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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치승 교수의 경제읽기] 중소기업 M&A 지원과 인센티브

2022년 KOSIS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기업수는 735만2787개로서 중소기업이 99.87%인 734만3521개이고, 나머지 0.13%는 대기업이 3966개, 중견기업이 5306개다. 중소기업 중에는 소상공인이 98.1%인 721만2868개이고, 중기업이 1.9%인 13만653개다. 2021년 중기벤처부의 기업 규모별 종사자 수를 살펴보면, 전체 종사자 2286만5491명 중에서 중소기업이 80.9%를 차지하고, 중견기업과 대기업이 19.15%를 차지하고 있다. 기업 규모별 분류기준에서 보면, 대기업은 보통 자산총액이 5조원 이상인 기업을 의미하고 자산규모가 5000억원 이상에서 5조원 미만인 기업이 중견기업, 5000억원 미만인 기업을 중소기업이라 지칭한다. 정부 부처별 관리기준에서 보면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담당하고, 중소기업은 중소벤처기업부가 담당한다. 그런데, 기업 규모별 분류기준에서 중견기업이란 용어를 사용하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이 유일하다. 기업이 창업과 설립을 통해서 중소기업으로 성장하고,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발돋움하고, 나아가 대기업으로 발전하는 과정은 자연스러운 내적 성장의 과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이 내적 성장을 통해서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성장 발전해 나가기에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인수합병(M&A)은 기업 측면에서 보면 내적 성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기업이 성장 발전할 수 있는 외적 성장전략이자 투자전략이 된다. M&A 관련 필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M&A 성과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이 제일 크고, 다음이 중소기업 간 M&A 이며, 대기업 간 M&A 성과가 가장 낮다. 이의 결과가 우리의 경제 현실에 주는 첫 번째 의미는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대기업의 풍부한 자금과 중소기술혁신기업의 사업기회가 결합하는 구조가 바람직하다. 두 번째는 중소기업 간 M&A는 경영자원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에게 규모경제 달성을 통해서 중견기업으로의 성장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필자가 관심을 가지는 건 중소기업 간 M&A이다. 앞의 KOSIS 자료에서 보듯이 13만개의 중소기업을 중견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건 한국경제의 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그렇지만 기업현장에서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의 전환을 원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중견기업이 되면 중소기업으로서 지원받고 있는 세제와 자금지원 등의 혜택을 상실하는 데에 있다. 세제의 대표적인 예가 최저한 세율이다. 중소기업에는 7%의 최저한 세율이 부과된다. 그런데, 중소기업 유예기간을 거친 후 중견기업으로 편입되면 중견기업에서 3년간 8%, 그리고 4년차 및 5년차에 9%로 최저한 세율이 증가한다. 이후에는 과표에 따라 100억 이하이면 10%, 100억 초과 1천억 미만이면 12%, 1천억 초과이면 17%가 부과된다. 그러므로 중소기업에 부과되는 최저한 세율의 혜택 유지 등을 위해서 실질적으로는 중견기업임에도 불구하고 형식적으로 중소기업 형태를 유지하는 기업도 적지 않다. 정부도 이런 측면을 고려하여 지난 6월 3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중소기업 기준을 넘어도 세제혜택 유지기간을 현행 3년에서 5년으로 확대하고,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 중소기업에게는 2년을 추가하여 총 7년까지 중견기업 지정을 유예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그런데, 상기 중소기업 유예조치로 인해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전환하는 기업 수가 얼마나 늘어날까? 중견기업으로 전환하는 기업 수를 대폭 높이기 위해서는 중소기업 간 M&A를 적극적으로 유인할 정책 마련이 다음과 같이 필요하다. 첫째, 중소기업 간 M&A에 의해 중견기업으로 전환될 기업에 대해서 M&A 정책자금지원과 함께 후속 지분투자 제공이 강구되어야 한다. 왜냐면, 이들 중소기업 간 M&A에는 자금부담이 존재하며,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서도 지분투자조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둘째, 중소기업에 대한 최저한 세율유예조치를 지난 6월 3일에 제시한 7년보다는 10년 이상 유예하는 것이다. 소탐대실(小貪大失)의 늪에 빠지지 말고 과감한 지원과 유예조치를 하자. 중견기업 전환 수가 늘게 되면 추후 고용 및 세수증대의 경제적 효과는 더 크다. 중소기업 간 M&A가 한국경제의 혁신과 신장을 꾀함을 잊지 말자. /원광대 경영학과 교수

2024-12-05 08:06:07 박승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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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휘종의 잠시쉼표] 비상계엄이 삼일 천하도 아니고 '세시간 천하'로 끝난 이유

"에이, 설마…. 가짜뉴스 아냐"로 시작했다가 "에휴, 나라 꼴이…. 애꿎은 군인들만 불쌍하다" "나라 망신살이 뻗쳤다"로 끝난 3일 밤의 '비상계엄 소동'은 사실상 세 시간만에 끝이 났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6시간 여 만에 이를 해제했지만, 이미 그 전인 4일 자정무렵 국회에서 재적 과반수가 넘는 190명의 국회의원들이 긴급 소집돼 전원 찬성으로 계엄 무효를 선언했기 때문에 삼일 천하도 아니고 세시간 천하가 돼 버렸다. 온 국민과 전 세계를 경악케 만들었던 윤석열 대통령의 전격적인 비상계엄 선언이 사실상 '해프닝'으로 막을 내린 것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명분'이 부족했다는 게 가장 크다. 윤석열 대통령은 3일 오후 10시24분께 긴급 국민담화를 통해 정부관료 탄핵, 정부 예산안 삭감 등을 비상계엄 선포의 주된 이유로 들었다. 국회의 정쟁이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행위'라고 규정하면서 국회를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붕괴시키는 괴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정치적 갈등=종북세력, 안보위협'이라는 등식은 쉽게 수긍할 수 없다. 국회 예산안은 매년 여야가 갈등을 겪어왔던 문제였고, 국무위원이나 검사들에 대한 탄핵도 여야의 정치 이슈다. 더군다나, 야당이 삭감한 예산은 당초 정부예산안 677.4조원 규모에서 4.1조원 수준이었다. 전체 예산의 0.6%다. 이 4.1조원에 정부여당의 발목을 잡는 내용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비상계엄의 사유로 든 건 너무 나간 것이다.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동조세력도 없었다. 심지어 여당의 수장인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마저 비상계엄 발표 소식이 전해지자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했을 정도다. 군과 경찰은 비상계엄사태에 어쩔 수 없이 동원되는 자원이지만, 이들도 진정 국가가 비상사태이고 대통령의 명을 마음으로부터 따라야겠다고 생각한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지 의문이다. 예전과 확 달라진 시민의식도 비상계엄을 무력화시킨 커다란 동력이다. 지금은 80년대 군사독재정권 시절이 아니다. 더군다나 지금의 기성세대들은 당시 군사독재정권을 무너뜨린 경험을 한 세대이고, MZ세대들은 소통 없이 누군가가 독단적으로 내린 결정에 따를 세대들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정보기술(IT)과 미디어의 발달을 들 수 있다. 예전엔 비상계엄이 선포되면 군대가 출동해 국회와 신문·방송사를 폐쇄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모든 일거수일투족이 실시간으로 수 만 군데에서 중계되는 시대다. 국내 포털을 장악하더라도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유튜브나 다른 SNS 등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더군다나 지금 언론사는 2만여 군데에 이른다. 예전처럼 신문사 몇 군데와 방송사를 장악한다고 국민의 귀와 입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비상계엄 선언이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후폭풍은 그냥 넘길 해프닝 수준이 아니다. 이미 국격은 땅에 떨어졌고, 그 동안 힘들게 국민과 기업들이 쌓아올린 '대한민국'이란 브랜드에 커다란 오점을 남겼다. 상식에서 벗어난,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비상계엄 선언에 대해 관련자들은 반드시 그에 걸맞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진짜 비상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2024-12-04 11:47:55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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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오의 신비한 심리사전] 스트레스

'스트레스'라는 용어는 일상의 용어가 되어 있으나 정의와 범위는 그 만큼 복합적이고 복잡하다. 원래 스트레스는 물리학 혹은 역학에서 외부에서 가해지는 힘을 의미한다. 그러나 심리학에서는 스트레스를 다양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중 하나는 자극으로서의 스트레스에 대한 정의다. 이는 자연재해, 해로운 조건, 질병, 해고 등과 같이 환경 속의 사건에 중점을 둔다. 이 접근은 상황에 대해서는 표준적인 의미를 정의하지만 그 스트레스에 대한 개인 간의 차이는 인정하지 않는다. 반면, 반응으로서의 스트레스 정의는 스트레스의 상태를 의미한다. 보통 이런 경우는 그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거나 그 사람이 그 스트레스에 반응하고 있다고 표현된다. 그러나 이 두 개의 정의는 제한된 측면이 있다. 세 번째 타당한 심리적 스트레스에 대한 정의는 개인의 자원을 청구하거나 초과하며, 개인의 안녕을 위협한다고 평가되는 인간과 환경간의 관계이다. 그리고 여기서 스트레스인지 아닌지에 대한 결정은 그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사람의 평가에 따라 다르게 된다. 이 점은 사실, 객관적인 스트레스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스트레스 요소들은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조차도 어떤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더 받거나 덜 받는 것을 결정하는 것은 그것을 스트레스로 여기느냐 아니냐라는 점이다. 더 나가서 어떤 것을 스트레스로 여기는가, 아닌가의 여부는 스트레스에 그 사람이 심리적으로 얼마나 개입하는가와, 어떤 사람의 신념과 관련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스트레스의 개념은 수세기 동안 존재하여 왔으나 심리학 및 의학에서 연구의 주제로 자리 잡은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스트레스에 대한 연구는 전쟁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데 우리나라도 스트레스 연구에 한 역할을 했다. 현대의 스트레스에 대한 연구는 제2차 세계 대전과 한국의 6·25전쟁으로 연구가 촉진되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전쟁만큼 인간에게 큰 스트레스를 주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이런 연구를 통해 스트레스는 인간에게는 어쩔 수 없이 존재하는 불가피한 것이며 같은 스트레스에 대한 대처방식이 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에 스트레스로부터의 영향도 다르다는 것이 밝혀졌다. 스트레스가 무조건 나쁜가라고 하는 것도 그 사람과 환경의 차이에 따라 다르게 되는 것이다. 스트레스와 대칭되는 의미에서 유스트레스(Eustress)가 있다. 유스트레스는 스트레스가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가장 대표적인 유스트레스를 경험하는 상태는 운동이다. 운동을 할 때 사실 고통스러운 점이 없지 않다. 또 그 때문에 지속적으로 운동을 하지 않게 되기도 하지만 운동은 우리에게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주는 스트레스다. 다른 영역도 그렇겠지만 사람의 마음과 연관된 영역에서는 역시 마음먹기 달렸다는 말이 통용되는 측면이 많다. 스트레스도 그러한 영역 중 하나로 생각되는데 이런 이치를 깨달은 조직 중에는 사훈이 'I Love Stress'인 경우도 있다. 물론, 사장님만 해당되는 사훈일 수도 있다. 100점 만점인 스트레스 평가에서 가장 큰 스트레스 점수는 배우자의 사망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런데 딱 50점이 결혼이다. 배우자의 죽음은 고통스러운 스트레스인데 결혼도 반 정도의 스트레스에 해당된다고 하니 일면 모순되면서도 통찰력 있는 평가 점수가 아닌가 생각된다.

2024-12-03 10:57:30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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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수의 돌직구] 트럼프 포비아는 허구다

요즘 화두는 '트럼프'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한마디씩 하는데, 골자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예측 불가능한 말과 정책이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내용이다. 입시를 앞두고 학원가에서도 면접이나 논술 소재로도 트럼프는 빠지지 않는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도 그럴것이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과 같은 나라는 글로벌 통상정책의 변화는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문제다. 실제로 트럼프가 대선 기간 내뱉은 말들은 무시무시해 이른바 트럼프 포비아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 동맹국인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 수출국에 최대 20%의 보편관세를, 글로벌 경제패권을 놓고 전쟁을 벌이는 중국에는 60% 관세를 부과한다고 한다.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2기 무역 정책을 총괄할 라이트하이저 전 USTR(무역대표부) 대표는 즉시 관세 인상 방안을 수립하는 동시에, 입법 전략을 의회와 논의 중이다. 트럼프는 라이트하이저를 의회 인준 절차가 필요없는 백악관 정무직에 임명해 관세 공약을 조기 이행할 것으로 보인다. 주요 관세 인상 방안은 국제비상경제수권법(IEEPA)와 트럼프 상호무역법(Trump Reciprocal Trade Act)이다. IEEPA 법안에 따르면, 대통령이 안보·외교·경제에 비정상적이고 특별한 외부 위협이 발생했다고 판단하면 경제제재·수입 금지·금융거래 중단 등 직권 명령 행사가 가능하다. 트럼프무역법은 외국이 미국 기업을 상대로 비관세 장벽을 적용할 경우, 이를 해소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협상 결렬 시 미 기업의 피해에 상응하는 보복 관세 부과를 담고 있다. 우리 기업들도 트럼프 포비아에 빠진 양상이다. 우리 기업 약 절반은 내년 긴축경영을 예고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30인 이상 기업 239개사 중 2025년 경영계획을 수립한 기업의 49.7%는 내년 경영계획 기조를 '긴축경영'으로 계획했다. 특히, 300인 이상 규모 기업 중 긴축 경영 계획을 세운 곳은 61%로, 2016년 조사 이후 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기업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주된 요인은 내수 부진과 인건비 부담 가중이 꼽힌다. 여기에 '미, 중 등 주요국 성장세 둔화',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도 기업들의 투자를 움추려들게 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2기에 대한 두려움이 큰 것으로 파악된다. 경총 조사 응답 기업의 82%는 트럼프 정부 정책이 우리 경제에 전반적으로 부정적 영향이 더 클 것으로 전망했다. 보호무역주의 강화가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이다. 반면, 대 중국 견제에 따른 반사이익이나 한·미 협력 강화 등 긍정 영향이 클 것으로 본 기업은 7.5%에 그쳤다. 그런데 트럼프의 말과 행동이 실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최근 '트럼프 포비아 평가와 시사점' 보고서를 냈는데, '트럼프 포비아를 경계해야 한다'는게 요지다. 각국 정부가 더 큰 것을 잃지 않기 위해 선제적으로 양보할 경우 트럼프의 공약 의지는 더 심화하는 악순화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특히 트럼프 2기의 자국우선주의 정책들이 1기 때와 달리 연임이 없는 시간적 제약, 그의 공약과 다른 공화당 내부 사정,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 주도의 IPEF(인도태평양경제협의체)와의 모순 등으로 한계가 있다고 내다봤다. 우리가 걱정하는 대부분의 일들은 실제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트럼프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2024-12-02 15:42:23 한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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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희 변호사의 도산법 바로알기] 사기회생, 사기파산 인정 '적극성'이 갈라

회생과 파산절차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 채무자회생법은 채무자가 자기 또는 타인의 이익을 도모하거나 채권자를 해할 목적으로 재산을 손괴, 은닉하는 행위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채무자의 부담을 허위로 증가시키는 행위 등을 저지르면서 회생, 파산절차를 진행한 경우 이를 형사상 처벌 대상이 되는 사기회생죄나 사기파산죄로 정하고 있다. 채권자들은 채무자가 회생, 파산절차를 밟게 되면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채무자가 몰래 재산을 빼돌렸거나 실제 채무액을 부풀려 변제율을 낮추는 등의 행위가 있었는지에 대해 매우 민감하다. 그렇다면 법원은 어떤 경우에 사기회생죄나 사기파산죄를 인정하고 있을까? 그 구체적인 예를 살펴보자. A는 최초에는 파산을 신청했으나 채권자들의 이의제기 등으로 인해 받아들여지지 않자 별도의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A는 회생절차 신청 전 W, X, Y의 이름으로 주식, 무기명 양도성 예금증서 등 수백억원 상당의 재산을 차명으로 취득한 상태. 또 마치 Z에 대해 2억원의 빚이 있는 것처럼 허위로 꾸며냈다. 이후 법원에 Z에 대한 채무를 포함한 금액에 비해 A의 재산은 현금 900만원 정도가 전부라는 취지로 작성한 회생절차개시신청서에 따라 회생절차개시결정을 받게 된 것이다. 법원은 당연히 A의 행위를 재권자들을 해할 목적으로 재산을 은닉하고 부담을 허위로 증가시킨 것으로 보아 사기회생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서울고등법원 2017. 4. 12. 선고 2016노3231판결). 다른 사례를 보자. B는 2003년경 아버지의 사망으로 토지와 주택을 상속받았다. 이에 대한 상속등기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위 상속분을 재산에서 제외하고 2005년 11월 파산선고 및 면책을 신청했다. 이후 사기파산이 문제되자 B는 아버지가 사망한 2003년경에는 협의상속이 이뤄지지 않았다가 파산신청을 한지 3년이 지난 2008년경에야 가족들간 협의분할에 관한 합의가 이뤄졌다. 토지와 주택을 상속받게 되었으므로 단순한 상속재산누락행위를 사기파산죄의 '은닉'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대법원은 이러한 B의 주장을 받아들여 "채무자가 법원에 파산신청을 하면서 단순히 소극적으로 자신의 재산상황을 제대로 기재하지 아니한 재산목록 등을 제출하는 행위는 '재산의 은닉'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보아 사기파산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대법원 2009. 7. 9. 선고 2009도4008판결). 결국 사기회생, 사기파산죄 해당 여부를 가르는 키워드는 '적극성'이다. 단순히 법원에 회생이나 파산을 신청하면서 자신의 수입이나 재산상황을 제대로 기재하지 않은 것만으로는 죄가 되지 않는다(법원은 이를 '소극적 행위'라고 표현한다). 처벌대상은 ▲채무자가 자신의 재산을 적극적으로 차명으로 돌려놓거나, ▲회생이나 파산절차를 통해 채권액의 상당부분을 면책받을 수 있도록 허위의 채권자들을 여럿 만들고, ▲소유 부동산에 허위의 근저당권을 설정해놓는 등 해당 재산의 발견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곤란하게 만들어야만 한다. 물론 채권자들 입장에서는 채무자가 자신의 재산을 누락해 기재하는 것만으로도 매우 화가 날 수 있다. 사기회생이나 사기파산에 해당해 형사처벌은 피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채권자들은 언제든 회생, 파산절차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절차 진행에 대한 부동의의 의사를 밝힐 수 있다. 그러므로 채무자로서는 최대한 성실하게 재산 상황을 기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024-12-01 13:11:46 신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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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의 와이 와인]<262>나파밸리 1세대 프리마크아비…'올빈'의 매력

<262>美 나파밸리, 프리마크 아비 최고의 위치에 선 이들은 서로를 닮아간다. 때론 본받고 모방하며, 때론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말이다. 와인의 세계도 꼭 그렇다. 프랑스에서 최고라는 보르도 와인은 기존 숙성 잠재력은 기본이요, 요즘엔 나파밸리 처럼 잘 익은 과실미에 시장에 풀리자 마자 마셔도 맛있도록 양조하려고 애를 쓴다. 반면 '파리의 심판' 이후 프랑스와 어깨를 견주게 된 미국의 나파밸리는 보르도처럼 한층 우아하고, 점점 더 세월의 무게를 잘 견디도록 만들고 있으니 말이다. 나파밸리에서도 보르도 처럼 올드 빈티지를 즐기는 문화를 만들고 싶었던 곳이 바로 '프리마크 아비'다. 미국에서 올드 빈티지 와인의 저장고를 뜻하는 라이브러리를 처음 만든 곳이며, 지금까지도 규모가 가장 크다. 디미트리 메나르 마스터 소믈리에는 지난주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미국 와인은 프랑스 등에 비해 아직 역사가 짧지만 향후 100년, 200년을 볼 때는 포도 품종을 비롯해 다양성이 확대될 것으로 보이며, 올드 빈티지를 즐기는 문화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에 200명 안팎 밖에 없다는 마스터 소믈리에이자 프리마크 아비의 홍보대사다. 프리마크 아비는 1886년에 레드우드 와이너리로 시작됐다. 당시 나파밸리에 11개의 와이너리가 있었고, 프리마크 아비가 12번째다. 나파밸리에서도 1세대 와이너리인 셈이다. 설립자는 조세핀 타이슨이다. 미국 전역에서 처음으로 여성이 와이너리를 설립하는 거의 '사건'에 가까운 일이었고, 미국 최초의 여성 와인메이커이기도 하다. 최초 기록은 이어진다. 나파밸리에서 시음을 할 수 있는 테이스팅룸과 저장을 위한 라이브러리를 처음으로 만든 곳이며, 단일 포도밭의 포도로만 만드는 싱글 빈야드 와인을 만든 곳은 하이츠 셀라 이후 두번째다. 이런 프리마크 아비가 세계적으로 알려진 계기는 '파리의 심판'이다. '고급 와인은 프랑스'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던 1970년대에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통해 미국 와인이 프랑스 와인을 상대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그 사건이다. 메나르 소믈리에는 "세계 와인시장의 판도를 바꾼 '파리의 심판'은 이제 잘 알려진 일화지만 당시 레드와 화이트 부문 모두 상위 10위 안에 든 와이너리는 프리마크 아비가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프리마크 아비는 매년 만든 와인의 30%가량을 라이브러리에 저장해놓고, 최소 10년, 길게는 20, 30년을 묵혀 '뮤지엄 빈티지'로 내놓는다. 메나르 소믈리에가 마셔본 가장 오래된 빈티지는 1974년이다. 프리마크 아비 와인의 장기 숙성력은 균형미에서 나온다. 나파밸리의 테루아를 반영하듯 골격이 잘 세워져 있지만 과실미와 함께 우아한 산도와 타닌이 잘 어우러진다. 싱글 빈야드 와인들은 이런 특성에 고유의 흙내음과 미네랄 느낌까지 더해졌다. '프리마크 아비 보쉐 뮤지엄 빈티지 2002'는 2019 빈티지와 비교하면 흙내음 같은 테루아의 특징이 더 잘 나타났다. 과실미와 산미 등을 볼 때 앞으로도 추가 숙성 잠재력이 충분했다. '프리마크 아비 시캐모어 뮤지엄 빈티지 2002'는 한 잔을 더 부른다는 감칠맛 같은 미네랄 풍미가 매력적이다.

2024-11-28 15:07:10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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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大記者의 西村브리핑] 외통수 걸린 임종룡의 선택은?

돌아가는 상황이 심상치 않다. 지난 달 국회 국정감사 출석이란 승부수로 '기사회생(起死回生)'하는 듯 보였던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진퇴양난(進退兩難)'의 처지에 빠졌다. 더 적확하게 표현하면 '외통수'에 걸렸다는 말이 맞다. 사건의 발단은 2020년 4월부터 시작된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과 관련한 부당 대출건이다. 그동안 은행내에서는 손 전 회장 부당 대출과 손 전 회장 처남의 인사 개입건이 풍문으로만 떠돌았다. 그러다 우리은행 여신 감리 부서가 부당 대출 가능성을 은행 경영진에게 보고한 것은 2023년 10월로 알려져 있다. 은행이 1차 자체 조사를 끝내고 조병규 행장과 임 회장 등 현 경영진에게도 보고한 시점은 2024년 3월이다. 이후 5월부터 은행 측이 2차 조사를 벌이고 있을 때 금감원이 제보를 받고 우리은행에 확인을 요구하면서 부당 대출 사건이 8월께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우리금융의 '늑장 보고'에 대해 현 경영진을 강하게 질책했다. 사건이 알려진 후 우리금융 측에선 "보고를 받기 전까지 부당 대출건에 대해 임 회장은 전혀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금감원은 "2023년 3월에 취임한 임 회장이 손 전 회장 관련 문제를 취임 1년이 다 되도록 몰랐다는 것은 무능하거나 아니면 거짓말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금감원이 우리금융에 대해 날을 세울 때만 해도 통상 금감원이 시장을 의식해 강경한 자세를 보이고 있지만 결국 은행장 선에서 사태가 봉합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금융위원장을 역임한 임 회장에 대해 징계를 내리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시각이 많았기 때문이다. 임 회장 역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사퇴 관련 질문에 "지금은 조직 안정과 내부 통제 강화, 기업문화 혁신 등이 중요하다"고 답해 퇴진보다는 임기를 채우는 쪽에 무게가 실렸다. 그러나 조 행장이 부당 대출 사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고 밝혔음에도 불구, 금감원은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의 정기검사를 이달 말까지 또 다시 연장했다. 금감원은 이번 사태가 조 행장만으로 쉽게 끝날 차원이 아님을 검사 연장으로 그 의지를 분명히 했다. 무엇보다 금감원 검사와 별개로 검찰이 임 회장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12조' 위반 혐의를 들어 지난 18일과 19일 우리금융지주회장과 우리은행장 사무실 등을 압수 수색하면서 분위기는 급격히 얼어 붙었다. 12조는 '금융회사의 장은 회사 임직원이 직무에 관해 범한 죄를 알았을 때는 지체 없이 수사기관에 보고해야 하며 만일 이를 어기면 2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다. 최고 200만원 벌금을 위해 집무실을 압수 수색한 것이다. 금감원과 검찰의 압박 수위를 보면 예상과는 달리 처음부터 정 조준 상대는 임 회장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임 회장에게 '당신이 책임지고 나가라'는 명백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늑장 보고'가 임 회장이 임기 도중 물러나야 할 만큼 중대한 상황은 아니다. 그것보다 다른 변수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금융위원장을 지낸 거물을 이렇게 몰아세우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 '외통수'에 걸린 임 회장의 선택지는 버티거나 물러나는 것 외에 다른 방도는 없어보인다. 지금의 대국 판세를 보면 결국 임 회장이 백기를 들어야 끝날 수 있다. 예전에도 금감원과 각을 세웠던 금융사 최고경영자(CEO)가 꽤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한결 같았다. '백전백패', 금융사 CEO가 손을 들었다.

2024-11-28 10:41:10 이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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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휘종의 잠시쉼표] 심각해지는 기술유출, 민관합동 대응이 필요하다

우리 기업들이 힘들게 개발한 핵심 기술과 영업비밀이 줄줄이 새고 있다. 해가 갈수록 유출 건수가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어 정부와 기업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 최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핵심 기술을 해외로 유출하다가 적발된 게 25건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21건보다 19% 늘어난 수치다. 만약 이 기술들이 해외로 유출됐을 경우의 피해규모는 56조20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게 국가수사본부의 추정이다. 국가수사본부에 적발된 25건 가운데 18건은 중국으로 유출이 시도됐으며, 25건 가운데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된 기술들도 10건에 이른다고 한다. 국가정보원이 집계한 통계도 이와 비슷하다. 국정원이 최근 5년간 기술유출을 시도하다가 적발한 건수는 97건에 이른다. 지난 9월 삼성전자의 전 수석연구원이 D램 기술을 중국에 빼돌리려다가 적발된 게 대표적인 사례이지만 반도체뿐 아니라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 국가핵심기술 탈취 시도는 끊임 없이 이어지고 있다. 기술이나 영업비밀에 대한 탈취 시도는 대기업만 타깃이 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중소기업들이 이런 시도에 사실상 무방비상태다. 애써 개발한 기술이나 영업 노하우, 영업비밀들이 속수무책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지난 9월, 더불어민주당 송재봉 국회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산업기술 및 영업비밀 유출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국내에서 총 589건의 기술 및 영업비밀 유출 피해가 발생했는데, 이 가운데 89%인 524건이 중소기업들에 집중됐다. 기술유형별로 보면 영업비밀 유출이 92%를 차지했으며 산업기술 유출이 나머지를 차지했다. 기술 유출을 시도한 사람들은 대부분 기업 내부자(423건, 71.8%)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기술들 가운데 국외로 유출된 건은 72건이며 중국에 47건, 미국에 8건, 대만에 4건, 베트남과 일본에 각 2건씩 기술이 유출됐다. 지금은 지식정보사회다. 지식재산이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며, 특허나 영업비밀 등 지식재산을 얼마나 많이 개발했느냐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얼마나 잘 보호하느냐도 중요한 시대다. 세계 각국은 이런 지식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법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미국에선 경제스파이법(EEA), 통일영업비밀법(UTSA) 등으로 처벌을 강화하고 있으며 일본에선 부정경쟁방지법을 시행하고 있다. 유럽연합에선 영업비밀 지침을 시행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방위산업기술보호법, 대외무역법 등을 통해 산업기술이나 영업비밀 등을 보호하고 있다. 그러나 열 포졸이 도둑 하나를 못잡는다는 속담이 있다. 세계 각국이 다양한 법률을 만들고, 처벌을 강화해도 갈수록 교묘해지는 범죄를 적발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국정원이나 경찰청에서 적발한 기술유출 이면에는 그보다 훨씬 많은 '성공사례'가 있을 것이란 추측이다. 첨단 기술이나 영업 노하우, 비밀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도 처벌 수위를 더 높여 사전에 방지해야 하지만, 기업 차원에서도 단속을 해야 한다. 특히 기업비밀의 대다수가 내부자에 의해 발생하는만큼, 인재 관리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2024-11-27 14:49:32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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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형의 '청맹과니'] 사슴별곡

인도에서 전해지는 전설이다. 인도의 어느 숲에는 황금 사슴과 그가 거느린 오백여 마리의 무리가 있었다. 그런데 왕이 사슴 고기를 너무 좋아 해서, 날마다 사슴을 사냥했다. 사슴들은 불안에 떨면서 살아야 했다. 황금 사슴은 왕을 찾아갔다. 그리고 '사냥을 그만 두면, 우리가 순서를 정해서 매일 한 마리씩 목숨을 내 놓겠소.'라고 제안했다. 왕은 이에 동의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새끼를 밴 어미 사슴에게 순서가 돌아왔다. 황금사슴은 자신이 어미사슴을 대신하여 목숨을 내 놓겠다고 나섰다. 이 모습을 본 왕은 깊이 감동했다. 그리고 사슴들에게 '더 이상 사슴고기를 먹지 않고, 평화를 지켜주겠다.'고 약속했다. 중국의 하이난 섬에도 사슴에 관한 전설이 전해진다. 어느 날, 젊은 사냥꾼이 멋진 사슴을 발견하고 뒤를 쫓았다. 사냥꾼의 끈질긴 추적이 이어진 끝에, 사슴은 남쪽 끝의 절벽에 다다랐다.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었던 사슴은 멈춰서 뒤를 돌아보았다. 그런데 사슴의 눈망울이 너무나도 맑고 애처로웠다. 차마 쏠 수 없었던 사냥꾼이 활을 내려놓자, 사슴은 아름다운 여인으로 변했다. 두 사람은 부부의 연을 맺고 행복하게 살았다고 한다. 사실 사슴은 무척 친근한 동물이다. 한라산의 백록담(白鹿潭)이라는 명칭도 '신선이 흰 사슴을 타고 내려와서, 사슴에게 물을 먹이는 연못'이라는 전설에서 유래 되었다고 한다. 일본의 나라공원에는 1000마리가 넘는 꽃사슴들이 살고 있다. '타케미카즈치'라는 군신(軍神)이 사슴을 타고 나타났다는 전설 때문에, 사람들이 사슴을 보호해 왔다고 한다. 도교의 십장생의 하나가 사슴이고, 그리스 신화의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는 사슴의 수호자였다. 사슴을 자신의 시조로 생각하는 민족도 있다. 게르만족과 켈트족은 수사슴을 자신의 조상으로 생각했고, 몽골족도 자신들이 푸른 이리와 흰 사슴 사이에서 태어난 민족이라고 생각했다. 스키타이족도 사슴과 깊은 인연이 있다. 사실 스키타이라는 말의 어원도 '사슴'이다. 스키타이 제사장은 제사를 지낼 때, 사슴뿔 모양의 관을 썼다. 이런 풍습은 신라의 금관으로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이렇게 많은 신화와 전설에서 사슴이 주인공이 되는 것은, 아마도 뿔 때문일 것이다. 사슴의 뿔은 정기적으로 재생된다. 그래서 사슴은 새로운 탄생을 상징하는 동물로 여겨졌다. 최근 수원에서 주민 2명이 사슴에게 공격당했다. 부랴부랴 수원시가 나서서, 간신히 사슴을 포획했는데, 이번에는 의왕, 군산. 순천에서 사슴이 목격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일본에서는 사슴뿔에 찔려서 사람이 사망하는 사고도 생겼다. 가을이 되면 사슴들이 짝짓기를 하는 데, 이때 수사슴들이 공격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사슴들은 사슴농장에서 탈출한 사슴들이 번식을 한 것이라고 추정되고 있다. 사슴이 절대 만만한 동물이 아니고, 경우에 따라서 사람이 크게 다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사슴농장을 관리하는 분들은 각별히 신경 써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사슴이 인간세계를 침범한 것인지, 아니면 인간이 사슴이 살 곳을 빼앗아 버린 것인지는 아리송하기만 하다. 인간은 대자연의 일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대자연을 지배해 왔다. 어쩌면 이번 사슴사건들은 인간에게 보내는 대자연의 경고는 아닐까? 김준형 / 칼럼니스트(우리마음병원장)

2024-11-26 11:00:36 구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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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유해 미생물을 감소시키는 '돼지감자'

상황이나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이나 행동을 하는 사람을 '뚱딴지' 같은 사람이라고 한다. 뚱딴지에는 '완고하고 우둔하며 무뚝뚝한 사람'이라는 뜻도 있는데 그 유래는 식물 뚱딴지에게서 가져왔다. 뚱딴지는 국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북미에서 넘어온 귀화식물로, '돼지감자'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져 있다. 제멋대로 생긴 땅속 덩이줄기의 모양새에 빗대어 완고하고 우둔하며 무뚝뚝한 사람을 뚱딴지라 부르게 됐다고 한다. 덩이줄기를 식재료로 쓴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돼지감자는 이름이 무색하게 가지과에 속하는, 감자와는 전혀 다른 식재료이다. 맛과 질이 감자보다 떨어져 돼지와 같은 가축들의 먹이로 썼다 해서 돼지감자로 불렸다. 근래에 들어 몸에 좋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재배 농가가 크게 늘고 대중들에게도 친숙한 존재가 되었다. 돼지감자는 국우(菊芋)라는 본초명을 가지고 있는데 열을 낮추고 출혈을 멈추는 데 쓴다. 돼지감자의 좋은 성분으로는 풍부하게 함유된 이눌린을 꼽을 수 있다. 올리고당의 일종인 이눌린 성분은 음식을 통해 섭취할 시 소화가 되지 않은 상태로 대장으로 넘어가 미생물에 의해 발효된다. 이 과정에서 여러 가지 건강에 좋은 기능을 하는데 몸에 유해한 미생물을 감소시키고 당과 지방의 흡수를 지연시켜 포만감을 오래 유지시킨다. 돼지감자는 많은 양을 한꺼번에 섭취하면 소화를 방해하므로 주식보다는 반찬이나 샐러드, 그리고 차로 즐기는 게 좋다. 예를 들어 반찬으로 장아찌를 만들어 먹을 수 있다. 나트륨 배출을 돕는 칼륨이 무척 풍부하며 아삭한 식감을 가지고 있어 장아찌에 적합한 식재료이다. 장아찌로 만들 때는 껍질을 벗기지 않은 상태에서 깨끗한 물로 여러 번 씻은 돼지감자에, 간장과 식초 그리고 설탕으로 적절히 간을 한 물을 끓여 부어주면 된다. 가장 좋은 섭취 방법은 차로 즐기는 것인데 몸에 좋은 이눌린이 열을 가할수록 추출이 잘되기 때문이다. 말린 돼지감자를 한 번 볶아내어 물 1리터에 5~6조각을 넣고 끓여내면 차가 완성된다.

2024-11-25 17:16:20 메트로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