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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윤열의 푸드톡톡(Food Talk Talk)] 한반도 기후변화와 식량안보

한 국가의 식량안보 능력을 평가하는 것으로 세계식량안보지수(GFSI)가 있다. 이는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에 의해 매년 발표되며, 전 세계 113개국의 식량안보 상태를 평가한다. GFSI가 정의한 식량안보는 1996년에 FAO가 채택한 것과 비슷하다. 즉 '사람들이 건강 하고 활동적인 삶에 필요한 영양소를 충족시키는 충분하고 영양가 있는 식량에 ·물리적, 사회적, 경제적으로 언제나 접근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한국의 2022년 GFSI 총점은 70.2점으로 113개 대상 국가 중 39위를 기록했다. 주요 4대 평가 항목에서 한국의 식량부담 능력은 76.8점(51위), 식량 공급 능력은 71.5점(11위), 품질과 안전은 71.5점(50위), 지속가능성과 적응력은 58.5점(34위)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점수는 고소득 국가 평균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한국의 GFSI 점수가 큰 폭으로 낮게 산출된 이유는 0점으로 평가된 항목이 많아서인 듯하다. 한국이 0점을 받은 세부 지표는 식량 부담 능력 중 농산물 수입 관세, 식량 공급능력 중 작물 보관시설과 식량안보 전략 및 식량안보 전담 기구, 품질과 안전중 국가 식품 지침과 국가 영양계획 및 전략, 지속가능성과 적응 중 부영양화, 기후 재정의 흐름, 환경-경제 회계 이행, 조기 경보 조치 및 스마트 농업, 노출 관리에 관한 약속 등 총 10개에 이른다. 식량안보는 국민 모두에게 언제든 충분한 식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상태로 국가의 안전과 발전을 지속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은 식량안보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농업생산성 향상, 식량유통의 체계적인 개선, 글로벌협력 시스템구축 등을 통해 식량안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국제적 식량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네트워크 강화를 통한 전략적 검토가 요구되며, 지속 가능한 식량생산 시스템과 신속한 대처가 필수적이다. 농업기술의 진보등 과거에 비해 국내의 식량 생산량은 충분히 증가했다. 농업 생산성 향상 및 기술 개발은 중요하지만, 기후변화와 같은 예측 불가능한 요소에 대한 대처에는 한계가 있으며, 식량의 생산과 소비과정에서의 낭비와 손실을 줄이는 것도 필수적이다. 국제적인 식량안보 문제는 초고령화등 인구증가와 기후변화로 인해 심각해지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과 협력이 필요하다. 식량안보는 개인에서 국가, 전 세계적인 차원까지 중요한 이슈이며, 이는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필수 요소이다. 기후변화에 대응한 정밀농업과 스마트팜과 같은 혁신적인 농업기술 도입과 지속가능한 자원 관리 방법이 필요하며, 이는 생산성을 향상시킬 것이다. 기후 변화는 지구의 기온 상승과 기후 패턴 변화로 인해 식량 생산에 큰 영향을 미치며, 가뭄이나 홍수와 같은 자연재해를 초래할 수 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70여년 뒤인 21세기 말 한반도의 쌀 생산량은 30% 정도 줄어들고 쌀의 맛도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새로운 품종 및 재배법의 개발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함께 제기된 바 있다. 국제 식량 시장은 각국의 식량 생산량과 소비량에 따라 가격이 변동하며, 이는 식량 안보에 직결되는 중요한 요소다. 식량 자급률이 높을수록 자립적인 식량 생산으로 불안정한 국제 상황에서도 안전해 질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식량 안보를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연윤열 ESG 푸드테크 소사이어티 대표

2025-01-15 16:07:15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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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준의 부동산수첩] 도시재생이 가장 필요할 때

수원 지역의 약 4000세대에 육박하는 대규모 재건축 조합이 정비계획을 변경하게 되었다. 내용은 기존 계획안에서 인피니티 풀 등 고급커뮤니티시설을 축소하는 대신 일반분양물량을 100여 가구 이상 늘리는 것이다. 또한, 중대형 평수 대신 소형평수를 더 지어서 전용 59㎡ 세대의 경우 기존 150가구에서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나게 되었다. 이는 일반분양 수입을 늘려서 조합원 분담금을 충당하는 의도다. 이렇게 정비계획을 변경해서 조합원 1세대에 돌아가는 금액은 약 1000만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인근 지역의 미분양 물량, 향후 분양계획 등으로 추산했을 때 특히 소형 면적의 주택 공급이 크게 부족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급 초과 시장에서의 공급자라면 획일화 된 공급 증가보다는 제한된 공급을 더욱 특화시켜서 장기적인 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이 타당하다. 규제와 비용 절감 압박에 포기하는 미래가치는 현재가치로 100% 환산되지 않는다. 강남 3구는 아무리 공급을 늘리고 아무리 취득세를 올려서 진입 문턱을 높여도 여전히 공급이 부족한 지역이다. 강남의 재건축이야말로 일반분양을 더 늘리면 분양가상한제까지 겹쳐서 높은 경쟁률로 완판될 것이다. 그럼에도 강남 조합원들은 공급을 더 늘리지 않는다. 오히려 분담금을 감수하더라도 전망, 조경, 커뮤니티 시설 등을 고급화하는 방향이다. 부족한 공급에 따른 높은 가격을 납득시키는 작업. 도대체 왜 강남만 오르느냐는 아우성에 대한 일갈인 셈이다. 시간이 갈수록 재건축 계획은 축소, 정예화, 고급화의 방향으로 갈 것이다. 현재 진행중인 재건축 단지들이 마무리되면 다음은 이른바 삼풍백화점 이후 세대(강화된 설계기준에 따라 내구성이 개선된 아파트)의 차례가 온다. 그때부터는 진단 결과 재건축 판정을 받는 경우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전반적인 건축물의 기대수명이 길어지는 것이다. 사업성 측면에서는 어떤가? 이미 1기 신도시 이후 꽉 찬 용적률로 인해서 수익성의 핵심인 일반분양물량의 기대치가 크지 않다. 그나마 수요가 탄탄하다면 얼마 되지 않는 공급이라도 단행하겠으나 인구구조, 혼인율과 출산율 등을 두루 따져 고려할 때, 지금의 재건축 시대 이후의 주거 시장 역시 양극화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인 가구의 증가세도 도심지역에 한정해서 영향이 있다. 일본의 타마신도시 등 소멸위기에 있는 도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지방에서의 재건축은 여러모로 타당성을 찾기 어려워진다. 지금 재건축을 하면 다음 재건축을 기약할 수 없는 시대이다. 그래서 현재의 재건축, 재개발이야말로 현대의 건축기술이 가진 모든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야 하는데 이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 세제가 여전히 많다. 그 결과 의도치 않게 재건축, 재개발 주체 스스로 하여금 양극화를 오히려 키우게 한다. 지금의 재건축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하고, 개개인의 생활패턴에 맞추는 사물인터넷(IoT), 환경, 조경, 예술성, 안전성을 두루 극대화하는 첨단 기술의 각축전이다. 그 과정에서 장기 임대주택, 공공시설을 위한 기부채납 등 재건축의 공공성을 더욱 인식시켜 소모적인 논쟁을 줄일 수 있다. 재건축, 재개발은 미래 도시의 비전을 담아내는 과정이고 지금이 가장 중요한 기로다. 규제와 비용의 한계를 넘어, 지속 가능한 도시를 만들어가는데 민간과 정부가 함께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이수준 로이에아시아컨설턴트 대표

2025-01-14 15:14:03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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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팽의 일본 이야기] 설날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설날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노래다. 설이라 하면 보통 음력 설을 뜻하고 올해는 설날이 1월 말이라 양력 설과 음력 설을 1월에 함께 쇠게 되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 대만, 싱가포르 등과 같은 음력 문화권 국가와 지역에서는 설날이 큰 명절 중 하나다. 그런데 우리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일본은 공식적으로 음력 설을 쇠지 않는다. 일본은 메이지 유신 이후 1872년 1월 1일부터 음력을 폐지하고 양력만 쓰고 있어 음력 설을 쇠는 풍습은 오키나와 등 일부 지역에만 남아있고 공식적으로는 양력 설만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음력 설이 공식적으로는 사라졌다고 하지만, 새해를 맞이하는 모습은 변하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일본에서는 12월 31일 저녁에 메밀국수를 먹는 관습이 있다. 이를 토시코시소바(年越しそば) 라고 하는데 글자 그대로 보면 '해를 넘기는 메밀면'이다. 토시코시소바를 먹는 이유에 대해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먼저 가늘고 길게 늘어나는 메밀면의 물성과 같이 장수를 기원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다음으로는 잘 끊어지는 메밀면의 특성과 같이 지난해 악연과 악재를 해가 가기 전에 끊어버리기 위한 것으로 토시코시소바는 자정이 지나기 전에 먹는다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이유로 인해 지인이 알려준 토시코시소바를 먹는 방법은 매우 어려웠다. 우선 장수를 기원하기 위해서는 메밀면이 끊어지지 않도록 먹어야 한다고 하는데, 한편, 지난해 악재를 끊어내기 위해서는 메밀면을 끊어 먹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도대체 어쩌라는 것인지, 참으로 먹는 방법이 복잡하다. 토시코시소바를 먹으며 TV를 켜면 한 해를 마무리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는데 NHK의 홍백가합전(紅白歌合戰)은 1951년 시작해서 지난해 75회를 기록하며 일본의 국민 방송으로 자리를 잡았다. 여기에는 매년 일본에서 최우수 가수들뿐만 아니라 해외 가수도 초청하고 있으며, 한국 출신 가수도 이전부터 상당수 출연하고 있다. 그리고 자정이 되면, 일본의 모든 절과 신사에서 제야의 종을 108번 타종한다. 이는 사람의 마음을 괴롭히거나 고통스럽게 하던 백팔번뇌를 종소리로 사라지게 해준다는 것으로 토시코시소바의 유래와도 일맥상통한다. 자정이 지나면 처음으로 하는 일반적인 인사가 "새해를 맞이해서 축하합니다.(明けましておめでとうございます)"이다. 젊은이들이나 SNS 등에서는 '아케오메(明けおめ)'라고 축약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우리는 연말부터 음력 설까지 약 한 달가량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지만, 일본은 자정을 기점으로 인사말이 달라져 1월 초에만 새해 인사를 한다. 자정을 넘겨 새해가 되면 일본인들은 절이나 신사에 참배하러 가기 위해 곧바로 외출 준비를 한다. 신년에 처음으로 사원에 방문해서 참배하는 것을 하츠모데(初詣(はつもうで)) 혹은 하츠마이리(初?り(はつまいり))라고 하는데 유명한 사원뿐만 아니라 집 근처에 있는 규모가 작은 사원에도 자정부터 새해 첫날까지 연중 최고의 인파가 모인다. 이 참배의 목적은 지난해 무사히 보낸 것을 감사하고 새해에도 평안하고 무사하기를 기원하는 데 있다. 참배하면서 많은 사람이 재단 앞에 놓인 헌금함에 오 엔(五円; 고엔)짜리 동전을 던져 넣는데, 이는 신과 연이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의 관용구인 "ご緣(고엔)があるように"와 같은 발음이기 때문이다. 물론 5엔 동전을 던진 후에 마음 가는 대로 더 많은 돈을 넣는데 이는 그 사원의 1년 수입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

2025-01-13 16:00:15 한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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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모근과 모발을 튼튼히 하여 탈모를 예방하는 '하수오'

현대의학은 눈부시게 발전했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인간의 힘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한 영역도 존재한다. 탈모가 그렇다. 탈모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은 노벨상을 받을 것이라는, 꽤 진지한 농담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탈모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은 탈모가 중년 남성만의 문제라고 오해하는데 갱년기 여성들을 비롯한 여성과 MZ세대 사이에도 탈모로 고통받는 사람이 크게 늘고 있다. 한의원에도 탈모 때문에 고민이 많은 환자들이 종종 찾아온다. 각각 환자의 상태와 체질 등을 고려하여 처방을 내리기에 사용되는 약재가 그때그때 달라지곤 한다. 그래도 탈모와 관련해서는 빠지지 않는 본초가 있는데 바로 '하수오'다. 하수오는 8, 9월에 하얀 꽃을 피우며 뿌리 부분을 약재로 사용한다. 인삼, 구기자와 더불어 3대 명약으로 불리기도 한다. 본래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던 하수오는 하씨 성을 가진 남자가 우연찮은 기회에 복용 후 흰머리가 검게 변하는 것은 물론 회춘했다고 하여 그러한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하수오에서 약재로 쓰는 뿌리는 흡사 거대하고 울퉁불퉁한 고구마가 여러 개 합쳐진 것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동의보감』은 "기혈의 순환을 돕고 머리카락을 검게 만들며 오래 먹으면 늙지 않는다."고 하수오에 대해 적고 있다. 현대인들은 매일매일 스트레스 속에서 살아간다. 현대의학의 관점에서도 탈모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스트레스를 꼽는다. 스트레스를 해결한답시고 과음, 맵고 자극이고 기름기 많은 음식을 즐기는 이들이 많은데 이 또한 두피에 열을 쌓이게 해 두피 건강을 악화시킨다. 하수오는 두피의 열을 내려주고 모근과 모발을 강화하는 데도 좋다. 그뿐만 아니라 신장과 간 기능 강화에도 효과가 있으며, 하수오에 풍부한 레시틴 성분은 혈액 순환을 촉진하기도 한다. 다만 장기간 복용하거나 체질에 맞지 않을 경우 복통이나 설사 등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2025-01-13 06:02:47 최규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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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희 변호사의 손에 잡히는 法] 지인할인 받은 금액, 실손보험금 지급 대상 제외

실손의료보험 계약 중 일부 특약으로 상해 또는 질병으로 입원치료를 받을 경우가 있다. 국민건강보험법에 의해 피보험자가 부담하는 입원실료 등 비용 전액 및 일부로서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정한 요양급여 중 본인부담분과 비급여 부분(국민건강보험법에 의해 피보험자가 부담하는 비용 전액 및 일부로서 비급여 부분. 이하 '비급여 진료비용'이라 함)을 보험금으로 지급하도록 정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특약(이하 '이 사건 약관 조항'이라 한다)에 따르면, 피보험자가 부담하는 비급여 진료비용이 이 사건 특약에 따른 보험금 지급대상에 해당한다. 그런데 비급여 진료비용은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급여대상이 아닌 진료행위에 대한 비용이다. 국민건강보험법이 정하는 요양급여비용과 달리 그 부담 여부 및 액수가 어느 정도는 의료기관과 환자 등 사이의 사적 자치에 맡겨져 있다. 즉 의료기관 개설자는 국민건강보험법 제41조 제4항에 따라 요양급여 대상에서 제외되는 사항의 비용인 비급여 진료비용을 미리 정해 일정한 방법으로 환자 등에게 고지해야 한다.(의료법 제45조 제1항) 그런데 구체적인 진료행위에 있어서는 그와 같이 미리 고지한 진료비용의 범위 내에서 의료기관과 환자 등 사이의 개별 진료계약의 내용에 따라 비급여 진료비용을 개별적으로 확정할 수 있다. 이때 피보험자가 '지인할인 등 명목'으로 미리 정해 고지한 진료비용 중 일부를 할인받고, 일반 환자들에게 고지된 비급여 진료비용 전부를 보험금으로 청구한 경우 피보험자는 이를 모두 지급받을 수 있을까? 이 사건에서 보험회사는 '지인할인 명목의 할인금'은 피보험자가 실제 지출하지 않은 것이므로 이 사건 약관 조항에 따른 보상대상이 아니라고 봐 지급을 거부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이 사건 약관 조항의 의미는 그 뜻이 명확하지 아니해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할 것이므로, 이 사건 특약에 따른 보험금은 지인할인에 의해 감면된 후 피보험자가 실제로 부담한 의료비가 아니라 지인할인에 의해 감면되기 전 의료비를 기준으로 산정함이 타당하다는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보험회사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즉 약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해당 약관의 목적과 취지를 고려해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해석하되, 개별 계약 당사자가 의도한 목적이나 의사를 참작하지 않고 평균적 고객의 이해가능성을 기준으로 객관적·획일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와 같은 기준으로 일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경우라면 약관 조항을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할 여지가 없다.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 약관의 문언에 비춰 보더라도 피보험자가 부담하는 비급여 진료비용이 보험금 지급대상에 해당하고, 의료기관이 특정 환자에 대해 지인할인 등 명목으로 미리 정해 고지한 진료비용을 할인해 준 경우, 그 할인된 금액이 해당 비급여 진료행위에 대해 실제 환자가 부담하는 비용이라는 것이다. 이 사건 약관 조항 부분은 피보험자가 상해 또는 질병으로 인해 입원치료를 받은 경우 요양급여비용 중 본인부담금 또는 비급여 진료비용을 보상하는 내용이다. 재산상 손해를 보상하는 손해보험의 일종인데, 손해보험은 보험사고로 인해 생길 피보험자의 재산상 손해를 보상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피보험자에게 손해의 전보를 넘어서 오히려 이득을 주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손해보험제도의 원칙에 반할 여지가 있다. 이처럼 실손의료보험금으로 청구할 수 있는 금액은 실제 진료비용으로 지출된 금액을 넘어설 수는 없다.

2025-01-12 13:51:19 신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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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호의 시선]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논쟁, 누구 말이 맞을까

지난 3일 서울 영등포 KNK디지털타워에 위치한 웹케시 본사에서 새해 벽두부터 기자회견을 자청한 웹케시그룹 창업주 석창규 회장이 30여 명에 달하는 언론사 기자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석 회장은 "저는 탐욕적인 기업인이 아닙니다"라는 말로 인사를 대신했다. 웹케시 계열사 비즈플레이는 지난해까지 모바일 온누리상품권 사업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으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었다. 그러다 모바일과 카드형 온누리상품권을 통합·발행하기 위한 사업자를 새로 선정해 올해부터 한국조폐공사가 맡게 됐다. 비즈플레이 입장에선 공공기관에 일감을 뺏긴 셈이다. 석 회장은 "공공이 왜 민간 영역에 들어왔느냐. 본인(조폐공사) 기술도 없이 하도급으로 운영하는데, 그러면 결제시스템(산업)에 무슨 발전이 있느냐"고 성토했다. 당초 올해 1월1일부터 통합, 발행을 시작하려던 디지털 온누리상품권은 사업자인 조폐공사측이 준비부족 등을 이유로 두달이 늦춰졌다. 이 때문에 2월까진 기존 사업자인 비즈플레이(모바일)와 KT(카드)가 업무를 떠안게 됐다. 그러면서 소진공과 조폐공사는 통합 오픈 시기를 3월 1일로 다시 잡았다. 석창규 회장은 ▲정상 오픈을 위한 필수 고지 기한 초과 ▲대용량 이관 사전 준비 및 방법론 부재 ▲플랫폼 필수 테스트 절대 부족 ▲운영사업자의 필수 과업 누락을 이유로 들어 "3월1일에 정상 오픈을 하지 못할 것이다. 4가지 중 하나라도 빠지면 오픈해서도 안된다. 소상공인들에게 큰 피해가 갈 수 있다. 자칫 '제2의 티메프 사태'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석 회장은 그러면서 조폐공사가 사업자 변경 과정에서 자사에 요구했던 '플랫폼 설계도(ERD)'에 대해선 부당한 처사인 동시에 기술탈취 가능성을, 하도급을 준 것에 대해선 불법이라고 각각 지적했다. 조폐공사는 즉각 반박했다. 조폐공사는 "3월 1일 정상 오픈을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면서 "정상 오픈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기존 운영사업자(비즈플레이)가 적극적으로 지원해 달라"며 비즈플레이쪽에 공을 돌렸다. ERD에 대해선 "요청해 받기는 했지만 현재 ERD 자료를 활용하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기존 사업자의 오해나 왜곡된 주장에 대해선 객관적 근거와 공정한 절차를 통해 정확하게 소명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관련 사업 주체인 소진공도 3월 1일 통합 앱 출시를 위해 "모든 역량을 동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불법 하도급 지적에 대해 소진공은 "외부 전문가 및 법무법인과 검토한 결과 (불법)해당사항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사업을 놓고 기존 사업자인 민간기업 비즈플레이와 공공기관인 조폐공사, 소진공이 단단히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비즈플레이 관계자는 "(3월1일)정상 오픈 불가시 모든 책임은 조폐공사가 져야 한다. 우린 지난해 수 차례 열린 간담회에서 정상 오픈이 불가하니 대안이 필요하다고 충분히 이야기했다"고 강조했다. 양측이 '불가능', '가능'으로 맞서고 있는 3월1일은 곧 온다. 그 때가 되면 누구 말이 맞는지 알게 될 것이다.

2025-01-12 11:01:56 김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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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상근의 관망과 훈수] 전기차판 '알테쉬'가 온다

불과 1년여전 '억만장자처럼 쇼핑하라'는 광고 카피를 앞세운 '알테쉬' 열풍이 국내 중저가 소비재시장을 뒤흔들었다. 중국의 이커머스 플랫폼(C커머스)인 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의 앞 글자를 딴 별칭이 알테쉬다. 이들 3사는 중국에서 생산된 제품을 일반적 무역이나 유통과정을 생략하고 전세계 소비자들에게 직접 판매,배송하는 '직구(직접구매)' 채널이다. 중국내의 절대적 생산원가 비교우위에 최소한의 물류유통 비용을 더해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던 저렴한 가격을 내세웠다. 이들은 미국을 비롯 전세계 온라인 시장에서 천문학적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으며 불과 2~3년사이 업계 판도를 뒤집었다. 미국판 다이소인 1달러숍 달러트리는 C커머스의 시장잠식으로 막대한 적자를 내며 한때 폐업위기까지 내몰렸다. C커머스 3인방이 한국·일본 공략에 본격 나서자 국내 유통업계는 초비상이었다. 온오프라인 커뮤니티에는 엄청난 반향이 일상화됐다. 그도 그럴것이 생활용품 등 대량 생산 제품들의 가격이 오프라인 유통업체는 말할 것도 없고 국내 직구업체 판매가격의 절반 이하 심지어 10분의 1 수준에도 제시됐기 때문이다. 테무의 최근 월간 활성이용자수가 580만명대로 지난해 4월 700만명선에서 그 열기가 다소 식었지만 재점화는 시간문제로 보인다. 이들 C커머스들이 국내에 물류센터 거점을 확보하고 마케팅 투자를 재점화한다면 국내시장 쟁탈전은 본게임이 될 것이다. 지난해에는 C커머스에 의한 중국산 저가 소비재의 공습이 있었다면 올해는 내구소비재가 한국시장을 흔들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 주자는 BYD, 지리자동차 등이 만드는 전기차가 될 전망이다. 이미 로봇청소기, 선풍기, 전기버스 등 일부 제품은 중국산이 빠르게 시장을 잠식중이다. 중국의 대표 전기차 메이커 BYD는 오는 16일 국내시장에 승용브랜드를 정식 출범한다. 지난달에 이미 유통 및 애프터서비스 등을 담당할 공식 딜러사를 선정했다. 주력 제품인 소형 SUV, 아토3, 해치백 돌핀 등으로 한국 소비자들의 기호를 살피며 순차적으로 공세를 펼 것이다. 지리자동차는 연내에 전시장을 열고 전기차 지커브랜드를 선보일 예정이다. 중국산 전기차의 국내 진출에 추동력을 더해줄 사건이 공교롭게 지난해에 생겼다. 지난해 12월과 8월에 중국계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어피니티)가 국내 1위 렌터카업체 롯데렌탈(시장점유율 21%)과 업계 2위 SK렌터카(15%)의 지분 56%와 100%를 각각 1조6000억, 8200억원에 인수했다. 중국계 자본이 국내 렌트카 시장의 약 36%를 차지했다. 중국 업체들은 두 렌터카 회사를 교두보로 삼을 가능성이 커졌다. 중국 정부는 전기차 산업의 글로벌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 2차전지 및 자율주행부문을 집중 육성해온데 이어 완성차의 해외시장 공략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미국이나 EU보다 진입장벽이 허술한 한국시장을 전초기지로 삼겠다면 국내 1,2위 렌터카 업체는 좋은 발판이 될 것이다. 중국 제품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부정적 인식을 '렌터카 경험'을 통해 해소한다면 법인 시장을 넘어 자가용 시장까지 빠르게 잠식할 수 있을 것이다. 한 시장조사업체의 설문에 따르면 어떤 경우에도 중국산은 사지 않겠다는 응답이 66%였지만 저렴하고 성능, 디자인이 양호하다면 구매하겠다는 응답도 34%에 달했다. 연간 200만대 시장에서 68만대의 구매확률은 일단 있는 셈이다. BYD는 최근 미국 차량공유 서비스업체 우버에 전기차 10만대를 판매할 계획이다. 독일에서도 최대 렌터카 회사와 6년에 걸쳐 전기차 10만대를 공급하기로 했다. 흘러가는 정황은 전기차판 '알테쉬의 공습'이다. 자동차 산업은 전후방산업에 미치는 연관효과가 어떤 제조업보다 심대하다.미래 모빌리티산업의 주권 확보를 위해 민관의 치밀한 고민이 시급한 때인 것 같다.

2025-01-09 17:23:23 차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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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의 와이 와인]<267>라피트 세계 유일 앰버서더…김성국 소믈리에

<267>소믈리에 열전 ①김성국 조선호텔앤리조트 총괄 소믈리에 김성국 조선호텔앤리조트 총괄 소믈리에이자 도멘 바롱 드 로칠드(DBR)의 앰버서더가 프랑스 보르도에서도 뽀이약 지역의 와인인 '앙세이앙'을 디캔팅하자 주변이 금세 와인의 향으로 가득 찼다. 디캔팅은 숙성 기간이 그리 오래되지 않은 와인을 디캔터라는 병에 옮기는 작업이다. 단시간에 공기와 충분히 접촉토록 해 잠재되어 있는 맛을 끌어낼 수 있다. 김 소믈리에는 준비된 앙세이앙이 2020년 빈티지란 말에 바로 디캔팅에 들어갔다. 4년이 지났지만 뽀이약 지역 특유의 강건함에 부드러운 메를로 비율이 높다고 해도 앙세이앙의 기본 잠재력을 고려한 판단이었다. 와인을 소재로 해 유명세를 떨친 일본 만화 '신의 물방울' 첫 편은 주인공 칸자키 시즈쿠의 화려한 디캔팅 장면으로 시작한다. '와인 방울이 줄기를 이루며 붉은 명주실처럼 똑바로 병 주둥이로 떨어져 들어간다. 만화 속의 장면을 김 소믈리에가 재현한 듯 했다. 750ℓ 와인 한 병을 디캔터에 옮겨담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한 치의 흔들림이 없이 과감한데, 또 섬세했다. 하긴 고객이 찍어 짧게 올린 '로마네 꽁띠' 디캔팅 영상만으로 하룻밤 사이 300만뷰가 넘게 나왔던 그 '슈퍼쏨'이 김 소믈리에니 두 말할 필요가 없다. 먼저 김 소믈리에가 브랜드 앰버서더로 있는 DBR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와인에 문외한이라도 한 번쯤 들어봤을만한 '샤토 라피트 로칠드'를 가지고 있는 곳이다. 프랑스 보르도 1등급인 5대 샤토 가운데 하나로 브랜드 앰버서더는 전 세계에서 김 소믈리에 한 명 뿐이다. 앙세이앙은 샤토 라피트 로칠드가 100년 만에 새로 선보인 와인이다. 대표 와인인 샤토 라피트 로칠드 외에 19세기에 세컨드 와인인 '카뤼아드 드 라피트'를 내놓은 이후 처음이다. 앙세이앙의 첫 번째 빈티지인 2018년은 로칠드 가문이 라피트를 인수한 지 150년이 되는 해이기도 했다. 김 소믈리에는 "앙세이앙은 기존 뽀이약 지역의 강건한 와인보다는 메를로 품종이 많이 들어가 기름진 부위의 그릴 스테이크보다는 안심 스테이크와 더 어울릴 만한 와인"이라며 "뻑뻑하기보다 부드러운 타님으로 불고기 등 한국 요리와도 마시기 좋다"고 설명했다. 2020 빈티지 기준으로 메를로와 카베르네 소비뇽의 비중이 각각 63%, 37%다. 앙세이앙은 가문에서 6대로 바통을 이어받은 사스키아 드 로칠드의 작품이기도 하다. 사스키아가 와이너리 경영을 맡은 이후로는 보수적인 DBR에도 그야말로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김 소믈리에는 "2018년 이전만 하더라도 라피트의 포도나무는 모두 같은 모양, 같은 수의 포도송이로 과하게 관리되고 있었지만 사스키아가 오너를 맡으면서는 지속가능성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포도밭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전했다. 그는 "지금은 포도밭에 야생화와 잡초까지 자연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다"며 "라피트를 포함해 DBR의 와이너리들은 각각의 테루아와 성격이 다르지만 이런 정신은 공유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DBR 내에서 보르도의 혁신과 모험을 보여주는 브랜드인 '빠라디 카세이유' 역시 포도밭 주변으로 여러 생물이 다양한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두 개의 강이 만나는 앙투르 드 메르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으며, 산 위에 올라가 바라보고 있으면 천국 같은 느낌이라 파라다이스를 뜻하는 빠라디로 이름을 지었다. 앰버서더로서 김 소믈리에가 말하는 DBR의 원칙은 균형감이다. 포도품종이나 특정 스타일을 떠나서 말이다. 앙세이앙 역시 균형감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매해 포도품종의 비율은 바뀔 수 있다.

2025-01-09 16:25:14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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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준의 부동산수첩] 양극화의 시대에 살아남기

국내 부동산 시장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각 진영의 신념에 따른 정책들의 실험장이 되어왔다. 특히 진보진영이 집권할 때마다 내놓았던 각종 규제는 표면상으로는 부동산 시장 안정화와 서민 주거권 보호를 표방했지만, 시장이 규제에 빠르게 적응하여 장기적으로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결국 강남 3구와 같은 부유층 밀집 지역의 자산 가치를 더욱 공고히 했고, 이는 부유층과 서민 모두에게서 다른 의도로 받아들여진다. 규제가 강화될수록 서민들은 정책을 지지하지만, 정작 혜택은 상류층이 가져가는 부동산 시장의 구조적 모순은 대중의 정서에 치중한 정치적 논리가 만들어낸 불가피한 결과다. 강남 3구에 집중된 분양가 상한제, 재건축 규제, 양도세 및 보유세 강화 같은 정책은 공급을 제한하고 거래를 축소시킴으로써 특정 지역의 희소성을 더 부각시킨다. 이 과정에서 부동산은 단순히 주거를 위한 자산이 아니라 투기의 대상이 되어간다. 희소성에 기반한 가격 상승은 강남과 같은 고급 지역을 더욱 독점적이고 폐쇄적인 공간으로 만들며, 이는 전국적인 부동산 양극화를 심화시킨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서민들은 여전히 집을 소유할 기회를 놓치고, 강남은 "가치가 더 오를 수밖에 없는 곳"이라는 믿음을 가진 투자자들로 플랫폼으로 굳어져 간다. 양극화를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개인들의 살아남기 전략이 남을 뿐이다. 경제학에서 '매몰 비용 오류'(Sunk cost fallacy)는 이미 투자한 자산이나 시간이 아까워 더 큰 손실을 무릅쓰고 현재의 선택을 고집하는 행동을 말한다. 이러한 비합리적인 선택은 기업이나 정부의 의사결정에서도 자주 일어난다. 예를 들어 부동산 시장에서 하락세가 예상됨에도 "지금 팔면 손해"라는 심리에 빠져 매도를 미루다가 더 큰 손실을 입는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 부동산 양극화의 흐름 속에서는 과거의 선택에 얽매이지 않고, 객관적인 분석에 기반해서 빠르게 결정을 내려야 한다. 투자에 있어서 또 한 가지 중요한 오류는 홈 바이어스(Home bias, 자국편중)이다. 이는 투자자가 자신에게 친숙한 지역, 산업에만 과도하게 집중하는 경향을 말한다. 다른 지역이나 자산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자신이 사는 지역의 익숙함, 유대감에 얽매이고, 가치함정(Value trap, 실제로 성장하지 않는 자산을 저평가 된 것으로 오인하여 투자하는 행위)과 결합하여 지방의 부동산에서 고질적으로 나타난다. 결국, 양극화가 확실시 되는 시장에서 개인이 준비해야 할 대책은 감정적 판단을 배제하고 시장의 구조적 흐름을 이해하며, 합리적인 투자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양극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일지 몰라도, 이를 현명하게 활용하는 개인의 대응은 선택에 달려 있다. 강남 3구와 같은 지역에 진입하느냐는 차치하더라도, 잃어버린 비용에 집착하지 않고 가치 있는 기회를 식별하며, 새로운 경제적 가능성을 찾아나가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앞으로도 논리보다는 감성에 의해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경제 뉴스에서 금리, 환율을 보기도 바쁜데 주목해야 할 지표가 하나 더 늘어난 시국이다. 따지고 보면 근 10여년의 경제적인 격변기가 막 시작될 때에도 우리는 지금과 비슷한 시기를 보낸 적이 있다. 지나고 보니 그때가 혼란스러웠지만 성장의 기회이기도 했다. 감성에 휘둘리는 대신, 경제학적 통찰과 현실적 준비를 하는 것이 양극화 시대에 살아남는 방법이다./이수준 로이에아시아컨설턴트 대표

2025-01-08 09:26:34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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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죽음의 섬

스위스 태생의 상징주의 작가 아놀드 뵈클린(Arnold Bocklin)이 그린 '죽음의 섬'(Isle of the Dead, 1880) 중앙에는 명암의 극한 대비를 이루는 암벽의 섬이 있다. 흡사 거대한 무덤처럼 무거운 침묵이 흐르는 이 섬에는 영생과 애도를 의미하는 사이프러스 나무가 음산한 기운을 내뿜은 채 빼곡하게 서 있고, 초월적 평온의 바다 위엔 작은 배 한척이 놓여 있다. 죽은 자를 저승으로 데려가는 뱃사공 카론(Charon)일까. 뒷모습의 사공은 유령마냥 하얀색 천으로 온몸을 감싼 사람과 흰 포로 덮인 관을 싣고 섬을 향해 노를 젓고 있다. 정지한 듯 고요히 움직이는 이 배는 머잖아 섬에 당도할 것이다. 섬은 깊고 깊은 죽음 이후의 세계. 육신의 아픔도 정신적 괴로움도 없다. 사공은 안식의 세계에 망자를 내려놓을 것이다. '죽음의 섬'의 주제는 '죽음'이다. 결혼을 약속했던 연인이 뇌염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고, 뵈클린의 자녀 14명 중 여덟 명이 전염병과 불의의 사고로 죽었다. 작가 본인도 열병과 뇌졸중에 걸려 사경을 헤매는 경험을 했다. 그렇게 그는 늘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었다.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을 숱하게 목격해야 했다. 뵈클린은 죽음이 낯설지 않았다. 그는 점차 죽음에 익숙해졌다. 바이올린을 켜고 있는 해골이 귓속말을 하는 장면이 묘사된 '자화상'(Self-Portrait, 1872)은 죽음을 안고 가야 할 존재로서의 자신을 표현한 작품이다. 죽은 예수를 끌어안고 있는 성모를 그린 '피에타'(1885)에는 떠나보낸 자녀에 대한 그리움과 비통함이 담겨 있다. 죽음은 자식을 잃은 후 심연에 들었던 그였기에 표현할 수 있는 세계였다. 그의 유력 후원자가 작업실을 방문한 후 원래는 없었던 배와 여인, 그리고 흰 포로 덮인 관을 넣어달라고 했을 때에도 기꺼이 수락할 수 있었던 건 급성 감염 질환으로 남편을 먼저 보낸 그녀의 사연에 공감해서였다. 이처럼 그의 그림에는 죽음이 스며있다. 그리고 죽음과 마주하기로 결심한 이후 제작된 '죽음의 섬'은 많은 이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그중에는 러시아 작곡가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Sergei Rachmaninoff)와 히틀러(Adolf Hitler)도 있다. 라흐마니노프는 흑백으로 된 '죽음의 섬' 복제품을 본 후 비장함이 묻어나는 동명의 교향시를 작곡했다. 히틀러는 뵈클린의 그림을 다수 소장할 만큼 그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다. 1886년까지 제작된 '죽음의 섬' 다섯 가지 버전 중 세 번째 버전(1883)을 소장하기까지 했다. 히틀러가 만난 적도 없는 뵈클린에게 푹 빠진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화가가 되려 했던 젊은 시절의 꿈과 죽음과 영속성에 대한 집착, 나치 이데올로기에 관한 이미지 조작 등의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 아닐까 싶다. 그저 그랬던 무명의 화가를 일약 스타로 만든 '죽음의 섬'은 숭고미를 완벽히 구현한 사례로 평가된다. 숭고미는 인간이 감각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무한함, 거대함, 초월적인 힘과 맞닥뜨릴 때 발생한다. 자연이나 예술 작품 앞에서 느끼는 경외감과 불안한 감정 등도 그중 일부다. 죽음 역시 예외는 아니다. 언제가 될지 알 수 없기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고대 그리스 철학자 에피쿠로스(Epicurus)의 사유처럼 우리가 존재할 때 죽음은 존재하지 않고, 죽음이 존재할 때 우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불멸의 욕망만 제거한다면 죽음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뵈클린이 말년에 발표한 '생명의 섬'(Isle of Life, 1888)을 통해 죽음의 반대편에서 '생의 환희'를 찬양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것이 비록 찰나에 불과할지라도.■ 홍경한(미술평론가)

2025-01-07 13:36:29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