이 중국 국영은행의 평균 중소기업 부실채권 비율(2%)보다 낮은 1% 이하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다. 김 연구위원은 "카톡뱅크 또한 지급결제 부문에만 머물지 않고 텐센트나 알리바바와 같은 비즈니스 모델로 확장될 경우 국내 금융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지난 4월 현재 카카오톡 누적 가입자 수가 1억 4000만 명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해 볼 때 대규모 가입자와 고객정보를 기반으로 한 금융서비스 부분의 성장 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카카오가 전자지갑의 전용계좌를 통한 송금·결제뿐만 아니라 자산관리를 담당하는 금융회사와 제휴할 경우, 수익형 금융상품까지 판매함으로써 사실상 은행, 증권사 등 기존 금융회사의 역할까지 담당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그는 다만 "송금 한도나 금융거래의 제약, 보안 위협 등의 요인으로 인해 카톡뱅크가 실제 금융업에 끼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인터넷 쇼핑몰이 생길 당시 유통업체들의 모습과 현재의 형태를 상기해보면 금융업 역시 함께 진화하는 방향으로 나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와 함께 김 연구위원은 "국내 금융회사들은 비금융회사의 금융시장 진입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인터넷 전문은행 등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의 도입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자사의 스마트폰 뱅킹 서비스 확대 등 새로운 금융 비즈니스 모델이 갖는 이점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경쟁전략을 검토하는 동시에 온오프라인 거래채널을 모두 보유한 장점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