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깊은 人터뷰]조던 테트릭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선한 영향력"
화면 속 장면은 놀라웠다. 병에 든 노란 액체를 후라이팬 위에 붓자마자 응고가 시작됐다. 몽글몽글한 형태의 스크램블드 에그가 쉽게 만들어졌다. 음식을 입에 넣은 사람들은 놀라운 표정으로 "오마이갓"을 외쳤다. 화면 속 남자가 물었다. "정말 달걀이 전혀 안들어간게 맞아?" 세계 최초 식물성 달걀인 '저스트 에그' 홍보영상은 요리를 하던 셰프의 말로 끝이 난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은 정말 경이롭고 멋진 일입니다." 지난 달 26일 메트로미디어가 주최한 '2021퓨처 푸드테크 코리아(FFTK2021)'에 강연자로 참석한 조던 테트릭(사진)을 비대면 인터뷰를 통해 다시 만났다. 그는 세계 최초 식물성 계란인 '비욘드 에그'와 '저스트 에그'를 만든 잇저스트의 공동 창업자 조쉬 테트릭의 남동생이며, 현재 잇저스트 글로벌 마케팅 대표를 맡고 있다. 테트릭은 "잇저스트의 가치는 바로 선한 영향력에 있다"며 "항상 고정관념에 도전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매일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식물성 계란을 만든다는 아이디어는 어디서 시작됐나. "달걀은 닭에서 나온다는, 너무 당연한 고정관념을 깨고 싶었다. 달걀은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많이 소비되는 단백질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동물성 단백질이기도 하다. 한 해에 생산되는 달걀 개수만 1조4000억개다. 전 세계 달걀 시장의 규모는 1220억 달러(약 138조원)에 육박한다. 식당이나 카페, 퀵서비스 레스토랑을 포함한 외식산업에서 전 세계적으로 소비되는 달걀 시장의 규모는 480억 달러(약 54조원)가 넘는다. 일반 달걀을 대체할 수 있는 단백질 식품을 개발할 수만 있다면 기회가 무궁무진하다는 뜻이다." - 개발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먼저 식물계를 들여다보는데서 시작했다. 팬에 달걀물을 붓거나 달걀을 깨서 넣었을 때 일어나는 현상이 바로 겔화(gelation)다. 겔화가 돼야 달걀을 스크램블하고 오믈렛으로 접을 수 있다. 달걀과 비슷하게 작용하는 식물, 달걀처럼 엉길 수 있는 식물을 찾아 나섰다. 그렇게 발견한 식물이 바로 녹두다. 저스트에그의 핵심 원료다. 녹두를 찾아내고 제품으로 개발하는 데 약 2년의 시간이 걸렸다." 지난 2017년 저스트 에그가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잇저스트는 CNBC 선정 혁신기업50, 패스트 컴퍼니 선정 세계를 바꾸는 아이디어, 에드워크 선정 최고의 식물기반 식품 브랜드로 선정됐다. 그리고 지난 4월 잇저스트가 개발한 달걀 대체품 판매량은 1억개분을 돌파했다. 잇저스트는 현재 12온스에 7.99달러인 저스트 에그 제품 가격을 오는 4분기 4.99달러까지 낮출 계획이다. - 저스트 에그는 왜 특별한가. "저스트 에그가 지구상에서 가장 지속가능성이 높은 단백질원이라고 자부한다. 저스트에그의 가장 큰 매력은 겔화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건강에도 좋다. 일단 콜레스테롤이 없고, 무항생제에 유전자변형 농수산물(GMO)도 아니며 포화지방은 극소량 함유돼 있다. 게다가 청정하고 지속가능한 단백질이다. 일반 달걀보다 탄소나 수자원을 적게 쓰고 탄소 배출량도 훨씬 적다. 우리는 달걀 대체품 1억개분을 판매함으로써 136억 리터의 물을 절약하고 탄소배출량을 1400만kg 줄였으며 6000에이커의 토지를 아꼈다. 잇저스트는 이 수치를 높이기 위해 매일 노력하고 있다." - 가격이 아직 비싸다는 한계가 있다. "우리의 핵심목표는 식당에서나 집에서나 저스트 에그로 즐겁게 요리하고 그 식감과 맛에서 만족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가격 측면에서도 누구나 저스트 에그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아무나 살 수 없도록 하는 고가 전략을 펼치는 것도 방법일 수 있지만 우리의 목표는 사회에 공헌하고 변화를 이끌어내며 기존의 고정관념에 도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저스트 에그의 주요 소비층은. "상대적으로 젊고 고등교육을 이수한 여성이 많다. 이들 중 절대 다수가 주기적으로 육고기를 먹는 플렉시테리언이다. 이들은 일주일에 1~3번 식물 기반 단백질을 섭취하며, 저스트 에그가 청정하고 지속가능한 단백질이라는 것을 안다. 향후 2년 동안 이 고객층을 타깃으로 할 것이다. 저스트 에그의 인지도를 높이고 식당 메뉴나 상점에서 매우 쉽게 저스트 에그 제품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집중할 것이다." 국내 소비자들 역시 곧 저스트 에그를 만나볼 수 있을 전망이다. 잇저스트는 지난 해 3월 SPC삼립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은 바 있다. SPC삼립은 '저스트 에그' '저스트 마요' '저스트 드레싱' 등 제품을 올해 하반기부터 독점 유통할 것으로 알려졌다. - 한국 진출 전략은. "잇저스트는 R&D와 제품 개발, 브랜드 스토레텔링에는 강점이 있지만 생산이나 저온 유통, 핵심 판매 영업에는 아직 부족하다. 그래서 우리는 완제품이 아닌 원료를 공급하는 방식을 택했다. 녹두에서 추출한 핵심원료 단백질을 공급하고, SPC가 이 원료를 기반으로 저스트 에그를 자체 생산, 유통해 한국에서 판매하게 될 것이다. 제조와 유통에 전문성을 가진 기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은 큰 강점이다. 코로나19가 지나고 이동이 자유로워지면 체험 행사도 늘려 나갈 계획이다. 잇저스트는 상하이에 미래 식품 스튜디오를 열었다. 스튜디오를 방문하는 고객들이 유명 셰프가 저스트 에그를 이용해 진행하는 요리 교실에 참여하는 행사를 열기도 했다. 다양한 지역에서 비슷한 행사를 지속적으로 개최할 예정이다." - 코로나19 이후 시장 전망은. "최근 여론조사업체 원폴과 협업해 일반인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절대 다수가 향후 15년 안에 사회가 완전 식물기반 식품 소비로 전향하게 될 것 같다고 응답했다. 잇저스트 고객과 소통해본 결과, 저스트 에그 소비 이유로는 건강이 1위였고, 근소한 차이로 지속가능성이 2위를 차지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식물기반 식품에 대한 선호도가 올라갔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앞으로 점점 더 많은 소비자들이 식품 소비 과정에서의 투명성이 보장되기를 원할 것이다. 건강이나 지속가능성 측면뿐 아니라 안전성 측면에서 식품 소비에 만족감을 느끼고 싶어할 것이다." 잇저스트는 배양육에도 도전장을 냈다. 잇저스트의 배양육 회사 '굿미트'는 세계 최초이자 유일하게 동물 세포 배양을 통해 만든 닭고기를 판매하고 있다. 축산과 도축 등의 과정이 없이 고기를 먹을 수 있기 때문에 '덜 잔인하고, 더 지속가능한' 방식이다. 현재 굿미트는 '굿치킨'이라는 이름으로 싱가포르 시장에 판매를 시작했다. - 처음 접하는 배양육 닭고기에 대한 반응은 어떤가. "식물 기반이 아닌 100% 닭고기다. 맛과 영양도 동일하다. 굿미트는 싱가포르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규제 승인을 받은 첫 번째 배양 닭고기 회사다. 싱가포르 유명 식당 1880에서는 굿치킨을 메뉴로 올렸다. 배양육을 판매하는 첫 식당이다. 1880에서 난생 처음 배양육을 맛본 고객 중 좋았다 혹은 매우 좋았다고 응답한 비율이 88%에 달했다. 싱가포르에서 허가가 났으니 믿고 먹을 수 있다는 고객도 있었고, 도덕적으로 옳은 선택이라는 고객도 있었다." - 굿미트의 계획은 뭔가. "잇저스트는 싱가포르 전역의 가정 집 식탁에 굿미트를 올리기 위해 푸드 판다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1880에 방문하지 않아도 집에서 편하게 세계 최초의 배양 닭고기를 주문할 수 있다. 자체 조사 결과, 업계 종사자의 91%는 배양육을 판매할 의향이 있다고 답변했고 그 중 82%는 10년 안에 일반 육고기를 모두 배양육이 대체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우리가 동력을 얻는 부분이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는 도축을 하지 않고도 육고기를 제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또한 모두를 위해 가능한 한 많은 육고기 메뉴를 배양육으로 대체할 수 있기를 바란다." - 잇저스트가 추구하는 것은 뭔가. "잇저스트의 가치는 영향력에 있다. 건강하고 선한 영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토대로 결정을 내린다. 우리는 원대한 포부를 가졌다. 고객들이 단순히 저스트 에그가 식물기반 달걀이라는 사실을 아는 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왜 식물기반으로 제조되었는지를 알아주시기를 바라고 있다. 잇저스트가 트렌드가 되고 우리 제품이 더 널리 유통되어 확장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우리는 또 다른 고정관념에 도전하고 브랜드를 구축하고, 또 가장 중요한, 사회 공헌을 위해 매일 더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 /이세경기자 seilee@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