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변의 20년 기업에서 미래를 찾다] 메트로와 '함께 멀리' 달려온 한화, 이제는 우주로
2019년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서울세계불꽃축제 /한화 한화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서울의 랜드마크인 63빌딩이 한화 소유. 매년 여름 서울 밤하늘을 수놓는 세계불꽃축제도 한화가 만든 세계적인 축제다. 메트로신문이 창간한 2002년에도 한화는 두번째 세계불꽃축제를 열어 국민들과 월드컵 개최 기쁨을 함께했다. 이후에도 특별한 해를 제외하고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 축제를 이어오고 있다. '함께 멀리'라는 철학으로 국민들과 20여년간 희노애락을 함께해왔다. 한화는 해방 이후 작은 공장으로 시작해 이제는 국내 경제에 중심 축으로 자리잡은 대기업이다. '다이나마이트 김'이라는 별명을 가졌던 故 김종희 회장이 맨손으로 기반을 다졌고, 갑작스럽게 29세라는 어린 나이에 경영을 맡게된 김승연 회장이 남다른 리더십으로 회사 규모를 수백배 성장시켰다. 화약과 방위산업, 금융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대한민국 경제 성장에 큰 역할을 해왔다. 한화는 2002년 서울 여의도 63빌딩을 인수했다. /한화 2002년은 한화에게도 의미가 큰 해였다. 경영난을 겪고 있던 신동아그룹으로부터 대한생명(현 한화생명)과 신동아화재(현 한화손해보험)를 인수하며 금융업에 진출한 것. 63빌딩도 이 때 함께 인수했다. 인수 실효성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았다. IMF 직후라 금융업 전망이 좋지 않아 그룹사 전체가 부실을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고, 반대로 한화가 부채비율이 높다는 이유로 인수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컸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한화에 3년내 부채비율을 200%로 낮춰야한다는 조건을 내걸기도 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김승연 회장은 과감하게 밀어붙였다. 직접 인수의향서를 제출하고 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만나 보험사업 진출과 관련한 조언을 듣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김 회장의 전략은 적중했다. 한화의 금융 계열사인 한화생명은 이제 한화 그룹의 효자 계열사로 꼽힌다. 2016년에 총자산이 100조원을 돌파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한화손해보험과 한화자산운용을 포함한 금융업은 지난해 매출액이 29조1696억원으로 전체 매출(52조8361억원)의 55.21%를 담당했다. 한화생명보험이 18조5166억원 한화손해보험이 7조8288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한화디펜스가 만드는 K9 자주포. 전세계에 수출하며 국내 방위산업 위상을 높이고 있다. /한화 한화그룹의 뿌리, 화약 사업은 기계와 방위 산업 등으로 발전해 여전히 주력 사업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화약제조업의 지난해 매출은 8조4901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16.07%를 채웠다. 군수사업인 한화디펜스가 1조4284억원, 한화시스템 방산부문이 1조4952억원 매출을 거두는 등 선전하고 있다. 전세계에서 탐내는 자주포, K9이 바로 한화디펜스 작품이다. 최근에는 로봇을 비롯한 차세대 무기 개발에도 힘을 쏟으며 미래군 육성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차고에 설치된 한화큐셀의 '큐피크 듀오 블랙' 태양광 모듈 /한화솔루션 여기에도 김 회장의 혜안이 있었다. 한화디펜스는 2017년 한화가 인수한 삼성테크윈(한화테크윈)의 자회사다. 당시 한화가 굳이 1조원에 가까운 돈을 들여 인수를 해야하냐는 지적이 이어졌지만, 김 회장은 고심 끝에 일사천리로 인수를 결정했다. 결국 한화그룹은 5년여 만에 전세계 방산업계 50위권 밖에서 20위 안으로 진입하는 깜짝 성과를 달성하는데 성공했다. 방산 사업 매출도 2배 가까이 증가, 재계에서도 손에 꼽히는 M&A 성공 사례다. 한화는 2000년대에 글로벌화도 본격화했다. 이제는 한화솔루션의 사업부문이 된 한화첨단소재 사업(당시 한화L&C)는 2004년 중국 베이징, 2006년 미국 앨라배마에 공장을 설립한데 이어, 2007년에는 미국의 자동차 부품회사 아즈델을 인수하며 글로벌 공급망을 쌓아갔다. 2009년에는 체코에도 공장을 새로 짓고 유럽 진출 교두보도 완성했다. 한화케미칼도 중국 닝보에 PVC 공장 생산을 개시하며 화학 산업을 키우게 됐다. 2021년 P4G 서울 정상회의 에너지세션 기조연설에 나선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이사 사장 /한화솔루션 한화가 일찌감치 미래 친환경 산업 가능성을 본 것도 이 즈음이다. 한화는 2011년 한화솔라에너지를 설립한다. 현재 한화솔루션의 전신으로, 2010년 세계 4위 태양광 모듈 생산업체인 솔라펀파워 인수를 단행한 직후 본격적으로 태양광 사업에 진출을 선언한 것이다. 포르투갈에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 건설 수주를 따내는 등 빠르게 성장하며 또다시 발빠르게 미래 먹거리 확보에 성공하게 됐다. 한화의 태양광 사업을 성공시킨 주인공은 바로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다. 공군에서 중위로 복무를 마친 직후 2010년 한화그룹에 차장으로 입사, 이듬해인 2011년에 한화솔라원 기획실장을 맡으며 한화의 태양광 사업을 본격적으로 주도하기 시작했다. 김 사장은 2012년 도산한 독일 기업이었던 큐셀 인수를 주도하면서 경영자로의 리더십을 인정받은 바 있다. 세계적인 기업을 성공적으로 인수하고 2015년 한화큐셀로 안정화하면서 브랜드 시너지와 경영권 안정화 모두 유지하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사업장에서 출하 중인 누리호 엔진의 모습.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특히 김 사장은 당시 한화큐셀에 전무로 자리를 옮기면서 적자에 허덕이던 회사를 흑자로 전환하는데까지 성공했다. 사업을 합리화하며 비용을 줄이는데 성공한 것뿐 아니라, '다이렉트 웨이퍼' 등 첨단 기술 투자 성과까지 냈다. 당시 태양광 생산 규모로 전세계 1위를 차지하며 글로벌 태양광 사업 리더십을 공고히 하기도 했다. 지난해 한화의 태양광사업 부문 매출액은 6조7555억원이다. 전체 그룹 매출의 12.79%에 달한다. 한화솔라원과 셀큐 등 계열사들이 이제는 한화솔루션 큐셀부문으로 통합돼 운영 중이다. 김 사장은 이제 한화를 우주로 쏘아올릴 계획이다. 일찌감치 우주 산업에 주목하고 투자를 이어왔던 김 사장. 지난해 3월 그룹의 우주 산업을 총괄하는 '스페이스 허브'를 출범하고 팀장을 맡게 됐으며, 올해부터는 사내 이사로 취임하면서 경영진 지지도 확인했다. 한화의 우주 사업은 발사체는 물론 위성과 통신 등 서비스까지 종합적으로 이뤄진다. 김승연 회장이 성장을 이끌어왔던 화학과 기계 사업, 과감하게 인수해 자리를 잡은 방위 사업 및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그리고 김 사장이 성공시킨 태양광 사업 등이 토대가 됐다. 한화는 친환경 모빌리티 기술 개발도 이어가고 있다.사진은 한화시스템과 오버에어가 공동 개발중인 전기식수직이착륙기 '버터플라이' 실물모형 /한화시스템 대한민국의 우주 경쟁력도 한화 기술력으로 이뤄진다 해도 과언이아니다. 지난해 10월 발사한 누리호 엔진이 바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제작한 75t 액체 로켓 엔진이다. 우주 부품 국산화 프로젝트 '스페이스 파이오니어 사업'에도 참여하는 등 대한민국의 우주 기술 개발에도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8년까지 차세대 전자장비와 시스템도 자체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발사체 기술 플랫폼을 통합하는 핵심 부품 에비오닉스다. 차세대 에비오닉스를 개발하면 한화는 더 가볍고 쉽게 발사체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계열사인 한화시스템과 쎄트렉아이도 국내 위성 개발을 주도하며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저장성 이원추진제 추력기' 개발을 약속하는 등 성과도 이어가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을 통한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윤 대통령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세계 7대 우주강국 도약'을 내건 바 있다. 그린 수소도 새로운 먹거리 중 하나다. 한화솔루션은 그린 수소를 생산하는 수전해 시설과 수소 충전소 등을 개발하고 있으며, 강원도 대관령에 생산단지를 건설하는 등 사업에 착수했다. 태양광과 케미칼 등 사업들과 시너지를 통해 빠르게 안정을 확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