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원유 중동산 비율 10년째 80%대 요지부동
수입원유 중동산 비율 10년째 80%대 요지부동 운송비절감, 안정적 공급처 확보 등으로 다변화 쉽지 않아 우리나라의 연간 원유 수입량 중 중동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10년째 80%를 상회하고 있다. 19일 한국 석유공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원유 9억2천여만배럴을 수입했으며 이 가운데 중동산이 84%를 차지했다. 나머지는 아시아산 9.6%, 아프리카산과 유럽산이 각각 2.7%, 아메리카산 1.1%로 구성됐다. 1980년에는 원유 수입량의 98.8%를 중동산에 의존했으나 1985년에는 57%까지 줄인 적도 있다. 하지만 2005년부터 2014년까지 10년 동안 중동산 비율은 해마다 80% 이상을 기록했다. 2013년 중동산 비율은 86%였는데, 지난해 정세가 불안한 이라크와 경제제재를 받는 이란산 수입이 줄면서 그나마 84%가 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2006년에 28개국 90개 유종의 원유를 수입했고, 2014년에는 29개국 74개 유종을 수입했다. 국내 정유사들은 수입처 다변화를 통해 중동산 의존도를 낮춰 지정학적 불안요인에 대비하고 가격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면서도 현실적으로는 어렵다고 말한다. 중동산만큼 많은 물량을 안정적으로, 적당한 가격에 공급받을 곳을 찾기 어렵다는 게 주된 이유다. 아프리카산과 남미산은 운송료가 많이 들고, 아시아산은 물량이 안정적으로 확보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미국은 셰일자원 혁명으로 원유 생산량이 사우디아라비아를 따라잡고 있지만 '오일쇼크' 이후 1975년 제정한 원유 수출금지 원칙을 아직 고수하고 있다. 특히 국내 정유사의 정제시설이 중동산 원유에 최적화된데다 여러 유종을 들여오면 보관 탱크를 늘려야 하고, 투입에 앞서 전(前)처리와 혼합에 들어가는 비용·시간도 늘어난다. 예컨대 에쓰오일은 최대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회사 아람코에서 원유 수입량의 90%인 2억 배럴을 가져오고 유종은 아라비안 라이트(A.L) 등 3가지이다. 원료 구성이 단순하다 보니 곧바로 정제시설에 투입하고 균일한 제품을 생산할 수 있어 작년 4분기 유가급락에 따른 재고평가 손실도 업계 예상보다 적었다. SK에너지는 지난해 22개국에서 원유를 수입했지만, 쿠웨이트 6천514만배럴, 사우디아라비아 4천만배럴 등 중동산이 전체 수입량의 77.5%를 차지했다. GS칼텍스는 18개국에서 수입했고, 중동산 비율은 83.7%, 현대오일뱅크는 14개국에서 수입했고, 중동산 비율은 89.1%로 더 높았다. 다만 SK에너지는 작년부터 연료 다변화 정책으로 정제과정을 거친 중유(fuel oil)제품을 수입해 원유와 섞어 쓰고 있다. 이 때문에 SK에너지의 원유 수입량이 2013년 2억8천여만배럴에서 지난해 2억3천여만배럴로 줄었다. 정유사 관계자는 "한국과 일본의 원유 수입처가 중동에 쏠려 있다 보니 기존 가격에 아시아 프리미엄까지 붙는 실정"이라며 "중국은 아프리카산 비중을 높이는 등 중동 의존도를 50% 안팎까지 낮췄고, 우리도 장기적으로는 중동 의존도를 낮춰야 하지만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