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코로나에 중국 전력난까지, 반도체 공급난은 더 심각
시내 통신사 매장 앞 /뉴시스 반도체 부족 현상이 전세계 산업계를 강타하고 있지만, 반도체 공급은 오히려 더 줄어드는 분위기다. 주요 반도체 생산 기지가 가동을 중단하는 가운데, 국내 반도체 업계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진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최근 전력 생산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현지 반도체 공장도 가동을 멈출 수 있다는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중국이 전력 생산에 문제를 겪게 된 이유는 호주와의 무역 갈등 때문이다. 호주산 석탄 수입을 막았다가 석탄 부족으로 발전소 운영까지 중단하게 된 것. 일각에서는 중국이 탄소 배출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화석 연료 사용을 대대적으로 단속하면서 발전소 가동이 어렵게 됐다는 분석도 내놨다. 일단 중국이 호주 석탄 수입을 재개하면서 발전소 재가동 기대감도 커졌지만, 당장 전력난을 완전히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전력난은 중국 반도체 생산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일단 중국이 반도체 공장에만은 전력 공급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내긴 했지만, 반도체 공급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것. 중국 SMIC. /SMIC 중국 파운드리 시장은 미중 무역 분쟁 이후에도 전세계 시장 핵심 생산 기지로 역할해왔다. 특히 반도체 공급난이 심화하면서 SMIC 등 현지 파운드리 업체 성장이 가팔라졌고, 전장 반도체를 주로 생산하는 28나노 수준 공정을 대폭 확대하면서 시장 리더십을 더욱 강화해왔다. 중국 반도체 생산이 어려워지면 반도체 공급난도 더 심화한다는 얘기다. 앞서 글로벌 산업계는 말레이시아와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에 집중된 비메모리 반도체 후공정 공장이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멈추게되면서 더 심각한 반도체 공급난에 시달려왔다. 후공정은 반도체를 생산한 후 테스트하는 단계로, 안정성이 중요한 자동차 반도체 등에서는 필수 공정으로 꼽힌다. 반도체 공급난은 자동차 뿐 아니라 스마트폰 업계에도 심각한 공급난을 불러일으켰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스마트폰 판매량 성장 전망을 전년 대비 9%에서 6%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실제로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2분기에 반도체를 실제 주문량의 80%밖에 공급을 못받았으며, 3분기에는 70%로 더 확보하지 못했다. 당장 삼성전자는 갤럭시 Z플립3 등 폴더블폰 공급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태다. 예상보다 판매량이 훨씬 많았던 데다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 반도체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수요를 충족하기 어렵게된 것. 이에 따라 AP 등 여러 반도체를 공유하는 갤럭시 S21 FE 출시 계획도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 역시 아이폰13 공급을 지연하고 있다. 주문 후 공급까지 1달 이상 걸리는 상황, 수요가 늘어났을 뿐 아니라 초도 물량도 전작 대비 절반에 불과하다는 전언이다. 스마트폰 뿐 아니다. 반도체와 기판 등 관련 부품 공급이 계속 줄어들면서 태블릿과 노트북 등 IT 부문 전 분야에서 공급 부족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TV에 탑재되는 칩을 비롯해 삼성전자 7세대 V낸드 이미지 /삼성전자 가전 부문에서도 반도체 공급난에 빠지면서 공급난은 사실상 전 산업 분야로 커지는 모양새다. 반도체 공급난도 더 길어질 전망이다. 당초 빠르면 올해 말에서 2022년 초에는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맞출 수 있다는 기대가 나왔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2023년 이후에도 공급난이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수요는 더 늘어나고 있는 반면, 공급은 좀처럼 늘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비메모리 반도체 공급난은 메모리 시장에도 영향을 끼칠 분위기다. 중국이 전력 공급난으로 낸드 플래시에 필수 원자재인 '황린' 생산을 대폭 줄이면서 낸드 생산량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국내 반도체 업계에는 호재라는 평가도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DB하이텍 등 국내 파운드리 업체들은 생산에 별다른 문제를 겪고 있지 않기 때문. 최근 TSMC가 가격을 올리면서 수익률도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국내 반도체 업계에 우려감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주력 사업인 메모리 생산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다가, 파운드리 사업도 여전히 경쟁력에서 뒤쳐진다고 보고 있기 때문. 메모리 사업 '다운 사이클' 예상도 여전히 힘을 얻는 모습이다. /김재웅기자 juk@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