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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준의 부동산수첩] 분양가 상한제의 경제학

서울의 로또청약에 대한 뉴스는 부동산 경기를 타지 않는다. 아파트에 당첨되자마자 주변시세에 비해 수억씩 이득을 보는 로또청약의 이유는 분양가 상한제 때문이다. 수요와 공급이 만나 자연스럽게 가격을 결정하는 것이 시장의 원리인데, 분양가 상한제는 가격을 시세보다 훨씬 낮추어 놓고 거래를 시작하게 된다. 물론 이는 새집을 싸게 팔면 집값이 내려가고 투기가 억제될 것이라는 의도이다. 가격이 시세보다 싸면 당연히 경쟁률이 치솟는다. 그래서 몰려드는 손님들 중 주택소유 여부, 부양가족 수 등을 따져서 누가 더 새집이 급한지 '선정'해야 한다. 경제적 형평성이 아닌 사회적 형평성으로만 보면 괜찮은 방법이다. 문제는 공급이다. 공급에 활약을 해줘야 할 건설사나 개발업자의 입장에서 분양가상한제는 큰 걸림돌이다. 어떤 제화든 공급자가 가격표를 내걸고 안 팔리면 스스로 가격을 낮추기 마련인데, 그 가격을 국가에서 정해버렸다. 생산자가 사업을 해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제한되면 사업 의지가 확 꺾이게 된다. 가격을 떠나서 원활한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게 된다. 가령 어느 해 마늘이 흉작이어서 가격이 폭등했다고 치자. 이 소식이 퍼지면 다른 작물을 농사짓는 농부들까지 앞다퉈 마늘을 심게 된다. 마늘의 생육 기간은 불과 수개윌이기 때문에 가격은 금세 안정된다. 공장에서 생산하는 다른 물건들도 그런 경우가 많다. 생산설비를 늘리고 인력의 고용과 양성이 쉬운 경우, 가격이 올라도 금방 다시 안정된다. 이러한 상품들을 경제용어로 '공급이 매우 탄력적'이라고 표현한다. 몇년 전 경기 북부 지역에 심각한 수해가 있었다. 당시 인근 소도시에 집집마다 막힌 하수구를 뚫는 배관공들이 호황을 맞았다. 평소 수리비용에 비해, 그해 물난리 직후 수리비가 많게는 다섯 배 까지 올랐다고 한다. 결국은 해당 지자체에서 칼을 빼 들었다. 일정 가격 이상을 받는 배관공들은 제보를 받아서 단속하기로 한 것이다.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까? 물론 배관공들이 생업을 멈추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들의 활약이 다급한 시기였음에도, 업체들의 처리 건수가 평소보다 그다지 늘지 않았고 작업 성과도 상당히 떨어졌다. 그때 만약 지자체에서 배관공의 수리비를 규제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배관 출장수리와 같은 품목은 '공급이 매우 탄력적'인 상품이다. 우리나라는 전국 어디라도 이동하는데 하루가 채 걸리지 않는다. 수리비가 평소의 다섯 배라는 소문이 전국에 퍼지면, 아마 상당히 먼 도시의 기술자들까지도 장비를 챙겨서 몰려왔을 것이고 자율 경쟁을 통해서 수리비도, 수해로 인한 다급한 상황도 곧 안정되었을 것이다. 아파트는 흔히 이러한 재화 중에서 공급이 가장 '비탄력적'이다. 배관공이나 마늘 농사처럼 가격이 올랐을 때 단기간에 공급을 늘릴 수가 없다는 것이다. 신규 택지를 개발하는 것은 물론이고 재개발, 재건축의 경우 조합설립, 행정업무에만 짧아도 수년이 걸리며, 공사가 완료되기까지 다시 수년이 걸린다. 지금 분양가 상한제를 실시하는 곳은 강남3구와 용산구이다. 어떤 면에서는 강남과 용산에 이미 집을 가진 '기득권' 세력들에게 분양가 상한제가 이 어려운 시기에 집값을 지지해주는 든든한 동력이 될 수도 있다. 이 사실을 상당 수 정치인들도 물론 알고 있을 것이다. 해당 지역들은 전통적인 보수정당의 텃밭이기도 한데 분양가 상한제에 대해서만큼은 극렬히 저항하지 않았다. 간혹 어렵게 재건축이 성사되었을 때 청약 경쟁률이 수십대 일 까지 치솟는 것도 나쁘지 않은 광경일 테니까. 벌써부터 강남구 일대는 호가가 오르고 있다. 그 동력이 '국민 정서'로부터, 또 이들의 눈치를 보는 정치인들로부터 나온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이수준 로이에아시아컨설턴트 대표

2024-04-24 14:43:41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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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수 교수의 라이프롱 디자인] '교양하다'

책을 읽다보면 문득 아이디어가 떠오르거나 내 딴에는 영감을 불러오는 글귀를 만날 때가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하는가? 기억력을 믿을 수 없으니 지면의 모서리를 살짝 접어, 작은 삼각형을 만들어 놓는다. 기억을 되찾기 위한 일종의 징표를 만든 것인데, 교육학에서는 이를 파지(把持), 영어로는 리텐션(retention)이라고 부른다. 즉, 꽉 움켜쥐고 경험에서 얻은 정보를 유지하려는 노력이다. 최근 한달 사이에 이렇게 파지하고 싶은 말을 꼽는다면 '교양하다'가 있다. 먼저 아내가 칸트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꺼낸 게 한 달쯤 되었다. 함께 저녁식사를 하다가도, 경의선숲길을 산책하다가도 '칸트의 철학'을 얘기했다. 그러던 중 하루는 아내가 몰입해 보고 있는 유튜브 동영상이 눈에 들어왔다. '서양철학은 모두 칸트로부터 시작한다?'인가, 서울대 김상환 교수의 교양강의였다. 그렇게 아내에게서 유튜브로, 다시 김상환 교수의 강의를 통해 지각된 칸트는 필자의 두뇌 어디인가, 마치 책의 모서리를 접어 놓은 것처럼 기록해 두었던 정보의 파편들을 연결시켜주었다. 그 게 바로 '교양하다'이다. '교양하다'는 한국어 칸트전집 19번째 교육학 16쪽에 자리잡고 있다. 사실 임마누엘 칸트가 한 말이라기보다 번역자인 백종현 교수의 역자 서문에 똬리를 틀고 있는 단어이다. 백종현 교수는 번역을 하면서 외국어를 익히는 것도 있지만 한국어를 새롭게 인식하는 행운을 얻는다고 했다. '칸트의 교육학'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교양하다'라는 동사를 새롭게 익혔는데, 스스로 대견한 발견이고, 앞으로 쓰임새가 많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이런 글들이 나란하게 줄지어 있는 16쪽의 왼쪽 윗 모서리가 살짝 접혀 있는 것을, 필자는 그렇게 몇 년만에 다시 찾을 수 있었다. '교양하다'는 표준국어사전에 어엿하게 자리잡고 있는 표준말이다. 그 뜻은 '가르치어 기르다'로 나온다. '칸트의 교육학'에서는 독일어 'Bildung'을 '교양'으로 쓰면서 그의 동사형인 'bilden'은 종래에 '도야하다', '형성하다'로 번역했던 것을 '교양하다'로 바꾸어 쓴다고 했다. 명사 '교양'과 동사 '교양하다'를 대응시킬 수 있어서 좋았고, 사장되어 가는 한국어 낱말을 찾아 활용하는 것도 좋은 길이라고 했다. 칸트에게 '인간은 교육해야 할 유일한 피조물'이다. 그리고 교육은 양육과 훈육, 그리고 교양을 뜻한다. 이에 따라 인간은 유아-생도-학도가 된다. 칸트의 생존 시기로 따지면 16살에 대학에 갔고, 20대 성년이 되면 교육이 끝난다고 했으니 교양도 양육과 훈육처럼 부모와 교사의 몫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칸트가 예견했듯 교육은 수많은 세대를 통해 실행되고, 앞 선 세대의 지식들을 전수받는 것이다 보니 교육의 앞 자리에 평생이라는 말을 내어 주게 되었다. 바로 평생교육이다. 양육과 훈육의 기간도 훨씬 길어지고, 교양은 더더욱이나 평생 해야 할 시대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칸트가 교육학의 원류로 추종했던 '루소의 에밀'도 이참에 한번 회상해 보자. "성인을 지도하려면 아이를 지도한 것의 반대로 해야 한다." 그 동안의 교양이 아이를 이끄는 것이라면 성인은 자기주도적으로 교양을 해야 한다. 스스로 소질을 끌어내고 키우는 것이 새로운 시대의 '교양하다'이다. /임경수 건국대학교 글로컬캠퍼스 교수/성인학습지원센터장

2024-04-22 11:16:35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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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희변호사의 도산법 바로알기] 회생채권도 조기변제 받을 수 있어

법에서 여러 가지 구체적인 경우를 나열하고 있지만, 단순하게 말하면 계속적인 공급에 의한 것이 아닌 한 회생절차개시 전에 발생한 채권은 일반적으로 회생채권으로 취급된다. 회생채권은 인가된 회생계획에 따라 변제되는 것이 원칙이고, 채무자 회사가 회생절차 도중에 임의적으로 회생채권을 변제하는 것은 금지된다. 그러나 이런 회생채권도 회생계획이 인가되기 전에 조기변제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회생채권자가 중소기업자로서 그가 가지는 소액채권을 변제받지 않으면 사업의 계속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거나, 회생채권을 변제하지 않으면 채무자의 회생에 현저히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그렇다(채무자회생법 제132조 제1항, 제2항). 즉, 회생채권자가 소상공인이고 그가 가지는 채권이 매우 소액이어야 하며, 이를 변제하지 않으면 채권자 역시 도산할 우려가 있는 경우이거나 채무자의 영업에 지극히 필수적인 거래처가 거래 중단을 선언한 경우여야 한다는 것이다. 채무자나 채권자가 위와 같은 상황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더라도, 회생절차개시를 신청한 채무자는 임의로 위와 같은 변제를 진행해서는 안 되고 반드시 법원에 조기변제 허가신청을 진행해야 한다. 물론 법원에 조기변제 허가를 신청한다고 하더라도 모든 경우에 허가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회생절차에서는 '동종의 채권자에게 동일한 취급을 해야 한다'는 공정·형평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하므로, 기본적으로 다른 회생채권자의 채권이 변제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회생채권에 대한 조기변제를 허용하는 것은 매우 예외적으로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현재 회생계획에 따라 채권자들 몫이 될 채무자의 보유 재산이 너무 적거나 조기 변제로 인해 크게 감소하는 상황이면 당연히 법원은 조기변제를 허가하기 어렵다. 또한 아무리 채무자의 영업에 큰 영향을 미치는 회생채권자이고 해당 채권자가 거래 중단을 무기로 조기 변제를 압박하더라도, 거래처 변경이나 대체가 가능하다면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조기변제보다는 영업을 위한 거래처 변경을 추진해야 하는 경우도 꽤 있다. 회생채권 조기변제는 소상공인인 채권자들에게 있어 채권이 변제되지 않음으로 인해 자금 경색에 빠진 자신의 사업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고, 채무자로서도 오랫동안 신의를 쌓아온 필수 거래처들을 지킬 수 있는 수단이다. 단 조기변제허가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조기변제의 필요성에 대해 관리위원 및 법원과 많은 논의를 거쳐야 하고 이를 입증할 자료도 면밀히 준비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러한 논의 과정에서는 철저히 채무자회생법의 취지와 근간을 훼손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관리위원과 법원을 설득하는 작업을 수행해야 하므로, 다수의 사례를 경험해본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2024-04-21 13:08:48 신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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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덕의 냉정과 열정사이] '3고(高)' 시대

'3고(高)' 시대와 마주했다. 고금리, 고환율, 고유가의 어두운 터널을 얼마나 지나가야 할 지 예상이 쉽지 않다. 서민들의 삶이 팍팍해질 수밖에 없다. 금리인하가 늦춰지면서 대출 이자 부담이 여전하다. 원화값은 약세를 이어간다.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유가를 끌어 올리는 중이다. 지난해 1.4% 성장에 이어 한국은행이 올해 2.1%의 경제성장률을 예상하고 있지만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먼저 금리인하 시기가 점점 늦춰지고 있다. 당분간 고금리를 감수해야 할 판이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지난 16일(현지시간) 금리 인하 시기를 늦출 수 있다는 매파 성향(통화긴축 정책 선호) 발언을 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2%로 낮아진다는 더 큰 확신에 이르기까지 기존 기대보다 더 오랜 기간이 걸릴 것 같다고 했다. 그만큼 금리 인하 시기가 늦어질 수 있다는 시그널이다. 미국이 금리를 더 늦게, 더 적게 내릴 것이란 월가의 전망이 지배적이다. 원화값도 크게 떨어졌다. 지난 16일 2022년 9월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 신청 이후 17개월 만에 1400원을 위협한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당국의 구두개입에 겨우 1390원대로 내려왔지만 여전히 불안하다. 전문가들은 중동의 지정학적 이슈가 지속되면 최대 1450원대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한다. 1400원대 환율은 1997~1998년 외환위기(IMF사태)와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2년 하반기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 신청 등 주요 이벤트(2022년 미국 고강도 긴축기) 발생 시기를 제외하면 가장 높다. 미국의 금리인하 시점이 늦춰진 데다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으로 달러와 금 등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현상 때문이다. 유가 상승도 심상치 않다. 중동지역의 전면전 위기는 유가 강세를 유발하고 있다. 유가 상승은 물가상승으로 이어져 금리인하 기대를 후퇴시킨다. 최근 브렌트유는 90달러대까지 올랐지만 시장에서는 중동 전쟁 확전시 최대 130달러까지 뛸 것으로 예상한다. 우리나라의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이 72% 수준인 데다 이란이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세번째로 원유 생산량이 많아 위태롭다. '3고 현상'이 무서운 것은 우선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켜서다. 기름값 등 물가가 오르고, 이자부담이 커지면 소비는 당연히 위축된다. 사야할 것을 미루는 등 소비심리가 얼어 붙는다. 상품 소비 흐름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는 1년 전과 비교하면 7개월째 감소 중이다.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경제활력 저하는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축소라는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면 임금 동결 가능성도 높아진다. 갈수록 소비여력이 떨어질 수 있다. 환율 상승(원화값 하락)도 걱정거리다. 해외로 자녀유학을 보낸 가정의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아내와 자녀를 해외로 보낸 '기러기아빠'들의 한숨이 깊어지는 이유다. 환율과 유가 상승은 물가상승으로 이어진다. 물가상승률이 목표치(2.0%)를 웃돌면 우리나라 금리도 내리기 어렵다. 실제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최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한 뒤 CNBC와의 인터뷰에서 "물가가 안정되고 있다는 확신이 들어야 금리인하에 관한 신호를 줄 것"이라고 했다. 당분간 금리인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은행권 가계대출 규모(1100조원대)를 감안하면 대출이 많은 가계의 이자부담이 상당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3고 시대 극복을 위해 정부의 역할이 필수다. 서민들의 생계비 부담완화 등 정책적 노력을 다방면으로 쏟아내야 한다.

2024-04-19 14:26:28 박승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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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234>칠레 화이트 와인으로의 초대

<234>칠레 에라주리즈 칠레 와이너리가 다들 보르도와 비슷한 환경의 마이포 밸리만 바라보고 있을 때 에라주리즈는 안데스 산맥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 아콩카구아 밸리(Aconcagua Valley)로 올라갔다. 칠레 남반부와 서반부를 통틀어 가장 높은 산이다. 포도나무들은 안데스 산맥의 눈 녹은 물을 마시며 자랐고, 태평양과 남극, 아타카마 사막으로 둘러싼 환경은 섬세한 화이트 와인을 만드는데 환상적인 조건이었다. 칠레 마이포 밸리의 레드 와인이 깊고 묵직한 맛으로 이름을 떨쳤다면 아콩카구아 밸리의 화이트 와인은 반짝이는 산도와 우아함으로 이게 어느 나라 와인인지 다시 한 번 와인병을 집어들어 확인하게 된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화이트 와인과는 완전히 결이 다르다. 둘 중 하나만 고르라고 한다면 미국보다는 프랑스 부르고뉴로 줄을 서는 것이 맞다. 에라주리즈의 창립자 돈 막시미아노 에라주리즈는 아콩카구아 밸리 지역에 처음으로 포도밭을 만든 이다. 1870년, 프랑스 이민자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칠레 와인 산업이 태동하던 당시 돈 막시아노 에라주리즈는 칠레 생산자로는 처음으로 프랑스로 날아가 직접 포도품종을 선별해 들여왔다. 우리는 에라주리즈를 칠레 와인의 고급화를 이끈 와인명가로만 알고 있지만 대통령을 4명이나 배출한 소위 '다이아몬드 수저' 집안이다. '에라주리즈 메소드 트라디시오넬 엑스트라 브뤼'는 아는 사람들만 쟁여놓는다는 에라주리즈의 스파클링 와인이다. 샴페인처럼 병에서 2차 발효를 하는 전통방식으로 만들었다. 150주년을 기념해 처음으로 출시한 만큼 공도 많이 들였다. 병속에서 5년이나 효모 앙금과 접촉하면서 복합미와 산도, 우아함까지 다 잡아냈다. 샤도네이에 피노누아 품종을 섞어 붉은 과일과 잘 익은 달콤함, 꽃향이 입 안을 채운다. '아콩카구아 코스타 샤르도네'는 아콩카구아 포도밭의 특징을 가장 잘 살린 와인이다. 칠레 서반구에서 가장 높은 산과 세상에서 가장 차가운 바다가 만난 그 지점의 느낌 말이다. 산도는 쨍하지만 미네랄과 실크같은 풍미가 전체적으로 유려한 화이트 와인을 만들었다. 말린 과실과 견과류 풍미가 뒤따라 오며 여운을 길게 남긴다. '라스 피자라스 샤르도네'는 에라주리즈 화이트 와인 가운데 최상급이다. 프랑스의 그랑크뤼급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출시하고는 4년 만에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인 제임스 서클링으로부터 99점을 받았다. 화이트 와인으로는 처음으로 칠레 100대 와인 1위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새로 내놓은 2021년 빈티지도 작년 100대 와인 가운데 상위로 선정됐다. 라스 피자라스는 아콩카구아 코스타 테루아에 좀 더 집중했다. 창립자나 생산지를 연상케 하는 다른 와인과 달리 슬레이트 토양(점판암)을 뜻하는 라스 피자라스를 전면에 내세울 정도니 말이다. 가장 큰 매력은 균형있는 산도에 더해진 복합미다. 감귤류 과일 풍미와 꽃향, 바닐라 느낌까지 조화롭고, 뒤이어서는 갓구운 빵과 말린 과실의 독특한 풍미가 남는다. 아영FBC 관계자는 "한국의 와인시장을 보면 과거와 달리 화이트 와인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며 "특히 에라주리즈 와인은 아콩카구아 지역에서 생산되면서 대중성 높은 화이트 와인부터 고급 화이트 와인까지 와인 애호가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2024-04-18 16:09:55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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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형의 '청맹과니'] 도마뱀이 되어가는 느낌

사람의 뇌는 크게 세부분으로 나뉜다. '뇌간', '변연계', '대뇌피질'이 그것이다. 뇌의 가장 안쪽에는 뇌간이 위치한다. 뇌간은 혈압, 맥박 등을 관장한다. 파충류도 뇌간은 가지고 있다. 뇌간의 바깥쪽으로는 변연계가 있다. 변연계는 감정, 느낌 등을 관장한다. 파충류보다 좀 더 진화된 포유류부터 변연계가 있다. 그리고 뇌의 가장 바깥쪽이 대뇌피질이다. 이 부분은 이성적인 사고를 하는 부분이다. 대뇌피질은 포유류 중에서도 가장 진화된 영장류들만 가지고 있다. 이렇듯 세부분은 고유한 기능이 있고, 상황에 따라서 주도권이 바뀐다. 공부를 할 때는 대뇌피질이 주도권을 쥐지만, 싸울 때는 뇌간이 주도권을 쥔다. 싸울 때는 혈압을 높이고, 맥박을 빠르게 하여, 혈액을 온몸 근육에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싸움이 시작되면 이성적인 설득이 힘들고, 사람도 도마뱀처럼 되어 버린다. 얼마 전, 어느 고객이 카페 사장을 무릎 꿇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고객 A씨는 카페에서 음료를 배달 주문했는데, 실수로 빨대가 빠졌다. A씨는 다시 빨대를 보내달라고 했고, 사장은 사과의미로 빨대와 케이크를 보냈다. 하지만 이번에는 주소를 잘못 받아 적는 바람에 배달이 지체 되었다. A씨는 카페를 찾아와 강하게 항의 했다. 사장이 '어떻게 하면 되겠나?'라고 묻자, A씨는 '무릎이라도 꿇어라.'고 했고, 사장은 무릎을 꿇었다. A씨는 '넌 무릎 꿇는 게 그렇게 편하냐?'고 하더니, '다시는 그따위로 장사하지 말라. 이 동네에서 살아남을 거 같냐?'고 소리치며 카페를 떠났다. 이후 A씨는 '빨대를 다시 가져다준다는 사장의 태도가 불손했다. 빨리 죄송하다고 했으면 무릎까지 꿇리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방송사에서 공개한 영상을 보면 A씨는 마치 싸울 듯이 흥분해 있었다. 뇌간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반면 사장은 싸울 수가 없었다. 빨리 이 문제를 해결해야 다른 손님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억울했겠지만 사장은 무릎을 꿇었다. 사장은 대뇌피질이 주도권을 쥐고 있었다. 빨대 하나를 가져오기 위해서, 배달원이 오토바이를 타고 오는 것이 합리적일까? 빨대 없이 마실 수 없었을까? 근처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빨대를 얻을 수 없었을까? 그리고 사장을 무릎 꿇려야만 했을까? 많은 사람들이 분노했다. 그러나 뇌간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는 이런 이야기가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물론 살아가다 보면, 여러 가지 갈등과 문제점이 생기게 된다.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싸워서 상대를 굴복시키는 방법'밖에 모르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상대를 무릎 꿇리는 것은 가장 질이 낮은 방법이고, 도마뱀의 방식이다. 도마뱀의 방식은 또 다른 적을 만들고, 새로운 갈등을 야기 시킨다. 그리고 이런 풍조가 계속되면, 대뇌피질이 주도권을 쥐고 있던 사람도 결국 싸움에 나서야 한다. 이성적인 사람들만 끊임없이 무릎을 꿇고 눈물을 삼킬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현재의 우리는 인간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아니면 도마뱀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어쩌면 우리는 스스로 느끼지 못 한 채, 서서히 도마뱀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 사회가 심각하게 반성하고 고민해 보아야 할 부분일 것이다. 김준형 / 칼럼니스트(우리마음병원장)

2024-04-18 15:20:26 구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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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예술과 '타자(他者)의 고통'

평화를 기억하지 못하는 전쟁, 자본주의를 숙주로 한 계급주의의 만연, 민주주의의 근본인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에 대한 핍박, 빈곤과 차별은 지금도 변함없다. 국가에 의해, 이념에 의한 국민의 희생 역시 여전하다. 무능한 정치권력과 부실·부재한 국가정책에 의한 무명의 가슴 아픈 죽음도 많다. 2018년 제주도립미술관은 제주 4·3 항쟁 70주년 특별전을 마련했다. 20세기 동아시아 제노사이드(Genocide)를 주제로 한 이 전시는 국가폭력에 의해 발생한 피해자의 상흔을 기억하고, 인권회복과 상생,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기획됐다. 제주 4·3을 비롯해 광주 5·18 민주화운동, 하얼빈 731부대의 만행, 난징대학살, 대만 2·28 민중봉기, 베트남 전쟁 등 현대사의 비극을 다양한 미술 언어로 다뤘다. 눈에 띄는 작품은 재중 동포 작가 권오송의 '일식'(Eclipse, 2018)이다. 5미터에 달하는 이 거대한 수묵화에는 전염병 확산과 대량 살상 무기를 연구하기 위해 무고한 사람들을 살육한 일본 731부대의 잔인함이 고스란히 담겼다. 4·3 항쟁이 발생한 제주도 조천 북촌을 그린 강요배의 작품 '불인'(不仁, 2017)과 베트남 전쟁의 트라우마를 상징하는 헬리콥터를 영상으로 담은 딘큐레((Dinh Q. Le)의 '농부와 헬리콥터'(2006)에는 국가폭력을 경험한 자들의 상처가 새겨졌다. 2019년 크리스토프 뷔헬(Christoph Buchel)은 베니스 비엔날레에 녹슨 선박인 '바르카 노스트라'(Barca nostra, 2019)를 끌어다 놨다. 이탈리아어로 '우리의 배'를 뜻하는 이 어선은 2015년 5월 천여 명에 가까운 난민을 태운 채 리비아를 떠나 지중해를 건너던 중 침몰했다. 뷔헬의 작품은 떠들썩한 현대미술의 중심에서 시대의 참상을 돌아보고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한 일종의 추모비였다. 이 밖에도 포토몽타주, 퍼포먼스, 비디오, 설치 등 다양한 조형적 방법을 통해 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꾸준히 표현해온 마사 로슬러(Martha Rosler)를 비롯해 끝없이 되풀이되는 파시즘을 언급해온 피오트르 우클란스키(Piotr Uklanski) 등, 타락한 공동체와 국가를 둘러싼 '악(惡)'의 잔재들을 특유의 문법으로 적시해온 작가들은 적지 않다. 사진을 통해 사회적 금기에 도전하고 배제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한 낸 골딘(Nan Goldin)이나, 인종이나 계급, 성별을 뛰어넘는 인류 공통의 평등에 초점을 맞춘 작업으로 유명한 닉 케이브(Nick Cave) 등이 그렇다. 티에스터 게이츠(Theaster Gates), 제시 트레비뇨(Jesse Trevino), 티파니 정(Tiffany Chung), 마크 브레드포드(Mark Bradford), 페이스 링골드(Faith Ringgold), 조이스 J. 스콧(Joyce J. Scott) 등도 동일한 범주에 든다. 국가와 성별, 피부색은 다르지만 이들은 장르를 넘나들며 인간이 만든 재앙과 폭력적인 역사를 현재로 소환해 경각심을 일깨우는 작업을 선보여 왔다는 점에선 결이 같다. 폭력과 불의, 억압과 부조리 같은 문제들에 대해 성찰을 유발하는 작업이라는 것도 공통분모다. 20세기 후반에 들어와 예술가들에게 주어진 예술의 사회적 실천 방식은 억압과 폭력의 현실에 대한 서사적 발언에 있다. 이는 예술의 역할에 부응하는 방법이기도 하거니와, 인간이 자행해온 야만성을 고발하며 질문하는 존재로서의 예술가의 위치와도 맞닿는다. 미술시장이 요구하는 '제품'이 넘쳐나는 작금이지만, '장사'를 예술로 착각하는 세상이지만 아직 소외된 자, 힘없는 자, 방황하는 자들의 곁에서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는 참다운 예술가들이 있다. '타자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은 채 남겨진 자로서 슬픔과 비애로 점철된 세상을 증언하며 예술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증명하는 그들이 있기에 우린 역사적 진실을 직시하고 광기에 쓰러진 이들을 추념할 수 있다.■ 홍경한(미술평론가)

2024-04-17 11:33:12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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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팽의 일본 이야기] 꽃놀이(花見、はなみ)

세종시를 가로지르는 금강의 남쪽 수변공원에는 벚나무와 개나리가 가지런히 줄을 서 있다. 2012년 세종시가 출범하였으니, 그즈음에 심어진 벚나무라고 생각하면 벌써 10년이 넘는 세월을 그 자리에서 크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지난주 수변공원을 찾았을 때 아래로는 노란 개나리가, 위로는 벚나무 가지에 벚꽃이 풍성하게 피어 있었는데 정말로 멋진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비단 수변공원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는 정말 많은 곳에서 각양각색의 봄꽃을 맞이할 수 있다. 남쪽 지방부터 따뜻한 바람이 따라 올라오면서 매화와 산수유 축제 그리고 벚꽃 축제까지 3월 말부터 4월 초까지 주말마다 다양한 꽃구경 삼매경에 빠져 살 수 있었다. 벚꽃이 지고 나면 선명한 색깔의 철쭉이 또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일본에서 봄꽃 관련 행사의 결정판은 뭐니 뭐니 해도 벚꽃놀이다. 물론 더 많은 축제나 행사들이 있겠지만 벚꽃놀이보다 더 떠들썩한 행사는 기억나지 않는다. 일본인 중에서도 일본의 국화(國花)가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벚꽃이라고 대답할 정도로 일본인의 벚꽃 사랑은 남다르기도 하다. 참고로 일본의 국화는 국화(菊花)이다. 여하튼 일본에서는 봄에 피는 벚꽃 등을 즐기는 축제를 하나미(花見、はなみ)라고 한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꽃놀이인데 일반적으로 벚꽃을 즐기는 소풍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금강 수변공원을 거닐며 벚꽃을 즐기다 보니 일본에서의 하나미와 무언가 다르다는 이질감이 느껴졌다. 벚나무 종자까지 구분할 정도로 식물에 관한 지식이 해박하지 않으니, 품종이 다른 것을 눈치챈 것은 아닐 텐데 왜 같은 벚꽃이 다르게 느껴지는지 벚나무 아래를 걸으면 생각해 보았다. 그러다 갑자기 깨닫게 된 것이 '내가 지금 걷고 있다' 라는 것이었다. 봄이 되면 일본 방송에서는 벚꽃 전선을 알려준다. 이 정보는 누군가에게 매우 중요하다. 지역에 따라서 다르기는 하지만 일본 국토의 절반 이상의 지역에서 3월 말에서 4월 초에 벚꽃이 절정기를 이루게 된다. 일본은 우리와 달리 4월부터 학기가 시작된다. 그리고 일본 기업의 회계연도는 4월 1일부터 이듬해 3월 31일까지이다. 벚꽃이 피는 4월은 학교도, 기업도 새로운 시작의 계절이다. 그래서 방송에서 알려주는 벚꽃 전선 정보를 바탕으로 학교에서는 신입생, 기업에서는 신입사원 환영회를 준비한다. 하나미를 통해 새로운 식구를 환영하는 행사를 진행하는 것이다. 동경 우에노 공원은 하나미 명소로 알려져 있는데 여기는 커다란 벚나무 아래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 오픈런이 아니라 그 전날 저녁부터 행사 담당자가 자리를 차지하고 밤을 새우는 것이 기본이다. 그래야만 우리 일행이 다음날 그 자리에서 벚꽃을 바라보며 음주가무(물론 타인에게 피해를 줄 정도의 가무는 없다) 즐길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 일본에서 하나미는 꽃만 보고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벚나무 아래서 눈비처럼 쏟아지는 벚꽃 잎도 맞아가며 서로 담소를 나누고 봄이 오는 것을 즐기는 것이다. 벚꽃으로 전을 부치지는 않지만, 흡사 우리의 화전놀이와 같아 보인다. 동경에서는 동네 공원에서도 오래된 벚나무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는데 1700년대 초반 에도막부의 8대 쇼군인 도쿠가와 요시무네가 에도(동경의 옛 이름) 각 지역에 벚나무를 심으라고 했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수백 년이 된 벚나무가 쉽게 보이는 것도 이상한 것이 아니었다. 벚꽃을 즐기는 방법이 다른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 것 같다. 나무 아래서 앉아서 즐기는 것도 좋고 나무 아래를 거닐어도 좋기만 하다. 따스한 새봄이 오고 있기 때문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

2024-04-15 14:58:15 한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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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오 변호사의 콘텐츠(Content) 법률 산책] 골프코스 설계도면도 저작권법으로 보호될까?

대중에게 친숙한 저작물인 영화, 드라마, 소설, 웹툰 등과 달리 실용적·기능적 저작물의 경우에는 실무에서 해당 대상의 저작물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가 특히 중요한 쟁점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관련해 최근 서울고등법원에서 골프코스 설계도면의 저작물성에 관한 의미 있는 판결이 선고돼 소개한다. 해당 사안은 골프장 코스 설계업을 영위하는 A사가 스크린골프 사업 등을 영위하는 B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 사건. A사는 "자신이 설계한 도면에 따라 만들어진 골프코스의 영상을 활용해 B사가 스크린골프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제작한 행위는 자신의 저작권(복제권, 2차적저작물작성권 등)을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B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등을 청구했다. 그리고 1심(서울중앙지법원)은 A사의 골프코스 설계도면을 '건축저작물'로 인정하면서 A사의 청구를 대부분 인용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고등법원은 "이 사건 각 골프코스에 따라 조성된 골프장의 호수 등도 워터해저드라는 기능적 구성요소일 뿐으로 기능적 요소를 제외하면 그 형태, 배치, 조합에서 미적 표현에 해당하는 부분을 찾아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이 사건 각 골프코스의 설계도면이 해당 도면에 포함돼 있는 기능 또는 기술적 사상, 즉 아이디어와 분리될 수 있는 표현에 해당한다거나 그 기능적 요소 외에 창작성 있는 표현을 포함하고 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시하면서 A사의 청구를 기각했다(서울고등법원 2024. 2. 1. 선고 2023나2003078 판결). 항소심의 판단은 "이 사건 각 골프코스의 설계도면에는 골프코스 설계의 기초가 되는 아이디어 즉, 이 사건 각 골프코스에서 클럽하우스, 진입도로, 연습장 등 시설물과 개별 홀들의 배치와 함께 개별 홀에서 티잉그라운드, 페어웨이, 러프, 벙커, 워터해저드, 그린 등의 형태, 배치, 조합에 관한 사상이 표현돼 있다. 따라서 이 사건 각 골프코스의 설계도면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라고 판단하면서도, "기능적 저작물에 있어서 저작권법은 그 기능적 저작물이 담고 있는 기술사상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능성 저작물의 창작성 있는 표현을 보호하는 것이므로 작성자의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 있는지 여부를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는 법리에 따른 것이다. 즉, 서울고등법원은 위 골프코스 설계도면의 '창작성'을 부정한 것으로, 위 판결에서 제시한 기준에 따른다면 다른 골프코스 설계도면들의 경우에도 창작성을 인정받기가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사단법인 한국골프설계가협회는 위 판결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다만 위 판결은 A사 등이 상고를 준비 중이므로 최종 대법원 판결을 기다려 볼 필요가 있다. 참고로, 저작권법이 아닌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이 문제된 사안에서는 대법원이 골프장을 무단 촬영한 후 그 사진 등을 토대로 3D 컴퓨터 그래픽 등을 이용해 위 골프코스를 거의 그대로 재현한 입체적 이미지의 영상을 제작한 다음 이를 스크린골프장 운영업체에 제공한 행위에 대해 "구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차)목의 부정경쟁행위(타인 성과 무단사용 행위)에 해당한다"고 인정한 사례가 있었다(대법원 2020. 3. 26. 선고 2016다276467 판결). 이 역시 함께 참고할 만한 판례라고 할 것이다.

2024-04-14 12:46:17 신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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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233>엔데믹에 줄줄이 적자…시름하는 와인업계

<233>와인 수입사 실적으로 보는 와인시장 산이 높았던 만큼 골도 깊었다. 팬데믹이 몰고온 와인 열풍이 지나가니 우후죽순 생겼던 와인바들이 문을 닫기 시작했고, 수입업자들은 쌓인 재고를 털어내기도 힘든 상황이 됐다. 줄어든 소비도 소비지만 환율은 치솟고 인플레이션 타격까지 겹쳤다. 대형사들도 매출이 줄어든 것은 기본이고 적자로 돌아선 곳들도 속속 나왔다. 작년은 공격이 아닌 방어가 관건인 한 해였던 셈이다. 감사보고서 제출이 대부분 마무리되면서 와인 수입사들의 작년 성적표가 공개됐다. 와인을 팔긴 팔았는데 남는게 별로 없었다. 아니 손해를 보면서 팔기도 했다. 매출은 적당히 방어를 했는데 적자를 낸 걸 보면 말이다. 세상에 3대 거짓말 중 하나가 장사꾼이 "밑지고 판다" 라고 하던데 국내 와인 시장은 그걸 진실로 만들었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와인 수입사 가운데 매출 1위는 신세계L&B로 1806억3500만원이다. 3년 만에 매출이 2000억원 아래로 다시 내려왔지만 이마트나 신세계백화점 등 관계사 매출 비중이 높아 그런지 10% 안팎 감소에 그쳤다. 그렇다고 실속까지 챙길 순 없었다. 영업이익은 2022년 116억3300만원에서 작년 7억2200억원으로 급감했고, 당기순손실 53억3700만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매출은 줄었는데 매출원가나 판관비는 크게 변동이 없었던 반면 비용은 오히려 더 늘면서다. 매출 2위는 칠레와인 '1865'를 수입하는 금양인터내셔날로 1200억7700만원으로 집계됐다. 전년과 비교하면 감소폭은 15% 가량이다. 영업이익 56억8700만원, 순이익 43억200만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70%씩 안팎으로 줄었지만 다른 수입사들 대비 양호했다. 금양인터내셔날 역시 매출원가와 판관비 부담이 있었지만 2022년과 달리 관계기업 투자이익 등 영업 외 이익이 도움이 됐다. 이탈리아 안티노리 와인을 수입하는 아영FBC 매출은 1066억82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4% 줄었지만 1000억원대는 지켜냈다. 영업이익 30억4600만원, 순이익 34억600만원으로 각각 63%, 19% 감소에 그쳤다. 지분법 이익 등 영업 외 수익이 방패막이 됐다. 와인 수입사 가운데 유일한 상장사로 '국민와인' 몬테스를 수입하는 나라셀라는 작년 매출액 853억2500만원으로 업계 4위다. 전년 대비 20% 감소한 수치다. 영업이익은 98% 급감한 1억9600만원이며, 15억5900만원 순손실을 냈다. 나라셀라는 "엔데믹 이후 경기침체, 홈술(Home+술) 감소에 따른 국내 와인시장 수요 감소로 인해 매출이 줄었다"며 "영업이익은 수요감소에 따른 판가 하락과 환율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고 실적 부진을 설명했다. 다만 향후 전망은 여전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나라셀라는 "최근 엔데믹 이후MZ세대를 중심으로 위스키와 맥주 등에 대한 시장 수요가 증가해 시장 성장율이 다소 정체됐지만 2022년 기준 한국의 인당 와인소비량은 1.9병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가운데 최하위권"이라며 "향후 성장에 대한 잠재력이 높은 시장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레뱅드매일의 작년 실적은 매출 427억1100억원, 영업손실 24억5800만원, 순손실 27억8500만원이다. 신동와인은 작년 매출 352억2100억원, 영업손실 4억6300만원, 순손실 8800만원이다.

2024-04-11 15:34:11 안상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