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덕기업 'GS칼텍스'…'조직적 기름 유출량 축소의혹' 사실로 드러나
"에너지는 물론 화학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업이 되겠다"고 공헌했던 허진수 부회장(사진)이 이끄는 GS칼텍스의 부도덕성이 사실로 들어났다. 해경 조사 결과 GS칼텍스 관계자들이 조직적으로 허위 진술 등을 통해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했고 서류 조작 정황까지 적발된 것이다. 여수해양경찰서는 28일 2차 수사 결과 발표를 통해 지난달 31일 전남 여수에서 발생한 유조선 우이산호 송유관 충돌 사고로 유출된 기름의 유출량이 당초 추정치보다 최대 4.6배나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날 김상배 여수해경 서장은 "(이번 사고로 인해)기름 유출량이 원유 약 339㎘, 나프타 약 284㎘, 유성 혼합물 약 32㎘∼131㎘ 등 최소 655㎘에서 최대 754㎘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해경 측은 이번 조사 결과가 GS칼텍스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증거 자료를 확보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합동으로 폐쇄(CC)TV 동영상, 도면과 현장 확인 등 과학적 방법을 동원해 산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경찰의 조사과정에서 GS칼텍스의 도덕적 불감증이 어느 정도인지도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해경은 1차 수사와 2차 수사로 밝혀진 기름 유출량의 큰 오차에 대해 "송유관 밸브 차단 시간에 대해 GS칼텍스 관계자들의 허위 진술과 서류 조작 등으로 유출량 산출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해경은 그동안 선박 관계자와 도선사, GS칼텍스 관계자 등 60여 명을 대상으로 수사를 벌여 8명을 해양환경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 또 선사인 주식회사 오션탱커㈜와 GS칼텍스도 관계 법령에 따라 처벌하기로 했다. 사고 초기 GS칼텍스 언론 등에 '원유 4드럼에 해당하는 800ℓ가 유출됐다'고 밝혀 유출량 축소 의혹을 사왔었다. 그러나 문건을 작성한 회사 관계자는 이 문건에 대해 "유출량 축소 의도는 없었다"며 부인하기도 했다. 또 GS칼텍스 홍보팀에서 기자들에게 '인명피해 없고, 사고 즉시 육상 격리 밸브를 차단해서 배관에 남아 있던 소량의 잔류 기름만 유출됐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도 확인됐다. 여수해경은 유출량을 조사한 문건이 회사 내부의 어느 선까지 보고되었는지, 유출량을 조직적으로 축소했는지도 수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전남 여수지역의 29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GS칼텍스 원유부두 해양오염 시민대책본부'는 지난 26일 허진수 GS칼텍스 대표를 검찰에 고발했다. 시민대책본부는 이날 여수 기름유출 사고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허진수 GS칼텍스 대표를 피고발인으로 하는 형사고발장을 광주지검 순천지청에 제출했다. 이들은 고발장에서 해양환경관리법에 원유부두의 관리자의 경우, 사고발생 즉시 오염물질 종류와 추정량 등을 해경 상황실에 신고하고 적법한 방제 조처를 해야 하는데도 적절한 초기 확산방지 조치를 취하지 못해 피해 규모를 확산시켰다고 밝힌바 있다. 그동안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서는 GS칼텍스 측의 대응행태에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왔다. 박수현 민주당 의원은 최근 "GS칼텍스는 당초 늑장신고를 한 책임이 있다. 송유관 자동잠금장치가 작동 안 돼 3종류 기름이 쏟아졌다"며 "25분이나 쏟아지고 나서야 수동으로 잠궈 초기 기름 유출을 막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 또 "GS칼텍스가 원유 유출량을 축소 발표해 초동 대처를 못하도록 원인을 제공한 책임이 있다"며 "유조선이 들이받은 송유관에서 기름도 빼봐야 하는데 그런 지침도 어겼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시민단체인 환경운동연합도 "GS칼텍스는 기름 유출량을 수백 배 축소하고 신고를 미뤄 해양오염 방제 매뉴얼의 작동을 사실상 마비시켰다"며 "지난 1995년 좌초한 씨프린스호의 소유주였고 같은 해 일어난 사파이어호 기름유출도 GS칼텍스 소유 부두에서 일어났던 걸 고려하면 이 회사의 안전 불감증은 충격적이다"고 강조했다. 이로 인해 검찰이 이번 사건의 몸통인 허진수 부회장을 직접 소환해 조사해야 한다는 각계각층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