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경제활력 제고 위한 정책과제 건의
대한상의는 재계의 입장을 담은 건의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입법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가운데, 행정부 차원에서 경제 활성화를 위한 '속도감 있는 지원'을 요청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책 개선과제'를 기획재정부 등에 전달했다고 23일 밝혔다. 건의서는 ▲미래성장 기반 조성 ▲기후위기 대응 ▲자본시장 활성화 ▲규제 합리화 등 61개 세부 과제를 담고 있다. ◆ 기업의 대규모 투자를 지원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 촉구 상의는 "첨단전략산업이 국가대항전 성격으로 전개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투자가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집행될 수 있도록 정부의 투자지원 거버넌스를 보강해야 한다"면서 "투자거버넌스로 대통령 직속 '국가미래투자위원회' 같은 기구를 설치하여 기업투자와 관련된 규제개선, 세제지원, 보조금 지원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첨단산업을 위해 한국형 테마섹의 설립을 요청했다. 단기간에 개발하기 어려운 고위험·고성장 미래 전략기술은 리스크가 크다. 한국형 테마섹은 국가가 중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하며, 민간의 리스크를 분담해 주는 '국가투자지주회사'를 의미한다. 싱가포르는 Temasek, 영국은 British Patient Capital 등 이미 국가 주도로 첨단산업에 투자하는 사례가 있다. 첨단산업과 관련된 세제개선도 요청했다. 대표적으로 AI·클라우드를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해줄 것을 건의했다. 상의는 "AI·클라우드는 디지털 전환과 전 산업의 생산성 구조를 바꾸는 기술로 디지털 강국 실현에 필수 요소이고, 국가안보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하지만 국내 AI 투자금액은 주요국 대비 부족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충전기 재승인 항목·기간 개선 등 기후대응 막는 복잡한 인허가·기준 개선 요구 상의는 기후위기 선제적 대응을 위한 정책개선도 주문했다. 대표적으로 '전기차 충전기 인증 항목 및 기간 개선', '양극재 및 음극재 통합환경허가제 시행 유예'를 들었다. 현행 계량법 시행령에 따라 전기차 충전기에 내장되는 부가 전자장치 및 소프트웨어 변경시에는 재승인이 필요하다. 그러나 전기 계량과 무관한 항목의 경우에도 재승인을 취득해야 하고, 재승인을 위해 시험인증을 거쳐야 한다. 인증기관 부족으로 인증서 발급이 지연되등 재승인 절차상 문제점이 있다. 대한상의는 "올해 1월 표준산업분류 고시가 개정되면서 이차전지의 핵심부품인 양극재·음극재의 제조기업이 환경오염시설법상 통합환경허가를 받아야 하는 화학물질제조업으로 재분류 되었다"며 "허가를 획득하기까지 최소 2년, 통상 4년이 걸리는 만큼 해당 기업에 대한 통합환경허가제 적용을 4년간 유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지주의 플랫폼기업 소유 명시적 허용 등 자본시장 시행령 개정 필요 상의는 세 번째 부문으로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제도 합리화를 주문했다. 정부가 Value-up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기업 현장에서는 Value-up 정책이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자본시장과 관련된 제도의 개선이 먼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표적으로 '금융지주회사법상 금융업 범위 확대'과 '내부자 주식거래 사전공시 적용대상 예외 확대'를 꼽았다. 현행 법령상 금융지주회사는 금융사와 '금융업 영위와 밀접한 관련 있는 회사'만 소유할 수 있다. 플랫폼·ICT기업은 금융업 영위와 밀접한 관련있는 회사에 해당되는지 여부가 불분명하여 M&A 등 투자에 나서기 어렵다. 건의서는 "혁신 금융서비스 제공을 위해 금융지주가 ICT·플랫폼기업을 소유할 수 있도록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 제2조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상의는 "지난해 말 개정된 자본시장법에 따라 올해 7월부터 내부자 주식거래 사전공시제도가 시행될 예정인데, 이에 따라 현재 개정 중인 시행령 입법예고안에는 재무적 투자자를 사전공시 대상에서 제외한 반면, 법인의 투자에 대해서는 사전공시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면서 "이는 내부자의 사익 추구로부터 일반투자자 보호라는 제도 취지와 무관하고 기업의 전략적 투자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는 과잉규제인 만큼 사전공시 적용 범위를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크린쿼터 산정방식 등 25개 추가 개선 과제 그 밖에도 상의는 규제 합리화를 위한 25개 개선과제를 제시했다. '스크린쿼터 산정방식 개선', '부산항 터미널 컨테이너 반입제한 완화', '국내 ESG 공시의무화 시행시기 합리적 조정' 등을 과제로 꼽았다. 현재 스크린쿼터 제도는 국내 상영관이 '스크린당' 연간 73일 이상 한국영화를 상영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으며, IMAX, 4DX와 같은 특수상영관에도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특수상영관도 특수기법 없는 한국영화를 의무상영하고 있다. 건의서는 한국영화 총 상영일수는 감소하지 않는 방식으로 '스크린' 기준 산정방식을 '영화관당' 산정하는 방식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상의 박일준 상근부회장은 "산업대전환의 시기에 기업이 대응해 나갈 난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며 "기업투자와 경제활력을 높이기 위해 국회 입법으로 해결해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보다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시행령·시행규칙 개정과 같이 정부 정책으로 하는 방법이 효과적일 때도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