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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상근의 관망과 훈수] G2 환율전쟁과 희생양

[차상근의 관망과 훈수] G2 환율전쟁과 희생양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도널드 트럼프 미국 차기 대통령 당선인이 2기 행정부의 무역대표부(USTR)를 이끌 '무역 차르'로 점찍은 인물이다. USTR뿐만 아니라 행정부의 무역정책 전반에 대한 감독권을 갖게 될 것으로 외신은 전한다. 트럼프 집권 1기 내내 USTR을 이끌었을 정도로 트럼프와는 호흡이 맞다. 극단적인 보호무역주의자로 불리는 그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가 이번 집권기에 극단적인 보호무역주의를 실현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그의 역할은 1기 때를 뛰어넘을 전망이다. 1947년생이니 올해 77세이다. 로스쿨을 졸업했고 관직을 맡지 않을 때는 70세가 넘어서까지 변호사로 활동해왔다. 워싱턴D.C.의 가장 유능한 국제법 변호사이자 협상 전문가로 통상분야의 대표적 '매파'로 통한다. 그는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관세를 무기로 주요 교역국을 압박해 무역적자 감축과 국내산업 보호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무엇보다 중국 및 유럽연합과의 무역전쟁을 설계 및 진두지휘했고 세계무역기기구(WTO)를 무력화시킨 장본인이다. 트럼프 1기때의 경력보다 더 눈여겨봐야 할게 있다. 그는 1985년 플라자합의를 이끌어낸 당사자이다. 그는 30대 중반인 1981년 하원 금융위원장 비서실장을 지냈고 곧이어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의 USTR 부대표를 지냈다. 무려 40년전에 당시 미국 경제를 추월할 기세였던 일본을 슈퍼301조로 대응하며 굴복시킨 장본인이다. 이때 미국시장을 휩쓸던 일본의 자동차, 철강, 반도체 등에 강력한 제재를 가해 고사위기의 자국내 관련 산업을 지켜냈다는 평을 받는다. 그 무엇보다 일본 경제의 몰락을 가져온 1985년 플라자합의의 주역으로 활약한 이력이 두드러진다. 플라자합의는 미국,영국,독일,프랑스,일본 등 당시 주요 5개국(G5)이 달러의 초강세 행진을 막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하기로 하는 합의다. 이후 엔화 가치는 2년여만에 달러화 대비 두배 폭등했다. 결국 일본은 수출경쟁력을 잃고 장기불황-자산버블로 이어졌으며 1990년대들어 부동산 거품 붕괴와 경기침체, '잃어버린 10년'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라이트하이저는 트럼프 1기때 중국산 제품에 340억달러의 관세를 선제부과하는 등 대중국 무역전쟁을 이끌었다. 특히 중국의 환율조작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며 플라자합의를 연상케하는 위안화 절상을 압박했으나 중국의 강력한 반발과 내부 사정으로 무산된 바 있다. 그의 극단적 미국우선주의 경향과 대중국 견제는 트럼프 당선자의 국정기조와 정확하게 일치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이 이번에는 초고율 관세를 통한 무역전쟁을 넘어 플라자합의 수준의 위안화 절상을 노리는 환율전쟁을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의 환율압박이 중국만 향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트럼프식 통상관은 미국을 상대로 막대한 무역흑자를 내는 나라를 자국의 일자리를 빼앗는 악당으로 여긴다. 미국 제조업의 부흥이 최우선이다. 지난해 444억달러나 되는 사상최대 무역흑자를 기록한 한국은 주요 타깃이 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어쩌면 라이트하이저를 앞세워 한국이나 일본, 대만 등을 중국과의 환율전쟁에 앞서 시범케이스로 삼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세기 이상 통상협상 전문가로 살아온 그가 다시 등판하는 만큼 대어를 잡기 위해 만만한 상대를 골라 먼저 손볼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상황은 2019년 1차 대중 무역협상때보다 훨씬 괜찮다. 당시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협상을 동시 진행했으나 지금은 동아시아 쪽에 전력을 모두 쏟아부을 가능성이 커졌다. 중국측 입장도 위안화 절상이 현 경제상황에서 나쁘지만 않다는 분석이 있다. 중국경제에서 대미수출 비중이 3%선에 그치는 반면 내수부양이나 외자유치에는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불똥이 다른 쪽으로 튈 수 있다. 에너지 수입을 늘리는 등 무역흑자를 줄이고 트럼프 행정부와의 통상관계를 원만하게 하는 행보가 시급해졌다.

2024-11-17 09:28:56 차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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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의 와이 와인]<260>돌의 발자국 '카이켄 볼더'…"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이런 포도밭은 생전 처음이었다. 포도나무 사이로 온 천지가 돌덩이다. 자갈이나 돌맹이 수준이 아니라 사람이 앉아 쉬어도 될만한 커다란 바위 말이다. 있는 그대로 바위를 피해 포도나무를 심다보니 일렬로 죽 늘어선 형태가 아니라 제각각이다. 사실 포도밭 가운데 돌의 특징을 지닌 테루아는 많다. 땅 속 아래 깊숙이 암석이 있는 경우 미네랄 느낌이 인상적인 와인이 만들어지기도 하고, 자갈밭 토양에서는 강인하면서도 복합미가 좋은 와인들을 만나볼 수 있다. 아르헨티나 와이너리 카이켄의 아이콘 와인 '볼더'를 만드는 포도밭은 뭔가 좀 다르다. 땅 속, 아니면 험준한 산 속 깊이나 있을법한 커다란 바위가 버젓이 올라와 있는 이 땅에서 자란 포도는 어떤 와인으로 재해석됐을까. 카이켄의 와인메이커 구스타보 오르만은 최근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일반적으로 포도를 기르지 않을 정도로 재배하기에 힘든 지형이지만 여기서 나온 포도는 독특한 풍미를 가지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었다"며 "볼더는 큰 바위와 토착 식물들을 없애지 않고 공존하며 포도를 경작하기 때문에 테루아에서 오는 특유의 풍미가 인상적인 와인"이라고 강조했다. 카이켄은 우리나라 국민와인으로 유명한 칠레 몬테스가 아르헨티나에 설립한 와이너리다. 안데스 산맥의 양편인 칠레와 아르헨티나를 오가며 사는 야생 거위가 원주민어로 '카이켄(caiquen)'이다. 야생 거위와 같은 정체성을 상징삼아 와이너리 이름을 발음하기 쉽게 철자만 약간 바꾼 카이켄(KAIKEN)으로 정했다. 잊혀지기도 힘들 돌천지 포도밭으로 다시 돌아가본다. 이 곳은 원래 강이 흘렀던 곳이다. 강이 범람할 때면 많은 돌과 암석들이 무거운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물줄기가 바뀌는 이곳에 그대로 쏟아졌다. 강을 기준으로 북안은 모래나 점토가 쌓였고, 남안은 돌밭이 됐다. 볼더를 만드는 포도밭이 바로 3헥타르 밖에 안되는 그 돌밭이다. 와인 이름 볼더는 이런 테루아를 직관적으로 표현했다. 볼더(Boulder)는 영어로 '비나 바람에 의해 깎인 커다랗고 둥근 돌덩이'를 뜻한다. 볼더는 아르헨티나 대표품종인 말벡 64%에 카버네 프랑 28%, 쁘띠 베르도 8%를 섞어 만든다. 와인 메이커가 어떤 스타일을 구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섞은게 아니다. 돌밭에서 자라고 있는 품종의 비율을 그대로 쓴 소위 '필드(field) 블렌드'다. 좀 더 들여다 보면 환경에 적응 또는 순응한 결과물라고 보면 된다. 말벡은 바위가 많고, 태양빛이 강한 곳에서 잘 자란다. 카버네 프랑과 쁘띠 베르도도 환경에 적응해 말벡과 같은 시기에 수확이 가능해졌다. 반면 카버네 소비뇽이나 멀롯은 척박한 곳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햇빛이 너무 강하면 포도알이 과숙된다. 매우 건조한 이곳에서 장애물 같았던 암석은 아래로 수분을 머금고 있어 포도나무가 암석 주변으로 뿌리를 뻗어내렸다. 이정도면 암석들이 남긴 무계획의 계획인셈이다. 오르만 와인메이커는 "3가지 품종 고유의 특징과 함께 돌과 자생하는 허브의 느낌이 와인에서도 잘 표현된다"며 "특히 부싯돌과 같은 미네랄 느낌은 보통 화이트와인에서 잘 관찰될 수 있는데다 신세계에서는 보기 힘든 특징"이라고 말했다. 포도밭이 3헥타르 밖에 안되다보니 볼더 생산량도 3000병이 조금 넘는 수준으로 적다. 조금씩 따라 한 병을 열 명이 나눠 마신다 해도 전세계에서 볼더를 마실 수 있는 이는 4만명이 안된다. 우리나라에서는 2021 빈티지가 내년 2월에 선보일 예정이다.

2024-11-14 16:02:38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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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준의 부동산수첩]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의 운명

어떤 제도이건 그것이 최초로 도입될 때부터 그 명운을 어느 정도 예상하게 된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그랬다. 이 제도는 2006년에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투기 수요가 몰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 도입되었으나 세법상의 근본적 모순과 부동산 경기 침체가 겹쳐서 한동안 적용하지 않다가 2019년도에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을 거쳐 본격적으로 부과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최근 이에 대한 폐지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물가상승 등으로 주택공급의 큰 축인 재건축이 침체된 것이 이유이다. 응익의 원칙(국가로부터 얻는 이익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는 조세의 대원칙)을 추구했으나 오히려 공익을 위한 주택공급이 막히고, 나아가 GDP와 200만 일자리를 책임지는 건설업에 위축된다는 우려에서다. 초과이익환수제는 주택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통상 재건축사업의 건축비는 강남과 지방의 차이가 없다. 새로 짓는 아파트의 가격 차이는 결국 땅값의 차이다. 초과이익환수제는 이 근본적인 땅값의 차이에 대해, 새집을 짓는 건축행위를 원인으로 해서 징벌적으로 부과한다. 이 제도가 주로 적용되는 강남권의 경우 조합원들이 보유한 비싼 땅의 일부를 팔아서 새집의 건축비를 충당하고 아파트 층수를 높여 무주택 청약자들에게 새집을 공급한다. 즉, 내 땅을 포기해서 남에게 주택을 공급하는 대가로 내는 세금이다. 재건축 조합원은 건설사에 조합원 추가 부담금(전체 재건축 사업비 중 일반분양 이익으로 충당하지 못하는 잔여 비용)을 내야 한다. 여기에 수억 원의 부담금까지 추가된다면 사업을 해도 이득이 없기 때문에 조합원은 재건축사업에 소극적이고 분양가상한제로 인해 건설사도 참여를 꺼리게 된다. 이래저래 주택공급도 막히고, 외부 불경제(낡은 아파트로 인해 인근 도시환경에 부정적인 효과)도 초래하게 된다. 세금은 본래 매출에서 원가 및 비용을 제외하는 회계적 과정을 통해서 확정된 이득에 따라 내야 한다. 그러나 초과이익환수제의 계산법은 아직 새집의 매각 여부, 그 손익조차도 결정되기도 전에 가상으로 예측한 차익에다 부과한다. 이는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회계 원칙과 다를 뿐더러 유사한 관행도 찾기 힘들다. 설사 나중에 시세 차익이 발생하더라도 그 시점에는 어차피 그에 대한 양도세를 내야 한다. 이때 미리 걷어간 추가이익환수금은 필요경비로 공제받지만, 만약 양도하지 않는다면 국가가 실거주자를 역차별하는 모순에 빠지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미실현 이득의 조세로서 일부 해외 사례를 주장하지만, 한국의 재건축 제도하에서는 이를 개발부담금의 개념과 현물로 이미 납부하고 있다. 통상 재건축의 용적률을 올리는 대가로 그 토지의 일부를 국가가 기부채납 형태로 가져간다. 예컨대 100평 땅 위의 낡은 2층집(연면적 200평)을 재건축할 때, 보유한 토지 중 30평을 국가에 헌납하고 남은 70평 땅에 3층을 지어서 연면적 210평을 얻는 것이 보편적이다. 특히 대규모 단지는 공공을 위한 도로 확장 등의 제반 비용까지 부담하며, 재건축 이후에는 보유세도 더 내서 그 유지관리비용도 충당한다. 이미 상당한 자산을 공공의 목적으로 제공하는데, 이에 더해 회계적으로나 조세 형평성 측면으로나 모호한 개념인 초과이익을 환수하는 탓에 논란이 끊이지 않던 것이다. 초과이익환수에 대한 유일한 옹호론은 사유재산으로서의 부동산에 대한 국민 정서였다. 그러나 경제 논리로 볼 때 국민 정서는 재건축의 당사자에게도, 무주택자에게도 실익을 가져다주지 못했다. 짧은 시행착오를 뒤로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한 논의가 이루어지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다만 초과이익환수라는 명칭이 없어지더라도 이를 보유 연수, 실거주 기간에 따라 공제해주는 식의 또 다른 규제로 대체한다면 매물도, 전세공급도 줄어들어 집값을 높이는 역효과를 불러일으킬까 우려된다. /이수준 로이에아시아컨설턴트 대표

2024-11-13 15:27:35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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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철의 쉬운 경제] 인플레이션은 민심 이반과 직결

2024년 미국 대선에서 민주주의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민주당을 물리치고 공화당 후보가 당선된 까닭은 뭐니 뭐니해도 물가 불안이라는 시각이 가장 유력하다. 역사의 경험을 되돌아보면 민주주의와 물가 불안은 공존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였다. 석유파동, 코로나 같은 외부요인이 아니라면, 물가가 불안한 나라에서 민주주의가 정착되기 어렵고, 민주주의가 파괴된 나라에서 물가가 안정될 수도 없다. 9월 현재 미국 근원물가가 2.9%로 어느 정도 안정세로 접어들고 있지만, 그동안 올랐던 물가로 말미암아 현재 물가수준은 상당히 높아 시민들은 물가 불안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인플레이션이 국가와 정권을 위태롭게 한 직간접 원인으로 작용한 사례들을 되돌아보자. 대원군은 백성의 살림살이를 편안하게 해줘야 왕권이 강화된다는 평범한 이치를 깨닫지 못하고 궁궐을 거창하게 세워야 왕실의 위엄이 높아지는 줄로 착각했다. 글자 그대로 초근목피에 시달리는 백성들의 고통을 아랑곳하지 않고 경복궁 증축에 온힘을 기울이다 나라 살림을 송두리째 탕진했다. 당오전, 당백전을 남발하여 강제로 유통시키고 관에서는 세금으로 땡전은 받지 않는 치졸한 꾀를 부렸다. 돈의 가치가 갑자기 1/5, 1/100로 추락하며 물가가 천정부지로 올라 삽시간에 경제질서가 무너져 내렸다. 부모 자식 건사하기도 어려운 처지에서 나라에 대한 백성들의 신뢰는 글자 그대로 땅에 떨어진 '땡전'처럼 되어 나라의 명줄이 바람결 등불이 되었다. 4.19 의거는 만연한 부정부패와 3.15 부정선거에 대한 거부할 수 없는 저항심이 도화선이었다. 그 먼 원인은 자고 나면 오르는 물가 불안에 따른 민심 이반에서 비롯되었다. 당시 경제정책이란 해외 원조를 기다리거나 돈을 찍어내는 일이 고작이었다. 오죽하면 김광균 시인은 "낙엽은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라고 빗대어 유동성 증발로 말미암은 화폐가치 타락을 통탄하였다. 생산량은 늘어나지 않는데 책임감 없는 정부가 돈을 마구 풀어대니, 통화량이 늘어나며 돈의 가치는 흩날리는 낙엽처럼 되었다. 특권층 다락에는 돈뭉치가 나뒹굴었지만, 한 푼 벌이가 어려운 저소득층은 극한상황으로 몰려 "못 살겠다 갈아보자!"라는 신음이 난무하였다. 반역인지 아니면 '반역의 반역'인지 모를 10.26 사태는 독재정치와 성장피로감으로 흐트러져가는 민심을 수습하려 풀어댄 유동성이 물가 불안을 초래해 비롯되었다. 민심을 달래기 위해 지속적 경제성장을 도모하려 통화를 증발하였으나 경기는 살아나지 못하고 물가 불안이 기승을 부렸다. 통화 증발의 해악을 외면한 데다가 석유파동까지 겹쳐 물가가 기승을 부렸다. 물가가 거침없이 올라 이듬해 1980년에는 물가상승률이 경제성장률의 배가 넘는 20% 후반에 이르렀다. 경제성장률보다 높은 물가상승률로 서민의 생계가 오죽했겠는가? 일자리는 줄어들고 치솟는 물가 불안으로 말미암은 민심 이반에 대한 권력 심장부에서 시각차가 커지며 내부 총질이 벌어졌다. 통화증발은 기발행 화폐의 가치를 떨어트려 민생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하여 결국 권력에 대한 신뢰 저하로 연결되어 민심이 흔들린다. 특히 현대사회에서 물가가 불안해지면 저소득층 살기가 어려워지며 참다운 민주주의가 정착되기 어렵다. 민주주의 기본 원칙이 흔들려 위정자 마음대로 유동성을 팽창시켜 물가 불안이 고개를 드는지, 시민들 살림살이를 어렵게 만드는 인플레이션이 민주주의를 후퇴시켜 절망으로 이끄는지 그 선후 관계는 단정짓기 어렵다.

2024-11-13 14:48:30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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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오의 신비한 심리사전] 세뇌(Brainwashing)

한자로 '뇌를 씻는다'는 뜻의 세뇌(洗腦)는 인간의 정체성 자체를 변화시켜 기존에 자신이 가지고 있던 가치관이나 사고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을 말한다. 즉, 물리적 폭력 혹은 정신적 압박 등의 강한 외압을 통해 특정주의 사상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 전쟁 때 중국 공산당이 포로인 미군에게 공산주의를 믿도록 강요하였는데, 세뇌라고 부르던 것을 영어로 직역해 brainwashing이라고 명명했다. 한 개인을 육체적 정신적으로 감금하여 비밀을 밝히게 하거나 정치적 성향이나 도덕적 확신을 설득하는 것이며 가치관이나 행동을 변화 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보통 강력한 신체박탈 상태, 감금, 수면이나 음식의 박탈을 통해서 지적·정서적으로 붕괴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조건반사로 잘 알려진 파블로프의 연구에서도 세뇌의 기본적인 원리들이 밝혀져 구소련에서는 일종의 '통치 공학'으로 활용되었다고 한다. 개에게 종소리를 들려주고 사료를 주는 것을 강압적으로 반복하였더니 나중에 종소리만 들어도 개들이 침을 흘리는 현상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것이 파블로프의 조건화이다. 그런데 파블로프가 추가로 발견한 사실은, 극심한 혼란 상태나 목숨의 위협을 경험하는 상태에서는 학습된 모든 것을 잃어버린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조건화에서 보였던 반응과 반대되는 반응까지 보이는 현상도 발견하였다고 한다. 1924년에 레닌그라드에 큰 홍수가 있어 파블로프의 연구실에도 갑작스럽게 물이 들이닥쳤다. 그 때문에 값비싼 기자재나 실험용 개들을 챙길 새도 없이 급하게 사람만 빠져 나오게 되었다. 그 때 연구원 한 명이 물속에서 허우적대던 개들을 어렵게 건져내서 목숨을 구해주었는데 이 일이 있고 나서 기묘한 일이 생겼다. 식사시간을 알리는 종을 쳐도 개들이 꿈쩍을 안했고 몸에 배어 있던 자극 반응의 학습을 모두 잃어버린 것이다. 이것을 물에 빠져죽을 뻔했던 충격 때문으로 추측한 파블로프는 동일한 상황을 인위적으로 구성해서 실험했더니 역시 학습된 개들에게서 조건화가 사라지는 것을 확인하였다. 더욱이 학습된 행동이 사라진 것뿐만이 아니라 오히려 얌전하던 개가 난폭해지거나 난폭한 개가 얌전해지는 결과도 보게 되었다고 한다. 파블로프의 이러한 연구들은 멀리 미국에까지 전달되어 행동심리학을 촉발시키게 된다. 물론 학문적인 얼굴로 연구되었으나 사실 이러한 기술은 악의적으로 활용된다. 예를 들어, CIA의 '블루버드' 라는 프로젝트로 시작하여 1953년에는 'MK 울트라' 계획이라는 악명 높은 프로젝트까지 발전하게 되는데, 영화 '본시리즈'의 주인공 제이슨 본은 세뇌된 인간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진성오 세종사이버대학교 교수

2024-11-11 10:57:17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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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겨울 피로 풀어주는 해산물 '새우'

11월, 12월이면 가족, 친구, 동료들과의 모임이 많아진다. 그만큼 술자리도 늘고, 기름기 많은 고칼로리 음식을 자주 접하게 된다는 점이다. 활동량은 자연스레 줄어들고 먹는 양은 늘어나고 살이 안 찔 수가 없다. 살만 찌면 모르겠지만 각종 성인병 등 건강도 함께 나빠질까 봐 걱정이 앞선다. 제철 식재료이면서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은 그런 음식이 고민된다면 선택은 '새우'다. 새우는 경기, 충청, 전라 등 각지에서 올라오는 토산물이었다. 김치를 담글 때 필수 재료로, 각종 한식에 감칠맛을 내는 양념으로 새우젓이 사용될 만큼 우리나라와 새우는 인연이 깊다. 겨울이 다가오면 서해안은 새우 축제로 들썩인다. 많은 이들이 대하를 먼저 떠올리겠지만 대하는 양식이 무척 힘들기 때문에 양식 새우라 하면 대부분 대하와 모양새와 영양 성분 또한 거의 비슷한 '흰다리새우'를 의미한다. 흰다리새우는 영양소 면에서 보자면 여느 육류 식재료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한우 등심보다 필수 아미노산은 더욱 풍부하면서도 지방은 닭가슴살만큼이나 적게 들어있다. 축제의 주 메뉴인 소금구이는 물론, MZ세대가 사랑하는 감바스, 볶음밥이나 샌드위치, 샐러드의 주재료로 다이어트가 고민인 이들에게 맛과 영양을 동시에 보장하는 식재료다. 또한 어패류 특유의 아미노산인 타우린 또한 새우를 선택하게 하는 이유다. 새우의 또 하나의 장점은 미네랄이다. 나트륨 배출이 필수적인 칼륨과 뼈 건강을 지키는 칼슘 등의 함량이 높다. 특히 굴에 많이 들어있다고 알려진 천연 정력제 '아연'도 풍부하다. 몸에서 아연이 부족해지면 성장이 지연되고, 면역력 감퇴, 염증, 탈모 등이 생길 수 있다. 다만 높은 콜레스테롤 함량 때문에 꺼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콜레스테롤이라고 해서 전부 나쁜 게 아니다. 도리어 새우에 있는 몸에 좋은 성분들이 몸에 안 좋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으니 적당한 양을 즐긴다면 얼마든 다양한 방식으로 새우 요리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2024-11-11 04:15:47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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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지윤 변호사의 부동산 세상] 조합임원 공개의무 기한 기산일은 서류작성 시점

조합임원 등은 정비사업의 시행에 관한 서류 및 관련 자료가 작성되면 15일 이내에 이를 조합원 등이 알 수 있도록 인터넷 등에 '공개'해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재개발정비사업 조합장인 갑은 2019년 8월30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10월 30일 의사록을 작성한 다음 11월4일 인터넷을 통해 이를 공개했다. 조합장 갑은 이사회를 개최한 8월 30일로부터 15일 이내에 이사회 의사록을 '작성'하지도 않고 '공개'하지도 않은 것이다. 이러한 경우 조합장 갑은 도시정비법 위반으로 처벌될까? 최근 이와 유사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조합장 갑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도시정비법 제124조 제1항에 따른 15일 기한의 기산 시점은 '서류가 작성된 시점을 의미한다'는 것이 주요 근거였다. 8월30일 이사회가 개최되기는 했으나 의사록이 작성된 바가 없으므로, 그때로부터 15일 이내 공개의무가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갑은 의사록이 작성된 10월 30일부터 15일 이내인 11월 4일에 공개했으므로 도시정비법 위반이 아니라고 봤다. 위와 같이 대법원은 조합임원의 공개의무 대상이 되는 서류를 '작성하여 현존하는 서류'라고 보고 있다. 대법원은 최근 조합임원의 공개의무 위반이 된 다른 사건에서도 "용역계약이 실제로 체결되지 아니하여 용역계약서가 작성된 적이 없다면, 그 '용역계약서'는 공개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앞서 살펴본 사건에서 조합장 갑은 이사회를 개최한 3분기가 끝나는 달(9월)의 다음 달 15일인 2019년 10월15일까지도 이사회 의사록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런데 조합임원 등은 위 서류 및 자료에 대해 공개대상의 목록, 개략적인 내용, 공개 장소 등을 조합원 등에게 매 분기가 끝나는 달의 다음달 15일까지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 위 사건의 원심에서는 위 조항에 따라 조합임원 등은 적어도 매 분기가 끝나는 달의 다음 달 15일까지 서류 및 자료 작성을 마치고 공개할 의무가 있다고 보아, 갑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와 달리 봤다. 도시정비법 제124조 제2항은 조합임원에게 '서면통지의무'를 부과하는 것일 뿐, 그 문리적 해석상 서류의 작성 및 공개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고 본 것이다. /원관희기자 wkh@metroseoul.co.kr

2024-11-10 14:15:11 원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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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의 와이 와인]<259>어디서든, 오직 맛으로만…야타나, 그리고 그랜지

<259>호주 펜폴즈 "정치가 가능성의 예술이라면 야타나가 꼭 그렇다." 프로이센의 재상이었던 오토 폰 비스마르크가 정치를 가리켜 했던 말을 펜폴즈의 수석 와인메이커 피터 가고는 화이트 와인 야타나에 빗댔다. 좋은 품질의 포도라면 가능한 모든 곳에서 조달해 와인을 양조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였다. 일반인이라면 고개를 갸우뚱 거린다. 어디서든 좋은 포도를 구해다 쓰겠다니. 너무나도 당연한 말 같아서다. 근데 와인업계에서는 예전이든 지금이든 굉장히 의아하게 여길 일이다. 보통 좋은 와인이라면 특정 지역, 더 나아가 특정 포도밭의 포도로만 와인을 양조한다. 토양과 기후 등 포도나무를 둘러싼 테루아를 중시여기는 탓이다. 펜폴즈의 생각은 좀 달랐다. 포도가 어디서 자랐든 오직 맛으로만 평가한다. 호주 와인 역사를 바꾼 그랜지도, 야타나도 그렇게 탄생했다. 호주 국가 대표 와이너리 펜폴즈라고 하면 그랜지를 먼저 떠올리겠지만 오늘은 야타나를 앞 줄에 세웠다. 최고로 꼽을 만한 레드 와인보다는 최고로 꼽을 만한 화이트 와인을 만나는게 몇 배는 더 어려워서다. 야타나야말로 태생부터 가능성에 기댔고, 가능성을 만들어냈다. 펜폴즈는 프리미엄 레드 와인인 그랜지의 성공 이후 프리미엄 화이트 와인 프로젝트에 돌입했지만 쉽지가 않았다. 최고의 화이트 와인을 양조할 만한 포도를 선별하는 과정이 너무나 힘들었다. 호주 최남단 서늘한 기후에서 천천히 익어 천연 산미와 다양한 향을 지닌 포도를 찾아내면서 가능해졌다. 와인 이름 '야타나(YATTARNA)'는 호주 원주민어로 '점차적으로'라는 뜻이다. 그만큼 길고 긴 과정을 거쳤다. 펜폴즈 와인은 대부분 다른 이름도 가지고 있다. '빈(BIN)+숫자' 방식이다. 야타나를 가리키는 다른 품목명은 BIN 144다. 숫자가 보통 저장고 위치나 품종 등 정해진 규칙에 따라 정해지는 것과 달리 야타나는 144번의 연구 끝에 완성했다는 점에서 BIN 144가 됐다. 야타나 2019 빈티지는 타즈마니아와 아델레이드힐즈 등에서 자란 샤도네이로 만들었다. 감귤류에 시나몬, 캐모마일까지 다양한 향이 코를 사로잡더니 입 안에서는 신선한 과실과 둥근 산미에 미네랄이 조화를 잘 이룬다. 그랜지 역시 여러 지역, 다양한 포도밭의 포도로 만든다. 10명으로 구성된 와인메이커 그룹은 2주 동안 포도밭의 작은 구획을 말하는 파셀 약 1000곳에서 포도를 수확해 등급을 나눠 분류한다. A등급을 받은 포도만 그랜지에 쓰이는데 비율로 보면 약 3% 안팎일 정도로 '베스트 오브 더 베스트'만 선별된다고 보면 된다. 그랜지에 쓰일 파셀로 선정되면 그만큼의 보상이 따라온다고 하니 재배자들도 열과 성을 다할 수밖에 없다. 그랜지는 스타일에 맞춰 매년 최고의 포도를 골라 만들다보니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일관된 품질을 보이는 와인 중 하나로 꼽힌다. 첫 빈티지 이후 70년 동안 25개 이상의 빈티지가 평론가나 외부에서 최고라는 평가를 받았다. 조슈아임 펜폴즈 브랜드 앰버서더는 "그랜지는 복합적이고 다양한 향과 함께 숙성 잠재력이 40~50년 이상인 와인"이라며 "실제 그랜지 1983 빈티지를 마실 기회가 있었는데 여전히 신선하게 생동감이 있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최고의 레드 와인과 최고의 화이트 와인을 만들어내고 있지만 펜폴즈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호주 내에서 지역의 경계를 뛰어넘더니 이번엔 국경을 뛰어넘었다. 프랑스 샹파뉴 지역에서 만들어낸 펜폴즈 샴페인과 함께 미국 나파밸리 카버네 소비뇽에 호주 쉬라즈를 블랜딩한 상식을 뛰어넘는 와인도 선보일 예정이다.

2024-11-07 15:08:22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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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치승 교수의 경제읽기] 정부와 민간부문 부채 현황과 진단

해를 거듭할수록 우리의 부채 규모와 수준은 증가하고 있다. 먼저 국가부채를 보자. 국가채무에는 국채, 차입금, 국고채무부담을 기준으로 하는 국가채무(D1)와 여기에 비영리공공기관의 채무를 포함한 국가채무(D2)가 있다. 정부가 밝힌 2023년 국가결산보고서(D1기준)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중은 2023년에 50.4%로서 이제까지 나름 경계선으로 여겨왔던 50%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IMF가 집계한 D2기준의 우리나라 GDP 대비 국가채무 55.2%로서 전 년에 비해 1.4%포인트 증가했다. 그러면 기업부채와 가계부채는 어떤가? 한국은행 자료에 나타난 우리나라 기업부채는 2023년 2734조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하고 있는데, GDP 대비로는 122.3%를 나타내고 있다. 가계부채 또한, 2023년 2246조 원으로서 GDP 대비 105%로 매년 그 수치가 증가하고 있다. 2023년 정부, 기업, 가계 채무를 합쳐 보자. 정부 부채는 보수적으로 D2기준을 적용하는 경우 1233.7조 원이고, 여기에 기업과 가계부채를 모두 합치면 총합계가 무려 6213.7조원 규모에 이른다. 이를 2023년 총인구로 나누면 국민 1인당 부채규모는 1.25억원이 된다. 과히 부채 공화국이란 말이 절로 나온다. 물론 혹자는 "국가채무비율이 우리보다 유럽이나 일본이 더 심각한 100%를 상회한다"라고 말할지 모른다. 그런데 이들 나라의 기업 및 가계부채 비율은 우리보다 훨씬 낮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 우리의 부채 규모가 증가한 원인과 그 의미를 살펴보자. 먼저, 국가채무는 코로나19로 인한 방역비용과 재난지원 등에 의한 400조원에 육박하는 정부지출 증가가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 고령화 추세로 인한 복지지출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경기 부진 등으로 세수가 제대로 걷히지 못하면 세출과의 부족분 만큼 국가부채로 늘어나게 된다. 선진국에 비교해서 우리의 국가채무비율이 상대적으로 낮다 하더라도 방심은 금물이다. 2011년 유럽 재정위기를 거울삼아 국가균형재정을 지켜야 한다. 기업부채 증가원인으로는 부동산부문으로의 신용대출 확대, 경기부진에 의한 영업자금 수요증가, 그리고 대기업의 시설투자(반도체, 2차전지) 등을 지적할 수 있다. 그런데, 2023년 금융권의 부동산업 대출잔액이 기업부채 잔액의 20%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기업부채의 상당 부분이 생산성이 높지 않은 부동산부문에 몰려 있다. 코로나 이후 고금리로 인해 외국의 경우 기업부채가 줄어든 것과는 달리 우리는 증가하고 있다. 가계부채의 증가원인 또한, 코로나19 이전부터 이어진 부동산가격 상승에 따른 개인의 자금 수요의 확대라 말할 수 있다. 최근 고금리하에서도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가격 불안정이 대출수요를 자극하는 형국이다. 그런데, 우리가 경계해야 할 점은 주요 선진국을 보더라도 가계부채가 GDP 대비 100%를 넘은 나라로서 우리가 유일하다. 최근 정부는 신용대출이 부동산자금으로 유입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 지난 9월부터 은행권에 대해 차입자의 주택담보와 신용대출을 포함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한도 대출을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이의 부작용으로 부동산구매와 무관한 서민과 영세 소상공인들은 신규대출이 막혀 시름이 커지고 있다. 여기서, 2023년 정부와 민간의 부채가 GDP 대비 278%라는 사실이 우리 경제에 던지는 의미를 몇 가지 보자. 첫째는 부채 규모가 크더라도 자금이 생산적이고 수익성이 높은 곳에 투입되고, 경제 신장으로 이어진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 못한 경우 과도하게 높은 부채 수준은 결국 소규모 개방국가인 우리 경제에 주는 외부충격이 매우 크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둘째는 채무조정을 통한 부채 축소가 필요하다. 부채는 은행권도 수익을 위해 제공한 부채이므로, 고정이하여신에 대해 채권자인 은행권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부채 책임의 일부를 지게 하는 것이다. 채무조정에 의한 부채감축이 일시적으로 경기를 둔화시킬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경제에는 긍정적이다. 셋째는 경제 신장을 위한 혁신경제의 강력한 추진이다. 이를 위해서는 혁신경제의 주축을 이루는 벤처생태계가 현재의 흉내 내기식에서 벗어나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는 대수술이 시급하다. 채무조정과 혁신벤처생태계 작동이 여발통치(如拔痛齒)와 같은 묘수는 아니지만 진정한 부채 해법이 되지 않을까? /원광대 경영학과 교수

2024-11-07 08:17:49 박승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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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우리가 해야 할 역할이 있다"

지난 4월 17일, 국제적 문화예술 노동자 그룹인 '대량학살 반대 예술 연맹'(Art Not Genocide Alliance, ANGA)은 '대량학살 국가관에 반대한다'는 구호가 적힌 붉은색 전단지를 뿌리며 이스라엘 국가관의 베니스비엔날레 참여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나라별 전시장이 밀집해 있는 자르디니(Giardini) 내 일원과 리알토 다리(Rialto Bridge) 등지에서 이뤄진 시위에 앞서 'ANGA'는 지난 2월 이스라엘의 전시 참가 금지를 요구하는 온라인 청원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현재도 진행 중인 청원에는 예술가, 큐레이터, 문화계 인사 등 2만4000여 명이 서명했다. 고대 조각상이 등장하는 영상 작품 'Keening'(2024)을 선보일 예정이던 이스라엘 국가관 대표 작가 루스 파티르(Ruth Patir)와 큐레이터인 미라 라피도트(Mira Lapidot), 타마르 마르갈릿(Tamar Margalit) 또한 전시장의 문을 굳게 걸어 잠갔다. 대신 이들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을 촉구한다는 내용의 전시 연기 안내문을 외부 유리창에 부착했다. 가자지구 내 주민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고 있는 이스라엘에 대한 문화예술계의 보이콧(Boycott)은 다른 예술 장르에서도 전개됐다. 전 세계 출판·문학 관계자들은 이스라엘의 행위를 '인종청소'로 규정하며 '이스라엘 출판기관을 통한 공모를 거부한다'는 선언문을 지난달 28일 발표했다. 선언문이 공개된 이후 지금까지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를 번역한 데보라 스미스(Deborah Smith)를 포함해 수천 명의 문학 창작자, 출판인, 번역가, 서점·책방 운영자와 종사자 등이 연대 서명하며 이스라엘 및 공모 기관과의 관계를 중단하자는 주장에 동의를 표하고 있다. 영화계도 침묵하지 않았다. 지난 9월 영화인 700여 명은 제81회 베니스영화제에 공식 초청된 이스라엘 감독 대니 로젠버그(Dani Rosenberg)의 영화 '개와 사람에 관하여'(Of Dogs and Men)에 대해 전쟁의 책임 여부는 외면하면서 이스라엘을 미화한다며 상영 취소를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올 10월 3일 한국 문화예술인 800여 명 역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출품된 해당 영화에 대한 상영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냈다. 이처럼 국외 미술인들과 국내외 영화계, 문학·출판계 구성원들은 지난 1년간 팔레스타인인 4만여 명을 비롯해 레바논과 이란인 등 수없이 많은 사람을 살해한 이스라엘에 분노하며 다원적 연대를 통해 21세기 제노사이드(Genocide)를 비판하고 있다. 이들은 문화예술 프로젝트를 이용해 이미지 개선을 시도하는 이스라엘 문화 기관들의 아트워싱(Art washing)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하지만 미술계는 상대적으로 잠잠하다. 억압에 대한 저항과 민주·평화·비폭력적 가치를 추구하며 1995년 출범한 광주비엔날레가 올해 행사에 역대 최대인 30여 개의 국가관(파빌리온)을 마련하며 이스라엘 문화 기관인 CDA홀론을 포함시켰음에도 소위 지식인이라는 이들조차 끔찍한 전쟁과 광주비엔날레의 위선적 태도를 언어화, 문자화하지 않았다. "우리가 해야 할 역할이 있다"는 출판·문학계의 선언문을 생각하면 참으로 겸연쩍은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심각한 건 따로 있다. 바로 박양우 광주비엔날레재단 대표의 인식이다. 그는 지난달 31일 보도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은 국가 전시가 아니라 CDA홀론이라는 미술 기관에서 하는 전시"라고 했다. "광주비엔날레가 전쟁을 강행하는 나라(이스라엘)의 특별전을 여는 것은 부끄럽다는 비판이 있다"는 기자의 질문에는 "왜 비엔날레에 그런 정치적 이념을 대입하는가"라고 되물었다. 그의 말대로라면 비엔날레 공식 보도자료에 이스라엘을 31개의 파빌리온 중 하나로 묶어 발표한 것은 자기 부정이다. 집단학살 방관 기관과 전쟁 미화를 거부한 출판·문학인들, 영화인들은 모두 이념 집단이다. 부정의는 그릇됨과 올바름의 영역이자 양심의 문제라는 것을 모르는 이가 국제 미술행사를 이끌고 있다는 사실이 나는 가장 부끄럽다.■ 홍경한(미술평론가)

2024-11-06 11:02:55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