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도 써야지" 이른 더위 덴탈마스크 대란
이마트 트레이더스 부천점에는 오전부터 덴탈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한 소비자들로 가득찼다. /조효정 기자 8일 오전 10시 마스크. 이마트 트레이더스 부천점을 찾은 소비자들이 서로 2m 간격을 두고 줄을 섰다. 매장에 들어서기 전 다양한 타입의 손세정제로 손을 닦고 조용히 매장에 들어서 번호표를 넘긴 뒤 마스크를 구매한다. 곳곳에서 큰 목소리가 들리다가도, 직원의 당부에 금세 조용해졌다. 낮 최고 기온이 32도까지 치솟으며 이른 무더위가 찾아오자, 소비자들은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얇고 숨쉬기 편한 일회용 마스크를 찾았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초기 비말을 가장 잘 막아준다는 KF94마스크 수요가 컸던 것과 반대로, 날씨가 더워지면서 호흡이 어려운 KF마스크보다 일회용 마스크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유통업계도 습하고 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가볍고 통기성이 좋은 덴탈마스크를 찾는 고객들이 많이 늘어날 것을 예상해 대규모 물량을 준비하고 있다. 가벼운 마스크 수요가 늘자 높은 가격에 판매하는 업체가 증가했고, 저렴한 마스크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웰킵스의 올라인몰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인증을 받은 비말차단마스크 판매를 시작한 5일 오전 9시 직전부터 접속이 불가능해졌다. 오전 11시쯤에는 동시 접속자가 780만 명을 넘어섰다. 파인텍도 이날 오전 온라인 몰을 통해 마스크 2만 장을 내놓았는데, 판매 시 13초 만에 모두 동이 났다. 이마트 트레이더스 부천점에서 판매 중인 덴탈마스크. 여유가 있어보이지만 오전에 일찍 도착해 번호표를 배부받은 고객들을 위해 비치된 상품, 즉 그림의 떡이다. /조효정 기자 창고형 할인점인 이마트 트레이더스에서 팔고 있는 중국산 일회용 마스크도 순식간에 완판됐다. 첫 판매일인 6일과 이튿날인 7일에 이어 이날도 매장문을 열기도 전에 사람들이 몰렸다. 온라인 상에선 비슷한 종류의 중국산 마스크가 개당 190원에서 300원에 판매되고 있지만, 구하기가 쉽지 않아 소비자들은 오프라인 매장으로 발을 돌릴 수밖에 없다.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일회용 마스크 50 개입 1박스를 오프라인에선 흔치 않은 가격인 1만5980원(장당 320원)에 팔고 있어, 오프라인 구매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몰렸다. 지난 주말에만 이마트 트레이더스 부천점에서만 마스크 1000박스가 판매됐다. 이마트 트레이더스 6월 6일부터 7일까지 대형마스크는 120만 장, 소형은 43만5000 장이 팔리며 점포 당 일일 총 4만 5000장 씩 판매했다. 이로 인해 양일간 트레이더스 마스크 매출 신장률은 직전 주말(5월30일~31일)에 비해 686.3% 증가했다. 트레이더스는 제조업체로부터 한 번에 2000만 장이라는 대규모 물량을 사들이며 물량을 확보했다. 지난 1~5월 트레이더스가 판매한 KF마스크와 일회용 마스크가 약 900만 장인 것을 고려했을 때 2000만 장은 1년 치 판매 물량이다. 그러나 직원은 "지금과 같은 추세로는 한 달 내 확보한 물량을 모두 판매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부천시 중동에서 온 박 씨(48)는 "덴탈마스크가 비말 차단 효과 떨어진다 해도 지금 너무 더워서 선택지가 따로 없다. 더워도 마스크는 써야하지 않겠는가. 결국 KF마스크 대신 덴탈마스크를 선호하게 됐다. 우리 같은 중년층은 온라인에서 마스크를 구하는 게 쉽지 않아 오프라인 매장을 헤맬 수밖에 없다. 덴탈마스크 가격도 나날이 비싸져서 걱정"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트레이더스 부천점에는 덴탈 마스크 구매용 번호표를 배분 받기 위해 오전6시 부터 소비자들이 몰려들었다. /조효정 기자 부천시 원미구에서 온 김 씨(50)는 "전날 매장 오픈시간인 오전 10시에 구매하러 왔다가 마스크를 사지 못해 오늘은 7시부터 나왔다. 오픈 전부터 1층 매장입구에서 2시간 동안 줄을 서서 번호표를 배부받았다. 지난 공적마스크 초기와 같은 대란이 다시 발생할까 봐 걱정"이라며 우려를 전했다. 공적마스크 시스템 도입 초기와 달리, 덴탈마스크 대란에서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구매가 이뤄졌다. 부천시 옥길동에서 온 장우영(32)씨는 "일부 고객이 줄을 가지고 약간의 실랑이가 있지만, 대부분 줄을 서는 데 익숙해졌다. 흥분해서 2m 간격이 가끔 무너지긴 하지만 직원이 계속해서 관리하고 있어 2m 간격을 유지하며 다들 점잖게 줄을 서고 있다. 당일에 마스크 구매에 실패하더라도 아직 마스크 여유분이 있단 생각에 다들 지난번보다는 덜 예민한 모습을 보이는 거 같다"고 말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 부천점에 마스크 구매를 위한 고객이 몰리면서 잠시 혼란스러워지는 것 같았지만, 상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직원의 안내에 따라 금방 안정을 찾았다./ 조효정기자 매장 개장 시각인 10시에 맞춰왔다가 마스크 구매에 실패한 한 고객이 항의하자, 이마트 트레이더스 직원은 "오전 6~7시부터 고객들이 줄을 서고 있다. 9시 30분 정도면 번호표 배부가 끝난다"며 "10시에 맞춰 오신 고객분들은 구매하지 못하고 돌아가실 수밖에 없다. 아직 완판된 게 아니라 내일과 내일모레도 판매하니 편하신 날짜에 맞춰 오시면 된다"고 차분히 설명했다. 직원의 안내에 흥분했던 고객은 안정을 찾고 조용히 돌아갔다. 지난 공적마스크 대란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안정됐지만, 여전히 마스크 수요에 대한 준비가 더 필요해 보였다. 미취학 아동 딸 둘과 매장을 찾은 이선영(37)씨는 "소형 덴탈 마스크를 구하는 게 정말 쉽지 않다. 덴탈마스크 특성상 사이즈가 맞지 않는 마스크를 쓰면 얼굴을 제대로 가려주지 못해 불안하다. 어제는 소형마스크가 금방 동났고, 오늘은 또 소형마스크 물량이 여유롭더라. 허탕 치기 쉬운 시스템"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마트 마포점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마스크 수급을 보였다. /조효정 기자 일부 매장에서는 개장 전부터 번호표 배분이 끝난 데 반해, 마스크 물량이 여유로운 지점도 있었다. 이마트 마포점에는 오전 11시가 되도 대형과 소형 마스크 모두 물량이 남아있었다. 마포구 공덕동에 사는 김 씨(27)는 "다시 마스크 대란이 시작됐다고 해 설마 하며 매장을 찾았다. 생각보다 물량 여유도 있고 많이 좋아진 거 같다. 온라인 구매에 모두 실패했는데, 오프라인에서는 성공해서 다행. 점점 마스크 물량 조절이 안정적이게 바뀌는 거 같아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초기보다, 물량 수급이 많이 안정됐다. 마스크에 대한 수요도 다양해진 만큼, 고객 반응과 시장 수요를 고려해 업계에서도 다양한 공급채널과 제품제공을 위해 노력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조효정기자 princess@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