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일피일' 군인연금 개혁…왜? "軍 기득권 세력 눈치"
해마다 막대한 국고보조금이 투입되고 있는 '군인연금'에 대한 개혁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야 정치권이 지난해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 개혁에 합의하면서 군인연금도 다음 개혁대상으로 거론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실제로 연금개혁 성사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많다. 정치권 관계자는 21일 "내년 대선을 앞두고 60만 군심(軍心)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면서 "그러나 군인연금의 적자폭이 공무원연금 못지 않아 국가재정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 어떤 방향으로든 손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 올 한해 군인연금 국고보조금만 1.3조 군인연금은 도입 10년 만에 재정이 고갈돼 지난 1974년부터 부족분을 국가보조금으로 메우고 있다. 군인연금에 들어가는 국고보전금은 지난 2010년 1조566억원으로 1조원을 넘긴 이래 점점 늘어 올해만 1조3665억원을 기록했다. 현 추세라면 2030년 2조7814억원, 2050년 13조원, 2080년 32조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014년 회계연도 국가결산을 통해 군인연금 충당부채가 119조8000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당해연도 기준 총 국가부채 1211조원 중 10% 가까이 차지하는 액수다. 정치권 관계자는 "현 구조로는 앞으로 군인연금 적자를 메우기는 커녕 유지도 힘들 것"이라며 "고령화와 수급인원 증가로 연금지급 대상과 기간이 모두 늘어 국가보전금이 기하급수적으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예비역 단체 '눈치'…군 병력 규모 조정해야 개혁이 시급한데도 정부나 정치권 모두 '총대' 메고 나설 엄두를 못 내는 이유는 이미 조직을 떠난 예비역 군인단체들의 '입김'이 세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다른 공무원들과 달리 재향군인회, 성우회 같은 조직은 결속도가 높고, 현직에 있는 당국자들의 선배여서 개혁이 더디고, 쉽지 않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당사자인 국방부가 나서 군인연금 재정악화 개선을 위한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2016년 기준 38조원이 넘는 국방예산 중 인건비만 11조원에 육박하는 현 상황에서 근본적인 병력 구조 개혁안 마련을 통해 군인연금 개혁의 물꼬를 터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11조원에 달하는 인건비 중 부사관 급여로 5조원, 장교 4조원, 병사 6000억원, 군인연금 2조원이 나가고 있다"며 "모병제인 미국도 전체 국방예산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4분의 1인데, 한국은 인건비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와 같은 구조가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고령화·저출산에 따라 징병 대상자가 줄면서 국방부는 앞으로 간부 비율을 높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국방부는 "현재 30.3%(19만여 명)인 간부 비율을 오는 2025년 42.5%(22만2000여 명)까지 늘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추가로 들어가는 인건비만 2조6000억원 가량으로 분석하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들이 연금을 받는 20년 뒤에는 재정악화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며 "안보와 재정건전성을 함께 고려해 지금 계획보다 더욱 획기적으로 군 병력 규모를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