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와칭]가격·서비스·상품의 재정렬…방실 스텔란티스코리아 대표 '체질을 바꾸다'
방실 대표는 대한민국 완성차 업계 1세대 여성 리더로 꼽힌다. 방실 대표는 과거 폭스바겐코리아에서 소형 해치백의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으며 르노코리아에서는 SM6의 돌풍을 이끌었다. 이어 스텔란티스코리아의 지휘봉을 잡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방실 대표가 스텔란티스코리아의 대표로 취임한 지 약 2년, 그는 새로운 전략을 펼치기 전에 반드시 먼저 정비해야 할 영역이 있다고 판단했다. 취임 당시 가격 정책은 파편화되어 있었고, 일부 차종은 재고와 할인 방식이 불투명했다. 서비스센터의 예약 대기 시간 역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방실 대표가 이같은 문제를 정확히 짚어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수입차 브랜드와 국내 완성차를 두루 경험하며 20년 넘게 세일즈·마케팅·네트워크 운영을 맡아온 경험 덕분이다. 고객 경험부터 딜러 운영까지 브랜드 전반을 재배치(Alignment)하는 작업에 능숙한 리더였기에, 어디를 먼저 손대야 하는지 명확히 알고 있었다. 그는 취임 직후부터 스텔란티스코리아의 '성과보다 기초 체력'을 강화하는데 집중했다. 신차로 분위기를 띄우는 것이 일반적인 수입차 시장의 방식이지만, 방실 대표는 브랜드 신뢰와 고객 경험의 근간을 바로잡는 데 주력했다. 2024년 2월 부임 후 처음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그가 강조한 "고객이 사고 싶은 차, 딜러가 자신 있게 팔 수 있는 차"라는 메시지도 같은 맥락이었다. 단기 실적 경쟁이 아니라 브랜드의 기본 신뢰를 회복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의지였다. 당시 스텔란티스코리아는 지프와 푸조가 한국 시장에서 어떤 지향점을 가져야 하는지 재점검해야 하는 단계에 놓여 있었다. 방 대표는 변화하는 수입차 시장 흐름을 살피면서 두 브랜드의 본질적 가치를 정립했고, 이 판단이 이후 전략의 나침반이 되었다. ◆네트워크 재정비와 고객 중심 운영 방식의 변경 방실 대표는 '스텔란티스 브랜드 하우스(SBH)' 전략에 따라 지프와 푸조의 서비스센터를 통합 운영해 고객 접점 확대는 물론, '스텔란티스 운영 스탠다드'에 맞춰 최적화된 고객 경험을 일관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올해 초 SBH 수원 서비스센터가 문을 열면서 전국 네트워크는 지프 18곳, 푸조 17곳, SBH 서비스센터 12곳으로 재편됐다. 이 구조 개편은 고객 경험의 변화로 이어졌다. 2024년 평균 9.9일이었던 A/S 대기 시간은 2025년 7.4일로 단축됐다. 여기에 유지비 부담을 낮추기 위한 대체 부품 브랜드 도입, 라이언하트 멤버십 운영이 더해지며 고객 만족도가 상향 평준화됐다. 특히 지난해 푸조 내연기관 차량을 대상으로 했던 타이밍벨트·체인 무상 교체 프로그램은 한국과 일본에서만 시행되었던 특별 조치였다. 연간 60억 원대의 예산을 투입한 이 결정에 대해 방 대표는 "한국 시장의 눈높이에 맞춘 과감한 투자"라고 설명했다. 2025년 고객 만족도가 전년 대비 23포인트 상승한 결과는 이러한 구조적 개선이 고객에게 실질적인 효용으로 체감되고 있음을 증명한다. ◆홀세일을 걷어내고, 가격 전략의 중심을 갖추다 딜러 운영 구조도 근본적으로 손질했다. 과거 딜러가 재고를 선매입하는 '홀세일' 방식은 과도한 재고 압박과 가격 경쟁을 불러왔고, 결국 브랜드 가치까지 훼손하는 결과를 만들었다. 이에 스텔란티스코리아는 위탁판매 방식을 도입해 구조를 혁신했다. 그 결과 푸조는 악성 재고를 해소했으며, 지프 역시 700대를 상회하던 재고를 120대 수준으로 줄이며 건전한 유통 체계를 구축했다. 딜러의 부담이 줄자 가격 정책은 일관성을 되찾았다. 무리한 할인 경쟁이 사라지면서 소비자가 매장에서 서로 다른 가격을 마주하던 불신 요인이 제거됐다. 이 변화는 신차 전략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났다. 최근 선보인 푸조 올 뉴 5008 스마트 하이브리드(이하 올 뉴 5008)는 방 대표가 강조해온 원칙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모델이다. 그는 올 뉴 5008을 전 세계 주요 시장 대비 최저가 수준으로 국내에 도입했다. 단순히 가격을 낮춘 것이 아니라, 가격 변동성으로 브랜드 가치가 흔들리던 악순환을 끊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 신차의 본격 투입, 브랜드 상징성 강화 2024년 상대적으로 조용했던 상품 투입은 2025년 확실한 전환점을 맞았다. 지프는 더 뉴 글래디에이터를 비롯해 랭글러와 글래디에이터의 다양한 에디션 모델을 안정적으로 선보이며 브랜드의 상징성과 시장 내 존재감을 더욱 선명하게 강화했다. 방 대표가 강조해온 '스타 모델 전략' 역시 성과를 냈다. 브랜드 핵심 모델인 지프 랭글러는 한국이 전세계 판매 6위 시장으로 올라섰다. 이는 단순한 판매 숫자를 넘어, 핵심 모델이 브랜드 전체 인지도와 선호도를 견인하는 전략적 성과를 거둔 것이다. 푸조는 방향성을 더욱 명확히 잡았다. 하이브리드 전환 속도를 높이며 308, 408, 3008, 5008까지 해치백부터 패밀리 SUV에 이르는 스마트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완성했다. 제품 확장뿐 아니라, 푸조 특유의 프렌치 감성과 디자인 철학을 현대적인 전동화 기술과 조화시키며 브랜드 차별성을 강화했다. 지난 2년간 방실 대표가 펼친 변화는 단일한 이벤트가 아니라, 가격·서비스·상품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체질 개선이었다. 재고 구조를 바로잡고, 가격 정책에 중심을 세우고, 네트워크를 정비하고, 상품 전략을 재구성한 결과 스텔란티스코리아는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릴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됐다. 앞으로의 행보는 이제 이 기초 체력 위에서 얼마나 일관성 있고 속도감 있게 성장 곡선을 그려 나가느냐에 달려 있다. 스텔란티스코리아가 만들어낼 다음 변화가 주목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약력 방실 스텔란티스코리아 대표이사 2024년 2월 1일, 스텔란티스코리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된 방실 대표는 한국 시장에 공식 지사가 설립된 이래 부임한 첫 여성 지사장이다. 수입차 브랜드의 한국 지사와 국내 OEM을 거치며 한국 자동차 업계에서 20년 이상의 경험을 쌓은 방실 사장은 전략적 브랜드 구축과 마케팅 전략 및 실행, 고객 관리 관계(CRM), 세일즈 및 네트워크 운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리더십 역량을 쌓았다. 방실 대표가 자동차 업계에 처음 발을 들인 것은 2005년으로 폭스바겐코리아 PR매니저로 입사했다. 이후 2007년 마케팅 PR 총괄, 2013년 마케팅 PR&세일즈 총괄을 맡았다. 이후 2015년 르노코리아로 자리를 옮겨 마케팅, 고객경험, 직영본부장 등을 두루 거쳤다. 2024년 2월부터 스텔란티스코리아 대표이사 사장으로 회사를 이끌게 됐다. 방실 대표는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섬유예술 학사 및 석사를 취득했으며,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에서 MBA를 취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