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人 머니 산업 IT·과학 정치&정책 생활경제 사회 에듀&JOB 기획연재 오피니언 라이프 CEO와칭 플러스
글로벌 메트로신문
로그인
회원가입

    머니

  • 증권
  • 은행
  • 보험
  • 카드
  • 부동산
  • 경제일반

    산업

  • 재계
  • 자동차
  • 전기전자
  • 물류항공
  • 산업일반

    IT·과학

  • 인터넷
  • 게임
  • 방송통신
  • IT·과학일반

    사회

  • 지방행정
  • 국제
  • 사회일반

    플러스

  • 한줄뉴스
  • 포토
  • 영상
  • 운세/사주
오피니언>칼럼
기사사진
[임경수 교수의 라이프롱 디자인] 35. 로컬 크리에이터, 지역을 재발견하다

[임경수 교수의 라이프롱 디자인] 35. 로컬 크리에이터, 지역을 재발견하다 새로운 습관이 생긴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요즘은 당연시되지만 생수를 사서 집안에 쟁여놓는 버릇이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2011년쯤이 확실한 것 같다. 그 당시 구제역이 횡행하면서 소와 돼지를 땅 속에 묻는 생매장 살처분이 전국적으로 벌어졌다. 그 때부터 우리 부부는 물의 출처를 따지기 시작했다. 수원(水源)이 어디인가, 지역의 레테르가 구매의 본질이 되었다. 시간이 지나도 습관은 수그러들지 않고 확장하는 경향이 있다. 배추를 살 때면 해남배추인가, 괴산배추인가를 들여다본다. 그 사이 노안이 들어 안경을 벗고 수정체를 애써 맞춰가면서도 지역에 대한 습관을 고집한다. 깻잎은 금산, 호박은 진주, 배는 나주, 당근은 제주, 양파는 무안을 찾는 습관이 행복이 되었다. 마치 마르셀 프루스트가 습관을 '능숙하면서도 느린 이 조종자는 잠시 머무르는 숙소에서 몇주 동안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다가 우리가 찾아내면 행복해지는 그런 것이다'라고 쓴 것처럼 말이다. 로컬 크리에이터라는 말은 더더욱 오래되지 않았다. 지역을 뜻하는 로컬(local)과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람인 크리에이터(creator)가 합성된 형태의 신조어라는 건 금방 유추할 수 있다. 5~6년전 쯤인가 지역 활성화 사업에 나선 정부가 지역가치 창업가를 육성한다고 하면서 실존하게 되었다. 그 사이 드러난 로컬 크리에이터의 면면을 보면 낯설지만은 않다. 제주의 해녀의 부엌, 속초의 칠성조선소, 충주의 댄싱사이더, 공주의 마을스테이, 평창의 산너미목장 등은 꽤나 지역의 알레고리가 되었다. 마치 생수를 사는 것이 아니라, 배추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지역을 구매하는 것과 같은 버릇이 되었다. 지역가치 창업가는 지역의 자연과 문화 특성을 소재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결합해 사업적 가치를 창출하는 스타트업으로 정의된다. 창업의 질료(質料)가 지역이 가지고 있는 것에서 비롯된다. 지역이 배태(胚胎)하는 물질이나 문화를 충분히 섞는 일이다보니 누구보다 상상력이 배가되어야 한다. 푸르스트의 마치 운율을 맞춰야 하는 제약 때문에 오히려 가장 아름다운 시구절을 발견하게 되는 뛰어난 시인들처럼! 로컬 크리에이터는 지역의 질료를 맞춰야 하는 제약 때문에 오히려 가장 구분 짓기 쉬운 지역성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지역의 모든 문제는 언제나 우리에게 열려 있다. 이는 해결을 위한 도전의 시작점을 제공한다. 모든 대답은 곧장 새로운 질문을 만들어내어 끊임없는 재발견을 요구한다. 몽테뉴의 말을 빗대자면, 지역은 우리가 소유하려는 것이 아니라 함께 향유하며 살아가는 공간이다. 로컬크리에이터의 삶은 단순히 시장 속에서 성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지역 속에서 의미를 찾고 가치를 창출하는 데 있다. 지역 속에서 살아가는 로컬크리에이터는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지역과 상호작용한다. 결국, 지역은 질문과 대답이 교차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는 끝없는 실험의 장이다. /임경수 건국대학교 글로컬캠퍼스 교수/성인학습지원센터장

2025-01-06 11:49:46 윤휘종 기자
기사사진
[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속 풀어주고 체력 끌어올리는 겨울 생선 '대구'

연말에 이어 새해에도 가족, 지인들과의 모임을 자주 갖게 된다. 그만큼 술자리도 늘어나고 해장국집들도 문전성시를 이룬다. 해장국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기왕이면 몸에 좋은 성분 가득한 재료로 만드는 해장국이 좋겠다. 예를 들어 '대구'탕을 꼽을 수 있다. 입이 커 대구(大口)인 대구는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다. 보존이 용이하다는 장점 덕에 서양에서는 이미 청어와 더불어 주요한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대구 떼의 뒤를 쫓다가 신대륙을 발견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대구는 우리 선조들 또한 오래전부터 즐겨 먹었다. 『동의보감』에서는 대구가 성질은 평하며 독은 없고, 먹으면 기를 보한다고 전하고 있다. 대구는 그 큰 입으로 닥치는 대로 먹어치운다. 성체의 경우 고등어나 청어, 정어리와 같은 작은 물고기는 물론 각종 두족류나 갑각류까지 눈에 보이는 것 족족 잡아먹는다고 한다. 크기는 최대 1m 이상까지 자라며 20kg이 넘는 것도 있다. 이렇게 큰 몸을 가지고 있음에도 버릴 것 하나 없어 인간에게는 더없이 고마운 생선이다. 풍부한 양의 살코기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내장, 아가미, 알은 젓갈로 담근다. 탕, 찜, 구이, 포 스테이크 등 다양한 요리로 즐길 수 있다. 대구의 살코기는 대표적인 저지방 고단백 식재료다. 100g당 15% 이상의 단백질 함량을 자랑하는 반면 지방 함량은 거의 없다. 비린 향이 거의 없으며 살은 무척 담백하다. 보통 연말연시 술자리에서는 자연스레 고지방, 고칼로리 안주를 접하게 되는데 해장까지 그런 요리로 한다면 건강에 더욱 무리만 갈 뿐이다. 하지만 대구가 들어간 매운탕 혹은 지리(맑은 탕)는 시원함은 일품이면서도 칼로리 걱정에서 자유롭다. 국민 생선이라 불리는 고등어와 비교했을 때도 이소루신, 루신, 메티오닌, 페닐알라닌과 같은 필수 아미노산이 적지 않게 들어있어 기력 보충에 좋다. 음식을 짜게 즐기는 한국인들이 꼭 신경 써야 할 영양소인 칼륨의 함유량 역시 생선류 중에서 높은 편에 속한다.

2025-01-06 06:02:11 최규춘 기자
기사사진
[여지윤 변호사의 부동산 세상] 하도급업체, 신탁사 상대 대금지급 청구 불가

위탁자가 부동산신탁회사와 토지신탁계약을 체결한 경우, 부동산 신탁회사가 발주자가 돼 시공사와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합니다. 시공사는 하도급업체와 하도급계약을 체결하게 됩니다. 이 경우 하도급업체는 부동산 신탁회사를 상대로 하도급대금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을까요? 우선 도급계약서와 하도급계약서에 각각 하도급대금 직접지급사유를 규정해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하도급업체는 '도급계약서, 하도급계약서를 근거로 해' 신탁회사에게 하도급대금의 지급을 구할 수 있을까요? 최근 이와 관련된 하급심 판결이 있었습니다(광주지방법원 2024. 12. 12. 선고 2023가합55738 판결). 하도급업체는 도급계약서, 하도급계약서에 각각 규정되어 있는 하도급대금 직접 지급 사유가 발생한 점을 근거로 들어, 신탁회사에게 하도급대금을 직접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도급계약은 신탁회사와 시공사 사이에, 하도급계약은 시공사와 하도급업체 사이에 체결된 것입니다. 따라서 하도급업체는 자신과는 아무런 계약도 체결한 바 없는 신탁회사를 상대로 하도급대금의 지급을 주장할 수 없습니다. 또한 자신이 당사자가 아닌 도급계약의 효력이나 신탁회사가 당사자가 아닌 하도급계약의 효력을 주장할 수도 없습니다. 이처럼 법원은 "계약은 당사자만을 구속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하도급업체는 '하도급대금 직접지급합의가 있었으므로, 하도급법 제14조상의 직접지급사유가 발생했다'는 주장도 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하도급업체, 시공사가 하도급법 제2조 제2항, 제3항이 규정하는 '원사업자, 수급사업자'에 해당한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는 것입니다. 또한 시공사가 하도급계약 체결당시 신탁회사에게 서면 승인을 받고 하도급계약서를 서면통보 한 사실은 인정되나, 이것만으로 '하도급대금 직접 지급합의'가 있었다고 볼 수도 없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한편, 하도급업체는 시공사의 신탁회사에 대한 공사대금채권에 채권 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아 두었는바, 신탁회사를 상대로 이에 따른 '추심금 청구'도 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의 경우, 신탁계약상 공사비의 80%는 자금집행순서 4순위로 규정돼 있고, 이를 초과하는 공사비는 자금집행순서 10순위로 규정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미 공사비의 80% 이상이 지급된 점에 대해는 다툼이 없었으므로, 하도급업체가 지급을 구하는 공사대금은 10순위로 지급돼야 할 돈에 해당했습니다. 그런데 법원은 아직 그보다 선순위인 대출원리금도 모두 변제되지 않았으므로, 위 공사대금의 자금집행순서가 도래하지 않았다고 봤습니다(대법원 2023. 6. 29. 선고 2023다221830 판결). 따라서 신탁회사는 시공사가 공사대금을 청구할 경우, '신탁계약상 자금집행순서의 미도래를 이유로' 공사대금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습니다. 한편, 금전채권에 대한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이 있는 때에는 제3채무자는 "채권이 압류되기 전에 압류채무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사유"로 압류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23. 5. 18. 선고 2022다265987 판결). 따라서 제3채무자인 신탁회사는 압류 채권자인 하도급업체에게도 신탁계약상 자금집행순서 약정 및 순서의 미도래를 이유로 대항할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2025-01-05 11:41:14 신하은 기자
기사사진
[안상미의 와이 와인]<266>최고의 2025년을 위해…정상에 선 와인

<266>와인스펙테이터·제임스서클링·와인 인투지애스트 톱 10 와인 2025년 을사년(乙巳年)을 여는 첫 잔은 최고의 한 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뿍 담아 정상에 선 와인들이다. 최고라고 해서 비싸지 않을까 하는 부담은 접어두자. 쟁여두고 마셔도 될 만한 밸류와인이나 가성비 '갑'인 와인들도 있으니 말이다. 먼저 와인스펙테이터(WS)가 꼽은 세계 톱 10 와인이다. 1위는 칠레 와인이 차지했다. '비냐 돈 멜초, 카베르네 소비뇽 2021'이다. 칠레 와인이 1위에 오른 것이 순위를 발표하기 시작한 1988년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돈 멜초는 칠레 프리미엄 와인 중에서도 컬트와인의 시초로 불린다. 특히 2021년은 돈 멜초로는 세기의 빈티지라고 불릴 만큼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김환기 작가의 작품 '우주'를 레이블에 입혀 선보이기도 했던 빈티지다. 돈 멜초가 생산되는 '푸엔테 알토' 지역은 칠레에서도 프리미엄 와인 산지로 꼽히는 곳이다. 자갈 토양과 안데스의 영향으로 카베르네 소비뇽을 재배하기에는 최적이다. 2021 빈티지의 경우 숙성 잠재력이 35~40년 이상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과 이탈리아의 2021 빈티지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미국 와인으로는 보리우 빈야드의 '죠르쥬 드 라뚜르 프라이빗 리저브 카베르네 소비뇽 2021'(2위)과 '파우스트, 나파밸리 카베르네 소비뇽 2021'(4위), '침니 락, 스택스 립 카베르네 소비뇽 2021'(5위), '드루앵 오리건, 로즈락 에올라 힐즈 피노누아 2022'(6위), '윌리엄 셀럼, 러시안 리버밸리 이스트사이드 로드 네이버스 피노누아 2022'(8위), '라미, 러시안 리버 밸리 샤르도네 2022'(10위) 등이 꼽혔다. 죠르쥬 드 라뚜르 2019 빈티지는 제임스서클링이 지난 2022년 최고의 와인으로 꼽았을 정도로 꾸준히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탈리아 와인은 안티노리의 '티냐넬로 2021'(3위)과 '지디 바이라, 바롤로 알베 2020'(9위)이 이름을 올렸다. WS는 와인마다 100점 만점으로 점수를 매기지만 순위는 꼭 점수로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점수로 나타난 품질 외에도 가격과 접근성은 물론 와인에 담긴 스토리까지 합산된다. 세계적인 평론가 제임스서클링(JS)이 내놓은 톱 10 와인에도 이탈리아 와인의 선전이 두드러졌다. 지난 1년간 4만 종이 넘는 와인을 시음하고 평가한 결과다. JS 역시 품질은 물론 가격도 평가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와인도 많다. 1위는 이탈리아 와인이 차지했다. '베르타니 아마로네 델라 발폴리첼라 클라시코 2015'다. 100점 만점 기준에서 100점을 받았다. JS는 "시간과 장소의 위대함을 구현하는 고전적인 와인"이라며 "로마 제국 당시부터 포도를 재배했던 이탈리아 북동부 발폴리첼라 클래식코 지역에서 생산되지만 와인의 균형과 세련미는 숨막히게 뛰어나 오늘날 신고전주의 와인의 위대함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극찬했다. JS만의 리슬링 사랑도 여전했다. 리슬링 품종으로 만든 와인으로는 독일의 '쿤슬러 리슬링 라인가우 홀레 GG 2023'(2위)와 '돈호프 리슬링 나헤 헤르만스홀레 GG 2023'(5위), 오스트리아의 'FX 피흘러 리슬링 와차우 리드 켈러버그 2023'(3위) 등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독일 리슬링 와인인데 2023년 빈티지라면 일단 사놓고 봐도 될 듯 하다. 와인 인투지애스트는 미국 스파클링 와인인 '로코 2013 RMS 브뤼 DD'와 이탈리아 토스카나 와인인 '콜도르치아 포지오 알 벤토 산지오베제 2016'을 각각 1, 2위 와인으로 선정했다.

2025-01-02 13:59:45 안상미 기자
기사사진
[송치승 교수의 경제읽기] 탄핵국면과 헌정개혁

2024년 12월 3일 수요일 밤에 벌어진 드라마보다도 더 드라마 같았던 비상계엄은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로 이어졌고, 그 공은 헌법재판소로 넘어갔다. 헌법재판소는 비상계엄이 대통령의 통치행위인지 아니면 국민과 국가를 대상으로 한 위헌행위 인지 여부를 엄정하고 공정하게 판단할 것이다. 대통령이 쏘아 올린 남남갈등은 비상계엄의 불가피성 여부, 헌법재판관 임명에 대해 여·야 합의를 주장하는 대통령권한대행의 임명거부와 이어진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정족수 충족 여부 등으로 국론이 분열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때도 그랬듯이,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이 진행되는 동안 탄핵찬성과 반대에서 대규모 시위가 예상된다. 향후 탄핵 인용 경우 대선 일정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유력한 야당 후보의 사법 리스크에 대한 사법부의 재판 종결 여부가 여·야 대권후보 지지세력 간 남남갈등으로 재연될 수 있다. 또한, 탄핵 기각이 이뤄질 때 탄핵찬성과 반대집단 간 남남갈등이 분출될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주장하는, 행정과 사법에 대한 야당의 입법독주 등과 이의 타개책으로 선포되었다는 비상계엄은 얼추 우리 속담의 '닭 잡는데 소 잡는 칼을 쓴'격으로 비유될 수 있지 않을까? 비상계엄이 초래한 우리의 정치·사회현실은 어둡고 불행하지만 현시점에서 국민 서로가 솟구쳐 오르는 실망과 분노를 차분히 가라앉히자. 왜 우리 사회가 이렇게 되었는지 자성하면서 대한민국이 가야만 할 길을 모색해보자. 현 혼란 정국에서 가장 피해를 보는 사람은 사회적 약자인 중·서민과 자영업자이며, 가장 이득을 볼 사람은 기득권층인 부유층과 여·야 정치인이 아닐까? 필자는 여·야 정치인들에게 묻는다. 당신들은 국민을 위해 대체 무엇을 하였는가? 그동안 특히, 문재인정부부터 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우리 정치사회엔 정치가 보이지 않고 정쟁과 투쟁만 난무한 듯하다. 정치란 내 주장이 아무리 옳더라도 상대방과 소통하고 설득하고 양보하고 타협하는 것이다. 독일의 메르겔 총리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는데 무려 10여 년에 걸쳐 반대세력과 소통하면서 설득했다는 일화는 우리에게 많은 걸 시사한다. 왜 우리 정치인들은 상대방을 이해시키고 설득하려는 소통 노력에 인색한가? 유럽과 우리 정치인들 간 인성 DNA는 다른 것인가? 이는 아마도 우리 헌법, 정치, 선거제도가 빚어낸 결과가 아닐까? 우리 헌정 및 선거제도에서는 대선, 지방선거, 총선을 치를 때는 물론이고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우리 국민은 양당제도 하에 이분법적으로 분열되어 서로를 비난한다. 이런 구도에서 정치의 역할은 실종될 수밖에 없게 되고, 정치인들 역시 배타적 진영논리에 빠져 이전투구를 한다. 역지사지(易地思之)로 비상계엄이라는 불행한 돌발사태와 탄핵소추라는 민주적 요구를 승화시킬 솔로몬의 지혜는 과연 무얼까? 1987년 전·후 때론 목숨의 위협과 투옥을 마다하지 않았던 민주화 운동에서부터 그런 위험이 사라진 이후 매번의 대선국면마다 우리는 의회, 선거, 정당제도를 바꾸자고 간절하게 외쳐왔다. 그런데, 바로 지금이 이를 바꿀 천재일우의 기회가 아닐까? 헌정 및 선거제도 혁파는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고 우리 사회에 만연된 갈등을 완화하고 국민통합을 달성하려는 데에 있다. 국민 의사가 제대로 대표될 수 있도록 하는 정치제도와 헌정 제도 마련이 절실하다. 탄핵 인용 여부와 관계없이, 비록 대통령권한대행의 대행체제이지만 정부 협조하에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국회 주도의 헌정 및 선거제도 혁파를 위한 개헌 추진논의를 필자는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먼저, 득표율과 의석수를 괴리시키고 양당제를 공고하게 하는 현행 소선거구제 대신에 중선거구제도로 선거법을 바꾸어 국정 수행에 정당 간 자연스러운 협치가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1표라도 많은 쪽이 전부 아니면 전무인 승자독식의 권력 구조에서 벗어나 프랑스식의 결선투표제 또는 분권형 대통령제 도입도 요구된다. 끝으로, 5년 단임제인 대통령 임기를 4년 중임으로 개헌하여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를 통해서 책임 및 소신정치를 하도록 해야 한다. 개헌의 절호 기회가 물거품처럼 사라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언급했던 4류인 한국 정치가 헌정 및 선거제도 혁파를 통해서 2류로 탈바꿈해 다시금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지 않기 바란다. /원광대 경영학과 교수

2025-01-02 07:37:47 박승덕 기자
기사사진
[윤휘종의 잠시쉼표] 2025년, 어느 해보다 '희망'이 절실하다

밝고 희망차게 시작해야 할 새해를 올해처럼 무겁고 비장하게 시작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청색을 상징하는 을(乙)과 뱀을 의미하는 사(巳)가 합쳐진 '푸른 뱀'의 해, 2025년 을사년이 경기침체, 정치적 분열, 의정갈등, 양극화 심화, 환경악화 등의 키워드와 함께 시작됐다. 더군다나 지난해 12월에 발생한 12·3 비상계엄 사태 후폭풍에 12월 29일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마음은 더 침울하다. 그래도 2025년 새해의 해는 힘차게 떠올랐다. 과거를 잊으면 안 되지만 과거에 매몰되면 미래는 없다는 각오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무엇보다 국정 불안정 해소다. 정치권의 갈등이 불러온 국정 불안정은 행정·외교·국방·산업 등으로 일파만파 파장이 커진 상황이다. 국가신인도 하락은 환율과 국채 신뢰도뿐 아니라 기업들의 경쟁력까지 떨어뜨리고 있다. 가뜩이나 수출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원화가치 하락과 신용등급 하락은 나라 전체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이런 원인을 제공한 정치권이 진심으로 반성하고, 협치를 펼쳐야 한다. 민생 회복을 위해 추가경정예산(추경)의 조속한 집행도 필요하다. 이 역시 정치권이 재정 당국과 협의해 신속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여야정 국정협의체를 가동해서라도 조속한 추경 집행을 통해 민생에 응급처치를 해야 한다. 특히 추경은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을 살리는 조치이기 때문에 정치적 다툼과 추경을 연계시켜서는 안 된다. 이는 우리 풀뿌리 경제를 망치는 자해행위나 다름 없다. 기업들의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한 정부·국회의 지원도 시급하다. 반도체나 인공지능(AI), 첨단로봇 등 21세기형 지식산업 분야에 대한 규제를 풀고 연구기관 등을 활용한 각종 정책적 지원을 해야 한다. 우리 미래는 이들 첨단산업이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갈등 해소 문제는 온 국민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 빈부갈등, 세대갈등, 젠더갈등, 지역갈등 등 사회 곳곳에서 파열음이 들리고 있는 것에 귀 기울여야 한다. 외교·국방분야에서는 정부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당장, 이달 20일에는 미국의 제47대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의 취임식이 예정돼 있다. 이번에 2기를 맞는 트럼프 행정부는 외교·국방뿐 아니라 산업 측면에서도 미국우선주의를 내세우고 있다. 국방과 수출을 미국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우리 입장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와 어떤 관계를 맺을지가 무엇보다 중요한 사안이다. 지금 관가는 아노미 상태에서 누구도 적극적으로 일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행정부의 업무기강을 세울 리더십이 필요하다. 특히 지난 12·3 비상계엄 사태로 국방분야는 누수가 심각한 상황이다. 북한의 움직임이 조용한 게 그나마 다행이지만 비상계엄에 연루된 주요 군 지휘관들이 잇따라 수사대상에 오르거나 구속돼 지휘계통이 흔들리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를 시급히 바로 잡아야 한다. 지구온난화 이슈도 외면할 수 없는 과제다. 지난해는 우리나라의 연간 평균 기온이 14.5도로, 날씨 관측 사상 가장 더운 해였다고 한다. 이런 추세는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환경문제를 등한시하면 우리의 미래는 예측불가능한 상황이 될 것이다. 결국, 모든 사안의 결론은 정치권의 리더십으로 향한다. 국정 갈등이 하루 빨리 끝나 2025년이 전화위복의 희망찬 해가 되길 기원해본다.

2025-01-01 13:10:47 윤휘종 기자
기사사진
[한용수의 돌직구] 의대증원으로 드러난 대학 서열화

올해 대입 수시모집에서 지방권 4개 의대 최초 합격자 99.6%가 등록을 포기했다. 입시업계에서는 이들 중 상당수가 서울·경기 등 수도권 의대에 합격해 빠져나간 것으로 보고 있다. 수시 6회 지원으로 최초 합격자의 등록 포기와 N차 추가합격이 이뤄지는 건 예년에도 그랬으나, 그 규모는 전년대비 2.5배 대폭 증가했다. 이는 의대 정원이 크게 늘면서, 지방권 의대를 하향 지원하고, 수도권 의대를 상향 지원한 결과다. 특히, 2025학년도 정원을 크게 늘린 지방 의대 등록 포기자가 속출하고 있다. 수시모집인원 대비 등록 포기 비율은 전년대비 충북대 의대는 2.7배, 부산대 의대는 3배, 제주대 의대는 2.5배 늘었다. 의대 증원 여파는 약대, 치대, 한의대 미등록 확대로 이어진다. 연세대 치대 1차 합격자 중 등록 포기자는 지난해 32.4%에서 올해 94.1%로, 부산대 한의대는 올해 1차 합격자 전원이 등록하지 않았다. 13개 약대 수시 등록포기자는 79%로 전년 대비 54.3% 증가했다. 서울 의약계열도 예외는 아니다. 의대 증원발 등록포기자는 서울권 약대 등록 포기비율도 높인 것으로 파악된다. 서울대(30.2%), 연세대(55.6%), 이화여대(87.1%), 동국대(55.0%), 덕성여대(96.1%), 동덕여대(95.0%) 약대가 합격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의약학계열간 중복합격자의 등록포기와 추가합격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등록을 포기한 자리의 상당수는 수시 추가합격에서도 빈자리로 남아 정시모집으로 이월될 가능성이 크다. 수시모집과 정시모집 선발 방식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시모집과 정시모집 모두를 준비해야 하는 수험생 부담과 사교육을 강화하는 쪽으로 영향을 미친다. 입시 셈범이 복잡해지고 대입 예측 가능성이 크게 낮아지면서 사교육 의존은 더 심화한다. 사교육 강화는 교육을 통한 계층 사다리를 악화시키며 사회적 불평등을 강화하는 악순환에 빠져든다. 의대를 정점으로 대학 서열화가 고착화하면서 이공계열 신입생 모집의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다. 지방 이공계 학과의 경우 이미 오래 전부터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고, 과거 자연계 최상위권 학생이 진학하던 공학, 기초과학 분야 입학자원 인재 유입도 감소하고 있다. 최근엔 주요 대학들이 대학 입학후 전공을 선택하도록 하는 무전공 선발 비율을 대폭 늘리는 추세도 나타난다. 의대에 빼앗기는 인재를 붙잡으려는 의도지만, 특정 학과 선호를 부추길 우려가 크다. 이는 최근 정부가 내놓고 있는 AI, 반도체, 바이오 등 첨단분야 인재 양성 대책을 무용하게 만든다. 특히, 수학, 물리학 등 기초과학 인재 감소로 혁신 연구와 신기술 개발의 발목을 잡는다. 결국 지방대학은 생존 위기에 내몰리고 지역 균형 발전은 요원해진다. 교육개혁이나 의료개혁은 뒷전에 두고 의대 증원만 강요한 탓이다. 지방 의대 정원을 늘렸지만, N수생이 더 늘면서 수도권 의대 선호도를 강화했을 뿐이다. 더 큰 문제는 적성과 진로에 대한 고민 없이 성적순으로 인기 학과에 몰리도록 방치하면서 교육은 없고 서열만 남았다. 악순환의 반복을 끊기 위해선 균형발전을 위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 서열화된 대학의 정점에 있는 의대 입시부터 손을 대야 한다.

2024-12-30 16:32:32 한용수 기자
기사사진
[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겨울 비염 환자들에게 좋은 '신이'

한겨울 찬바람이 매섭다. 겨울 날씨가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것은 추위만이 아니다. 차갑고 건조한 공기는 면역력을 떨어뜨리고 감기와 비염과 같은 호흡기 질환에 노출되기 쉬운 환경을 만든다. 자연스레 따뜻한 봄날, 봄꽃이 언제 피어나나 기다려지게 된다. 그리고 그 봄꽃들 중에 호흡기 질환에 좋은 본초가 있다. '신이'다. 신이라고 하면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데 목련이라고 하면 이해가 빠를 듯하다. 목련은 대표적인 관상용 식물로 우리 주변에서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다. 특히 목련은 대표적인 봄꽃으로 인기가 높다. 이 목련의 꽃봉오리를 말린 약재가 바로 신이다. 신이의 신은 매울 신(辛) 자를 쓰는데 실제로 신이는 약간 매운맛을 가지고 있다. 『본초강목』에 따르면 북쪽 지역 사람들은 처음 꽃봉오리가 생길 때 그 모양이 붓의 끝부분과도 비슷하다 하여 신이를 木筆(목필)이라고 불렀다 하고, 남쪽 지역 사람들은 봄에 가장 먼저 꽃을 피운다 하여 영춘(迎春)이라고 했다고 전한다. 『동의보감』에서는 "막힌 코를 뚫어준다."라고 신이의 효능에 대해 밝히고 있다. 이렇듯 겨울철, 봄철, 환절기 코가 막혀 고생하는 이들과 알레르기 비염 환자들에게 자주 처방된다. 이미 신이의 효능에 대해 익히 전해들은 이들이 무작정 신이를 채취해서 달여 마시는데 주의해야 한다. 약재로서의 신이는 꽃이 피지 않은 상태여야 하는데 이미 꽃이 피기 시작하면 독성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붓처럼 생긴 신이를 양파 까듯이 까다 보면 안에 작은 꽃술이 보이는데 이 꽃술에 약성이 집약돼 있다. 꽃술을 먹어 보면 마치 박하를 먹은 것처럼 입에 화한 느낌, 매운맛이 난다. 코가 뻥 뚫릴 듯한 신이 매운맛이 염증을 가라앉히고 혈액순환을 개선하여 코막힘, 콧물, 가래 등과 같은 비염, 환절기 질환 증상에 효과를 나타낸다. 따라서 겨울철 비염 증상을 달고 사는 이들이라면 신이로 만든 가루 4g과 파의 흰대 부분인 총백을 함께 달여 마셔 주면 효과를 볼 수 있다.

2024-12-30 05:10:55 최규춘 기자
기사사진
[박규희 변호사의 도산법 바로알기] 다자녀 개인회생 변제기간 단축 기준 2인 이상

서울회생법원은 2024년 12월 18일부터 시행된 서울회생법원의 실무준칙 개정사항을 최근 안내했다. 첫째로 법원은 이번 개정을 통해 다자녀 가정의 채무자에 대한 신속한 구제 및 사회복귀를 도모하고자 했다. 개인회생사건에서 채무자가 원금의 전부를 변제할 수 없는 때에도 3명 이상의 미성년 자녀를 양육하는 경우, 그 변제기간을 3년 미만으로 단축할 수 있도록 한 실무준칙의 기준을 '2명 이상의 미성년 자녀를 양육하는 경우'로 변경했다. 또한 개인회생사건에서 채무자의 생계비를 검토할 때 고려되는 채무자의 부양가족의 범위를 배우자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 자립하지 못한 성년 자녀까지도 포함시킬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생계비에 있어 주거비, 의료비, 교육비 이외에도 생계비 산정에 필요한 사항을 생계비 검토위원회에서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채무자의 구체적인 사정을 참작해 채무자와 부양가족이 인간다운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의 생계비를 탄력적으로 확정할 수 있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채무초과 상태(채무의 양이 재산을 초과하는 상태)에서 돌아가신 피상속인이 있을 경우, 상속인들이 지게 되는 과도한 세금부담을 덜어주는 내용이다. 통상 상속인은 채무를 전부 떠안지 않으려면 아예 상속을 포기하는 절차인 '상속 포기' 또는 상속되는 재산의 범위 내에서만 채무를 부담하기로 하는 절차인 '한정승인'을 진행해야 한다. 물론 상속인 입장에서는 상속포기를 하는 것이 간편하다. 그런데 1순위 상속인들이 전부 상속포기를 해버리면 상속 자체가 2순위, 3순위 상속인들에게 넘어가게 된다. 2순위, 3순위 상속인들 역시 모두가 상속포기를 해야만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는 1순위 상속인 중 한명이 한정승인을 하고 나머지는 상속포기를 해 2순위, 3순위 상속이 발생하지 않도록 처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피상속인이 가진 채무의 양이 방대하고 재산도 부동산 등 실물 자산들이 다수 있어 한정승인을 받은 상속인 개인이 자산을 처분하고 채무를 각 채무자별 채무 비율대로 변제하기 어려운 경우, 이를 법원을 통해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절차가 '상속재산파산'절차다. 파산하는 대상은 '상속재산'에 불과하므로 실제 한정승인자인 상속인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 개인이 진행하기 어려운 처분 및 변제, 배당절차를 법원이 대신 진행해 주기 때문에 추후 불필요한 분쟁이 생길 여지도 줄어든다. 다만 그동안은 한정승인자가 피상속인의 재산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각종 재산세나 종합부동산세, 취득세 등을 직접 부담해야 했다. 법원은 금번 개정을 통해 상속재산파산을 신청한 상속인이 부담한 위와 같은 세금을 재단채권으로 처리해 환가된 상속재산에서 자체적으로 변제되도록 했다. 상속재산으로부터 어떠한 재정적 이득도 얻을 수 없는 한정승인자들의 세금 부담을 현저히 경감시켜 준 것이다. 법원의 개정방향만 보더라도 회생, 파산제도가 추구하는 것은 재정적 어려움으로 파탄에 직면해 있는 채무자의 경제적 갱생에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채무자라면 누구든지 이러한 제도적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적극적으로 알아보고, 그 과정에서 회복과 치유의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2024-12-29 13:09:21 신하은 기자
기사사진
[이정희 大記者의 西村브리핑] 한국경제, 희망이 안보인다

2024년의 막바지에 와보니 우리나라가 커다란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그중에서도 경제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 형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어처구니 없는 비상 계엄 선언과 국회의 기민한 해제, 대통령 탄핵 소추라는 정치적 대형 악재로 가뜩이나 어렵던 경제가 급격히 냉각되고 있다. 무엇보다 원·달러 환율이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슷한 1450원대로 치솟았다. 고환율은 기업들에게는 원자재 가격 상승, 해외 투자비 증가 등의 리스크를, 서민들에게는 물가 상승의 부담을 가져올 수 밖에 없는 큰 위험 요소다. 대통령 탄핵에 따른 정치적 불안정으로 경제 심리마저 악화돼 내년에도 소비와 투자의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서민들 모두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으며 아우성이다. 사회적 갈등도 최고조다. 보수와 진보의 싸움을 떠나서 윤 대통령 탄핵을 놓고 80대 20으로 나눠져 물리적 충돌 직전까지 온 상황이다. 누구의 중재도, 누구의 설득도 끼어들 수 없는 '이전투구 싸움'으로 비화하고 있다. 자랑스럽던 한국의 국격은 해외에서 땅에 떨어져 짓밟히고 있다. 12·3 비상 계엄 선포 전부터 한국 경제에는 노란불이 켜진 지 오래였다. 그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찬물을 쏟아붓는 바람에 빠르게 빨간 불로 바뀌게 됐다. 우선 한국 경제 성장의 큰 동력인 반도체·자동차·철강·석유화학·배터리 등 5대 산업부터 경쟁력 악화로 고전중이었다. 반도체가 피크 아웃(정점에서 하락세로 전환)된데다 석유화학, 철강, 배터리 등은 내수는 물론 수출 부진이 이어지고, 효자였던 자동차마저 중국과 일본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하락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여기에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에 당선된 후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될 것이 확실시되면서 한국 경제는 추가 요금 영수증을 받을 것이 기정사실화 된 상태다. 트럼프가 집권하면 미·중 관계가 악화되는 점도 우리나라 수출에 악재다. 트럼프는 중국산에 60%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중국 완제품의 대미 수출이 줄면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는 우리나라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금융시장도 한숨이 나오기는 마찬가지다. 올해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세계 주요 증시 중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글로벌 시장 평균 17.6%의 상승률과는 대조적으로 한국 증시는 마이너스 12.8%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사실상 세계 꼴찌를 기록했다. 외국인의 대규모 이탈과 MZ세대의 시장 기피 현상이 더해지면서 한국 증시는 구조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의 비상 계엄 선언으로 시장은 더 추락했고 불안정성도 추가된 상태다. 한국의 신용등급 하락으로 우리나라 금융회사들이 해외에서 자금 조달을 하는 것도 쉽지 않은 모양새다. 한국 기업의 채권 발행도 어렵기는 매 한가지다. 이처럼 모든 경제 지표와 전망이 암울하기만 하다. 내년 경제성장률 1%대의 저성장 전망은 그나마 기본이다. 자칫 한국 경제가 끓는 물 속에서 점차 익어서 죽어가는 개구리가 될 수도 있다는 부정적 전망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어떻게 이 난국을 극복할 수 있을까. 한국 경제는 경쟁력을 되찾을수 있을까? 그 해답을 내놓는 것은 정부, 기업, 개인들의 몫이지만 가장 먼저 경제당국이 정책의 과도한 정치화를 배제시키고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정권의 유불리를 떠나서 민생경제와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좌고우면'하지 않는 경제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할 때다.

2024-12-26 07:45:16 이정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