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부 산하기관, 경영평가 '부익부 빈익빈' 심화
2023년 평가 결과 중진공·기보 '우수'…소진공, '미흡' 그쳐 11곳 중 처우 가장 열악한 소진공, 경평도 낮아 '사기 저하' 대전내 새 건물로 본부 이전…"기관 본연 역할 더 충실할 것" '감사 직무수행실적' 평가에선 기보 '우수', 중진공은 '미흡'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공공기관에 대한 경영평가 결과 기관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욱 심화됐다. 특히 살림살이가 넉넉치 않은 기관이 기획재정부의 이번 평가에서 좋지 않은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그나마 기대했던 성과급도 바라볼 수 없게 됐다. 24일 기재부, 중기부, 각 기관에 따르면 최근 발표한 '2023도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 중기부 산하기관인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과 기술보증기금이 '우수(A)'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미흡(D)'을 각각 받았다.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가장 높은 탁월(S)부터 우수(A), 양호(B), 보통(C), 미흡(D), 아주미흡(E)까지 총 6단계로 등급을 매긴다. 지난 2021년도 평가에선 중진공, 기보, 소진공 모두 '양호(B)'를 받았다. 이듬해인 2022년도엔 중진공이 '양호(B)', 기보와 소진공이 각각 '보통(C)'이었다. 전년 대비 2023년도 평가에서 중진공은 한 단계, 기보는 두 단계 등급이 오른 반면, 소진공은 오히려 한 단계 하락하며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린 모습이다. 강석진 중진공 이사장은 "이번 성과는 중진공 임직원 모두가 합심해 만들어낸 노력의 결실"이라며 "앞으로도 국민과 중소벤처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고객 중심의 서비스 혁신과 민간주도 성장기반을 마련해 지속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중진공은 이같은 여세를 몰아 올해 ▲생산성과 효율성 제고를 위한 기관 혁신 ▲민간주도 혁신성장 기반 사업혁신 ▲고객중심의 공공서비스 혁신을 중심으로 한 '3대 혁신방안'을 적극 추진해나간다는 계획이다. 경영평가는 기관에겐 사활이 걸린 문제다. 기관장이 좀더 높은 점수를 받기위해 '보이지 않는 손'인 평가위원들에게 어떤식으로든 호소하는 게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평가 결과에 따라 주어지는 성과급은 공공기관에 다니는 임직원들에겐 '13월의 월급'으로 꼽힌다. 임원들은 더욱 그렇다. 중진공, 기보, 소진공과 같은 준정부기관의 경우 기관장과 상임이사·감사는 등급에 따라 기본연봉 대비 60~0%까지 성과급이 돌아간다. 이번에 'A(우수)'등급을 받은 중진공과 기보 이사장은 기본연봉의 48%를 보너스로 받을 수 있다. 이들 기관 직원에겐 월기본급의 80%가 성과급으로 주어진다. 기보 관계자는 "전년에 비해 두 계단 올라간 것에 대해선 내부에서 상당히 고무적이지만 성과평가실을 중심으로 조용히 자축하고 넘어가자는 분위기"라고 귀뜸했다. 하지만 이들 기관과 달리 'D(미흡)'를 받은 소진공은 올해 경영평가 성과급이 없다. D와 가장 낮은 E등급은 지급률이 '제로(zero)'이기 때문이다. 전년도에 '보통(C)'을 받았던 소진공은 지난해 경영평가 성과급으로 이사장에게는 약 4400만원이, 직원들에게는 1인당 평균 96만원이 돌아갔었다. 코로나 팬데믹 시절 '소상공인 지원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한 소진공은 중기부 산하 11개 기관 중 연봉 등 처우가 가장 낮은 기관으로 꼽힌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결산 기준으로 소진공 정규직 1인당 평균 연봉은 5121만원으로, 기보(9371만원)의 54.6%, 중진공(8419만원)의 60.8% 수준에 그치고 있다. 소진공 입장에선 가뜩이나 연봉도 낮은데 경영평가도 좋지 않은 결과를 받아든 것이다. 지난해 열린 국정감사에서도 소진공의 열악한 현실이 조명되면서 기관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시급히 처우를 개선해야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소진공 관계자는 "경영평가 결과를 받아들고 내부에서 사기가 많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라면서 "면밀한 원인 분석 등을 통해 기관 본연의 역할을 더욱 충실히 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소진공이 이번 경영평가 결과를 놓고 자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코로나 팬데믹 기간(2020~2022년) 소상공인 등에게 나눠줘야 할 재난지원금만 약 62조원이 늘어났다 2023년엔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귀한 것이 평균 인원 대비 순사업비 등에 대한 재무성과 지표 평가에서 점수가 하락하는 등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평가기간 소진공은 평가단을 대상으로 한시적 재난지원성 예산을 평가시 제외해 달라는 보정 요청을 두 차례 전달했다. 그러나 타 기관과의 형평성과 평가의 연속성을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소진공은 이후에도 공공기관 경영평가 주무부처인 기재부에 '평가 편람'에 나와 있는 지표 개선을 적극 요청한다는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대전에 있는 소진공은 지난 주말 중구에 있던 본부를 유성구 지족동 KB국민은행 콜센터 건물로 옮기고 이번주부터 새 터전에서 업무를 시작했다. 기존에 있던 낡은 건물을 떠나 임직원들이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업무를 하고, 이전을 통해 아낀 경비를 직원 복지 향상에 쓰겠다는 원대한 목표에서 단행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대전시와 지역 국회의원 등은 소진공이 원도심을 등지고 떠난다며 '몽니'를 부리기도 했다. 한편 이번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감사 직무수행실적도 함께 평가한 결과 기보는 '우수(A)'를 받은 반면 중진공은 '미흡(D)'에 그쳤다. 소진공은 해당사항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