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증시 지도] 동학개미의 힘…증권사, 실적 풍년
올해 증권사는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다. 총 4개의 대형사가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했으며, 중소형사도 최고 실적을 경신해나가고 있다. 각 증권사는 최근 자본시장에 대거 유입된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고객으로 선점하기 위해 골몰하는 중이다. ◆증권사 4곳, '1조 클럽' 입성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미래에셋·삼성·한국투자·NH투자증권의 누적 영업이익이 1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에는 미래에셋증권만이 누적 영업이익 '1조 클럽'을 달성했지만 올해는 4곳이 3분기 만에 1조원을 넘긴 것. 증권사별로는 연결재무제표 기준 미래에셋증권 1조2506억원, 삼성증권 1조1182억원, 한국투자증권 1조637억원, NH투자증권 1조601억원 순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5%, 116.9%, 121.1%, 50.6%씩 급증했다. 지난 1분기 거래대금 급증으로 브로커리지(주식 중개) 수익이 늘면서다. 4분기 실적에 따라 1조 클럽 가입 가능성 여부가 결정되는 곳도 있다. 키움증권은 누적 영업이익 9608억원을 기록해 올해 1조 클럽 가입이 유력해진 상태다. 이어 대신증권(8184억원), 메리츠증권(7657억원), KB증권(7295억원) 등도 거론되고 있다. ◆하반기 실적 전망은 '흐림' 하지만 증권사의 4분기 이후 실적 전망치는 점점 낮아지고 있다. 국내 주식 일평균 거래대금이 감소하고 있어 브로커리지 이익 둔화가 확실시되면서다. 실제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2월 들어 전체 주식시장(코스피+코스닥) 일평균 거래대금은 24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19개월 만에 최저치다. 분기별로도 1분기 33조3000억원, 2분기 27조1000억원, 3분기 26조3000억원의 순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거래대금 감소로 인해 국내 증시가 약세로 돌아서면 증권가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단, 새로운 금융상품의 등장 등 호재도 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22년은 증권업계 전반적으로 이익 감소 가능성이 높다"며 "최근의 거래대금 둔화와 금리 상승을 반영해 증권사의 이익 추정치를 하향 조정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반면 최근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 규제 완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고, 대체불가능토큰(NFT) 등 새로운 유형의 금융자산이 잇따라 등장해 증권산업에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열리고 있다"며 "기존 금융업계(은행·증권·보험 등)에서 금융자산 거래를 지원하는 데 가장 특화된 게 증권업인 만큼 새로운 금융상품의 등장은 증권산업의 호재"라고 덧붙였다. ◆MZ세대, 국내 증시에 남을까? 증권사의 잠재 고객으로 꼽히는 MZ세대가 국내 증시에 계속 남아있을지 여부도 주목된다. 국내 증시가 지지부진한 사이 가상화폐 열풍, 금리 인상으로 인한 예·적금 역머니무브 등 주식 시장에서의 자금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KB증권에 따르면 지난 9월 초 MZ세대 개인고객은 211만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128만명) 대비 65% 급증했다. 2020년 4월부터 2021년 9월까지 신규 개설 주식계좌 273만좌 중 48%인 131만좌가 MZ세대였다. 증권사들은 MZ세대 고객 선점을 위해 ▲해외주식 소수점거래 서비스 출시 ▲유튜브 콘텐츠 제작 ▲메타버스 플랫폼 출시 등 다양한 서비스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KB·NH·한국투자·신한금융투자 5곳은 소액 투자자를 위한 해외주식 소수점 거래 서비스를 시작했다. 수수료 면제, 거래 지원금 제공 등 이벤트를 내세워 신규 고객 선점에 나섰다. 상품 설명, 투자기법, 종목 분석, 시장 전망 등 다양한 소재를 담은 유튜브 콘텐츠 경쟁도 활발하다. 키움증권(키움증권 채널K), 삼성증권(Samsung POP), 미래에셋증권(미래에셋 스마트머니) 세곳은 현재 100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미래의 회사'라는 웹드라마를 공개했다. 단순 정보 전달이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고객과의 공감대를 높인다는 설명이다. 미래에셋·교보·유진투자증권은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를 통해 디지털 지점을 구현했다. NH투자증권의 경우 자체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해 메타버스 플랫폼을 개설했다. 향후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해 전문가들의 세미나, 인공지능(AI) 투자 상담 등 다양한 서비스를 순차적으로 선보인다. 증권사 관계자는 "투자 지원금 제공, 주식 증정과 같은 기존의 마케팅에서 벗어나 유튜브나 메타버스 등 새로운 시도들을 많이 하고 있다"며 "MZ세대를 타겟팅한 마케팅은 주로 투자의 개념으로 생각하면 된다. 잠재적인 미래 고객 선점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