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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상근의 관망과 훈수] 脫'국장', 누구 탓일까

[차상근의 관망과 훈수] 脫'국장', 누구 탓일까 "1991년에 취직하면서 개미(개인투자자)가 됐는데 작년에 30년 넘은 계좌를 정리하면서 따져보니 코스피지수는 그동안 3배 못 올랐는데 S&P500 지수는 15배 올랐더만. 좀 더 일찍 미국주식으로 갈아타지 않은게 크게 후회될 뿐이야" 32년 직장생활을 마치고 백수생활에 돌입한 지인을 만나 들은 푸념이다. 요즘 현역 은퇴가 한창인 1960년대생, 베이비부머세대들은 오랜시간 직장에 충실하며 자식교육에 열정을 쏟아붓고 차곡차곡 재산을 모으며 살아온 소시민들이 많을 것이다. 이들은 대체로 직장생활 초기에는 주로 저축을 통해 재산을 불리거나 집장만에만 몰두했지 주식투자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나 1998년 외환위기사태와 닷컴버블 시기를 지나면서 주식투자에도 눈을 돌렸다. 이들이 개미투자자의 원조쯤이다. 적어도 내 주변의 대다수는 현재 '직장'은 없더라도 '개투'를 평생직업으로 삼아 열심히 '국장'(국내주식시장)과 '미장'(미국시장)을 연구하고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이들은 20년 넘게 희노애락을 함께 한 '국장'에 크게 분노하고 있다. 자신이 줄곧 '보이지 않는 손'에 끌려다니며 '호구'노릇을 했다는 피해의식을 키우고 있다. 특히 매달 '따박따박' 받아온 급여가 끊기고부터는 이전에 알토란같은 '내 재산'을 털어간 무언가에 무척 분개해 한다. 그럴만 하다. 개인의 해외직접투자가 허용된 2006년말 코스피지수는 1434선이었는데 S&P500은 1418, 나스닥종합지수는 2415였다. 지금 코스피는 2700선으로 88% 수익에 그쳤는데 S&P500, 나스닥은 그동안 사상최고치를 끝없이 경신하며 각각 5447, 1만7725선에 와있다. 300%, 600%에 이르는 경이로운 수익률이다. '국장'이 '허당'이란걸 깨달은 많은 개미들이 '미장'으로 향하고 있다. 특히 오랫동안 증권계좌를 유지하면서 적지 않은 자산을 탈탈 털려본 은퇴개미들은 국장에 대한 적개심을 보이고 있을 정도다. 올들어 이달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투자자는 약 11조5000억원 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이 기간 미국주식은 8조4000억어치(60억7000만달러)를 순매수했다. 그 결과 국내 투자자들이 보유한 미국 주식 금액은 사상최대치를 경신하며 821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서학개미들의 '미장'투자 열풍은 코로나19사태 초기인 2020년부터이다. 당시 보유금액은 91억달러에 불과했는데 4년여만에 거의 9배수준으로 불었다. '미장'열풍은 일단 극명한 수익률차이에서 시작된다. 올들어 S&P500지수는 13%올랐는데 코스피지수는 2.5% 상승에 그친다. 펀드 수익률은 17% 대 3%이다. 뒤늦게 진실을 알게 된 개미들은 최근 정부가 추진중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결책, 기업밸류업프로그램도 믿지 않는 분위기이다. 기업의 자발적 참여에 필수적인 세제혜택 등 인센티브방안이 기대에 크게 못미친다. 무엇보다 이사 역할 정립이나 일반주주에 대한 책임 강화, 뿌리깊은 재벌경영 구조를 혁파하는 방안 등을 내놓지 않는다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요원하다는게 대체적 여론이다. 여기에 국민연금의 '국장'투자 축소계획도 개미들의 '미장'행에 불을 지르고 있다. 국민연금은 내년부터 오는 2029년까지 중기투자계획(자산배분)을 짜면서 국내채권 비중을 현재 29.2%에서 20.5% 낮추면서 국내주식도 14.2%에서 13%로 줄이기로 했다. 내년에만 0.5%p 축소한다. 기금규모가 1100조원인데 현재 기준으로 11조원 감축하며 내년에만 5500억원 어치 주식을 내다팔아야 한다. 국민연금은 기대수익률이 낮은 자산을 감축하는 차원에서 유동성이 떨어질 수 있는 국내자산을 우선 감축하고 해외투자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내년에 해외주식은 33.0%에서 35.9%로 2.9%p늘린다. '국장'의 최대 큰손 국민연금이 국내주식 투자를 줄이고 미국주식 등 해외주식을 두배로 늘린다는데 국장이 견뎌낼 재간이 있을까. 여기에 후진적 자본시장 세제도 '개투'들의 반감을 사고 있다. 줄기차게 요구해온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논란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3중과세를 당하며 국장을 지킬 애국심은 사라질 것 같다. '국장' 생긴 내내 어리숙하게 당하기만 했던 개투들이 이번에는 눈치를 챈 것일까. 밸류업프로그램이 '개미무덤' 유인책이란 걸.

2024-06-13 17:05:44 차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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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240>풍수지리에서 파타고니아까지…몬테스의 도전

목표가 컸던 만큼 남들이 했던 방식 그대로 답습해선 안된다고 생각했다. 칠레에선 불가능할 것이라고 여겼던 프리미엄 와인에 도전했고, 포도밭이라곤 없던 곳에 포도나무를 심었다. 동양의 풍수사상을 반영해 양조장을 지었고, 와인이 익어가는 셀러에서는 종일 그레고리 성가를 틀었다. 아무리 포도가 자라기 천혜의 환경이라는 칠레라도 이런 혁신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칠레 와인의 위상도 존재하지 않았다. 칠레 와이너리 몬테스의 아우렐리오 몬테스 회장은 이달 한국을 방문해 인터뷰를 갖고 "각각의 포도품종에 적합한 테루아를 찾고, 경사면에 포도밭을 조성한 것이며 신선함을 살리기 위해 늦은 밤 사이 포도를 수확하는 것 모두 몬테스가 최초"라며 "여기에 포도 재배에는 더 할 나위 없는 고립된 낙원같은 환경이 더해져 몬테스의 아이콘 와인들이 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몬테스의 와인들은 순리에 따른다. 존재하는 중력으로만 이동할 뿐 일체의 펌프나 동력을 이용하지 않는다. 몬테스 회장은 "양조장의 가장 높은 곳에서 수확한 포도를 투입해 한 층 아래 발효 탱크로 흐르도록 하고, 다음 단계에 필요한 탱크가 다시 아래에 위치하도록 한다"며 "와인이 가능한 자연스럽고 좋은 상태가 유지되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와인을 만드는 것은 결국 사람"이라며 "풍수사상에 따른 양조장이나 성가 음악 등이 와인 뿐만 아니라 와인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몬테스 알파 엠'은 몬테스를 프리미엄 와인 생산자로서의 입지를 다져준 와인이다. 2012년 미국에서 열린 블라인드 테이스팅에서 2위를 차지하면서다. 프랑스의 샤토 오브리옹 등 1등급 와인을 비롯해 이탈리아의 슈퍼투스칸 사시카이아, 미국의 오퍼스원 등 쟁쟁한 와인을 모두 제쳤다. 알파 엠은 보르도 그랑크뤼 급을 목표로 카버네 소비뇽에 카버네 프랑과 메를로 등을 섞어 전형적인 보르도 블랜드 방식으로 만들었다. 맛의 깊이와 느낌이 고상하고 귀족적이다. '몬테스 퍼플 앤젤'은 카르미네로 품종으로는 보기 드문 아이콘 와인이다. 이날 시음한 2008년 빈티지는 15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매끈한 보라빛으로 여전히 숙성 잠재력이 남아있음을 보여줬고, 실크같은 부드러움과 힘이 공존했다. 아이콘 와인으로 새로 선보인 '몬테스 뮤즈'는 카버네 소비뇽 100%로 만든 와인이다. 직설적이지만 우아하고 신선하다. 뮤즈는 몬테스 회장이 와인메이커로서 인생을 살아가는데 많은 영감과 도움을 준 여성들에게 헌정하는 의미에서 붙인 이름이다. 일흔이 넘었지만 몬테스 회장의 도전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지구 최남단에서 부는 서늘한 바람을 담은 와인을 이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상반기엔 맛 볼 수 있을테니 말이다. 일명 파나고니아 프로젝트다. 산티아고에서 1200㎞ 남쪽으로 떨어진 파타고니아에 포도밭을 일궜다. 파타고니아는 남반구지만 남극에 가까워 춥다. 와인과 포도 재배에 대한 상식과 통념을 완전히 뒤엎은 발상이다. 몬테스 회장은 "파타고니아의 서늘한 기후로 알콜 도수 11.5도 안팎의 스파클링 와인만 가능하다"며 "즐거운 산미에 남쪽의 신선한 해풍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와인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2024-06-13 16:05:39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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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휘종의 잠시쉼표] AI의 오·남용 대책마련 시급하다

인공지능(AI)프로그램 '알파고'를 개발한 딥마인드의 공동 창업자 무스타파 술레이만은 '더 커밍 웨이브(The Coming Wave)'란 저서를 통해 AI와 합성생물학 등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딥마인드의 알파고는 지난 2016년 3월, 바둑9단 이세돌을 격파하면서 본격적인 AI시대를 연 주인공이다. 딥마인드를 10년 이상 이끌면서 AI의 개발에 열정을 쏟았던 술레이만이 이런 경고를 한 것은 누구보다 AI의 특징을 그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술레이만은 불, 바퀴, 전기의 발명이 인류 역사 발전에 획기적인 역할을 했듯이, AI와 합성생물학이 그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며, 앨빈 토플러가 주장한 '제3의 물결'처럼 AI가 새로운 물결(wave)을 일으키는 주인공이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러나 빛이 강할수록 그림자도 짙은 법이다. AI나 합성생물학이 가져다 줄 충격파가 큰 만큼 그에 따른 오·남용의 위험성도 크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단돈 몇천달러만 있으면 유전자 조작 도구를 구입해 지구상에 존재하지도 않았던 새로운 생물을 만들 수 있으며, AI는 이미 우리 일상 깊숙이 침투해 있어 언제든 인류에게 위협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미 AI산업은 브레이크 없이 달리는 자동차처럼 통제불능의 상태다. 지금 이순간에도 정부나 민간기업에서 AI를 도입했거나 하겠다는 자료가 쏟아지고 있다. AI는 머신 러닝 기술을 통해 24시간 수많은 빅데이터를 학습하고 있으며, 갈수록 더 정교해지면서 인간의 '감정'도 학습을 하고 있다고 한다. AI 소프트웨어, 알고리즘 개발경쟁에 뛰어드는 기업도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소프트웨어 구동이 가능하도록 하드웨어적으로 뒷받침할 반도체 기술도 빨라지고 있다. 자본주의의 속성상, 서로 경쟁하는 구도에서 이를 제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런 AI를 드론이나 로봇에 탑재하면 영화 '터미네이터'가 실제로 구현되는 건 시간 문제다. 상상만 해도 끔찍한 미래가 되는 것이다. 술레이만은 AI나 합성 생물학의 오·남용에 대한 대안으로 '억제(containment)'란 기능이 필요하다고도 제시했다. AI의 기술발달을 막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부와 사회가 적절한 견제를 위해 억제 기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AI의 위험을 경고하는 목소리는 술레이만뿐이 아니다. '챗GPT' 개발사 오픈AI와 구글 딥마인드의 전현직 직원들도 공동 성명을 통해 "우리는 AI 기술에 의해 야기되는 심각한 위험을 알고 있다"면서 "이런 위험은 기존의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것부터 조작과 잘못된 정보, 잠재적으로 인간의 멸종을 초래하는 자율적인 AI 시스템의 통제 상실까지 다양하다"며 대책을 촉구하기도 했다. AI의 오·남용에 대한 부작용의 심각성을 인지한 유럽연합(EU)은 지난 3월, 세계 최초로 'AI규제법'을 최종 승인해 오는 2026년부터 본격 시행할 예정이다. 미국은 알고리즘 책임법안을, 중국은 '생성형 인공지능서비스 잠정 관리 방법'을 통해 AI를 사용해 콘텐츠를 생성하는 기술의 허용 범위, 준수 의무, 위반 시 조치, 벌칙 등을 규정하고 있다. 우리도 AI의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민간뿐 아니라 정부와 국회도 관련연구와 법제화에 하루빨리 나서야 한다.

2024-06-12 16:12:26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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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작가 경력과 분별의 시각

미술이라는 고급 콘텐츠를 거래하는 거대한 상업 플랫폼인 아트페어. 한국의 아트페어는 숫자 면에서 압도적이다. 약 15년 전만 해도 30여개에 불과하던 것이 2021년엔 80여개로 치솟았고 현재는 100여개를 웃돈다. 고만고만한 비엔날레와 트리엔날레가 20여개가량 난립하는 것도 그렇지만 한해 이렇게 많은 아트페어가 열리는 나라는 그 어디에도 없다. 아트페어가 넘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문화예술에 대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적 관심이 높아서일까, 아니면 경제성장으로 인한 대중들의 미술품 구매력 상승 때문일까. 그럴 수도 있다. 아트페어의 과잉은 어느 하나를 원인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각각의 요소들은 맞물려 있을뿐더러, 미술 작품 컬렉션을 투자의 대안적 개념으로 보는 시대 흐름 등도 주요 요인이다. 그러나 가장 정답에 가까운 건 '작품의 팔릴 가능성'이다. 고객 유인 효과에서도 그렇고 작품 판매의 여지 측면에서 역시 군집 형태가 개인전 혹은 개별 화랑에서의 전시보다 낫다는 것이다. 지역에서 열리는 소규모 아트페어와 개인 및 공공기관, 기업 주도형 페어들도 동일한 맥락에서 생겨난 것들이다. 아트페어의 수만큼 생산자인 작가들의 참여도 부쩍 늘었다. 하지만 아트페어가 작가들에게 반드시 경제적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자기 돈 내고 참여하는 아트페어라면 판매 부진 시 발생하는 손해는 온전히 자신의 몫이다. 귀엽고 앙증맞은 동물이나 예쁜 꽃 그림, 기타 장식용 그림과 부적 같은 작업이라면 모를까, 판매 수익은 고사하고 작품 운송료조차 건지지 못하는 예도 드물지 않다. 명성, 독창성, 적절한 가격대, 기술적 완성도, 취향, 트렌드 등이 종합적으로 반영되는 탓이다. 아트페어는 경력 면에서도 그리 유의미하다고 보기 어렵다. 그도 그럴 것이 아트페어에 출품하는 빈도가 잦을수록 그 작가에겐 '페어 작가'라는 꼬리표가 따라붙게 된다. 페어 작가란 '상업 작가'와 동의어다. 그런데 정부와 지자체가 시행하는 예술가 지원 제도의 다수는 작가들이 상업적인 활동과 거리를 두더라도 창작의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둔다. '화폐'로 치환해야 할 수단으로서의 미술과 '사회적 의사표시'로서의 미술을 구분한다. 작가 경력에 있어 무게감이 약한 또 하나는 공모전이다. 등용문 역할을 맡고 있지만 가치 있게 쳐주지 않는다. 솔직히 어떤 공모전에서 어떤 상을 받든 대단하게 보는 전문가는 별로 없다. 일부일지라도 심각한 비리의 역사를 갖고 있어 인식이 좋지 않은데다 생활 예술인들의 무대로 보는 게 현실이다. 협·단체들의 돈벌이 수단이라는 시각도 공모전 경력에 후한 점수를 주지 않는 이유다. 물론 공모전은 전시 기회가 적은 신진 작가들에겐 그나마 작품을 발표할 수 있는 장이 되곤 한다. 누군가에겐 꼭 필요한 기회인 셈이다. 그렇더라도 최선의 선택인지는 의문이다. 대안 공간이나 신생 공간에서의 전시, 뜻을 같이하는 작가들끼리 뭉쳐 치르는 임시 공간에서의 실험적인 전시 경력보다 결코 낫지 않다. 작가 경력에 있어 유의해야 할 예는 또 있다. 바로 삼류 상업 갤러리와 어울리면 3류 작가가 된다는 것이다. 그만큼 어떤 화랑과 비즈니스 관계를 맺고 있느냐는 경력에 매우 중요하다. 이 밖에도 별 볼 일 없는 10번의 전시보다 공신력 있는 공간에서 여는 한 번의 개인전이 경력에 훨씬 유리하며, 기획전일지라도 수준 낮은 작업의 작가들이 즐비하다면 가급적 참여하지 않는 게 좋다. 궁극적으론 경력에 반영된다. 아트페어 홍수다. 이런저런 전시들이 숱하게 개최된다. 하지만 대개는 의미를 갖지 못하고, 참여가 곧 가치 있는 경력으로 치환되는 것도 아니다. 창작 활동의 연속성과 예술가로서의 성취를 원한다면 작품성만큼 무언가를 제대로 분별하는 시각 또한 중요하다.■ 홍경한(미술평론가)

2024-06-12 10:50:05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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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수 교수의 라이프롱 디자인 24] 쉿! 우리 도시는 공부 중

"노년이 되면 노인복지관 옆에 살아야 겠어." 오래간만에 만난 옛 친구가 불쑥 던진 말이다. 구순을 넘긴 친구의 아버지가 혼자 살아가면서도 건강한 노화(healty aging)를 지키고 있다며 한 말이다. 그 비밀은 뭘까? 친구는 아버지가 살고 있는 전남 여수시가 노인복지관을 확장한 것에서 그 비결을 찾았다. 독거노인들이 매일같이 새로운 걸 배우고, 사람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게 아버지의 건강 비결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도시에 사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자리가 풍부하고 산업이 집중되어 있어 더 높은 임금과 다양한 직업 선택지가 도시를 매력적인 곳으로 만든다. 대중교통, 의료서비스, 쇼핑시설은 불편없이 일상생활을 누릴 수는 도시의 인프라다. 박물관, 극장, 콘서트홀을 통한 다양한 문화활동이 도시의 품격을 높인다. 이렇게 도시에 사는 이유를 뒷받침하고, 궁극적으로 도시에서 삶의 질을 결정하는 게 교육 인프라와 학습 기회의 접근성이다. 우리나라엔 226개에 이르는 기초자치단체가 시·군·구 형태의 도시를 구성하고 있다. 대부분 지방의회에서 학습도시를 선언하고, 지방정부는 시민들의 교육과 학습으로 도시 경쟁력을 높이려고 한다. 교육부가 지정하여 공식적으로 집계되는, 평생학습도시의 숫자만 198개(2024년 기준)에 이르니 전국의 87.6%가 평생학습도시다. 평생학습도시는 '개인의 자아실현, 사회적 통합증진, 경제적 경쟁력을 제고하여 궁극적으로 개인의 삶의 질 제고와 도시 전체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언제, 어디서, 누구나 원하는 학습을 즐길 수 있는 학습공동체 건설을 도모하는 총체적 도시 재구조화(restructuring) 운동'으로 정의된다. 서울 은평구는 도시의 '숨은고수'를 발굴한 지 20년이 넘었다. 다양한 재능과 지혜를 가진 시민들(숨은고수)이 형식, 내용,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가르치고 누구나 배울 수 있는 열린 배움터(숨은고수교실)를 운영하고 있다. 서대문구에 가면 '세로골목'이 한창 열공 중이다. 아파트단지의 엘리베이터(세로골목)를 매개로 5명 이상의 시민들이 모이면 시니어를 위한 한글교실부터 힐링플라워 클래스까지 수많인 교실이 만들어진다. 평생학습도시는 '동시에 지역사회의 모든 교육자원을 기관간 연계, 지역사회간 연계, 국가간 연계시킴으로써 네트워킹 학습공동체를 형성하려는 지역 시민에 의한, 지역시민을 위한, 시민의 지역사회교육운동'이기도 하다. 경기도 남양주시는 방방곡곡 공용공간들을 '학습등대'로 재구조화했다. 지역 내에만 120개의 학습등대가 있어 1분 내에 등교가 가능하다. 수원시의 누구나 가르치고 누구나 배우는 '누구나학교'는 지하철역으로 연결된다. 대전 대덕구는 주민이 원하는 학습을 신청하면, 강사가 대덕구 어디든 찾아가는 무료 학습배달 서비스를 한다. 학습이 자장면처럼 배달된다고 도시의 특허를 냈다. 지금 우리가 사는 도시는 '쉿! 공부 중'이다. /임경수 건국대학교 글로컬캠퍼스 교수/성인학습지원센터장

2024-06-10 14:09:41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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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팽의 일본 이야기] 지하철

아주 오래전 기억이다. 부산 집 근처로 지하철이 개통된다고 하는데 요금이 구간별로 다르다고 했다. 직접 표를 끊기까지는 이것이 무슨 말인지 도통 이해를 할 수 없었다. 1구간에 얼마, 2구간에 얼마라고 하는데 구간과 정거장의 개념조차 없었으니, 택시와 같이 거리가 멀어질수록 금액이 올라가는 시스템으로 한 정거장 지나칠 때마다 요금이 올라가는 시스템이라고 마음대로 생각해 버렸다. 그런데 막상 지하철을 타러 가 보니 그게 아니었다. 집 근처 역에서부터 약 10개의 정거장까지가 1구간이었고 그다음 역부터 종점까지가 2구간이었다. 그리 비싸지 않은 요금에 빠르고 특히, 약속 시간에 맞추어 이동할 수 있게 해주는 지하철은 정말로 편리한 이동 수단이었다. 필자가 일본에 가기 전에 일본의 지하철은 한국보다 열 배는 복잡하다는 소리를 들었었다. 여러 의미로 그 말은 맞았다. 한국의 지하철 회사는 도시철도공사 한 곳인데 동경에는 여러 개의 지하철 회사가 있었고 각각 다른 노선을 운영하고 있으며, 상호 환승도 불편하게 되어있었다. 그리고 한국에는 없는 요금 시스템도 있었다. 필자가 일본 생활을 하면서도 가장 많이 이용한 교통수단은 단연 지하철이었다. 특히 동경은 지하철노선이 매우 촘촘하게 짜여 있어 대다수 사람들이 주요 이동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시내버스나 택시는 지하철역까지 이동하기 위해 이용하는 보조 수단이며, 매일 출·퇴근 하거나 통학하는 사람들은 지하철역마다 있는 자전거 정거장까지 자전거를 타고 와서 지하철을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한 이렇게 수많은 사람이 매일 지하철을 이용하다 보니 일본 지하철 회사들은 통근과 통학을 위한 정기권을 판매하고 있다. 정기권의 기간은 1개월, 3개월, 6개월 단위로 기간이 길어질수록 할인율도 높아진다. 정기권은 출발역과 도착역을 지정해서 구매하는데 지정된 기간에 그 구간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으므로 매우 유용하게 사용된다. 한 푼이라도 절약하고자 하는 유학생에게 이 정기권은 매우 감사한 존재이다. 우선 집 근처 역에서부터 학교 근처 역까지 통학정기권을 끊으면 당연히 매일 티켓을 구매하는 가격보다 훨씬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그리고 학교와 집 사이에서 아르바이트를 구하면 교통비를 따로 들이지 않고 일을 하러 갈 수 있으므로 교통비를 아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구간을 벗어나 더 먼 곳으로 가는 경우에는 정기권의 마지막 역에서부터 출발하는 요금으로 사후 정산을 하게 되어 역시 교통비 절약에 큰 도움을 준다. 일본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하면 회사 복지가 한국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데, 그중에 하나로 교통비 지급을 꼽을 수 있다. 한국 회사도 교통비를 지급하는 곳이 많아 교통비 지급 자체가 특별한 것은 아닌데 교통비를 지급하는 기준에 차이가 있다. 한국 회사는 집에서 회사까지 거리가 얼마인지 상관없이 교통비를 회사 형편에 맞게 정액제로 지급하는 경향이 있다. 즉 모든 직원이 같은 금액으로 교통비를 받는 것이다. 그런데 일본 회사들은 교통비를 개인별로 차등 지급한다. 직원이 지하철 정기권을 구입한 영수증을 회사에 제출하면 그 금액을 기준으로 해서 개인별로 다른 금액을 실비로 지급하는 것이다. 따라서 회사와 가까운 곳에 사는 직원은 적은 교통비를 받고 회사에서 먼 곳에 사는 직원은 더 많은 교통비를 받게 된다. 심지어 신칸센을 타고 타지방에서 매일 출퇴근 하는 직원도 정기권 금액으로 교통비를 수령하고 있어 회사와 직원 둘 다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

2024-06-10 11:11:30 한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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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입에는 써도 몸에는 좋은 '여주'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쓰다는 말이 있다. 몸에 좋지 않다면 굳이 쓴맛이 나는 것을 먹을 이유가 있을까 싶다. 그 말을 입증이라도 하듯이 쓴맛이 강한 여주는 건강 식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당뇨에 좋은 식품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원래는 열대지방에서 재배되는 여주가 지금은 한국에서도 많이 재배되고 있다. 초록색의 오이처럼 길쭉하게 생겼는데 도깨비 방망이처럼 겉이 울퉁불퉁하다. 맛이 써서 쓴 오이로 불리는 여주는 오이와 마찬가지로 찬 성질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우리 몸의 열독을 빼주는 효과가 있다. 여름철 더위를 많이 느끼는 사람들에게 좋고, 정신적 스트레스가 많아서 가슴 답답함이나 두통을 자주 겪는 사람들에게도 좋은 약이 된다. 여주가 건강식품으로 가장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천연 인슐린으로 불리는 성분이 풍부하게 들어 있기 때문이다. 펩타이드의 일종인 이 성분은 우리 몸속에서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과 비슷한 작용을 한다. 게다가 여주에는 인슐린 분비를 돕는 카란틴 성분 또한 들어 있기 때문에 당뇨 환자들에게는 최고의 식품인 셈이다. 당뇨 관련 여러 연구에서 여주는 혈당 수치를 개선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는데, 천연 인슐린 성분을 가진 식품이기 때문에 당뇨 환자들이 부작용 없이 섭취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그뿐만 아니라 여주에는 비타민 C, 칼륨 같은 성분들도 풍부하게 들어 있다. 수분 함량도 높은 편이기 때문에 여름철 운동 후 갈증을 해소하고 에너지를 회복하게 해주며 근육의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 다만 쓴맛이 강한 식품이기 때문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보통은 말린 여주를 뜨거운 물에 우려서 차로 마신다. 요즘에는 볶음이나 무침 요리 등에도 여주를 활용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요리로 사용할 경우 여주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소금물에 10~20분 정도 담가두면 쓴맛을 줄일 수 있다. 단, 너무 오래 둘 경우 좋은 영양 성분들도 빠져나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2024-06-10 05:09:02 최규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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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오 변호사의 콘텐츠(Content) 법률 산책] 콘텐츠 업계 실무자가 놓치면 안 되는 '저작인접권'

창작자의 권리인 '저작권(저작재산권, 저작인격권)'의 존재와 그 내용에 대해서는 비교적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저작권과 유사한 권리인 '저작인접권(neighboring rights)'의 경우에는 여전히 그 존재조차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저작인접권'은 실연자(저작물을 연기ㆍ무용ㆍ연주ㆍ가창ㆍ구연ㆍ낭독 등으로 표현하는 사람), 음반제작자, 방송사업자에게 저작권법에 따라 인정되는 저작권과 인접한 권리이다. 어떤 가요를 예로 들면, 작사·작곡가는 저작자에 해당하고 그 가요를 직접 부른 가수는 실연자, 해당 앨범을 제작한 사람은 음반제작자, 가요를 실연하는 장면을 방송한 방송사는 방송사업자에 해당한다. 이들은 직접적인 창작자(=저작자)는 아니지만 저작물(위 예시에서 '가요')을 해석하거나 이를 일반 대중에게 전달함으로써 저작물의 활용과 관련해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저작권법은 위 실연자 등에게 일정한 범위 내에서 저작자와 유사한 권리를 부여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다. 대표적인 저작인접권자인 '실연자'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실연자는 인격권으로서 저작인접물에 대한 '성명표시권'과 '동일성유지권'을 갖는다(저작권법 제66조, 제67조). 그러므로 어떤 가요를 특정 가수가 부른 녹음본이 있다고 가정했을 때 그 녹음본에 관해 가창자를 다른 가수로 표시하는 것은 성명표시권 침해가 되고, 편집 등으로 그 동일성을 훼손하는 것은 동일성유지권 침해가 된다. 또한 실연자는 재산권으로서 '복제권', '배포권', '대여권', '공연권(방송되는 실연 제외)', '방송권', '전송권'을 갖는다(저작권법 제69조 내지 제74조). 실연이 녹음된 상업용 음반을 사용해 방송하는 방송사업자, 실연이 녹음된 음반을 사용해 송신하는 디지털음성송신사업자, 실연이 녹음된 상업용 음반을 사용해 공연하는 자에 대한 '보상청구권'도 갖는다(저작권법 제75조, 제76조). 다만, 실연자에게는 저작권자에게 인정되는 것과 같은 '2차적저작물작성권' 등은 인정되지 않는다. 음반제작자의 경우 따로 인격권을 갖지는 않으나 재산권으로서 '복제권', '배포권', '대여권', '전송권' 그리고 상업용 음반을 사용해 방송하는 방송사업자, 음반을 사용해 송신하는 디지털음성송신사업자, 상업용 음반을 사용해 공연하는 자에 대한 '보상청구권'을 갖는다(저작권법 제78조 내지 제83조의2). 방송사업자의 경우에도 인격권은 인정되지 않고, 방송사업자는 재산권으로서 '복제권', '동시중계방송권', '공연권'만을 갖는다(저작권법 제84조 내지 제85조의2). 이처럼 저작인접권의 경우에는 그 주체가 누구인지에 따라 권리의 내용과 범위가 달라지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콘텐츠 업계의 종사자로서는 먼저 저작인접권이 존재한다는 점과 이러한 저작인접권은 실연자, 음반제작자, 방송사업자에게 인정된다는 점을 명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필요에 따라 법적 자문 등을 받아 업무를 처리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다.

2024-06-09 11:49:24 신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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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주황빛 비타민 풍부한 '살구'

하루가 다르게 숲과 들판은 무성해지지만 날이 더워지면 피로는 늘어나고 입맛도 달아나기 쉽다. 이럴 때는 입맛을 돋우고 좋은 영양소가 가득한 과일로 활력을 찾는 것도 건강관리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여름에는 특히 다양한 과일이 시장에 나오는데 작지만 맛도 좋고 몸에도 좋은 '살구'를 빼놓을 수 없다. 향긋하면서도 맛은 새콤달콤한 살구의 또 하나의 매력은 색깔이다. 잘 익은 살구는 진한 노랑, 주황빛을 띠는데 보는 것만으로도 군침을 돌게 한다. 다른 과일들처럼 비타민이 풍부한 살구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성분은 베타카로틴이다. 당근이나 호박, 고구마와 같은 황색 채소에는 항산화, 항암, 항염증 성분이자 비타민 A의 전구체인 베타카로틴이 무척 풍부한데 비슷한 색을 가진 살구도 마찬가지다. 살구의 베타카로틴 함량은 과일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자랑한다. 비슷한 색을 가진 황도에 비해 20배 이상 많이 들어 있다. 연구에 따르면 한국인들은 대체로 위에 언급된 채소류를 통해 비타민 A 성분을 섭취하는데 문제는 우리 아이들이 채소를 기피하는 데 있다. 비타민 A가 인간의 성장과 발달을 돕고 면역력 증진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제철을 맞은 살구는, 특히 채소를 기피하는 아이들에게 최고의 영양 간식이 될 수 있다. 살구를 대표하는 또 하나의 항산화 성분은 에피카테킨이다. 녹차를 건강식품으로 만드는 '카테킨'이 이름에 들어 있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주로 녹차나 홍차에 함유된 플라보노이드 에피카테킨이 살구에도 풍부하다. 근래에는 항산화 효능과 더불어, 혈관 질환 예방 등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과육이 이렇게 몸에 좋다면 씨앗은 어떨까? 살구씨는 행인(杏仁)이라 하여 약재로 쓰여 왔지만 독성이 있어 함부로 먹어서는 안 된다. 독성을 없애고 약성을 높이는 과정을 거쳐야만 비로소 약으로 쓸 수 있다. 근래 항암 효능이 있다는 소문으로 살구씨가 불법으로 유통되기도 했는데 오히려 중독으로 건강을 해칠 우려가 크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2024-06-03 13:59:34 최규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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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윤열의 푸드톡톡(Food Talk Talk)] 커피 이야기

커피는 전 세계에서 매일 20억잔 이상 소비되고 있다. 소비자 조사기관인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한국은 2023년 국내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이 405잔으로 전 세계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 152잔 대비 두 배 이상이나 많이 소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커피는 커피나무과 식물에 속하는 관목의 열매 안에 든 콩(생두)을 볶아서(로스팅) 분쇄하여 끓는 물에 우려(추출)낸 것이다. 일단 나무에 달린 열매가 익으면, 호두처럼 열매를 따서 그 안에 들어 있는 콩만 남기고 과육을 제거한다. 때로는 과육을 제거하기 전에 햇빛에 건조해 발효하기도 한다. 커피의 생두를 볶은후 곱게 갈아서(분쇄)물에 우려 마시는 방법은 아랍권에서 시작되었다. 아랍커피는 중동을 비롯한 터키와 그리스 지역에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곱게 빻은 커피콩을 뚜껑이 없거나 뚜껑을 열어놓은 포트에서 거품이 날 때까지 끓인 다음 식혔다가 다시 거품이 날 때까지 끓이기를 2~3회 반복한 후 마지막으로 작은 컵에 부어 마신 것이 시초였다. 커피가 유럽에 전파된 것은 1600년 무렵으로, 그 당시의 커피는 분쇄와 추출장비(기술)가 현재와 달라 침전물이 많았다. 대개, 커피나무가 자라는 열대지역에서는 사탕수수도 재배한다. 필자가 아프리카에서 경험한 바에 따르면 커피를 주문하면 수동으로 갈아 볶은 커피입자를 현지에서 사탕수수로 생산한 설탕과 함께 숯과 향초에 불을 붙여 쟁반에 담아 서빙하곤 한다. 1700년경 프랑스에서 볶은 커피 입자를 천으로 만든 봉지에 넣고 물에 담구는 방법을 채택하여 커피입자와 물을 분리함으로서 커피 알갱이가 씹히는 문제점을 개선하였다. 이 후 1750년경에 드립포트(drip pot)가 개발되었다. 볶은 커피입자를 넣고 위에서 뜨거운 물을 부어 볶은 커피입자를 통과한 드립액이 별도의 공간에 고이도록 하였다. 이 방법은 물의 온도를 끓는점 이하로 유지하고, 물과 커피의 접촉 시간을 최대한 짧게 하여 침전물이 생기지 않도록 함으로서 커피를 마시는 동안에 커피 맛이 더 쓰지 않게 되었다. 물의 온도와 접촉시간의 제한은 의도적인 불완전 추출을 의미하는데, 그로 인해 쓴맛과 떫은맛이 감소되어 새콤한 맛과 커피의 깊은 아로마 향(풍미)이 조화를 이루게 하였다. 19세기에 이르러서야 에스프레소 침출법이 고안되었다. 에스프레소 추출법은 끓는 물이 중앙에 설치된 관을 타고 올라와 바닥에 깔아놓은 볶은 커피 입자에 도달하토록 하는 방법이다. 플런저 포트법은 볶은커피 입자를 물에 담가 두었다가 플런저를 이용해 커피를 바닥까지 눌러서 물을 압출하는 방법이다. 이탈리아의 에스프레소(espresso)는 1855년 파리 박람회에 등장했다. 에스프레소는 곱게 빻은 원두에 고온, 고압으로 소량의 물을 투과시켜 추출해 데미타스컵에 담은 커피를 말한다. 이와 반대로 물을 투과시키는 게 아니라 깔때기에 걸러서 추출하면 드립커피가 된다. 커피를 빠르게 추출하는 방법은 높은 압력을 이용해 강제로 물을 커피 입자에 통과시키는 방법이다. 압력을 높이게 되면 커피콩에 함유되어 있던 지방입자의 용출이 용이해져서 부드럽고 풍미가 상승한다. 찬물로 내린(추출) 커피를 콜드브루(cold brew)라고 하는데 물의 온도가 낮으면 커피가 빠르게 우러나지 않기 때문에 한방울씩 떨어 뜨리는 점적식은 8시간 이상, 침출식은 12~24시간 이상의 긴 추출 시간이 걸리지만 한번 만들어 놓으면 드립이나 에스프레소 방식에 비해 보관 기간이 길고 시음이 용이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숙성되어 풍미가 좋아지는 장점이 있다. 전문 커피공장에서 대량으로 생산할 경우에는 전혀 열을 가하지 않는 대신 압력을 높여 비가열 초고압방식으로 생산하기도 한다. 커피콩은 190~220℃의 온도에서 약 90초~15분 동안 볶는다. 콩의 온도가 물의 끓는점 가까이 도달하면 세포 안에 들어 있던 소량의 수분이 수증기로 변하면서 콩의 부피가 1.5배정도 팽창한다. 온도가 상승하면서 단백질, 당, 석탄산 물질, 그 밖의 성분이 분자크기의 조각으로 파괴되면서 메일라드 반응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색상인 갈색으로 변하고 아로마가 생성된다. 160℃에 도달하면 세포구조가 파괴되면서 수증기와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데 200℃에서 급격히 증가한다. 로스팅을 계속하면 손상된 세포에서 커피콩 표면으로 커피의 유지(지방)성분이 용출되면서 표면이 반들거리는 것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커피는 끓이는 과정에서 홍차보다 더 많은 카페인이 추출된다. 일반적인 커피 한 잔에는 홍차에 들어 있는 20~50㎎보다 많은 50~100㎎의 카페인이 들어 있다. 커피 분말에서 추출되는 카페인의 양은 끓이는 방법에 따라 달라진다. 카페인이 2배 많은 로부스타 커피보다 아라비카 커피가 더 섬세하고 달콤한 풍미를 갖고 있지만 생육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가격은 더 비싸게 유통되고 있다. 커피는 오래 추출할수록 더 많은 카페인이 배출된다. 에스프레소 방식은 뜨거운 물을 고압으로 원두 가루에 통과시켜, 카페인을 많이 배출하지 않으면서 깊은 풍미의 휘발성 유지성분을 포집한다. 카페인은 세계에서 가장 널리 소비되는 정신활성물질이다. 카페인 효과는 적당한 양(50~300㎎, 1일 권장 제한량은 400㎎)을 섭취했을 각성효과와 집중력을 높이는 효과로 나타난다.다량을 섭취하면 불안증과 불면증 같은 부작용을 나타낼 수 있으니 개인의 상황에 따라서 섭취량 조절을 권장한다. /연윤열 (재)전남바이오진흥원 식품산업연구센터장

2024-06-03 13:57:42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