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원화 Again 2008](상)세 자릿수 환율 시대 열리나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값이 1000원선을 위협하고 있다. 한국경제에도 긴장감이 엄습한다. 정부의 3%(한국은행 3.0%) 성장목표 달성에도 빨간불 켜졌다. 원화 가치 급등으로 수출이 주춤해지고 내수와 수출이 동반 침체될 경우 우리나라의 경기 확장세가 일시 둔화되는 '소프트 패치'가 아니라, 경기회복 국면에서 다시 침체에 빠지는 '더블딥'까지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 세 자릿수 시대에 대비해 한국경제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주문하고 있다. ◆ CPI 반영 환율 금융위기 직전보다 5.7% 고평가 3일 블룸버그와 KB증권에 따르면 최근 4개월간 달러화 대비 원화 절상률은 2.8%에 달한다. 한국과 미국의 물가수준을 반영해 산출한 소비자물가지수(CPI) 기준 원·달러실질환율도 고평가됐다. 이 기준 환율은 1104.4 원이다. 1994년 이후 장기평균(1090.7) 보다 5.5%, 글로벌금융위기 직전(2008년 8월, 1141.6) 보다 5.7% 고평가됐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달러값은 오르고 원화값은 떨어지는 게 일반적이다. 원화가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뭘까. 다른 통화에 비해 안전 자산으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달러화는 추가 금리인상보다 무역전쟁 등의 영향을 받아 약세를 보이고 있다. 달러값에 비해 일본 엔화는 강세다. 원화 강세 배경에는 한국 경제의 체력이 한 몫하고 있다. 지난 1월 경상수지는 26억8000만달러 흑자로 71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유지했다. 이는 직접적으로 외화 공급 확대를, 간접적으로 대외 신인도 제고(외국인 투자자금 유입) 등을 통해 원화가치를 끌어 올린다. 3948억달러(2월 말 기준)에 달하는 탄탄한 외환보유고도 환율 강세 요인으로 꼽힌다. 외환위기 당시보다 100배 가량 늘어난 금액이다. 외환보유액은 환율 변동폭이 커질 때 시장을 안정 시킬 수 있는 역할을 한다. 환율 하락 유인인 외국인 투자도 꾸준하다. 외국인 투자가 사이에서 우리나라가 가장 안전한 투자처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다. 단적인 증거가 한국에 대한 신뢰평가다. 현재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은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 기준 세 번째로 높은 'Aa2'등급,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기준 세 번째로 높은 'AA'등급, 피치 기준 네 번째로 높은 'AA-'등급이다. 우리나라보다 높거나 두 번째로 높은 등급을 받은 국가는 미국, 독일, 캐나다, 호주, 싱가포르, 홍콩 등이 있다. ◆ 손놓고 있다간 낭패 원·달러 환율이 1% 하락(원화값 상승)할 때 총수출은 0.51% 줄어 들고 산업별로는 기계의 경우 0.76%, 정보기술(IT) 업종은 0.57% 감소한다는 분석이 이다. 자동차는 0.4%, 석유화학과 철강업은 각각 0.37%, 0.35% 수출이 축소된다. 기업별로는 삼성전자의 경우 원·달러 환율이 10원 내리면 영업이익이 2000억원 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조심스럽게 환율 세자릿 수 시대를 예고하는 전망까지 있다. 지난해 연평균 환율은 달러당 1130.8원이었으나 블룸버그 통신이 투자은행(IB) 등을 상대로 조사한 환율 전망에서 환율은 올해 3분기 1125원, 4분기 1120원으로 차츰 내려갈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예상을 벗어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자유변동환율제도가 시행된 이후 원·달러 환율이 1000원 아래인 세 자릿수를 보인 시기는 2006년 1월~2008년 4월까지다. KB증권 문정희 연구원은 "오는 4월 20일 전후로 미국 재무부의 반기 환율보고서 발표가 예상돼 대미 무역흑자국의 달러화 대비 통화 강세가 뚜렷하다"면서 "만약 글로벌 경기 안정과 위험자산 선호 등으로 달러 약세까지 심화될 경우 원·달러 환율은 연내 (3개월에서 6개월 이내) 1020원 수준까지 하락할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아직 환율이 딱히 어느 쪽으로 움직인다고 단언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환율에는 당사자 양국은 물론이고 그 외의 대외관계가 종합적으로 녹아든 데다, 시장 밖에서 정부의 개입여부도 관건이기 때문이다. 김건우 무역협회 동향분석실 연구원은 "원화 강세가 지속될 것에 대비해 장기적인 환리스크 관리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며 "동시에 기업들은 자체 환율 전문가를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1054.2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는 2014년 10월 29일(1,047.3원) 이후 최저다.