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조선 해운 충당금 최대 2조5000억원
조선·해운업계 구조조정으로 시중은행이 추가로 쌓아야 할 충당금 규모가 최대 2조5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신용리스크에 시달리고에 있는 주요 은행에 적잖은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 3일 하나금융투자 등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 한진중공업, 현대상선, 한진해운, 창명해운 등 현재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조선·해운업종에서 시중은행이 쌓아야 할 충당금은 2조원에서 최대 2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된다. 제1 금융권이 보유한 조선 및 해운 업종 여신 중 5개 기업을 제외한 여신은 약 42조원 가량이다. 시장에서는 향후 구조조정 진행 강도가 더할수록 이들 여신이 '요주의' 또는 '고정이하'로 재분류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본다. 42조원 중에서 시중은행이 감당해야 할 부담은 8000억~1조2000억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현재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5개사와 합칠 경우 최대 2조5000억원 가량의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지난해 은행지주가 벌어들인 순이익(5조5951억 원)의 45% 가량을 부실기업 때문에 충당해야 하는 처지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특수은행이 추가 적립해야 하는 규모는 3조9000억원~9조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된다. 하나금융투자 이미선 연구원은 "시중은행의 경우 추가 적립금 부담이 자기자본의 2% 내외이나, 특수은행은 자기자본의 약 10%에 달해 자본확충을 위한 코코본드(조건부 자본증권) 등의 발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구조조정이 진행될수록 국책은행이 부담해야 하는 부실채권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돼 정부의 조치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구조조정이 가시화된 5개 업체의 제1금융권 익스포져는 26조원(특수은행 23조원, 시중은행 3조2000억원)으로, 특수은행의 자기자본 대비 28%, 시중은행의 자기자본 대비 3%에 달한다. 시중 은행들의 신용리스크도 덩달아 커질 전망이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지난 4월 우리은행 신용등급을 한 단계 강등하고, 신한은행 전북은행 등 6개 은행의 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무디스는 우리은행의 신용등급이 강등된 것은 정부가 우리은행 지분 매각을 시도하고 있어 자본 확충 능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무디스는 다른 은행들의 부정적인 전망과 관련해 "중기적인 관점에서 이들 은행의 등급에 관한 어떠한 상승 압력도 기대하지 않는다"면서도 "한국의 거시경제 상황이 나아지고, 은행이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갖춘다면 상황이 다소 개선될 수는 있다"고 했다. 나이스신용평가도 조선 해운 철강 건설 석유화학 등 5대 취약업종의 구조조정이 연내 마무리되지 않으면 부실채권 부담이 커져 은행들의 신용등급이 추락할 것으로 분석했다. 대우조선해양, 현대상선, 한진해운에 대한 위험노출액(익스포저) 비중은 특수은행이 전체의 88.5%로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취약 업종 전체로 대상을 확대하면 일반은행의 익스포저도 적지 않아 충당금 적립 부담이 증가할 것이란 분석에서다. 은행별 전체 여신에서 5대 취약업종 여신이 차지하는 비중은 KEB하나은행 11.6%, 우리은행 10.5%, 신한은행 10.2%, 국민은행 7.9% 등이다. 부산(19.6%), 경남(17.5%), 대구(13.2%), 광주(10.7%) 등 지방은행도 전체 여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 이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