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은 책과 함께] 오늘도 플라스틱을 먹었습니다 外
◆오늘도 플라스틱을 먹었습니다 롤프 할든 지음/조용빈 옮김/한문화 안경 대신 편리하게 사용되고 있는 콘택트렌즈가 우리가 모르는 새 변기나 하수구로 흘러들어 가면 어떻게 될까? 롤프 할든 박사 연구팀은 연간 판매되는 일회용 콘택트렌즈의 양과 버려지는 렌즈의 양을 각각 조사한 뒤 하수 처리장의 오니(오염물질이 섞인 진흙) 성분을 분석한다. 연구 결과 알갱이 형태로 으스러져 미세 플라스틱 조각으로 바뀐 콘택트렌즈는 재생 고형물 형태로 농지에 뿌려지기도 하고, 바다로 흘러들어 물고기 몸속에 저장되기도 했다. 책은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개인 위생용품의 항균 성분, 농업 생산량을 높이기 위해 뿌리는 화학 비료, 화재 발생을 낮춘다는 명목으로 온갖 소비재에 넣는 난연제 등이 세기를 거듭하며 인류에게 어떤 피해를 가져왔는지 추적하고, 모든 오염 물질이 먹이사슬을 통해 인간의 몸으로 다시 돌아오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192쪽. 1만2000원. ◆전쟁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착각 이진우 지음/휴머니스트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이듬해 독일이 통일하면서 사람들은 전 세계를 잠식했던 냉전체제가 끝나고 새로운 평화의 시기가 올 것이라고 믿었다. 실제로 냉전 이후 지금까지 강대국 간의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고, 대량 학살이나 테러리즘 또한 감소했다. 그래서일까. 수많은 징후와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나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우리가 평화의 시기를 만든 것은 전쟁이라는 사실을, 평화를 유지한 것은 전쟁이 가져온 공포라는 사실을 잊었을 때 발발했다. 저자는 "'영구 평화'가 가능하다는 확신은 전쟁 사이에 잠시 찾아온 '오랜 평화'가 빚어놓은 착각"이라며 "전쟁을 냉혹한 스승으로 받아들여야 현실의 평화를 지킬 수 있다"고 말한다. 208쪽. 1만5000원. ◆대이동의 시대 파라그 카나 지음/박홍경 옮김/비즈니스맵 수 세기 동안 사람들은 인간의 이동성이 본능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그것을 비정상으로 취급했다. 하지만 이는 착각이다. 인간이 각 대륙에 뿌리를 내린 뒤 6만년 동안 인류 문명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난 특징이 이동이기 때문이다. 자원과 안정적인 환경을 찾아 인류는 끊임없이 길을 떠났다. 전쟁, 집단 학살, 혁명, 팬데믹 등 전 지구적으로 일어난 거대한 사건은 이동을 더욱 재촉했다. 미래학자인 저자는 인구 통계학적 불균형, 현대화의 다양한 속도, 기후 변화, 고용 기회 재분배 같은 다양한 이유로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수십억의 인구가 다른 지역으로 떠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책은 '이동'은 인류가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이야기한다. 448쪽. 1만9000원. /김현정기자 hjk1@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