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산업계 코로나19 장기화…위기돌파 대응책 마련 골머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한국 경제를 이끌고 있는 산업계가 흔들리고 있다. 미국과 중국, 유럽 등 주요 국가들이 국경을 걸어 잠그면서 항공업계가 직격탄을 맞았으며, 코로나19 확산으로 공장 가동 중단과 시장 침체가 확산되면서 자동차 업체들도 판매량 감소에 직면했다. 이에 따라 산업계가 생존을 위한 강력한 대응 방안을 내놓으며 비상경영에 돌입하고 있다. ◆항공업계 역대 최대 위기 9일 산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불매운동 등의 여파로 한차례 고비를 맞았던 항공업계가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중국을 비롯해 동남아·유럽·미국 등 주요 국제선까지 줄줄이 운항 중단되면서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은 항공사들은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유휴자산을 매각하는 등 생존 경쟁에 돌입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전체 노선의 약 90%를 운항 중단한 대한항공은 국내 직원 70% 이상을 대상으로 휴업에 돌입했다. 대한항공은 오는 16일부터 10월15일까지 6개월간 전직원을 대상으로 순환 유급휴직을 실시한다. 국내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대상으로, 부서별 필수 인력을 제외한 인력이 모두 휴업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말 기준 대한항공 직원(기간제 포함)은 1만9063명이다. 대한항공 노동조합도 경영정상화를 위한 고통분담 차원에서 회사의 순환휴직 방침을 존중하기로 했다. 아울러 이달부터 임원들은 월 급여의 30~50%를 반납한다. 부사장급 이상은 급여의 50%, 전무급은 40%, 상무급은 30%를 경영상태가 정상화될 때까지 반납할 예정이다. 지난해 매월 3200만원 가량 받은 조원태 회장도 이번 조처로 월급여가 1500만원 수준으로 준다. 더불어 송현동 부지 등 유휴자산을 매각하고 추가적인 자본 확충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달부터 전 직원이 15일 간 무급휴직을 하고 있다. 문제는 실적 부진이 깊어지면서 아시아나항공 매각 딜도 지지부진하다. 당초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7일 아시아나항공에 1조4665억원을 제3자 배정방식으로 유상증자를 할 계획이었으나 연기됐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여파로 아시아나항공의 실적 부진이 깊어지면서 현대산업개발이 인수를 포기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저비용항공사(LCC)의 고민은 더욱 깊다. 지난달 24일부터 모든 국내외 노선을 운휴 중인 이스타항공은 직원 1600여 명 가운데 300여명을 줄이는 정리해고를 시작한다. 특히 이스타항공의 경우 재무 상태 악화로 정부가 LCC에 지원하는 긴급 자금지원조차 받기 힘든 상황이다. 에어부산은 전 직원이 40일간 유급휴직을 시행 중이며 에어서울은 직원 90%가 유급휴직에 돌입했다. 티웨이항공은 단축 근무와 유급휴직을 하고 있다. 제주항공도 전 직원 대상 유급휴직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계 실적 악화 국내 완성차 업계 맏형인 현대차는 코로나19 사태로 잇따라 해외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있다. 현대차는 미국 앨라배마 공장의 가동을 5월 1일까지 중단할 방침이다. 현대차는 자동차 수요 감소와 직원 안전,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최우선으로 두고 가동 중단기한을 10일에서 연장했다고 말했다. 앨라배마 공장은 직원 1명이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임에 따라 3월 18일부터 생산을 멈췄다. 최근엔 직원 1명이 코로나19로 사망했다. 기아차 조지아 공장도 가동중단 기한을 10일에서 24일로 미뤘다. 조지아 공장은 3월 30일부터 닫혀있다. 아울러 현대차 브라질 공장도 정부 방침에 따라 24일까지 가동을 중단한다. 브라질 공장은 3월 23일부터 4월 9일까지 문을 닫을 예정이었다. 국내 공장도 상황은 녹록치 않다. 현대차는 코로나19 여파로 수출 물량이 급감하면서 준중형 SUV 투싼을 생산하는 울산 5공장 가동을 일시적으로 중단한다. 현대차 울산 5공장은 오는 13~17일 휴업에 들어간다. 15일 총선 투표일을 제외하면 조업일수 기준 나흘간 가동을 중단한다. 수출 물량 감소에 따라 생산량 조절에 나선 것이다.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의 신규투자 계획 철회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쌍용차는 위기 극복을 위해 비상 경영에 돌입한다. 최근 예병태 쌍용차 사장은 "회사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최선의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예 사장은 현재 중국과 한국을 빼면 전 세계 자동차 공장이 모두 '셧다운'(일시폐쇄) 상태일 정도로 어렵고, 경기가 바닥이라서 자동차 판매도 잘 안 되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쌍용차는 일단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는 방향을 선택했다. 예 사장은 "최악의 경우 4월 급여를 다 주지 못해 일부를 유예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르지만, 그런 상황을 맞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쌍용차는 이미 지난해부터 경영 쇄신 등 자구안을 진행해왔다. 임원 20% 축소를 시작으로 임원 급여 삭감, 노동자 상여금 반납, 노동자 복지혜택 축소 등을 진행했다. 의료비, 학자금 지원 축소 등 22개 복지 혜택을 없애거나 중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