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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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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철의 쉬운 경제] 무서운 인플레이션 망령

며칠 전 저명한 노철학자가 옛날 일본 유학을 가서 "일본인들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고 우리 민족은 너무 나태하다는 죄책감을 느꼈다"고 술회한 글을 봤다. "우리는 놀고먹는 팔자가 상팔자라며 노랫가락에도 아니 놀지는 못하리라고 노래했다"며 "일본은 열심히 일하는 국민이기에 우리민족을 지배하고 살았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고 해서 흠칫했다. 돌이켜보면 그 때는 아무리 일을 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어 일을 할 수 없었던 시대였다. 일본유학까지 한 부유층이라도, 그 질곡의 시대에 입에 풀칠도 못한 양민들이 겨울날 햇볕을 쬐며 조는 모습을 못 보았다는 말인가? 일본이 패망하면서 '조선총독부'는 미리 찍어두었던 조선은행권을 기존 발행액보다 2배가량 더 풀어 조선경제를 막창 혼란에 빠트리면서 현해탄을 건너갔다. 통화량이 배로 늘어나자 가뜩이나 피폐했던 조선경제는 더욱 아수라장이 되고 서민들은 살려고 몸부림쳐도 입에 풀칠하기가 어려웠다. 대원군이 왕실 위엄을 세우겠다며 경복궁을 중건하면서 비용이 턱없이 모자라자 얕은꾀를 내어 당오전, 당백전을 만들어 뿌리자 물가폭등으로 민생이 순식간에 초토화되었던 악몽과 마찬가지였다. 엽전이 갑자기 5배, 100배로 늘어나니 땡전 한 푼 없는 민생은 절망에 빠졌다. "아니 놀지는 못하리라"라는 노래 말은 어찌하지 못하고 가만히 앉아 놀 수밖에 없다는 한탄 아닐까? 자유당 정부의 경제시책은 해외원조를 기다리며 화폐를 찍어내는 것뿐이라는 푸념이 나돌 정도였다. 통화량증가 속도가 빠른데다 생산물은 적다보니 화폐가치가 낙엽처럼 떨어졌다. 김광균 시인은 돈 가치가 나부끼는 바람처럼 떨어지는 모습을 안타깝게 여겨 "낙엽은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라고 묘사했다. 부정부패까지 만연하니 민심이 흩어져 4.19 혁명이 일어났다. 유신정권의 몰락도 경기부양을 위해 끝없이 돈을 푼 데다 석유파동까지 겹쳐 물가가 다락처럼 올라 민심이 흉흉해지며 권력의 중심부에서 균열이 벌어졌다. 경제성장률은 1979년 8.7%, 이듬해는 △1.6%이며 물가상승률은 1979년 18.5%, 이듬해는 물려 28.7%까지 올라갔다. 인플레이션이 극성을 부린 다음에는 성장잠재력이 급격히 하강한다는 겁나는 이야기다. 생산성향상이 정체된 사회에서, 돈이 도는 속도가 빨라지거나 유동성이 팽창되면 그만큼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만큼 물가가 올라 시민들의 삶을 절망으로 이끈다. 정부의 비생산적 지출이 늘어날수록 재정적자가 커지면서 시중 유동성이 늘어나고, 인플레이션이 잠복한다. 그로 말미암아 빈부격차는 더욱 심화되어가면서 사회갈등도 깊어지며 살기 피곤해진다. 역사의 경험을 볼 때, 전체주의, 포퓰리즘 국가의 패망 원인은 거의 다 통화증발로 말미암은 하이퍼인플레이션이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경제위기, COVID19로 풀린 유동성 팽창으로 말미암아 인플레이션 망령은 그리 멀리 않은 곳에서 노려보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언제나 어디서나 화폐적 현상"이라고 말한 프리드먼(M. Friedman)은 노벨상 수상 소감에서 "나쁜 사람들이 고의로 저지른 범죄보다 잘못된 논리에 빠진 이들이 본의 아니게 저지르는 범죄가 더 무섭다"고 했다. 설익은 논리로 나랏돈을 함부로 써대며 재정적자와 인플레이션을 우습게 여기는 권력 주변 인사들은 자신들의 엉터리 잣대와 논리가 서민들을 골병들게 한다는 사실을 외면하려든다. 이런저런 엉터리 이유를 대며 나랏돈을 제 마음대로 써대는 기생충들이 바로 사회의 공적(public enemy)임을 절대 부인하지 못한다.

2023-04-03 13:50:02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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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지윤 변호사의 알기 쉬운 재건축 법률] 무효인 공사도급계약에서 소비대차약정의 효력

도시정비사업조합 추진위원회는 시공자 선정결의나 공사도급계약 체결을 할 수 없고, 추진위가 체결한 공사도급계약은 무효이다. 도시정비법(이하 도정법) 제29조 제4항이 '조합설립 이후에야 시공자선정을 할 수 있다' 라고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추진위가 건설사와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함께 체결한 소비대차약정도 무효라고 봐야 할까? 조합과 건설사가 공사도급계약과 함께 체결한 소비대차약정에 대해 연대보증을 한 조합원들에게 건설사가 대여금청구를 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에서 연대보증인들은 추진위 단계에서 체결된 공사도급계약은 무효이므로, 함께 체결된 소비대차약정도 무효라고 주장했다. 민법 제137조 전문은 '법률행위의 일부분이 무효인 때에는 그 전부를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이 사건과 같이 여러 개의 계약이 체결됐지만 계약 전부가 하나의 계약인 것과 같은 관계에 있는 경우에도 적용된다는 것이다(대법원 2006. 7. 28. 선고 2004다54633 판결, 대법원 2022. 3. 17. 선고 2020다288375 판결). 이에 대해 서울고등법원은 '소비대차약정이 무효'라며 연대보증인들의 손을 들어줬다(서울고등법원 2019. 4. 9. 선고 2017나2016790 판결). 일부무효의 법리에 따라 공사도급계약이 무효인 이상, 소비대차약정도 무효라고 봤다. 공사도급계약 내에 소비대차약정이 포함돼 있었고, 추진위가 공사도급계약과 별개로 소비대차약정을 체결할 의사를 가지고 있었다고 보이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소비대차약정이 무효라고 해서 추진위가 이미 지급받아 사용한 차용금의 반환을 거부할 수 있을까? 그렇지는 않다. 소비대차약정이 무효라 하더라도 돈을 지급받아 사용한 추진위는 건설사에게 부당이득반환의무에 따라 차용금을 반환해야 한다(민법 제741조). 서울고등법원도 위와 같이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했다. '소비대차약정을 유효'라고 판단한 것이다. 민법 제137조 후문은 '무효부분이 없더라도 법률행위를 했을 것이라고 인정될 때에는 나머지 부분은 무효가 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일부가 무효인 경우에도 당사자들의 의사가 그와 관계없이 나머지 법률행위를 했을 의사라고 해석된다면, 그 나머지까지 무효로 되지는 않는다. 여기서 당사자의 의사란 '일부가 무효임을 그 당시에 알았다면 의욕 했을 가정적 의사'를 말한다(대법원 2013. 4. 26. 선고 2011다9068 판결). 그러한 의사가 있었음을 증명할 책임은 나머지 부분의 유효를 주장하는 쪽에 있다. 대법원은 이러한 법리를 바탕으로 '추진위와 건설사는 공사도급계약이 무효가 된다고 하더라도, 그와 관계없이 소비대차약정을 체결해 대여관계를 유지할 의사였다고 해석된다'고 봤다. 대법원은 그 근거로 건설사와 추진위는 당시 공사도급계약이 무효로 될 가능성을 알면서도, 공사도급계약과 소비대차약정을 체결했다는 점을 들었다. 그 당시 도정법에 따르면 추진위의 시공자 선정의 유효여부가 불분명했고, 추진위는 공사도급계약 체결 전 관할청으로부터 '추진위에서의 시공자 선정은 효력이 없다'는 안내를 받기도 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또 다른 근거로 당사자들이 장차 조합이 설립되면 추인 결의를 통해 공사도급계약이 유효로 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공사도급계약이 무효가 되는 것과 관계없이 소비대차약정을 체결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도 들었다. 이처럼 추진위 단계에서 공사도급계약과 함께 체결된 소비대차약정의 효력은 그 당시 '도급계약이 무효임을 알았더라도 소비대차약정을 체결했을 것이었는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 결국 이는 구체적 사정별로 달리 판단될 수밖에 없다.

2023-04-02 11:50:04 신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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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상근의 관망과 훈수] '脫중국', 불구경거리일까

[차상근의 관망과 훈수] '脫중국', 불구경거리일까 미국의 전설적인 투자자 마크 모비우스가 중국 한 은행에 예치해둔 자금을 제때 회수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관심을 끌고 있다. 모비우스캐피털 파트너스의 창업자인 모비우스는 이달초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상하이 HSBC은행 계좌에서 내 돈을 홍콩으로 인출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국외로의 자금 유출을 통제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들(HSBC은행)은 왜 조치(자금인출 통제)를 취하는 지 설명하지 않은 채 '20년간 당신이 이 돈을 어떻게 벌었는 지 기록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며 "이건 정말 미친 짓"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이와 함께 중국 투자에 매우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미국 월가의 대표적 친중파로 통하는 모비우스가 "중국정부가 자금의 국외유출을 통제하고 있다"며 중국 정부를 맹비난한 것은 충분히 세계적 이목을 끌만 한 사안이다. 중국에서는 거액의 외환 거래를 하거나 현지 수익금을 역외반출하려면 위안화 수입 증빙을 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수년간의 모든 거래 기록을 은행이 요구해 문제가 되는 경우는 그동안 보기 어려웠다. HSBC측은 "당국으로부터 어떤 새로운 지시나 지침을 받은 바 없으며 내부 통제 절차를 준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중국 외환 당국도 외신을 통해 즉각 "특정 업무를 처리하는 은행의 기본 프로세스 및 내부 통제 요건의 문제"라며 "자금의 국경 간 송금에 대한 국가의 정책에는 변화가 없다"고 반박했다. 모비우스가 비록 지난 27일자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중국시장에 대한 나의 관점은 변하지 않았고 여전히 투자기회를 찾고 있다"며 진화에 나섰으나 세상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이다. '이머징마켓 투자의 아버지'로 불리며 특히 중국시장 강세론을 줄곧 외쳐온 모비우스의 이력때문일 것이다. 관전자들이 모르는 모비우스의 아킬레스건을 중국 당국이나 은행이 포착했는 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중국 당국이 강화하고 있는 외환이나 기업에 대한 통제는 외국인투자자나 자국 기업인 등을 불안하게 할 만 하다. 모비우스도 폭스뉴스와의 당시 인터뷰에서 "중국 정부는 중국전역의 회사에서 황금주(회사의 주요 결의 사항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소수지분)를 갖고 있고 이는 그들이 모든 회사들을 통제하려고 시도한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모비우스의 '차이나런(투자금의 중국이탈)'이 어떤 식으로 결론날 지는 알 수 없지만 글로벌 자본의 탈중국 추세와 미국의 중국고립화 전략이 강도를 더해가는 것은 분명해보인다. 미국은 중국에 대한 최혜국대우(MFN)를 박탈하는 절차도 밟고 있다. 하원이 29일(현지시간) 중국에 대한 최혜국대우(MFN)를 철회하는 법안을 여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상원절차만 남았는데 통과될 것이 확실시된다. 앞서 2021년말 EU와 영국 캐나다 등 서방 주요국들은 중국의 최혜국지위를 박탈했는데 이제 미국마저 무역과 관세상의 개도국 혜택을 없애면 중국은 주요국 시장에서 적지 않은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 버블과 지방정부 재정난, 미국의 글로벌공급망 가치사슬(GVC) 배제 등으로 성장엔진이 삐꺽거리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또 하나의 대형악재를 마주하게 된 셈이다. 수익성에 극도로 민감한 글로벌 투자자본의 탈중국과 함께 미국 기업들의 이탈도 가시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주재 미 상공회의소가 조사한 바로는 중국에서 활동중인 기업 4곳중 1곳(24%)이 탈중국을 시작했거나 고민중 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비중은 1년전 조사때 14%보다 10%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기업들의 국경이동이 자본과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복잡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잠재적 수치는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공급망 사슬에서 중국과 복잡하게 얽혀 있는 우리 경제다. 미국이 이미 십여년전부터 탈중국을 준비해 왔듯이 우리 정부와 기업도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할 시점으로 보인다.

2023-03-30 16:35:57 차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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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91>한국이 3위?…와인이 비싼 나라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한다. 주요 생산지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 소비자층이 두터워졌다고 해도 전 세계 기준으로는 인구가 워낙에 적다 보니 물량 공세로 가격을 낮출 힘도 없다. 이것저것 붙는 세금은 많다. 유통 구조는 불합리하다. 우리나라에서 와인이 비싼 이유를 대라면 끝도 없이 읊을 수 있다. 그래도 너무 했다. 와인이 비싼 나라 '톱 3' 안에 든 것은 말이다. 물가가 높기로 유명한 스위스나 핀란드도 다 제쳤단 얘기다. 컴패어마이제트(Compare My Jet)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을 대상으로 와인 한 병을 사는데 얼마가 드는지 조사했다. 통화가 다르니 영국 파운드로 환산해 순위를 매겼다. 와인이 가장 비싼 나라 1, 2위는 아이슬란드와 노르웨이다. 한 병을 사 먹으려면 보통 14~15파운드(한화 약 2만2000~2만4000원)를 써야 한다. 3위는 우리나라다. 와인 한 병에 12.79파운드(약 2만원)는 내야 한다. 미국과 비슷하다. 근데 소득을 감안하니 좀 많이 억울하다. 1인당 국민소득 8만4090달러인 노르웨이 사람이 쓰는 14파운드와 소득 3만4980달러인 우리가 쓰는 13파운드의 체감 비용은 두 배는 역전되고도 남는다. 우리나라에서 와인은 서민의 술이 되긴 힘들겠다. 컴패어마이제트 역시 "케이팝과 삼성의 나라지만 와인 애호가들이 가기엔 와인이 결코 싸지 않은 선택지"라고 평가했다. 호주와 핀란드, 아일랜드는 와인 한 병을 사는데 10파운드 안팎을 썼다. 반대로 와인이 가장 싼 나라로 가보자. 1위는 포르투갈로 3.49파운드(한화 약 5600원)면 와인 한 병을 마실 수 있었다. 싸서 그랬나. 포르투갈은 1000명당 소비량이 45리터로 OECD 국가들 가운에 와인을 가장 많이 마시는 나라 1위다. 우리나라에서 포르투갈 와인은 포트와인 정도만 잘 알려져 있지만 포르투갈은 와인 생산규모로 치면 전 세계 3위인 나라다. 포도밭은 드넓게 펼쳐져 있고, 와인은 더 없이 싸다. 와인 애호가에게 이보다 더 이상적인 여행지가 있을까. 2위 역시 와인 생산국인 헝가리다. 한 병당 가격은 3.91파운드로 포르투갈과 비슷하다. 토카이라는 빼어난 스위트 와인의 위상에 많이 가려져 있지만 헝가리 레드와인도 도전해 볼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3위는 구세계 와인에 대항하는 신세계 와인의 대표주자 칠레다. 한 병당 평균 4.17파운드(약 6700원)다. 다양한 품종의 레드 와인부터 화이트 와인까지 입맛에 맞게 즐길 수 있는 곳인데 가격까지 착하다. 독일, 스페인,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등 유럽 국가들도 한 병에 4~5파운드면 와인을 즐길 수 있었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통틀어 봐도 레드와인 선호가 절대적이었다. 검색 지수로 보면 미국과 영국, 일본 등 대륙을 가리지 않고 레드와인이 가장 높았다. 그 다음은 화이트 와인이 아니라 스파클링 와인이었다. 분위기로나 용도로나 스파클링 와인만의 쓰임새가 있다보니 그렇다. 특히 독일과 핀란드, 오스트리아 같은 곳은 선호도 1위가 스파클링 와인이었다.

2023-03-30 14:20:56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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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준의 부동산수첩] 인구 소멸 시대의 부동산 격차

얼마 전 강원도와 태백시는 정기 재정사업 평가위원회에서 '태백 교정시설 신축사업'의 예비 타당성 조사를 면제하기로 하였다고 발표했다. 다시 말하면 그동안 해당 교도소 신축이 시급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상황에서 태백시는 기재부를 설득하고 사업계획을 보완하여 비로소 신속한 사업진행의 길을 열었다는 뜻이다. 그러려니 싶다가도 대한민국의 현실이 뼈저리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지자체가 '교정시설 유치위원회'까지 설립하고 지역사회 1만여명의 서명을 모은 끝에 집값, 교육환경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알려진 대표적인 기피시설인 교도소를 유치해서라도 지역경제의 부양을 도모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과거 탄광사업의 활황기가 저물어간 태백시는 어느새 인구가 전성기의 3분의 1수준으로 줄어들어 소멸을 앞둔 대표적인 도시가 되었다. 기존 교정시설로 유명한 경북 청송군도 마찬가지다. 특히 청송군은 남자 수형자보다 면회인이 더 많은 여자 교도소를 유치하기 위해 소속 공무원들과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피시설인 교정시설 내의 체육관, 편의시설조차도 지역주민과 공유하자는 입장이다. 교도소 건립의 경제효과에 대해 갑론을박이 있다. 물론 교도소는 호텔이 아니다. 수형자들이 직접 이용하는 시설은 형벌의 일부로써 당연히 스스로 해결하기 마련이다. 즉 일부 교정공무원들이 해당 지역에 이주해 오는 효과 이외에 지역주민 채용은 많아야 수십 명이다. 하지만 소멸위기의 도시들은 이 정도의 경제효과도 아쉬운 상황이다. 무엇보다 그 도시에 기반을 두고 있는 거주민들의 자산가치를 최소한이나마 유지 시켜줄 유일한 방법이다. 서울 압구정동의 아파트 소유자들 사이에서 압구정로 남쪽, 즉 신사동 이남 지역은 강남으로 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아직도 논밭이 뒤섞여 있는 자곡동, 세곡동, 그리고 개발제한구역에 묶여있는 곳까지 같은 행정구역으로 포함된 전체 강남구 중에서 압구정동의 면적은 약 10%도 되지 않는다. 그 지역을 선점한 사람들의 생각은 완고하다. 압구정에서는 어느 한강 다리를 건너는지에 따라 용산구, 명동을 갈 수도 있고, 성수동을 갈 수도 있다. 모든 강남 상권은 압구정을 중심으로 펼쳐져서 도산대로, 테헤란로, 남부순환로를 건너가면서 차례로 사그라든다. 어차피 대치동의 강사들은 학원이 끝나면 압구정으로 이동하고, 그래서 압구정 주민들은 재건축이 늦어지건 집값이 떨어지건 조금도 개의치 않는 것이다. 부동산 부자들은 과거를 자주 회상하지 않는다. 부동산을 대하는 학문적 자세로서는 맞지 않을 수 있으나, 그들은 바뀌는 정책에도 크게 휘둘리지 않고 인근 기반시설확충 등의 호재도 가볍게 넘긴다. 오직 지리적 위치에 집중할 뿐이다. 인구 감소가 아니라 아예 인구가 반토막이 나더라도 망하지 않을 지역에 접근하면서 투자의 안전성을 확보한다. 양극화 이야기가 아니다. 강남의 비싼 집 한 채면 시골의 작은 아파트를 수 백채쯤 살 수 있다는 가십성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좁은 국토에서도 거의 서로 영향을 주지 않을 두 지역 중 한 곳은 살아남을 기회를 엿보고, 다른 곳은 돈으로 기회를 사는, 서로 너무나도 다른 투자방식을 비교하는 것이다. 화제를 다시 교도소 이야기로 돌려보자. 교도소 유치는 소멸위기의 소도시 입장에선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는 그 기피시설의 향후 소멸과 대용방안까지 염두에 두어야 할지도 모른다. 인구가 줄면 범죄를 저지를 사람조차 줄어든다. 보안, 행정 기술이 발전하면 더욱 그렇다. 교도소를 계획하고 유치하는데 몇 년이 걸리고, 건설하여 운영을 시작하는데 다시 몇 년, 작게나마 경제효과를 누리게 되는 몇 년이 지나면, 그 뒤는 어떻게 될지 모두가 알고 있다. 인구 감소는 모든 이유를 무색하게 만든다. /이수준 로이에 아시아컨설턴트 대표

2023-03-29 10:09:55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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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헌 칼럼] 창업의 성패는 상권 성장력에 달려있다

창업은 부동산과 밀접한 관계성을 갖는다. 임대와 소유를 통한 영업공간확보가 창업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전체 창업의 73.5%가 점포형 창업이다. 점포는 기본적으로 권리금과 보증금 그리고 임대료로 물건의 품질을 결정한다. 권리금은 영업적 권리와 시설권리, 그리고 바닥원리를 통칭해서 권리금으로 불린다. 창업시 투자되는 금액중 권리금이 가장 아까운 것도 사실이다. 권리금은 그만큼 고객의 소비와 유동성등 경쟁력을 나타내는 금액이기도 하기 때문에 비싸다고 알면서도 임대를 하는 경향이 높다. 최근 경기상황에 소위 서울 10대상권이라고 하는 명동, 강남역, 신촌·홍대, 종로, 영등포, 청량리, 대학로, 잠실·신천, 건대·성수, 이태원 등 상권도 지역에 따라 상당한 변수가 작용하고 있다. 코로나19의 확산과 전파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시간통제적 영업시간 단축, 그로 인한 비대면적 소비형태의 증가로 신규창업은 물론 소상공인들의 매출하락은 자명하게 나타났다. 많은 창업자들이 폐업이나 휴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 권리금이 없는 점포는 물론 몇 달째 임차인을 구하지 못한 채 입주자를 기다리는 상권도 늘어나고 있다. 성공창업의 바로미터는 투자 대비 수익성이다. 점포와 시설비로 투자한 금액과 고정비와 변동비를 제외한 순수익이 얼마 보장되는 입지인가를 먼저 판단해야 한다. 창업자들은 월평균 3.5~4.5%의 수익성을 기대한다. 1억을 투자한다면 월 350만~450만원의 수익을 원하고 기대한다. 하지만 창업의 현실은 암담하다. 작년도 창업자들의 평균 투자비용은 약 7000만원 정도이다. 점포와 시설을 모두 합한 금액이다. 따라서 월 260만~320만원의 수익성을 기대하고 창업을 했다는 사실이다. 매장 운영시 수익성을 좌우하는 요인은 많다 그 중 인건비, 임대료, 원부재료구입비용, 그리고 세금이 그러하다. 그 중 인건비만이 소상공인이 유동적으로 결정하는 요인으로 변동형 고정비로 분류한다. 그 외에는 거의 고정비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올해의 최저인건비가 9620원이고 2022년 대비 5%상승된 금액으로 결정되었다. 결국 인원의 효율적 활용이 수익성의 근간이라는 결론이다. 임대료는 상권과 입지 그리고 소비자들의 유동성과 구매력으로 결정된다. 또한 임대료가 하락하는 현상은 창업시장이 존재하는 한 기대하기는 쉽지않다.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현상이 상권의 확대가 가져온 또 하나의 불협화음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도심에 사람들이 몰리면서 개발이 가속되고 임대료가 오르면서 원주민이 바깥으로 내몰리는 현상을 말한다. 이러한 요인이 부동산 시장에 만연하여 권리금상승이나 재개발에 따른 상권의 변화에서 시작된다. 창업과 상권은 불가분의 관계이다. 상권의 규모와 성장속도 그리고 건전한 업종분포가 상권 전체를 발전시키는 것이다. 창업은 상권의 힘을 먹고 성장한다. 상권은 생물이다. 여러 가지 변수적 환경에 의해 유동성과 집객성 그리고 구매력 또한 변화하고 이동한다는 사실을 창업자들은 명심해야 한다.

2023-03-27 16:01:24 김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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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수의 돌직구] 학원비 나가는 소리… 강건너 불구경 하나

문이과 공통 수능 도입이 3년차에 이르면서 문과 학생들의 이과수학(미적분, 기하) 쏠림이 심화되고 있다. 통합수능 1년차였던 2022학년도 수능에서 이과수학을 선택한 문과생이 5.2%였는데, 2년차인 2023학년도엔 7.1%로 상승했다. 종로학원이 올해 수험생 105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문과학생 중 이과수학 선택을 희망하는 학생 비율이 15.9%로 나타났다. 6월과 9월 모의평가를 거치면서 실제 수능에서 문과생의 이과수학 선택이 소폭 감소하는 걸 감안해도 내년 대학 신입생을 뽑는 올해 수능에서 10명 중 1명꼴로 이과수학을 선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문과생들의 이과수학 침공은 입시에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15 개정교육과정을 적용한 2022학년도 수능부터 문이과를 폐지하고 문이과 통합수능을 치르는데, 수학의 경우 총 30문항 중 22문항은 공통 문항이지만, 나머지 8문항은 확률과통계(문과수능), 미적분 기하(이과수능)를 선택하도록 했다.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를 해소하기 위해 응시집단의 성적 분포에 따라 표준점수를 보정하는데, 이과수능 선택자들의 표준점수가 더 높게 나타났다. 점수 산출방식 상 똑같은 원점수를 받고도 표준점수에서 앞서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문과 상위권 학생들의 이과수학 선택이 늘수록 문과수능을 택한 학생들의 표준점수는 더 낮아지면서 이과수학 선택은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중하위원 문과생의 이과수학 선택이 많아지면, 문과수능 전체 평균점수를 높이며 표준점수가 상승하는 요인이 발생할 수도 있다. 문제는 이처럼 어느 학생들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모든 학생들의 성적이 들쑥 날쑥해지면서 입시의 예측가능성이 낮아진다는데 있다. 예전엔 경쟁률을 보며 입시원서를 넣기 직전 눈치작전을 벌였지만, 이제는 어떤 과목을 공부해야할지도 눈치를 봐가며 선택해야하는 상황이다. 문이과 통합수능을 통해 학생들의 적성과 진로에 따른 과목 선택권을 확대한다는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입시에서 수능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가 심화되면, 자연스레 학원가의 전략에 학생과 학부모들의 눈길이 갈수밖에 없다. 학원 수요가 높아지면 학원비는 오르게 마련이다. 학원가에서는 이미 자녀 나이에 숫자 '0'을 붙이면 학원비라는 말들이 나돌고 있다. 자녀 나이가 14살이면 학원비로만 월 140만원이 나간다는 얘기다. 이는 기본요금 정도다. 특목고를 보내려는 학부모 지갑에선 남편 월급이 통째로 학원비로 빠져 나간다. 특히 학생들이 학원을 다니며 학력이 올라가는 건 좋지만, 학원 수업은 대부분 입시를 겨냥한 선행학습 위주다. 중학교 2학년이 수능 이과수학인 미적분을 배운다. 학생부 교과 성적으로 기록되는 내신을 대비해선 1~2주정도 대비하는 수준이다. 학원에서 공부하고 학교에서 잠을 자며 공교육 무력화가 심화된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 들어 관련한 대책이 나온바가 없다. 강건너 불구경이 따로 없다. 현재 중학교 2학년이 치르게 되는 2028학년도 대입을 경우 이른바 변수 3종 세트가 추가된다. 또 한차례 교육과정이 바뀔 예정으로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목이 바뀌고,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으로 평가 방식 자체가 새로 도입된다. 이에 따른 수능의 전면 개편안은 내년 2월 나올 예정이다. 공교육과 대입 제도의 틀 자체가 바뀌는 시기 사교육 유발을 막는 종합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2023-03-27 15:59:53 한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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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희 변호사의 도산법 바로알기] 회사가 도산하더라도 임금과 퇴직금 돌려받을 수 있다

회사가 재정적으로 어려워져 더 이상 정상적으로 부채를 변제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면, 회사는 도산절차(회생, 파산)를 검토하게 된다. 도산절차의 신청은 이사회의 결의만 있으면 진행 가능하다. 그런데 문제는 해당 회사에서 근무하는 일반 직원들의 경우 회사가 도산절차를 신청한 이후에야 그러한 사실을 알게 된다는 데 있다. 그러나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근로자의 임금·퇴직금 및 재해보상금(이하 '임금 등')은 회생절차에서는 공익채권(채무자회생법 제179조 제1항 제10호)으로, 파산절차에서는 재단채권(같은 법 제473조 제10호)으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회사의 다른 채권자들보다 우선해서 수시로 변제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만일 회사의 재산이 근로자들의 미지급 임금 등을 합친 금액보다 더 적다면 미지급 임금 중 일부를 변제받을 수 없는 상황도 발생하긴 하겠으나 현실적으로 그런 경우는 많지 않다. 무엇보다 회사에 대해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담보권자나 일반 채권자들은 개별적인 강제집행이 금지되지만 임금 등 채권을 가지고 있는 근로자는 도산절차 개시 이후에도 회사를 상대로 강제집행에 착수할 수 있다. 다만 회생절차에서는 강제집행 또는 가압류가 회생에 현저하게 지장을 초래하고 채무자에게 환가하기 쉬운 다른 재산이 있는 경우, 채무자의 재산이 공익채권의 총액을 변제하기에 부족한 것이 명백하게 된 때(채무자회생법 제180조 제7항 제1호, 제2호)에는 법원이 공익채권자의 강제집행 또는 가압류의 중지나 취소를 명할 수 있다. 파산절차에서는 파산절차 자체가 파산자에 대한 포괄적인 강제집행절차라고 보기 때문에 재단채권자라고 하더라도 별도의 강제집행은 허용되지 않는다(대법원 2007. 7. 12.자 2006마1277결정 등 참조). 한편, 회사가 회생절차개시결정 또는 파산선고결정을 받은 때 근로자들은 근로복지공단에 체당금(최종 3개월분의 임금 및 휴업수당, 최종 3년간 퇴직금 등)지급청구를 진행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위 도산절차에 의하지 않고도 미지급 임금 등을 수령할 수 있다. 근로복지공단은 위 체당금 지급 이후 지급된 금액 상당에 대한 채권자로서 도산절차에 참여해 이를 변제받게 된다. 도산절차에 들어간 사업주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퇴직사유가 발생한 때로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등 기타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지 않으면 형사처벌(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대상이 된다(근로기준법 제36조, 제109조). 따라서 사업주로서도 사업의 진행 과정에서 부채가 누적되어 미지급 임금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보인다면 신속히 도산절차를 신청해 미지급 임금 등이 발생한 때로부터 14일이 경과하기 전에 법원으로부터 결정을 받는 것이 적절하다. 근로자들에게 임금 등을 미지급하게 되면 근로자들의 동요가 커지고 퇴사자가 속출한다. 특히 근로기준법상 퇴직 후 14일 이내에 이를 지급하지 아니하면 사업주에게 형사처벌까지 뒤따르는바, 원칙적으로는 임금 등 미지급이 발생할 가능성이 생겼을 때부터 전문가와 도산절차를 검토해 신속하게 진행할 필요성이 있다. 그 과정에서 체당금지급제도를 잘 활용하면 회사와 근로자 모두에게 적절한 대응이 되기도 하므로, 모두에게 최선의 방법을 검토하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2023-03-26 15:47:35 신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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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90>SVB 파산에 와인업계가 '발칵'

"프리미엄 와인 부문은 작년에도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미국의 와인 소비는 전체적으로 2년째 감소세를 기록했다. 앞으로 와인 판매는 업계가 새로운 세대의 소비자에게 어떻게 다가갈 지에 달려 있다."(SVB 미국 와인산업 현황 보고서 2023) 미국 와인산업의 위기를 논했지만 정작 자신의 위기는 보지 못했다. 파산으로 전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든 미국의 실리콘밸리은행(SVB) 얘기다. SVB의 초고속 파산선언에 화들짝 놀란 곳은 IT 스타트업 뿐만이 아니었다. SVB는 무려 30년 가까이 나파밸리, 아니 캘리포니아 와인 산업의 절대적인 자금줄이기도 했다. 대응도 빠르지 못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으로 퍼진 SVB 위기설에 스타트업들은 재빨리 예금 인출에 나섰지만 와인 메이커들은 SVB 신용카드와 수표로는 결제가 자꾸 거절되고, 은행 앱에 로그인조차 되지 않게되자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했다. 그제서야 부랴부랴 유통업체들에게 와인 대금을 입금하지 말라고 전화를 돌리고 수습을 하기 시작했다. SVB가 와인 사업부를 만든 것은 지난 1994년이다. 와인 산업의 잠재력을 알아본 창업자 롭 맥밀런 덕분이다. 와이너리들이 기존 은행에서는 제대로된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는 점을 공략해 대출은 물론 시장 조사를 기반으로 한 컨설턴트의 역할까지 자처했다. 사실 와인 사업이라는게 시간과 돈, 그리고 기다림이 필수다. 포도나무가 쓸 만해질 때까지 몇 년, 와인을 만들어 놓고도 숙성하는데 또 몇 년이다. 시간만으로도 돈을 까먹고 있는데 오크통 같은 것은 또 얼마나 비싼지. 이렇게 돈과 시간을 들이고도 와인의 맛이 인정을 받을지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실패한다면 이 지난한 과정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 보수적이고 깐깐하기로 소문난 미국 은행들이 이런 사업에 쉽게 돈을 빌려줄 리가 없었다. SVB는 달랐다. 대출을 요청한 곳이 있으면 와이너리에 함께 앉아 와인을 시음했고,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는지 물었다. 시장 조사 내용을 공유하고, 장단기적으로 그들의 목표를 달성하는데 가장 좋은 방안이 무엇일지 같이 고민했다. 결이 다른 접근에 와이너리들은 SVB로 몰려들었다. SVB와 거래하는 와이너리만 400여 곳에 달했으며, 이들이 그간 빌린 돈은 40억 달러(한화 약 5조원)다. 작년 말 기준으로 남아있는 대출은 12억 달러다. 미국 와인의 위상을 전 세계에 알린 '파리의 심판'에서 1위를 차지한 샤토 몬텔레나도 SVB의 도움을 받았으며, 많은 캘리포니아 유수의 와이너리들이 SVB의 고객이다. 맥밀런은 "우리가 와이너리에 대출을 해주고 손실을 입은 금액은 지난 30년을 모두 통틀어도 400만 달러(한화 약 50억원)에 불과하다. 이는 우리가 특별히 보수적으로 일을 해서가 아니라 와인 사업의 리스크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고객들을 어떻게 도와야 할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는 인내심도 충분했다"고 말했다. SVB의 와인사업부가 매년 내놓는 '미국 와인산업 현황 보고서'는 업계에서도 정확한 분석과 통찰로 정평이 나있었다. 포도 작황은 물론 와인생산량, 생산 원가 분석, 와인소비 트렌드 등까지 산업 전반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100페이지에 달하는 이 보고서 하나만 있으면 누구든 미국 와인산업을 논할 수 있었지만 2024년 버전은 볼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2023-03-23 13:58:53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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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大記者의 西村브리핑] '제2 리먼사태' 경고등

16년 전의 기억은 씁쓸하기만 하다. 모든 것이 잘 돌아갔다. 2007년 당시 경제 상황은 나쁘지 않았다. 성장률 5.5%, 소비자물가 상승률 2.5%, 경상수지 118억 달러 흑자로 거시 경제 지표가 좋았다. 1인당 국민소득은 2만 달러를 넘어섰다. 종합주가지수는 처음으로 2000을 돌파했다. 원·달러 환율도 900원으로 하락(원화가치 상승)했다. 하지만 2008년에 들어서면서 세계 경제가 아래로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신용등급이 낮은 저소득층의 주택담보 대출과 관련된 신용 파생상품이 부실해진 것이 뇌관이 됐다. 금융기관의 부실 규모가 커지고 그 해 9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금융 위기가 본격화했다. 선진국 금융기관들이 자금을 회수하면서 금융 위기가 전 세계로 파급됐다. 실물 경제에도 영향을 미쳐 세계 무역량이 줄면서 전 세계가 동반 침체를 겪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직격탄을 맞았다. 물가가 오르고 내수는 침체됐다. 성장률은 2008년 2.8%,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7%였고, 경상수지 흑자는 32억 달러로 급감했다.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원·달러 환율이 11월 1500원을 넘었다. 2009년은 경제성장률이 0.7%였다. 2023년 세계 경제는 다시 위험 요인에 직면하고 있다. 2020년 이후 세계 경제는 코로나19 팬데믹, 소비 침체,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으로 인한 식량과 가스 파동, 미·중 갈등, 공급망 재편 등이 겹치면서 침체를 지속해 왔다. 경기 부양을 위한 저금리 정책으로 물가가 급등하는 후유증을 치유하기 위해 각국이 긴축 정책을 펼치면서 세계 경제는 '온탕'과 '냉탕'을 오고 가는 중이다. 이런 와중에 이달 들어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에 이어 스위스에서 두번째로 큰 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CS)까지 쓰러지면서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SVB 파산은 코로나 위기 때의 초저금리에 힘입어 급등했던 채권 등 자산 가격이 미국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급락하면서 일어난 후폭풍이다. CS는 SVB 등 미국 지역은행 연쇄 폐쇄 여파로 주가가 폭락하자 뱅크런이 발생하면서 파산 위기를 맞게됐다. 스위스 최대은행 UBS가 인수하면서 급한 불은 껐지만 시장 불안 우려는 여전한 상태다. 국내 금융권도 술렁이고 있다. 고금리로 인한 가계 부채 리스크와 부동산 급락, 경상수지 악화 등 가뜩이나 내수와 수출 모두 회복 사이클을 타지 못하고 있는 불안한 상황에서 SVB와 CS 사태가 터져 나왔으니 걱정이 클 만도 하다. 일각에서는 '제2의 리먼 사태 경고등'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어떻게 보면 거시 지표 상으로 한국 경제는 2008년 리먼 사태 이전 때보다 더 안좋은 상황이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23년 한국 경제성장률은 1.6%에 그치고, 소비자물가는 3.6%로 전망했다. 올해 1월 우리나라의 경상수지는 45억2000만 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이는 관련통계를 작성한 1980년 이후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이다. 1인당 국민소득도 지난해 3만2661달러로 3만5000달러에 못미쳤다. 원·달러 환율도 1310원대를 왔다갔다하고, 코스피지수도 2400선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2008년의 세계 경제 위기는 주요 국가들이 힘을 합쳐 무역 개방과 재정·금융 정책 공조로 타개했다. 이제는 자국 우선주의와 미·중의 패권 경쟁으로 과거와 같은 국제 협력이 쉽지 않다. 둑은 한번 무너지면 막기 어렵다. 금융당국이 다양한 시나리오를 그려놓고 치밀한 대응 전략을 짜둘 필요가 있다.

2023-03-23 08:15:51 이정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