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투톱' 삼성·SK, GF 러브콜 이어져…인수 기대 효과는?
국내 반도체 '투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 글로벌파운드리(GF) 인수전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했다. 글로벌 업계 최고의 경쟁력을 증명한 셈으로, 누가 GF를 인수할지, 또 예상되는 효과는 어떨지에 주목이 쏠린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UAE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왕세제는 2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난데 이어, 방한 기간 중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과도 만남을 가질 예정이다. 공식적으로는 이 부회장과 IT 등 산업에서 협력을 논의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왕세제가 GF 매각을 타진했을 수 있다고 보고있다. GF는 2009년 미국에서 설립된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다. AMD에서 분사됐다가, UAE 국영 펀드 ATIC에 지분 90%를 내준 상태다. 연 매출액은 7조원 수준으로 파운드리 시장 8%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ATIC이 GF를 매각하려는 이유는 간단하다. 최근 7㎚(나노미터) 공정 양산을 포기하면서 기술적 경쟁력을 크게 잃었기 때문이다. 특히 주요 고객사인 AMD가 7나노미터 공정을 위해 대만 TSMC에 수주를 몰아주면서 매각을 결정하게 됐다고 알려졌다. 앞으로 14~22나노미터 공정 효율화에 집중할 예정이다. ◆"이미 세계 최고" 여유로운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우리나라에 발을 딛자마자 공장을 찾은 모하메드 왕세제를 이재용 부회장 안내 하에 극진히 모셨지만, 정작 GF를 인수할 가능성은 크게 낮다는 것이 중론이다. 당장 26일 진행된 모하메드 왕세제 견학 자리에는 정은승 파운드리부문장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견학 내용도 5G를 중심으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GF 인수에 따른 기술적 이점도 없다. 삼성전자는 기술력으로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인 7나노미터 EUV 양산 막바지에 들어선 상태인 반면, GF는 7나노미터를 포기했을 뿐 아니라 14나노미터 양산에서도 삼성전자의 도움을 받았었다. 미국 공장도 매력이 없다. 삼성전자는 이미 미국 오스틴 생산거점을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GF는 미국 동부 지역 말타와 벌링턴, 이스트피시킬 3곳에 공장을 갖고 있다. 싱가포르에 있던 웨이퍼 공장은 최근 매각했다. 인수로 인한 점유율 확대 효과도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다. 파운드리 시장 특성상 안정적인 생산을 중요시하지만, 삼성전자는 이미 안정을 뛰어넘는 경쟁력을 갖춘 만큼 실제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SK하이닉스, 인수 효과 높지만… 삼성전자가 GF를 인수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은 모하메드 왕세제가 SK하이닉스 이석희 사장과 면담을 요청하면서 증폭됐다. 삼성전자에 미지근한 답변을 듣고 새로운 매입사를 물색한다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반도체로는 글로벌 3위이지만, 파운드리 사업에서는 뒤쳐져있다는 점에서 GF 인수 시너지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곳이다. SK하이닉스는 SK하이닉스시스템IC라는 자회사를 만들고 파운드리 사업에 진출했지만, 기술력 문제로 CMOS 이미지 센서를 만드는 수준에서 그쳐있다. GF를 인수하면 단숨에 파운드리 시장 3위에 오를 수 있을 뿐 아니라, 14나노미터 핀펫 공정 기술력까지 확보할 수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EUV 운용을 준비 중인 만큼, 수나노대 기술까지 발전시킬 가능성도 점쳐진다. 반도체 업계 3위 자리도 확고해진다. 하이닉스의 지난해 연매출액은 40조원 수준, GF를 인수하면 50조원 가까이로 증가한다. 연간 매출 30조원 수준인 마이크론과 격차를 벌리고, 삼성전자와 인텔(80조원 수준)을 추격할 발판도 마련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SK하이닉스 현금성 자산은 올해까지도 10조원을 넘지 못할 전망이다. 주머니를 탈탈 털어도 GF를 인수하기 쉽지 않은 셈이다. 정부가 지배구조 개편과 내부거래규제 등으로 강하게 압박하는 상황이라 그룹사 차원으로 접근하기도 쉽지 않다. 미국측 압박에 대한 우려도 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국적 기업을 반도체 강국인 국내에 쉽게 내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