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말라리아 퇴치 예산 삭감... "수천 명 죽는다" 국제사회 비상
미국이 말라리아 퇴치를 위한 대표적 지원 프로그램 예산을 대폭 삭감할 계획인 가운데, 아프리카에서 말라리아 환자 수가 수백만 명 늘고 수만 명이 추가로 사망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9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런던 의학저널 랜싯은 미국의 말라리아 퇴치 프로그램인 '대통령 말라리아 이니셔티브(PMI)'에 대한 전폭적 지원이 이뤄지면 올해 아프리카에서 말라리아 감염자 약 1300만~1400만 명, 사망자 10만 명 이상을 막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 예산을 절반 가까이 삭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뉴시스가 인용했다. PMI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20년 전 출범시킨 프로그램으로, 미 국제개발처(USAID)를 통해 지금까지 약 90억 달러(약 12조3000억원)를 투자했다. 미 의회는 지난해에도 8억 달러(약 1조970억원) 가량을 승인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47% 삭감할 방침이다.연구는 PMI가 침대 모기장 살충 처리, 유아 대상 예방 약물 투여, 일상적 치료 등 말라리아 퇴치에 기여했을 때의 효과를 추정했다. 연구에 따르면 PMI는 올해 아프리카 27개국의 말라리아 대응에 핵심 역할을 하고, 예산이 충분히 확보될 경우 전체 감염 사례의 11.3%, 사망의 37.5%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아프리카에서는 말라리아 사망자 중 4분의 3이 5세 미만 아동이다. 2023년 기준 전 세계 말라리아 감염은 2억6300만 건, 사망자는 약 60만 명에 달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00년 이후 각종 방역 조치로 약 22억 명의 감염과 1270만 명의 사망을 예방했다고 밝혔다.비영리단체 '말라리아 노 모어'의 마틴 에들런 대표는 "이번 삭감안은 재앙적인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힘겹게 이룬 성과가 물거품이 되고, 백신 같은 새로운 기술 도입도 지연되며, 취약 지역에서 대규모 발병이 다시 일어날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그는 "말라리아 퇴치는 미국의 국익과 해외 영향력, 지역 안정에 기여한다"고도 덧붙였다. 말라리아, 에이즈, 결핵 퇴치를 위한 글로벌 기금도 미국 정부에 PMI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을 촉구했다. 글로벌 펀드의 피터 샌즈 사무총장은 "PMI와 글로벌 펀드는 말라리아 대응을 위한 외부 자금의 93%를 담당하고 있으며, 이는 재정 여력이 부족한 국가들에 생명줄 같은 역할을 한다"며 "국제 연대 없이는 지금까지의 성과를 잃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