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변의 20년 기업에서 미래를 찾다] 포스코, '산업의 쌀' 철 생산…'친환경 미래소재 대표기업'으로
지난 3월 2일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포스코홀딩스 출범식에서 포스코그룹 최정우 회장이 사기(社旗)를 흔들고 있다. 대한민국 철강 역사의 기원이자 경제 발전의 발판 역할을 했던 포스코는 1973년 1고로에서 처음 쇳물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산업의 쌀'로 불리는 철을 자력으로 생산하며 조선과 자동차, 가전 등 국내 제조업의 단기간내 비약적인 성장을 거두는 밑거름이 됐다. 유병옥 포스코홀딩스 친환경미래소재팀장(부사장·왼쪽부터), 샬레 연방 생산부 산업차관, 사엔즈 살타주지사,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하릴 카타마르카주지사, 장명수 주아르헨티나 한국대사, 김광복 포스코아르헨티나 법인장이 3월 23일 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 염수리튬 1단계 착공식에 참석해 시삽을 진행하고 있다. ◆'포항종합제철'서 '포스코' 전환 올해로 20년 1968년 포항종합제철로 설립된 포스코그룹은 2000년 민영화 완료 후, 글로벌 기업으로 본격 성장하기 위해 2002년 '포스코'로 사명(社名)을 변경한지 올해 20년을 맞이했다. 포스코그룹은 민영화 및 사명 변경과 함께 전문경영인에 의한 책임경영체제와 선진형 기업지배 구조의 확립을 통해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는 글로벌 스탠더드(Global Standard) 경영 체제를 구축함으로써 국내 기업 중 가장 모범적이고 선진적인 지배구조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문경영진의 책임경영 체제를 강화하고 주주의 권익을 보호하는 선진형 지배구조 정착을 위해 국내 대기업 최초로 사외이사제도를 도입하고, 이사회 의장은 사외이사가 맡도록 했다. 정관에도 사외이사를 전체 이사수의 과반수로 해야 함을 규정하고 있다. 이사회 기능 역시 경영전략, 경영 승계 및 육성, 경영진 평가 및 보상 등으로 대폭 강화해 실질적으로 경영을 감독할 수 있도록 했다. 포스코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2000년에 중간 배당제를 도입했으며, 2016년부터는 주주 권익 및 책임경영 강화를 위해 국내 대기업 최초로 분기배당제도 도입했다. 2004년 3월 지배구조 선진화를 위한 지배구조의 이념과 원칙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기업 지배구조 헌장을 확정했다. 특히 포스코는 민영화와 함께 글로벌 도약을 위한 사업전략으로 성장과 혁신을 키워드로 한 중기경영전략을 추진했다. 철강본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고부가가치 전략제품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자동차용 강판, API강재, 스테인리스 400계, 고급 전기강판을 4대 전략제품으로 선정하고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했다. 또 포스코는 철강본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마케팅, 기술개발, 생산부문을 유기적으로 결합시켜 성과를 이뤄 나갔다. 설비 증설과 합리화 등 국내외 투자는 자동차강판 등 냉연제품과 스테인리스 제품 등에 초점을 맞췄고, 마케팅부문은 국내 수요처 개발은 물론 해외거점인 SCM기지를 지속적으로 신설해 중국, 동남아, 일본, 인도, 멕시코, 동유럽 지역을 연결하는 글로벌 자동차강판 및 전략 제품 판매 인프라를 형성했다. 그 결과 포스코의 자동차강판 생산능력은 2003년 272만3000톤(내수145만3000톤, 수출 127만톤)에서 2008년 634만4000톤(내수293만7000톤,수출341만7000톤), 2018년 1000만톤(내수235만톤, 수출 559만톤, 해외생산206만톤)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기록했다. 특히 2008년 발생한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에서 포스코 지휘봉을 잡은 정준양 회장은 위기 극복을 위해 임원회의를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하고 위기 돌파에 집중했다. 당시 정 회장은 '열린경영, 창조경영, 환경경영'을 새로운 이념으로 제시했다. 구체적인 사업영역에서는 변화하는 경영환경, 새로운 경영전략을 반영해 사업부문을 철강, 종합소재, 에너지 등 3대 핵심영역으로 확립했다. 철강부문에서는 철강본업을 바탕으로 한 경쟁우위 전략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되, 국내 조강 생산 4000만톤 체제 확립과 고부가가치 제품 양산을 위한 설비투자에 집중했다. 2009년 7월 광양 4고로를 개수해 세계 최초의 연 500만톤, 세계 최대 규모인 일일 1만 4000톤 생산체제를 구축했다. 2011년에는 제품 고부가가치화의 일환으로 광양 후판공장을 준공해 세계 최대 초광폭 후판을 생산하고, 세계 최초로 200만톤 규모의 파이넥스 3공장을 착공해 미래 성장기반을 공고히 했다. 이같은 성장을 바탕으로 포스코그룹은 민영화 이래 자산 규모 20조원 수준에서 지난해 말까지 약 90조원으로 4배 이상 커졌으며, 주가도 2000년 마지막 거래일에 7만6500원를 기록한 이후 5월 10일 현재 28만1000원으로 4배 가까이 올랐다. 매출액은 2002년 11조7290억원에서 지난해 76조3320억원으로 6배로 급증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1조8340억원에서 9조2380억원으로 커져 5배로 늘어났다. 또 민영화 이전에는 8% 수준이던 외국인 주주의 주식 보유 비중도 현재 53%에 육박함으로써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까지 철강 전문 분석기관인 WSD(World Steel Dynamics)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에 12년 연속 1위로 선정되는 등 포스코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섰다. 포스코는 지난 3월 2일에는 저탄소 전환과 4차 산업혁명으로 촉발된 기술 혁신 등 초(超)불확실성 시대의 사업환경에서 생존하고, 100년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초석을 놓기 위해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고 포스코홀딩스 출범식을 가졌다. 지주회사인 포스코홀딩스를 중심으로 각 사업들의 경쟁력 제고 및 시너지 창출, 미래 신사업 발굴 및 육성 등을 강화함으로써 그룹의 균형있는 성장체제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출범식에서 최정우 회장은 "오늘은 포스코 역사에서 제2의 창업이 시작되는 날이다. 포스코홀딩스의 출범은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가 이루어낸 성공의 신화를 넘어 100년 기업으로 지속 성장하는 포스코그룹으로 다시 태어나는 첫출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주회사는 그룹 전체적인 시각에서 시대의 요구에 맞는 유연성을 추구하고, 사업회사는 분야별 경쟁우위를 유지하는 업의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며 지주회사를 중심으로 사업회사들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 성장 사업을 발굴하여 친환경 미래소재 대표기업으로 발돋움할 것을 주문했다. 또한 "포스코홀딩스는 리얼밸류(Real Value) 경영을 통해 포스코그룹의 가치를 획기적으로 제고해 나가야 한다. 리얼밸류는 기업활동으로 창출되는 모든 가치의 총합이며, 사회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사회구성원들에게 제공하는 경제적, 환경적, 사회적 가치를 포괄한다"며 "포스코홀딩스는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 육성하는 '포트폴리오 개발자(Developer)', 그룹의 성장 정체성에 맞게 사업 구조를 혁신하고 단위 사업 간 융복합 기회를 찾는 '시너지 설계자(Designer)', 기업시민 경영이념을 체화해 그룹 차원에서 ESG 경영을 선도하고 조율하는 'ESG Leader(Director)' 역할을 다하게 될 것"이라며 지주회사의 나아갈 바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아르헨티나 리튬 데모플랜트 전경. ◆친환경 미래소재 대표기업 도약 포스코홀딩스는 ▲철강 ▲이차전지소재 ▲리튬·니켈 ▲수소 ▲에너지 ▲건축·인프라 ▲식량 등 그룹 7대 핵심사업의 경쟁력 제고를 통해 ▲철강 탄소중립 완성 ▲신(新)모빌리티 견인 ▲그린에너지 선도 ▲미래 주거 실현 ▲글로벌 식량자원 확보 등 다섯 가지 지향점을 실현한다는 방침이며, 이를 통해 친환경 미래소재 대표기업으로 거듭나 2030년까지 기업가치를 3배 이상 끌어올려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선도하는 글로벌 비즈니스 리더'로 발돋움해 나간다는 목표로, 사명 변경 20년을 맞은 올해를 포스코그룹은 철강을 넘어 '친환경 미래소재 대표기업'으로 도약하는 원년으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최정우 회장 취임 이후 포스코홀딩스는 리튬, 흑연, 니켈 등 원료에서부터 양·음극재로 이어지는 2차전지 소재 공급망을 만들며 철강을 넘어 친환경 소재 기업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선제적으로 양극재 및 음극재와 핵심 원료인 리튬, 니켈, 흑연을 공급할 수 있는 공급망을 구축한 만큼 포스코홀딩스는 2030년까지 양극재 61만톤, 음극재 32만톤, 리튬 30만톤, 니켈 22만톤 규모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철강사업은 탄소배출 저감을 위한 관리 강화 및 조업활동 개선 등을 통해 2030년까지 국내 탄소배출량을 현 7800여만톤 수준에서 7100만톤으로 약 10% 감축한다는 목표다. 친환경미래소재 사업에서는 지난해 호주의 니켈 광업 및 제련 전문회사 레이븐소프 지분 30%를 인수하고 전기차 18만대에 공급할 수 있는 니켈 물량을 추가 확보했다. 또 2023년까지 연산 2만톤규모의 2차전지용 고순도니켈 정제공장을 신설키로 했다. 2차전지 리사이클 공장도 만들었다. 니켈, 리튬 등 폐전지 스크랩에서 2차전지 소재를 추출하는데 향후 추가 증설도 계획하고 있다. 또 최 회장은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해 수소 분야에도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포스코홀딩스는 2030년까지 10조원을 투자해 연간 매출 2조3000억원, 수소 생산 50만톤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50년까진 연 700만톤의 수소 생산 체제를 만들어 글로벌 톱 10 수소기업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제철소의 철강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생가스를 재활용해 수소를 만들고 있는데 2030년에 수소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 및 분리해 땅속에 저장하는 블루수소를, 2040년까지는 재생에너지로 물을 전기분해 하는 방식으로 수소를 만드는 그린수소 생산 시스템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친환경인프라 사업에서는 신재생에너지 포트폴리오를 강화해 2030년까지 풍력, 태양광 등의 발전용량을 2.4GW로 확대하고 있다. 식량 사업 규모도 2030년 매출 10조원을 목표로 북남미 등 해외에서 벨류체인을 구축하고 사업 교두보 마련에 나선다. 또 국제 환경인증을 기반으로 환경이슈가 야기되지 않은 팜 농장 인수 혹은 팜유 정제사업 진출을 추진하면서, 글로벌 식량 메이저로서 취급량을 지속적으로 늘려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 외에도 포스코그룹은 지주회사 체제 아래, 벤처투자를 그룹의 신사업 발굴 채널로 지속 활용함과 동시에 유망 벤처기업을 글로벌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기업)으로 육성함으로써 그룹의 미래 가치를 제고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누계 8000억원의 펀드 출자를 계획하고 있으며, 포스코의 출자액과 외부 벤처펀드 자금을 합한 펀드 결성 총액은 4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벤처펀드는 이차전지소재, 수소 등 그룹 성장 사업 연관 분야 투자와 그래핀, 바이오 등 미래 유망 신수종 분야 투자로 나누어 진행되며, 벤처투자를 포스코그룹의 사업 역량 강화는 물론 그룹의 성장 사업 발굴에도 활용할 방침이다. 포스코홀딩스는 "지주사를 중심으로 각 사업들의 경쟁력 제고 및 시너지 창출, 미래 신사업 발굴 및 육성 등을 한층 강화함으로써 그룹의 균형있는 성장체제를 구축해 나갈 방침"이라며 "핵심 사업 경쟁력 제고를 통해 그룹의 균형있는 성장체제를 구축함으로써 2030년 기업가치를 현재의 3배 이상 증가시킨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