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M&A 빅뱅시대] (2) 재계 M&A는 혁신과 생존의 문제
삼성 현대 등 그룹사들의 지배구조 개편이 인수합병(M&A) 시장의 핵심 키워드로 떠올랐다. M&Asms 기업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좋은 통로다. 뛰어난 기술력이나 성장 잠재력을 단숨에 사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 불안 우려와 맞물려 실제 계약이 성사되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일부 전문가는 사는 쪽과 파는 쪽 간 이해관계가 맞지 않아 매물이 장기간 쌓이면 경제 활력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M&A… 새 판 짜는 재계 올해 M&A시장의 키워드는 '생존'이다. 2014년 말 한화그룹의 삼성 석유화학부문 인수, 2015년 SK C&C와 SK 합병,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등이 이런 사례다. '바꾸지 않으면 죽는다'는 기업인들의 절박한 위기의식을 가장 잘 보여준다. 대기업의 계열사 재편 과정에서 벌어지는 M&A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8일 국내 한 증권사 IB사업 대표는 "최근 대기업들이 핵심 분야만 남기고 경쟁력이 없는 사업을 주고받고 있다"며 "올해 기업 구조조정과 맞물려 사업 부문이든 기업 부문이든 구조조정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후계구도와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군살 빼기는 물론 새로운 성장 차원에서는 M&A는 꼭 필요하다. 삼성과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과 SK그룹 등의 행보도 주목된다. 시장에서는 비주력 계열사를 매각하거나 국내외 특정 기업을 매입해 특정 계열사를 집중 육성하는 방식으로 승계구도 재편에 대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재벌들의 경영권 승계는 상속문제와 맞물려 있어 M&A를 촉진하는 요인이다. 국내 상속세율은 누진세가 적용되며 30억원 초과시 50%의 세율이 적용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캐나다, 호주, 스웨덴 등 11개국은 상속세를 폐지했고, 미국은 상속세율이 40%지만 상속인이 주식을 매각해 차익을 얻을 때 과세하는 과세이연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알짜 매물은 넘쳐 난다. 금융사는 물론 대기업 계열회사와 대우조선해양 등 대형 매물도 많다. 실탄도 넉넉하다. 시민단체 등의 분석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10대 재벌 상장계열사들의 사내유보금은 총 549조6000억원이다. 1년 전보다 9.1%(45조7000억원) 늘어난 수치다. 30대 재벌로 범위를 확대하면 사내유보금은 753조6000억원이다 정부도 국내 M&A 시장 활성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정부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 후속대책으로 M&A시장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는 규제를 완화하고 지원은 늘리기로 했다. 미래에셋대우 유명간 연구원은 "국내기업들의 매출액 대비 현금성자산 비중은 2015년 3분기 기준 8.1%로 10년간 가장 높은 수준이고, 매출액 대비 잉여현금흐름도 2011년 -1.2%를 저점으로 현재 1.4% 수준까지 회복했다"면서 "경기회복이 불확실하고 재고부담이 높아진 상황에서 기업들의 유동성은 풍부해져 기업들이 M&A를 통해 성장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M&A는 혁신과 생존 문제 기업들은 왜 M&A에 주목하는 것일까. 글로벌 포춘(Global Fortune) 1000곳의 기업을 대상으로 집계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최고경영자(CEO)들은 기업 M&A의 주된 목적으로 '성장(Growth)'과 '생존'을 꼽는다. 레버리지를 극대화한 대마불사(大馬不死)식의 외형성장보다는 기존 주력사업의 영역 내에서 성장과 보완적 M&A전략이 73%를 차지한 것. 하지만 M&A가 만병 통치약은 아니다.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인수한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여러 기업을 인수·합병하여 사세를 확장했던 STX그룹이 M&A를 통해 '승자의 저주'에 빠진 대표적인 예다. 전문가들은 토종자본 육성과 역할을 강조한다. 제도를 바꿔서라도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재무적투자자(FI) 외에 다양한 형태로 시장에 참여할 수 있게 유도해야 한다는 것. 국내 M&A 거래규모는 시가총액대비 3.52%로 싱가포르(7.65%), 영국(5.95%), 미국(3.52%)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작다. 그나마 외국자본에 의한 국내 외국기업 M&A가 85.6%(2012년)에 달해 M&A 시장에서 토종자본의 역할이 미미하다. 또 사모투자펀드(PEF) 및 전략적 투자자 등의 시장 참여 제약, 세제 및 금융상 지원체계 미흡, 제도 및 절차의 미성숙 등도 해결 해야할 과제로 꼽힌다. 투자금융(IB)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제조업·수출 비중이 현저히 높은 국내 기업 생태계에서 생존을 위한 한계사업 정리 그리고 혁신을 위한 성장 모멘텀을 모색하는데 있어서 M&A가 주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